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최소화를 위해 기준 변경을 추진한다. 부동산 경기 위축, 수요 급감으로 서울도 미분양 물량이 900가구에 육박하는 등 전국이 미분양관리지역 사정권에 들어오자 급히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4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HUG가 매달 말 발표하던 '미분양 관리지역 선정·공고'는 지난 9월 30일 이후 두달 째 중단된 상태다. 정부가 최근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기준 변경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현재 미분양 주택수의 선정 기준은 미분양주택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가운데 △미분양 증가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요건 중 1개 이상 충족한 지역이다.
최근 3개월 간 미분양이 50% 이상 증가한 달이 있거나 당월 미분양이 1년 간 월평균 미분양의 2배인 경우, 최근 3개월 간 인허가실적이 50% 이상 증가한 달이 있다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하는 이유는 주택공급절차를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해 과잉공급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사업자가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하려면 사전에 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토지매입 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우라면 분양보증(PF보증 포함) 심사 전에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지정 기준 변경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해 전국 미분양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 전국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현황은 지방 13곳과 수도권 2곳 등 15곳이다. 지난 9월 30일 양주와 안성이 수도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지정됐는데, 10월 말 기준 미분양 통계를 보면 평택(742가구), 의왕(499가구) 등도 지정 기준인 500가구를 넘거나 육박한 상태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지난 4월 2만7180가구 이후 6개월 째 꾸준히 적체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은 4만7217가구에 달한다. 서울 미분양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866가구를 기록 중이다. 마포구(245가구), 강북구(228가구) 등은 500가구를 향해 가고 있다. 금리인상, 집값하락 우려 등으로 분양시장이 가라앉아 적체된 물량이 바로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미분양관리지역을 늘려가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제도 도입 당시 취지와 현재 상황이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관리지역은 2016년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일부 지역의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지금은 건설사들이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공급에 나서는 사업자를 굳이 어렵게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지정 요건을 지금보다 한층 강화해 미분양관리지역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지정 기준 세대수를 500가구보다 확대하는 방안, 지정 범위를 시·군·구에서 읍·면·동으로 축소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 안에서도 수요가 있는 역세권 주변, 도심지역 등은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 하다. 한국주택건설협회 등은 꾸준히 정부에 미분양관리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 해달라, 이미 토지를 매입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전심사를 생략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 많은 애로가 있는 상황이어서 이제 와서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기준을 변경해주는 게 특별히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신설되는 미분양 PF대출의 공정률, 분양률 기준을 대폭 낮춰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