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진환은 애타게 엄마를 찾으며 잠에서 깼다.
그치만 좁은 집안 아무곳에서도 엄마의 소리를 듣지못한다.
"매일 같은 꿈인가.."
5년전 가족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엄마를 떠나보낸 뒤 진환은 정말 폐인처럼 살고있다.
그나마 엄마가 살아있을 적 알바를 해서 모아뒀던 돈도 야금야금 까먹어 밥한끼 재대로 해결할 수 없을만큼
생활은 가난해졌고 19살이지만 고등학교 다닐돈이 없어 자퇴를한지 오래이다.
"아이고.. 오늘도 라면이야?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학생"
오늘도 집 앞 슈퍼를 나와 라면을 사려던 중 오늘따라 슈퍼아주머니의 친절이 더 했다.
아주머니는 잠시만 기다려보라며 슈퍼 구석에 자리잡고있는 쪽방으로 들어가 조그만한 냄비를 가지고나왔다.
그리고는 진환에게 내밀었다.
"오늘이 1월1일 새해잖아. 학생이 오늘도 라면사러 나올것같아서.. 그래도 새해인데 떡국은먹어야지않겠어?"
아주머니에게서 조그만한 냄비를 받아든 진환은 심하게 눈동자가 흔들리며 감사하다는 말대신
머리를 한번 숙여 감사를 표한 뒤 슈퍼를 뛰쳐나왔다. 혹시나 냄비를 떨어드려 떡국을 쏟을까
냄비의 양 손잡이를 꽉 잡고 집까지 단숨에 뛰어왔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 ... 그리고 어머님 죄송합니다..."
진환은 오랜만의 사람의 호의에 감동했는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가며 떡국을 먹기시작했다.
-띵동, 띵동-
반쯤이나 먹었을까 언제쯤 울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초인종소리가 들렸다.'집을 잘못찾았나?' 라는 생각에
신경쓰지않고 멈췄던 숟가락질을 다시금 시작헀다.
-띵동, 띵동-
"하진환씨, 하진환씨 안에 계세요?"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5년전 엄마의 장례식 후 거의 들은적없었던,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조심스레 문 앞으로 다가갔다. 행여나 발소리에 안에있는걸 들킬까 살금살금 다가가 문 가운에데 위치한
동그란 유리구멍에 눈을 가져다댔다.
말끔한 회색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한 누가봐도 회사원같은 남자였다.
'누구지..?'라고 생각하던 찰라 다시금 문을 두들기며 초인종을 누르며 말했다.
"하진환씨 보험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안에 안계신가요?"
진환은 보험회사에서 자신을 찾을만한일이 뭐가있을까 생각하며 유리구멍을 바라보던 중 그 말끔한 회색정장의
남자가 뒤돌아서자 마음이 급해졌다.
'누구지..?' , '날 왜찾지?'
아무래도 궁금한건 참을 수 없는 것이 사람마음이랴 진환은 순간 잠겼던 문고리를 돌렸다.
"아 하진환씨 안에 계셨네요? 없으신줄알고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하하"
회색정장의 남자는 인상좋은 얼굴로 진환을 바라보았다. 진환은 급히 얼굴을 돌리며 작은소리로 집으로 들어오라고했다.
남자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냄비와 그 안에있는 떡국을보며 식사중에 찾아와 죄송하다고 몇번이나 얘기했다.
진환은 괜찮다고하며 혹시나 떡국에 먼지라도 들어갈까 뚜껑을 닫고 한켠에 밀어두었다.
"아 일단 제 소개부터 드릴께요. 저는 KR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 향화진이라고합니다."
진환은 남자의 소개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남자는 자신이 가져온 서류가방에서 이것저것의 서류들을 꺼내어 진환의 앞에
밀어놓고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진환은 말없이 서류 하나를 집어들어 읽었다.
'사망보험금인계동의서'라... 이게 뭐지.. ... 사망보험금인계동의서?'
진환은 남자를 고개 들어 바라보았고 남자는 다시 인상좋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하기시작했다.
"거기 적혀있는 그대로 입니다. 5년전 하진환씨의 어머님이 돌아가실때 발생한 사망보험금 3억 5천만원을 미성년자인 하진환씨 본인이 받을 수 없어 그 재산을 나라에서 관리하고있었고 지금 1월1일 성인이 되신 지금에서야 법적으로 받을 수 있어 그것을 안내해 드리러 온 것 입니다."
진환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향화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진환에게 다시 물었다.
"기쁘지 않은 것 입니까? 3억 5천만원이면 이런 판자촌 같은곳에서 나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 수있는 돈인데요?"
"제가 어떡하면 되죠? 싸인하면 되는것인가요?"
향화진은 약간 김이 샌 듯 재산상속동의서를 마구 넘겨 맨 뒷장을 펼쳐들고는 사인칸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진환은 말없이 펜을 건내받아 사인을 하고서는 여러개의 서류들을 곱게 한곳에 모아 향화진에게 다시 넘겼다.
'엄마...'
5년전..
방과 후 언제나처럼 165번에 몸을 실은 진환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엠피쓰리의 음량을 키웠다. 평소 대인기피증을 앓고있던 진환은 다른 아이들처럼 끼리끼리모여 축구를 한다던가 피씨방을가고 친구집에가서 같이 게임을하거나 그런일이없다. 진환의 말상대는 오로지 엄마뿐이다. 그래서 진환은 항상 집 앞 버스정류장까지 마중을 나오시는 엄마위해 진환은 버스에 몸을실었다.
"이번 정류장은 X마트앞, X마트 앞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
버스에서 내린 진환은 횡단보도 반대편을 살폈다. 엄마가있다. 오늘도, 아니 오늘또한 엄마가있었다. 초록불이 바뀌자 마자 진환은 뛰어가 엄마의 손을 잡았고 엄마는 오늘 학교에서 뭐했냐며 이것저것 묻기시작했다. 진환은 항상 같은 질문에도 언제나처럼 궁금해해주는 엄마를 위해 정성스레 대답을 하고있을때였다.
푹..-
순식간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순식간이었다. 목각인형처럼 힘없이 쓰러져버리는 엄마의 등에는 칼이꽂혀있었고 칼을꽂았던 범인은 재빨리 엄마의 손가방을 가지고 뛰어갔다. 진환은 범인을 쫒아갈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그저 엄마를 흔들뿐이었다.
몇일 후 범인은 잡혔고 그 범인은 은행에서 엄마가 목돈을 꺼내는 것을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새로 이사갈 집에 보증금을 꺼냈었다 한다..
"진환씨..? 진환씨?"
향화진의 물음에 진환은 정신을차렸다. 그 를 바라보니 그는 이미 나갈준비를 마치고 신발장앞에 서있었다.
"돈은 지금바로 진환씨의 통장에 입금될 것 입니다. 한국은행에 계좌가있으시더라구요 그쪽으로 보내드릴게요"
감사하단 의미로 고개를 한번 한번 숙였고 향화진은 반짝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었다. "그럼 이만"이라는 말과함께 문의 손잡이를 돌려 반쯤열었을때 뭔가 해줄말이 있다는 듯 다시 한번 진환을 바라보았다.
"아 참.. 진환씨 3억 5천만원이면 이곳에서 구지 나갈필요는 없겠네요. 새로운 곳에서 진환씨의 어머님을 만나볼 수 있을테니"
말을 끝낸 향화진은 진환의 날카로운 눈빛에 양손으로 손사레를 쳤다.
"아니아니 오해하지말아주시구요. GT-1285라는 가상현실화기계 아시죠?"
진환의 모른다는 듯 한 표정에 향화진은 반쯤 열어던 문의 아랫쪽에 있는 문걸이를 내렸고 꽤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시작했다.
"뉴스는 보고사세요 진환씨. 흐음.. 얼마전에 GT-1285라는 가상현실화기계가 새로 나왔더라구요.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그 가상세계에서 무언가 조건 충족이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물론 죽은사람을 살려낼 순 없지만 그쪽 가상세계에서는 죽은사람소생도 가능하다 하더라구요. 그치만 너무 무분별한 소생은 그쪽 가상세계에 과부하를 일으켜 조건이 충족되었을때뿐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밖에도 여러가지 신기한 소원들을 다 이루어준다고하던데.. 뭐 그냥 그렇다구요 하하.. 저는 이만"
진환은 남아있는 떡국을 한참이나 쳐다본 후 마음속으로 아주머니께 죄송하다는 사과말과 함께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가까운 한국은행으로 들어갔다.
향화진의 말대로 통장에는 돈이 들어와있었다. 3억 2천만원.. 아무래도 3천만원은 아까 서류에서 읽었듯 수수료겠지 라고 생각했다. 통장에서 돈을 확인한 진환은 다짜고짜 거리로 뛰쳐나왔다.
향화진이 얘기했던 가상현실화기계, GT-1285를 구입하기위해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막상 나오니 5년전과 지금의 거리는 너무 달라져있었다. 슈퍼와 집만 왕복했던 그에겐 마치 처음온 낯선 도시 같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진환은 우연히 Future라는 간판의 가계의 유리창에 적혀있는 글귀를 보았다.
-GT-1285 구입 상담 환영-
"정말.. 정말 가상현실화세계에서는 죽은사람도 살려주나요?"
가계문을 박차고 들어간 진환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첫댓글 돈이 무섭네요... 돈 뺒으려고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다닝...
이제 진환이는 엄마를 살리기위해 가상세계의 사람이 되겠군요. 흥미진진하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