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테러 소식이 특별할 것도 없게 된 21세기. EBS `세계의 명화`(매주 토요일 10시)가 다양한 차원의 `폭력`을 조명한 영화들로 2003년의 마지막 달을 장식한다. EBS는 `폭력 미학`을 최초로 스크린에 끌어들인 `와일드 번치`를 비롯, `워리어` `엘 도라도` `킬링 필드` 등 네 편의 영화를 방영해 폭력에 물든 일상의 스산함을 반추할 예정이다.
6일 전파를 탈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Wild Bunch)는 서부 영웅신화의 파괴를 시도한 1969년작 미국 영화다. 영화는 서부영화 특유의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악당`에 대해 `영웅`이 가하는 폭력의 정당성을 되묻는다. 페킨파 감독은 총격전 장면에서 슬로우 모션 장면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편집 테크닉을 구사, 홍콩 느와르 감독 및 할리우드 액션 감독들에게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와일드 번치`는 페킨파 감독의 대표작.
(영화 교과서에 엄청나게 소개되었지만, 실제로 접하기는 힘들었던 대작 서부극. 수정주의 서부극을 잘 만든 샘 페킨파는 14편뿐인 자신의 영화 이력으로 영화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특히 이 영화는 '폭력미학'이란 칭호를 들을 정도로 처절한 폭력을 유려하고도 비장미 넘치게 그렸다. 폭력묘사 때문에 비난도 많이 들었지만, 샘 페킨파의 의도는 전혀 달랐다. 1914년 멕시코 혁명기의 서부극을 통해 60년대 당시 선악이 불분명한 베트남 전쟁을 비판했던 것. 이 영화는 남성다운 무법자들의 의리와 우정, 여섯 대의 카메라가 슬로우 모션으로 찍은 장대한 총격씬의 폭력묘사가 섬뜩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걸작이다. 제작된 지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그 액션의 강렬함으로 인해 영화팬들의 인상에 깊이 박혀 있다. 특히 <콰이강의 다리>의 윌리엄 홀덴과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어네스트 보그나인, <가르시아>의 워렌 오츠 등 명배우들이 나와 강인하고 말수적은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준다. 한편, 샘 페킨파는 아동혐오증이 있는데,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아이들이 전갈을 불태워 죽이는 잔인한 장면이 그 증거. 적극 추천 영화.)
둘째 주인 13일 시청자들을 찾아갈 `워리어`(the warriorsㆍ79년)는 페킨파 감독의 영화 계보를 잇는 월터 힐 감독의 대표작이다. 드라마와 액션, 판타지가 뒤섞여 있는 `워리어`는 폭력적인 뉴욕 갱들의 싸움을 현지에서 촬영해 도시 생활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다. 뉴욕의 빈민 문화와 갱 집단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B급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컬트 영화`라는 평을 얻어냈다.
세 번째로 전파를 탈 `엘 도라도`(EL Doradoㆍ20일 방영)는 독일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를 리메이크한 1988년작 대형 영화다. 신세계 정복에 나선 스페인 군대의 무의미함을 냉혹하리만큼 차가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지나온 역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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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27일 방영될 `킬링 필드`(Killing Fieldㆍ84년)는 국가 권력이 가져온 폭력의 참상을 그린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다. 캄보디아 내란을 취재하던 미국인 기자와 사지에 홀로 남겨진 캄보디아인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제도나 사상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을 고발한다. 백인 우월주의가 다분히 내포돼 있다는 비판도 받지만 인간의 숭고함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 중 하나다.
(아카데미 촬영상, 편집상, 남우조연상 수상작품.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헹 S. 노어가 실질적인 주인공인데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이 눈물을 자아낸다.)
첫댓글 심영섭 선생님 강의 들을 때 잠깐 봤던 거라 꼭 보고 싶었는데 드뎌 티비에서 하는 군요!! 꼭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