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103전경대 도깨비초소 분대장 시절.
옛날에는 막걸리하면 누런 옥수수 막걸리였습니다.
당시 쌀이 부족하여 쌀로 막걸리를 빚는 것을 규제를 하였는데
규제가 풀려 쌀 막걸리가 나온다는 방송과 함께
수락동에 쌀 막걸리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어 왔습니다.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닙니다.
어느 날 밤 대원들 야간 근무 배치를 마치고
쌀 막걸리를 마시려 수락동으로 내려갔습니다.
컬컬한 옥수수 막걸리와는 달리
하얀 쌀 막걸리는 그야말로 술술 넘어 갔습니다.
“아! 부드러운 이 맛! 죽인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대접으로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키니
창자가 찌리리 했습니다.
수락동에서 초소로 돌아오려면 비상도로를 따라 멀리 돌아오던가,
계곡을 가로질러 도깨비 방죽을 거쳐 오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술에 취했기 때문에 나는 먼 비상도로 대신
도깨비 방죽 길을 택했습니다.
도깨비 방죽이란?
일종의 마을 공동묘지가 있는 계곡의 한 가운데에 있는 우물로,
우리들은 그 물을 길어다 식수로 마셨습니다.
송장 썩은 물을 마신 셈입니다.
우물 주변에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오목하게 우물을 감싸고 있었고
물이 흘러 내려가는 입구 부분만 나무가 없이 터져있었습니다.
공동묘지라 조금 무서운 생각은 들었지만
총을 메고 있었고 얼큰히 취한 상태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계곡을 내려가
우물 앞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희미한 불빛과 함께 힌 옷을 입은 도깨비들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으악"
그러나 정작 놀란 건 내가 아닌 도깨비들이었습니다.
"으악"
나중에 알았는데
도깨비 방죽에서 치성을 드리면 애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동네에 시집 온 새댁이 애가 없자
도깨비방죽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놀래라.
더불어 요즘 막걸리 매니아가 되어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를 택배로 주문 마시고 있는데
며칠 전 근처 이포메운탕 집으로 민물고기 메운탕을 먹으러 갔는데
추억의 누런 옥수수막걸리가 나왔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텁텁한 옥수수 막걸리 특유의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제 메운탕 자주 먹으러 오게 생겼습니다.
젊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첫댓글 재밋게 써 내리신
고유의 옥수수 막걸리
구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