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 SMITH
A Cool Guy With Black Suit Is Comin' Again!
7월 초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 영화 [멘 인 블랙 2]의 홍보 차 한국 땅을 밟은 윌 스미스를 만났다. ''How Are You? My Name Is Will Smith. Nice To Meet You.''라는 매우 일상적이고 격식 넘치는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청하며 가벼운 목례를 건네는 정중한 태도는 조금 예상 밖이었다. 약속된 시간을 넘겨가며 진행되었음에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성실하고 부드러운 매너와 답변으로 일관한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oimusic: 굉장히 옛날 이야기가 될 텐데, 고교 졸업 후 MIT 공대에 진학할 뻔 했다고 들었다.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었다니 굉장한 기회였을 것 같은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후회해 본적은 없나?
Will Smith(이하 Smith):어머니께서 내 진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가수로 나서겠다는 말씀을 미리 드리지 못했다. 사실 대학 진학 문제는 어머니가 먼저 발벗고 나서 준비하신 것이기도 했다. 마침 내가 다니던 고교 선생님 가운데 한 분이 어머님과 절친한 사이였고. 졸업 6개월 전 이미 몇 곡이 완성되어 있었다. DJ 재지 제프 앤 더 프레시 프린스(Jazzy Jeff & The Fresh Prince)를 결성해 데뷔 싱글 ''Girls Ain''t Nothing But Trouble''을 발표했고, 그 다음 이야기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던 탓에, 내 얼굴이 TV에 등장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으셨다. 긴급 가족 회의가 열렸고 아버지께서는 일단 1년의 유예 기간을 주셨다. 어디 한 번 두고보자는 심정이셨을 것이다. 하지만 2집 앨범에 수록된 ''Parents Just Don''t Understand''의 대 히트 덕에 1988년 [그래미]에서 신설한 랩 부문상을 수상하면서 부모님께서도 비로소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손을 들어주신 거다.
음악을 하고 연기에 몰두하는 와중에도 공부의 끈은 놓고 싶지 않다. 아마 내 몸 속 어딘가에는 ''학자''의 피가 흐르고 있나 보다. 문득 배움에 대한 욕구가 솟구칠 때가 있다. 요즘에는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일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있고 그래서 투어 도중에도 개인 교사를 동반해 공부하고 있다. 심리학 역시 전부터 꾸준히 학습 중이고. 지난 날 내가 대학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 혹은 벌충은 앞으로도 평생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공부들이 내가 음악적으로 성숙해지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oimusic: 이따금 비평가들이나 당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반대 세력들로부터의 질타나 비방 혹은 무시하는 발언을 감수해야 할 때도 생길 것이다. 혹 직접 접해본 말들이 있나? 그 가운데는 정말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 같은데.
Smith:누구나 다 그렇고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전혀 사실 무근인 낭설들을 고스란히 받아적어 보도하는 언론 매체의 영향력이란 정말 대단한 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걸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문제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소문들의 대부분이 100%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유명세라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 말들 가운데 좋은 면만 가려 수용하고 다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것에 초연해지는 것도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렇게만 살기에는 너무나 밝고 훌륭하고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더 많다.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oimusic: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MP3 파일을 교환하는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아니, 정말 심각한 것은 MP3 파일을 들어본 음악 팬들이 추후 그 아티스트의 정품 CD를 구입하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어떠한가?
Smith:음악을 만들고 또 판매하는 방식이 또 한 번 변화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반업계는 앞으로 4-5년 안에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은그과도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통제력이나 교통 정리가 조금 불분명한 상태인 것이고.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매력적일 듯 싶다. 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그에 앞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듣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음악하는 목적은 사람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멋진 댄스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내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한가를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음악 팬들의 자유와 욕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음악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통제와 규범 속에서 그런 문화나 기술도 보다 성숙한 정착 과정을 거치게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분명히 그 누군가는 이런 일들이 몹시 성가시고 화나는 일이라 말할 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 역시 이해한다. CD가 안 팔리고 공연이 적자로 돌아서면 음악 활동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음악인도 셀 수 없이 많으니까.
oimusic: 지난 1999년 두 번째 솔로 앨범 [Willennium] 이후 이번에 새로운 앨범 [Born To Reign]을 발표하기까지 달라진 점과 또 그렇지 않은 점은 무엇인가?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분명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Smith:한 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한 샘플링 사용이 문제가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또 세션 맨들이 실제로 연주하는 대신 컴퓨터와 키보드 사운드에 의존해 모든 걸 해결해보려던 것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한 때 나 역시 그랬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다 인간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조금 틀리고 어색하게 들리더라도 사람이 직접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특히 실제 악기의 비중을 높였다. 40인조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현악과 관악 연주를 첨가한 점도 나름대로는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라 생각했다.
oimusic: 새 앨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앨범에 참여한 게스트 뮤지션들의 이름이 전작에서와 달리 매우 낯설어 보인다. 어찌 보면 모험 수를 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래퍼로서 그리고 뮤지션으로 당신이 가진 자신감을 표출한 것인가?
Smith:이제껏 앨범을 만들면서 매번 나는 내 앨범이 내가 정해 놓은 이상적인 단계에 오르기를 소망하고 더러는 좌절하고 하는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그런데 지난 번 [Wild Wild West]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면서 시스코(Sisqo)를 만났고, 그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 정말로 노래 잘 하는 가수를 만나 작업하는 게 내가 원하던 것이었음을 뒤늦게나마 간파해낸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도 꽤 오래 이 바닥에 몸담고 있었으니 그만큼 후배 뮤지션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실력 있는 신인급들을 대거 기용키로 한 점이 전과 달라진 점이다. 트라 녹스(Tra-Knox)라는 친구들과 작업한 것이 그 한 예인데, 그들은 사실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팀이다. 원래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내가 부탁하자 LA까지 날아와 주었다. 그 점도 무척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oimusic: 아직 새 앨범의 전체 음원이 입수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새 영화 [멘 인 블랙 2]에도 삽입된 첫 싱글 ''Black Suits Comin'''' 만을 놓고 본다면 사운드의 측면에서 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듯 싶다. 거친 전기 기타 연주가 등장하는 거도 그렇고. 뭐,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심지어 직접 보컬을 맡은 곡도 있다고 하던데.
Smith:이제 나도 나이가 꽤 들었다. 30대 중반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으로 또는 가사나 사운드의 면에서도 옛 것만을 고수하려는 주의는 아니다. 그리고 매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은 이 한 장의 앨범이 그간 내가 살아 온 인생의 궤적을 고스란히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앨범 가운데 ''Willow Is A Player''라는 곡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내가 직접 보컬 파트에 참여한 곡이다. 스스로 뛰어난 보컬리스트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일단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곡을 듣고 무척 즐거워했으니 일단 다양한 세대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내 의도가 어느 정도는 제대로 반영된,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oimusic: 방금 답변을 통해 인정했듯, 당신은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고, 부양해야 할 가족도 거느리고 있다. 아무리 다 이해하고 감싸주는 게 가족이라지만, 그래도 아쉬울 때, 보고 싶을 때 곁에 없으면 투정도 좀 부리게 될 텐데. 개인적인 생활과 일과의 간극을 조화하고 꾸려나가는 당신만의 묘책이 있나?
Smith:나는 음반 작업을 할 때, 스튜디오에서만 모 든 것을 진행하는 편이 아니다. 집에도 스튜디오가 갖춰져 있다. 흔히들 홈 스튜디오라 부르는 그것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녹음 작업이 진행될 때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별로 없다. 자식이 둘 있는데, 그 가운데 큰 아들 녀석도 아직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대신 가정 교사를 두어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 원한다면 하루 종일 이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아내 역시 나름의 일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의 활동 시간대가 잘 조율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심심하고 허전해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자식들도 번갈아 돌보고 놀아줄 수 있어 좋다.
oimusic: 스스로에 대해 돌이켜볼 때 너무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물론 잘 알아서 감당하고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면,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말이다.
Smith:나는 인생을 멀리 내다보고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체질이 아니다. 몸은 좀 바빠 보일 지 모르지만 실제로 나는 내 한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나름대로 한정지어 놓은 한계선은 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에 대해 움츠러들고 회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인생에 다양한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택 사양이라고 할까? 배우로 또 래퍼로 충분히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앞일이야 또 언제 어떻게 돌변할 지 모르는 일이다.
oimusic: 당신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자니, 영화 속이나 TV 브라운관을 통해 보아온 이미지들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많이 놀랐다. 너무나 진지하고 점잖고 또 차분한 사람인 것 같다.
Smith:인간성이나 성격 그리고 됨됨이란 것도 결국 어느 한 가지특성으로 한정 지어질 수는 없는 부분이다. 누구와 만나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그에 앞서 내가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일이야말로 영원한 숙제라는 생각이 들고. 실제의 내 모습은 영화 속에서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집중력이 있으며 직업 의식도 투철한 사람이다. 영화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 과장된 캐릭터의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없다. 우리의 실제 삶이 어찌나 거칠고 또 고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리 거친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즐기는 타이프의 사람도 아니다.
oimusic: 어디에선가 ''빅 윌리 스타일(Big Willie Style)''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당신의 솔로 데뷔 앨범 제목과 같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뿐 아니라 이제껏 이야기했던 당신의 인간적인 부분까지도 통칭하는 의미가 될 것 같은데.
Smith:마피아 영화 같은데 등장하는 보스를 속어로 ''윌리''라고 부르곤 했다. 마침 내 이름도 ''윌''이니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이름인가? 게다가 내가 키가 좀 큰 편이니 ''빅 윌리''라 불리는 것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악당 두목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고, 그저 인생에 있어서나 음악적인 면에 있어서 ''내가 스스로 책임지고 통제, 통솔해 나가겠단 의미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랩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최고의 존재로 우뚝 서되 스스로 즐기며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주위의 사소한 반대나 저항 같은 것은 확고한 의지(will)로 이겨낼 수 있다. ''빅 윌리''는 한 마디로 말해 주인이자 왕이다.
하지만 역시나 그럼에도 많은 여지를 남겨두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삶을 지향한다는 점도 밝혀두고 싶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즐겨 해주신 말씀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만리장성이 하룻밤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인데, 하루에 한 장 혹은 두 장씩 선별해 정성껏 쌓은 벽돌들이 모여 그런 거대한 건축물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조금씩 내 경력과 인성과 성공을 쌓아가고 있고 그 것이 하루 아침에 대단한 업적이나 결과물로 드러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순간의 영예보다는 후세에 어떻게 기록되느냐를 더 중시한다. 작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그에 정진하는 삶을 더 선호한다. 인생에 대해 너무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내 스스로를 두렵게 만든다. 때론 아찔 아찔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다.
oimusic: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당신에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미래상 같은 것을 묻는 것은 넌센스일 것 같다. 그렇다면 방금 당신이 말한 더 작은 목표(smaller goal)에 대해 더 묻기로 하겠다. 지금 현재 당신이 품고 있는 더 작은 목표는 무엇인가?
Smith:더 작은 목표? 이 인터뷰에 성의껏 임해 좋은 답변을 해 주는 일이다. 한국 팬들이 나에 대해 보다 깊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당신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충분히 재미있고 내용도 실하게 답했는지 궁금하다.
oimusic: 최근 어떤 영화 사운드트랙을 통해 예전 당신이 크게 히트시켰던 ''Parents Just Don''t Understand''가 리메이크된 것에 대해 알고 있나? 그것도 릴 바우 와우(Lil'' Bow Wow)라는 깜찍한 10대 래퍼에 의해서 말이다. 그 노래 들어봤나? 기분이 어떤가?
Smith:물론. 알고 있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늙었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인생이 다 그런 거겠지만. 보통 리메이크는 좀 더 경륜이 쌓이고 나이가 지긋한 아티스트의 것이 주요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니 너무 비관할 생각은 없다. 하하. 앞으로 이런 일이 잦아진다면 내가 음악적으로도 무언가 업적은 남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흐뭇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