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기차가 실질적으로 공급되는 첫해다. MB정부 5년 동안 생산된 전기차 1천여대는 모두 공공용으로 공급된 반면, 작년 말부터는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민간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160여대의 전기차가 제주도에 공급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올해에도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다. 올해 제주도지역에 공급될 민간용 전기차는 1천 300여대 정도이다. 지난 수년간 공급된 양 전체를 능가한다. 중앙정부의 보조금과 지자체의 보조금이 2천여만원이 넘어 실질적인 민간 부담액은 나머지 2천여만원 정도다. 또 국산 전기차에 수입 전기차가 가세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여러 지자체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전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이며 좋은 징조이다.
혹자는 이러한 물량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회의적일 수도 있다. 최근 국제 사회의 환경적인 규제와 친환경 차의 필요성 등을 생각하면 전기차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의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가 대체한다’는 주장보다 ‘현실적 조건에 맞는 강력한 친환경 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 뜻이 통한다.
원천 기술과 표준 기준을 미리 확립해 차세대 자동차 분야의 선점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는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1천 여대 공급이 성과의 전부인 반면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은 민간용 판매가 훨씬 이전부터 진행됐다. 이는 관련해 노하우가 상당히 쌓여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한 민간용 전기차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전기차 애프터마켓은 이제야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나마 위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제주도라는 특화된 지역이다. 제주도는 이미 민간용 공급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전기차의 필수적인 요소인 ‘충전 인프라’가 면적당 세계 최고 수준인 지역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주민들의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높아서 중앙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의 성공 여부는 국내 전기차 활성화의 잣대가 될 것이다. 오는 3월 15일부터 제주도 중문에서 펼쳐지는 국제 전기차 엑스포는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세대형 전기차의 개발과 공급이다. 우리 국산 전기차는 아직 제대로 된 양산형 전기차라고 평가할 수 없다. 양산형 전기차 전문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라인에서 엔진과 변속기를 빼내고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일종의 개조 전기차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기존의 라인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는데 당장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러한 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생산 측면에서 필요 없는 부품이 포함돼 무게도 무거워지며, 전기차 고유의 색깔을 내는데 한계가 나타난다. 비용·효율·운행 특성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현재 국산 전기차는 모두가 이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가장 주목을 받는 모델은 바로 BMW i3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됐고 가격도 4천 500만원에서 5천만원 사이 정도로,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 특히 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전기차종과 달리 플랫폼부터 설계에 이르기까지 오직 전기차 생산만을 위한 시스템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BMW i3는 전기차에 가장 영향을 주는 무게를 낮추기 위해 탄소섬유와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돼 무게를 400Kg 이상을 줄여 가벼우면서도 날렵한 신체를 가졌다.
이 모델은 오는 5월 국내 시장에 선을 보인다. 그나마 전기차 개발에 소홀했던 현대차 그룹이 이제야 본격적인 전용 전기차 개발에 나선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해 2016년을 목표로 BMW i3 같은 경쟁력 있는 전기차 전용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좀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 번의 실수는 시장을 모두 뺏긴다는 경험을 하루빨리 떠올렸으면 한다. 결국 기술도 뒤지고 시장도 뺏기고 뒷북만 치는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올해 국내 시장은 ‘전기차’의 등장으로 여러 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또 현재 가장 민감한 현안인 ‘저탄소 협력금 제도’는 전기차와 국내 경제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루속히 전국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이 구축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 시장이 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