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과 국제정치로 본 한일관계사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한일기본관계조약, 청구권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 문제는 청산됐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는 1995년 '아시아 여성기금'과 2015년 '위안부 합의' 및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해결됐다고 본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의 위안부 합의 번복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난감해 한다.
이러한 갈등의 배후에는 굴곡진 역사와 민족 감정이 복잡하게 착종한다. 게다가 사법부의 오락가락하는 판결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이제는 단순한 봉합이나 외교적 임시방편책으로 이를 극복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독도와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는 죽창가로 국민을 선동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선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정신 승리'뿐이다. 정치인은 민감한 문제일수록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윤봉길 의사가 우리 근대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특히 일본의 패망과 한국의 독립 과정에 그가 미친 영향은 심대하다. 동북아의 국제관계는 상해의거가 없었으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모집에 대한 군의 관여는 인정하되,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2015년 위안부 합의보다 높은 수준의 사과를 일본으로부터 받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번복과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외교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잘못된 외교적 판단은 부메랑이 되어 국가적 손실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독도가 법적 분쟁의 대상이 아닐 수는 있어도, 정치적 갈등 내지 긴장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독도에 대한 현상유지 상태가 지속되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독도에 대한 현상변경은 한국에 득보다 실이 많다. 민족감정과 정치적 시각을 배제하고 독도에 대한 현상유지를 지속하면 된다. 일본의 입장은 독도에 대한 분쟁의 존재를 확인하고, 한국을 설득하여 국제재판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양국의 역사와 관련돼 있어서 뿌리가 깊다. 문화적으로 우월했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게다가 일본의 전후 청산이 애매하게 처리되면서, 한국사회에서 반일 감정은 더욱 악화됐다. 우리는 1965년 국교 정상화로 이런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분명한 사과와 반성을 수십 년 동안 했다. 1983년 이후 천황과 총리의 공식적 사과만 해도 50회가 넘는다. 더 이상의 책임과 사과를 일본에 요구하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과 싸워서 독립을 쟁취하지도 않았고,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의 당사국이 되지도 못했다.
한일관계도 이제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일본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철지난 국수주의나 친일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다. '토착왜구'와 '죽창부대'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주장을 넘어서, 냉정하게 친일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제는 일본의 잘못을 단호하게 지적하되, 의연하게 대처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과거사에만 매달려 있기에는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