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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개성공단 기업협의회 부회장(㈜에스제이테크·㈜지에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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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 기업주가 되다 직원을 채용한 지 한 달이 돼 급여를 지급하려고 하니, 북측 당국은 직원들의 급여를 북측 관리기관에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제32조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보수를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회사에서는 노임을 계산해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에 예치하고, 북측의 뜻에 따르지 않았다. 북측 당국에서는 임금 체불 기업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맞섰다. 이 때문에 입주 초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북측 당국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금융·환전 및 시장 시스템이 미비한 북측에서는 달러를 지불할 경우 직원들이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국 총국(북측 관리기관) 담당자들이 회사에 와서 임금을 받아가는 것으로 하고, 5개월 후에야 밀린 급여를 지급했다. 이때 직원들이 자신들의 수령액을 확인하고 본인이 직접 임금대장에 서명하는 등의 직불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개성공단의 경쟁력, 인적 자원의 보고 개성공단에는 우리말로 완벽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고등교육을 받은 양질의 노동력이 있다. 우리 회사에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출신의 인재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개성 현지의 고려성균관대학교와 기타 전문대학 출신까지를 망라한다면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이 전체 직원의 40%에 육박한다. 이 뿐만 아니라 북측은 의무교육 11년을 보장하고 있어 100%의 직원이 고졸 학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개성은 인력 운용과 기술 보호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중국은 인력 이동이 심해 신년 휴가를 갔던 종업원들의 20~30%가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해마다 만성적인 생산 차질 문제와 기술 유출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 비하면 개성은 훈련시켜 놓은 인재들이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인력 운용 및 기술 보호 입장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성과를 판단하는 단적인 지표는 본 단지 분양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회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초창기 입주기업들은 100만 평(3.3㎢) 본 단지 분양에 참여해 추가로 공장부지를 분양받았다. 만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손해를 봤거나 앞으로 개성의 발전전망이 불투명했다면 아무도 추가 분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평화의 보루 개성공단, 인내와 사명감으로 가는 길 2006년 중반 이후에 개성공단 기업들은 큰 시련을 맞았다. 북한에서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10월 핵실험 등을 강행해 세계 여론을 들썩이게 만든 것이다. 주재원들에게는 신변을 염려해 “개성에서 근무하는 것이 불안하면 당장 내려오라”고 했지만, 주재원들은 한 명도 움직이지 않고 개성공단을 지켜냈다. 북측 직원들에게는 “개성의 문이 일시적으로라도 닫히면 자율적으로 공장을 관리하고 설비를 유지하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개성 직원들과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한 미국 취재기자가 개성공단을 방문해 “이렇게 평화롭게 함께 일하는데, 혹 연출된 상황이 아니냐”고 질문할 정도로 당시의 상황은 평화 그 자체였다.
2008년 12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초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인내와 사명감으로 이겨냈다. 이후에도 천안함 사건과 5·24조치,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쉽지 않은 고비들을 넘기고 있다. 만약 개성공단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면 남북관계는 극단적 상황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60여 년 분단사에서 가까스로 열매 맺은 상생과 화합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닫혀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많은 뜻있는 이들의 관심과 격려가 간절히 필요하다. 현재 개성공단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수급이 힘들다는 점이다. 개성시내의 가용 노동인력이 대부분 공단에 취업했고, 이제는 졸업하는 학생들을 바라봐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외곽의 인력들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거리가 멀어 야근을 하지 못하는 등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 개성공단이 성립되는 과정에서도 관과 민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관계 개선을 추진해 좋은 열매를 거뒀듯, 지금의 인력 문제 역시 민관이 해결책을 찾아주길 바란다. 북·중 국경에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북중경제협력으로 인해 개성공단은 경쟁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동북3성의 개발에 북측의 지하자원과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국 쪽에 이미 합숙소를 건설해 북측의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 방대한 규모의 지하자원에 이어 인력자원까지 중국에 기득권을 내어준다면 향후 남북경제협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늘, 우리의 선택은 마치 10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향후 100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100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희망찬 100년 미래를 기다리고 바라며 대승적 차원의 결단과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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