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 다 어디 갔지 / 고성만
천사유치원에 갔었어
깜짝 놀랐지 천사들이 한 명도 안 보이는 거야 글쎄
그 말랑하고 촉촉한 것들
가녀린 어깨 하얀 날개 단 것들
어디로 사라졌지?
남자 노인이 뭐라 중얼거린다 지팡이로 의자를 툭툭 친다
여자 노인이 몇 발짝 떨어져 걸어간다
어르신 오셨어요 마중 나오는 요양보호사도 노인 원장도 노인
천사요양원으로 바뀐 거야 글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어 부산스럽고 정신을 쏙 빼놓는 것들
안 봐서 차라리 다행이야
노인용 급식소 노인용 도서관 노인용 휴게실
전쟁과 가난을 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혜롭고 다정한 친구들 손잡고
하늘로 돌아간 거야
그래도 만나야지 물난리와 불난리를 피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그것
내 이런 날 올 줄 알았어
천사들 없는 세상
이젠 어떻게 살지?
고성만, 『파씨 있어요?』, 시인의 일요일, 2024, 20~21쪽
고성만 시인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을 했습니다. 시집으로 『올해 처음 본 나비』 등이 있으며, 이번 시집은 시인의 신작 시집입니다. 고성만 시인은 저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라서 제 블로그에 시인인 소개한 적이 있었나 찾아봤습니다. 강원도 고성과 관련된 얘기만 검색될 뿐, 시인과 관련된 시 소개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가 더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