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6. 안상근의 [하늘 반 나 반]

[최상호]

하늘 반 나 반
- 안상근

기어코
호박 한 덩이를 덤으로 준다
한 해 동안 수고로움 애써 나누는 게
하늘 덕분이라 외치며
두 손 모은 촌로
농사란 게 나만 한 게 아니란다

하늘 반 나 반

ㅡ시집 『하늘 반 나 반』(月刊文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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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추적이던 가을비가 멎은 어제 오후에 텃밭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사흘전에 봐 두었던 애호박 네 개를 따고, 가로늦게 잘 열린 가지도 땄습니다
세 차례 약을 친 배추 골에 역잎이 진 게 보여길래 전이나 부치자고 뽑았네요
농삿일은 제아누리 시람의 힘을 쏟아부어도 하늘의 뜻에 달려 있음을 깨닫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니 가지는 더 싱싱해지고 호박넝쿨마다 호박꽃이 화려하게 핍니다
호박잎도 한 줌 따 와서 저녁 밥상에 올렸더니 아흔 다섯 장모님이 맛나게 쌈을 쌉니다
날씨가 좋든 궂든 푸성귀는 제대로 자라면서 숨탄것의 일생을 누리는 중이네요
서울 외손자들의 애완 토끼 '보니'가 배춧잎을 특식으로 즐기는 것도 하늘 덕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