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이버 예비군
사이버 세계는 육·해·공·우주 다음의 제5전장(戰場)이다.
예비군 훈련, 아니 실전도 자택이나 개인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서 치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아직 한국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국방부는 국내외 사이버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사이버 전투병’ 양성 방안의 일환으로 ‘사이버 예비군’을 운영 중이며, 이를 대폭 늘리는 방안까지 세우고 있다. 이런 사실은 최근 ‘사이버 작전을 위한 과업 분석’이란 미 국방부 공식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이버전에서도 우수한 인력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군이 사이버 인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사이버 분야에서 유능한 재능과 기술을 가진 인재일 경우, 민간영역에서 얼마든지 고연봉 직장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군은 예산상 민간기업 수준의 고연봉을 약속하기 힘들며, 설령 예산이 확보되더라도 다른 병과 군인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또 많은 정보기술(IT) 인재들이 기존 군대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자유분방한 생활 태도를 가지고 있다.
미군은 해커 출신 젊은이들을 특채해왔다. 그리고 이들이 군대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과 전문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심리학자 등을 고용해 채용단계부터 이들의 심리구조, 윤리의식, 애국심 등 다양한 측면을 엄격하게 측정하고 또 관리해 왔다.
그러나 아직은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사이버 예비군’이다. IT 전문지식을 갖춘 민간인으로 구성되는데, 평소에는 일반 기업에 다니다가 필요 시 훈련과 전투에 참여한다.
이들은 사이버사령부 산하 133개 팀에 분산 배치돼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지시·통제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일반 민간기업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IT 관련 분야를 교육받고 실습할 기회, 그리고 애국심을 발휘할 기회다.
사이버 세계는 육·해·공·우주 다음의 제5전장(戰場)이다.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보여주듯 이미 ‘사이버 저강도 전쟁’이 시작된 상태이다.
한국도 사이버 전력을 대폭 확충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인재 충원 측면에서 미국과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도 ‘사이버 예비군’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IT 강국이지만 벤처 토양은 척박한 실정인 것이 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