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정국'이 끝나면서 야권이 국가정보원 개혁에 다시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이용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거나 야당을 비난하는 등 정치 개입을 해온 정황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정원특위는 6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트위터) 계정들은 차명으로 가입해 수많은 보조 계정들과 봇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이 대통령 치적 홍보, 박근혜 (당시) 후보 홍보, 야당 후보와 야당 정치인 비판, 야당 정책과 대선 공약을 종북으로 매도"했다며 국정조사 당시 검찰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추가 공개했다.
민주당 특위는 "국정원 계정의 경우 조직 규모와 내용, 수법, 영향력으로 살펴보면 대국민 여론조작과 대선개입은 상상 이상"이라며 "국정원 대북심리정보국 전원에 대한 전면 수사를 통해 추가 기소가 필요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범죄에 대한 공소장 변경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추정 트위터 글 보니…"북한 공작원 5.18 광주에 급파"민주당 특위가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월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트위터에 가입해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음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402개 트위터 계정을 확보해 트위터 미국 본사와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을 벌였다.
검찰이 파악한 국정원 추정 트위터 계정 가운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대장' 계정은 13개이며, 나머지 계정은 이들 '대장'이 작성한 글을 리트윗(재전파)하는 방법으로 실어 날라 널리 퍼뜨리는 데 이용됐다.
'대장' 계정 중 하나인 '@nudlenu***'는 국정원 심리정보국에 근무했던 직원 이 아무개 씨가 운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이 계정을 통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금강산 관광 공약을 비난했고,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 공작원이 개입했을 개연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월 대정부질문 당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며, 민주당은 이 씨를 검찰 고발했었다.
이 씨는 트위터에 "스스로 인질이 되기를 원하는 정신병자가 아닌 다음에야 불안해서 금강산에 갈 사람이 몇 명 있겠느냐. 아주 ×랄을 한다"고 문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을 비난하거나 "세금급식은 대국민 사기극", "모든 어린이에게 똑같은 급식을 강요하니 기본권 침해이며, 세금으로 부자 어린이까지 혜택을 주니 부자 급식"이라며 무상급식 공약도 폄하했다. 박근혜 후보 트위터 계정의 글을 수 차례 리트윗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이 역시 국정원이 운용한 트위터 계정으로 추정한 'gihojo***'는 지난해 10월 "함북 청진에 가면 비석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5.18 때 광주에 급파돼 내려와 반정부 무력투쟁을 주동하다가 숨진 북한공작원 묘라고 한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이 광주 5.18에 개입했다는 것"이라는 글을 작성해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에 처음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5월 조선일보 계열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방송 <TV조선>과 동아일보 종편 <채널A>는 북한군이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와 경고 등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선전을 감행한 셈이어서 정치적 폭발성이 상당하다.
다른 국정원 추정 트위터 계정들은 "민주당이 기어코 내곡동 사저 특검을 하게 된다면 '김대중 대통령 사저엔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있다', '노무현 사저 만들면서 기차역 설계까지 변경해 끌어 왔다더라' 등등의 막말이 오고 갈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며 내곡동 특검법 발의를 비난하거나 "12월 대선에서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온 나라가 빨갱이 천국 된다"고 주장하는 글을 작성했다.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를 향해 "새 정치를 외치던 사람이 벌써 구태정치에 물들었나? 독야청청하라"고 비아냥대는가 하면 "좌파들이 흉악범 사형 반대해서 안철수 문재인 표 많이 떨어졌다"고 사형제 폐지 논란을 대선에 끌어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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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과 특위 소속 김현, 진선미 의원(오른쪽부터)이 6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운영한 SNS 계정의 활동 내역과 작성·전파한 글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트위터 계정 402개에서 글 5만8000개 작성…정치개입 1만6568건"민주당 특위는, 검찰에서 국정원 것으로 추정한 402개 계정 전체에 대한 게시글과 이들 계정에 의해 리트윗된 글 가운데 일부인 5만8000건을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특위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홍보가 5015건"이라며 "국내 정치현안 글의 경우 여야의 핵심 쟁점에 대한 여당 지지, 야당 비판의 글로 넓게는 정치개입인 글이 1만6568건"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국내 정치현안인 4대강 반대, 제주 강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교조, 인권조례, 나꼼수, 곽노현, 진보, 민주노총, 좌파,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정치인 등으로 검색한 결과가 1만4995건"이었다면서 "대선 관련 키워드는 대선후보, 문재인, 문죄인, 박근혜, 안철수, 문 후보, 안 교수, 민주당, 민통당, 통진당, 이정희, 인혁당, 박 후보 등으로 분석한 결과 1673건"이라고 했다.
특위는 "국정원 트위터 계정의 경우 대부분의 게시글을 삭제하고, 수시로 계정을 탈퇴"했다며 전체 규모는 검찰도 파악하기 힘든 상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위는 "(국정원은) 삭제, 탈퇴 등 추적 불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조직적으로 활용해 대선개입, 정치개입을 해왔다"면서 "국정원 추정 트위터(계정)들은 일반 트위터(이용자)들과 달리 일정 시간 후에 자신의 글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써드파티' 종류의 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특위는 국정원이 이같은 종류의 앱을 이용한 또 다른 이유로 "같은 게시글을 수십 개의 보조 계정을 통한 리트윗과 봇(bot) 프로그램으로 여론 확산을 시키기 위해"라고 추정하며 "기존의 트위터 앱과 달리 써드파티 앱은 140자 이상의 글과 사진 여러 장 추가가 가능하며 동시 발송, 봇 프로그램 등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정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들의 행태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특위는 "국정원 계정들의 경우, 처음 가입 이후 매력적인 캐릭터나 사진을 프로필로 올리고 '선팔'(다른 이용자를 먼저 팔로우하는 것)을 통해 팔로워를 급격히 확대해 나갔으며 이후에는 봇으로 전환해 무차별적으로 트윗(게시글)을 확산시켰다"면서 "특히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12월로 향해갈수록 봇으로 급속히 전환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특위는 "402개의 트위터 계정 중 글을 생산하는 트위터 계정(13개 '대장' 계정)은 하루에 40~50건의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고, 리트윗과 봇 프로그램은 5분, 10분 단위로 하루에 수백 번의 리트윗을 통해 수십만, 수천만의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무차별로 글을 확산시켰다"고 했다.
민주당 '국정원법 개혁 추진위원회' 발족…다음주 개혁방안 발표
민주당은 특위의 발표 전후로 국정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또 하나의 세력인 국정원에 대한 개혁 역시 이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법 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수사권 폐지, 국내정보 수집기능 폐지, 정보기관원의 국회 및 정부기관 출입금지, 각종 특례제도 폐지, 상임위 및 예결위 차원의 예산통제 강화 등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 및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개혁방안은 다음 주 중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박영선, 변재일, 민병두, 정청래, 이원욱, 진성준 등은 각각 국정원 개혁 관련 입법안들을 발의한 바 있으며, 당 정책위에서는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 담당 전문위원들이 이들의 안을 조정·통합한 당론 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같은 정책위의 작업은 정책의총도 거쳐야 하는 등 추석 이후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돼, 이 원내대변인이 '다음 주중 발표'를 예고한 개혁 방안은 세부적인 입법안이라기보다는 개혁 방향과 의제들을 정리한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신기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문병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간사로 하는 '국정원법 개혁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전날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위원회는 앞으로 국정원법, 국정원직원법 등 국정원 개혁을 위한 법들의 개정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