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도 단김에 빼라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은,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에 해치우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쇠뿔도 손대었을 때 뽑아버려라’와 같다.
‘단김에’란 부사는 ‘단+김+에’, 즉 ‘뜨겁게 달아 있는 김에’가 줄어진 말이다. 그러니 쇠뿔을 뺄 때는 기술이 필요한데, 뜨겁게 달아 있을 때 빼야 잘 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쇠뿔 빼는 것을, 소머리에서 직접 쇠뿔을 달구어 빼는 것으로 아는 이가 많다. 그러나 쇠뿔 빼는 과정은 그런 것이 아니다. 쇠뿔은 속에 뼈가 있고 그 겉을 각질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쇠뿔에서 쓸모 있는 것은 속뼈가 아니라, 겉을 싸고 있는 각질 부분이다. 이것을 가공하여 나전칠기와 같은 세공품의 재료로 쓰는 것이다. 이것을 화각공예라 하는데 우리 전통공예의 하나다.
화각공예에 쓰이는 소의 뿔은 2~3년 정도 된 수소의 뿔이 좋다고 한다. 암소의 뿔은 속이 휘거나 속이 비어 있고, 늙은 소는 투명하지 않아서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쇠뿔의 각질 부분과 속뼈를 분리할 때는, 쇠머리에서 잘라낸 쇠뿔을 뜨겁게 삶아서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그래야 속뼈와 거죽이 잘 분리된다. 다시 말하면 거죽이 잘 빠진다.
쇠뿔을 단김에 뺀다는 것은 소머리에 달린 쇠뿔을 달구어 빼는 것이 아니라, 소머리에서 잘라낸 쇠뿔을 달구어 껍데기를 빼는(분리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화각공예는 회화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는 각질공예로서 나전칠기(螺鈿漆器)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고유의 전통 왕실 공예일 뿐 아니라, 동양 공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이한 공예이다. 이 공예의 특징은 투명도가 높은 쇠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펴 각지(角紙)를 만든 다음, 뒷면에 오색찬란한 단청안료(丹靑顔料)로 갖가지 문양을 그리고 채색하여 목기물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것이다.
색채는 적․청․황․백․흑 등 오색을 기본으로 하여 비교적 명도가 높은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실내 분위기를 화사하고 생기 있게 해 준다. 표면에 광택을 칠하여 채색이 잘 벗겨지지는 않지만 튼튼하지 못하여 보존이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재료가 귀하며 공정이 까다로워 생산이 많지 않았으므로, 왕실이나 특수 귀족층들의 기호품이나 애장품으로 이용되었고 일반 대중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 공예품이다.
화각은 화각(畵角)․화각(畵刻)․화각(花角)․화각(火角) 등으로 표기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화각(畵角)으로, 일본에서는 화각(華角)으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畫角으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華角으로 표기되어 있다. 화각 제품으로는 자[尺]․실패․빗․반짇고리․경대․베갯모․패물함 등 주로 여성용의 작은 기물에 이용되었다.
첫댓글 가끔 듣는 속담이였지만 쇠뿔의 겉을 싸고있는 각질 부분을 가공하여 귀한 공예품으로 완성 되기까지 특이한 과정을 거치는 군요?
박사님 덕분으로 오늘도 배움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은 선생님 늘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