자영업 유치원, 돈 벌어 자유롭게 쓴 것을 비리로 몰아간 기이한 상황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비리명단으로 폭로하면서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자신의 위장전입 문제로 코너에 몰리던 유은혜 장관도 비리 사립유치원장을 제압하는 잔다르크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마치 사악한 사립유치원장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수호자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르다. 법을 파괴하는 자들은 바로 박용진, 유은혜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고한 국민을 인민재판대에 세움으로써 헌법 제12조가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이 말뜻을 알아들으려면 감춰져온 사실부터 드러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립유치원은 1981년부터 자영업으로 운영되어 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영업적 사립유치원을 허가하고 장려했기 때문이다. 유치원비도 자율이고 그것을 어떻게 쓰든 자율의 영역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12년 무상보육정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에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라 회계 감사를 시작했다. 이 회계규칙은 학교법인인 국공립유치원에게 적용되던 것이어서 감사 대상인 사립유치원은 거의 대부분 법인이 아니라 개인의 사유재산이었다. 법인, 특히 비영리법인에만 적용되는 그 회계규칙을 적용하디 보니 거의 모든 사립유치원은 ‘회계 부적정’으로 적발되었다. 유치원의 원장이 교비계좌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적발된 원장들 중 일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는 무죄였다.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아이행복카드를 통해 정부에서 사립유치원으로 흘러들어가는 지원금은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학부모에 대한 지원금이라는 것이다. 둘째, 교비계좌는 사립유치원장의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그 속의 돈을 사적으로 쓴 것이 횡령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이 문제된 사안에서 이런 내용을 여러 번 확인했다. 사립유치원의 교비 계좌가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너무도 당연하 판결이다. 지출의 용도가 일반인의 상식이나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 해서 불법은 아닌 것이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난감해졌다. 자기들이 만든 회계규칙에 따르면 횡령임이 분명한데 사법부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판단해 보니 무죄라 한다. 소위 ‘횡령범’들을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단죄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학기관재푸회계규칙>에 의한 감사는 계속 됐고, 그들만의 기준에 의한 횡령범들도 계속 적발됐다. 달라진 것은 처벌방식이다. 법원의 무죄 확정판결 이후 그들은 합법적인 재판정으로 가는 대신 불법적인 인민재판을 택했다. 언론에 흘려서 사립유치원장들을 횡령범으로 낙인 찍었다. 박용진 의원과 유은혜 장관은 그런 흐름의 절정에 서있다. 인민재판은 법치국가라면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죄악인데 그들은 인민재판을 멈추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1항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 사립유치원장들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재판을 받았고 무죄로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박용진 의원과 유은혜 장관은 무죄로 판결된 이들을 인민재판정에 세워 여론의 돌팔매를 맞게 하고 있다. 박용진, 유은혜 이 사람들이야말로 헌법파괴범들이다. 국회의원에서 제명되어야 하고 장관 자리에서 탄핵되어야 한다.
법인이 아닌 사립유치원에 법인용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이고 위헌이다. 설립자가 수익을 취하는 모든 행위를 횡령으로 모든 회계규칙은 수정되어야 한다. 교비계좌를 운영하되 설립자의 수익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박용진 의원과 유은혜 장관은 사립유치원의 특성에 맞는 회계규칙을 제정하기보다 가혹한 인민재판을 택했다. 사립유치원장들을 마녀로 몰아세우고 대중의 돌팔매질을 유도했다.
더욱 개탄스러운 소위 박용진3법이라는 것이다. 그 중 유아교육법 제24조 개정안은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무상보육 지원금을 유치원에 대한 직접 보조금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범죄자가 아니던 사립유치원장을 범죄자로 규정하겠다는 외에 어떤 장점도 없는 입법안이다. 기존 법이 사립유치원 직접 지원 대신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사립유치원 간의 품질 경쟁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그 효과는 학부모들이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낮은 교육비로 차고 넘치게 누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부모 선택권은 사라지고 유치원간의 경쟁도 사라진다. 유치원 비용도 올라갈 것이다. 이런 법률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장관은 누구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한다. 박용진과 유은혜는 최상위법인 헌법의 죄형법정주의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범죄가 아닌 행위를 인민재판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범죄가 아닌 행위를 범죄로 만들기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 과연 법치주의가 뭔지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이 나서서 이들의 헌법 파괴 행위를 멈춰 세워야 한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