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강제 수신료’에 중간광고까지… 기형적 KBS 재원구조 바꾸라
입력 2023-03-11 00:00업데이트 2023-03-11 04:12
내년 KBS와 한전의 수신료 통합 징수 계약 만료를 앞두고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강제 징수해 시청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합리적 대안이 있는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다음 달 9일까지 수신료 제도 전반에 관한 의견을 수렴해 그 결과를 관련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 징수하는 제도는 1994년 도입됐다. 공영방송이 공정하고 품격 있는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을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KBS 수신료 수입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6935억 원으로 전체 수입의 45.3%를 차지했다. 하지만 통합 징수제를 도입한 후로도 불공정 보도와 프로그램의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신료 징수 시스템을 갖춰놓고 광고수입은 별도로 챙긴다. 구조조정을 약속했지만 연봉 1억 원이 넘는 직원이 절반이 넘을 정도로 방만 경영은 고질적 문제가 돼가고 있다.
요즘은 TV 수상기가 아닌 PC나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 수신료 일괄 징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인터넷TV(IPTV) 같은 유료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수신료까지 부과하는 건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프로그램 채널도 수백 개로 폭증해 KBS를 안 보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수신료를 강제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불공정 방송에 책임을 묻고 방만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시청자들에게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
수신료 납부 방식과 별개로 KBS가 제 역할을 못 하는 데는 높은 광고 의존도도 한몫한다. 지난해 KBS 전체 수입에서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3%다. 영국 BBC와 일본 NHK는 광고수입이 없고, 광고수입 비중이 높은 프랑스 공영방송도 12%가 안 된다. 2021년 7월부터는 중간광고까지 하면서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수신료 내면서 중간광고까지 봐야 하나. 이번 기회에 수신료와 광고료에 이중 의존하는 공영방송의 기형적 재원 구조도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