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정치 / 임영숙
들판에 부려놓은 바람의 난장亂場, 난장
피고 지는 꽃들 사이 매일이 혁명이다
줄 댄 채 줄로 얽힌 판
민초들의 날 샌 파동
들판 위 울음들로 모여 맺은 열매들
쏟아붓는 볕살 공습 뿌리째 흔들린다
옆으로 밀려 선 자리
우듬지를 향하며
들판엔 저마다의 향기로 대화하는데
포자처럼 떠도는 말, 내 귀를 간질인다
나, 이제 투표할래요
꽃, 나무, 강, 바다에게
크레센도 / 임영숙
악보에서 대화하는 음표를 바라본다
꿈길을 걸으며 잰 마디 건너가는
그 길에 떠나지 못한
감정들도 박혀있다.
나를 지탱하며 두 발로 곧추서서
자유롭고 고독하게 설렌 나는 연주한다
크레센도
내가 제일 작을 때,
커질 일만 있다고 생각
도심 속 기린 / 임영숙
공터마다 서성이며 목을 세운 기린이
개발을 앞세우고 도심 속을 활보한다
크레인
로봇 춤 괴성
신축건물 솟아난다
최신식 굴착기로 껍질을 벗겨내고
평평하게 다진 땅에
새로 솟은 신도시
시멘트
계획도시에
푸른초원 사라진다
제집을 갖지 못한 초년생 공략하고
등뼈의 검은 무늬 그린벨트 잠식하는
뿔 젖은
수렵시대가
도심 속에 펼쳐진다
ㅡ 시조집 『들판 정치』 작가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