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 아니 에르노 / 김선희 / 열림원
이 기록은 아니 에르노가 1983년 12월부터 1986년 4월 28일까지 기술한 어머니에 대한 병상 일기로 보인다.
책 제목은 에르노 어머님이 쓰신 마지막 문장이라고 한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내가 이전에 읽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 [단순한 열정]처럼 마치 그녀가 겪은 실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소설이 나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한 수없이 많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과 매주 또는 필요시 어머니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고 또 죄송스럽고 두렵다. 주인공도 어머니가 그렇게 가까이 있어도 죄책감과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데, 하물며 나의 경우에는 어쩌랴!
치매를 앓다가 떠나는 어른을 모신 경험이 있다면, 같은 처지에서 이 소설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고,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은 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그 환경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조금이라 함은,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은 나에게는 아주 평범한 병상 일기로 읽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평범한 이 책의 내용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또 평가되는 것은, 진리란 아주 평범한 인간의 삶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구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를 보내는 것은 나를 정리하는 것이고, 보낼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그 사람을 온전히 나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이면서도 '그녀'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