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林悌)는 조선시대 선조(宣祖)임금 때의 인물입니다.
호가 백호입니다.
성격이 활달, 호방한 학자였다고 전합니다.
이 분이 살던 시대에 그 유명한 송도(개성)기생 황진이가 있었습니다.
임제가 삼십대 시절 평안도 도사(都事)로 발령을 받아 부임하러 가는 도중 개성 땅을 지나는데, 황진이가 이미 죽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임제는 그길로 황진이 무덤을 찾아가서 제수(祭需 : 제사 음식)를 차려 놓고 한바탕 곡을 하며 시조 한 수를 지었답니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 푸른 풀 우거진 골짝에 자느냐 누웠느냐?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는고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황진이 무덤 앞에서 운 것이 빌미가 되어, 사대부 체통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고
임제는 탄핵을 받아 관직을 잃게 됩니다.
이후 그는 전국을 유람하다가 사십 세가 되기 전 생을 마감하는데요.
죽음에 임해서 눈물짓는 가족들에게 울지 마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 세상에 오랑캐라고 멸시 받던 놈들도 모두 중국 땅을 호령하며 돌림 천자(天子 - 중국의 황제) 한 번 씩은 해 먹었는데, 우리나라만 천자 노릇 못하고 중국에 살살 기며 살았다. 이런 나라에 태어난 것을 슬퍼해야지 내 죽음을 슬퍼할 것이 뭐 있느냐."
* 실제로 중국의 북쪽 만리장성 너머에는 저, 선비, 갈, 강, 흉노 거란, 여진, 몽골족 등 많은 오랑캐들이 살았고 그들은 중국 땅을 침범하여 나라를 세우고 천자 노릇을 했습니다.
이러한 임제 선생님의 한시 하나 소개합니다.
閨怨(규원) - 규중의 원망 : 閨는 안방을 말하는데 아낙네를 뜻합니다.
十五越溪水(십오월계수) - 십오세 아가씨가 냇물을 건너
含羞無語別(함수무어별) - 부끄러움을 머금고 말없이 이별하네(임을 보내네)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 돌아와 중문 문뒤에 서서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 배나무에 걸려 있는 달을 보며 소리 죽여 눈물만 흘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