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0일 연중 28주간 금요일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7
그때에 1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서로 밟힐 지경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2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3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 데에서 들을 것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4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5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6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7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스탕달 증후군과 베블런 효과
사람의 심리적 상태는 정말 예측할 수 없어서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의 계속적인 연결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질병도 생기고 심리적인 병도 많습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증후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증후군(症候群 : syndrome)이란 어떤 공통성이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총괄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증세를 표현할 수 있으나 어떤 특정한 병명을 붙이기에는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들 증세들이 그 정도가 심하고 반복적이며 만성화되어 신체, 심리, 사회 및 직업 활동상의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에는 정신 의학적인 중독현상으로 간주하며 치료를 해야 한답니다. 최근에는 의학용어를 넘어서서 신문, 방송 등에서 흔히 사용하므로 하나의 유행어가 되어 많은 증후군을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신드롬이라 하여 무엇이든 다 신드롬이라 부르고 싶어 하는 증후군이 생겨날 정도로 신드롬이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한편,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특정 인물을 우상시하고 모방하는 문화 현상이 만연해 있는데 이러한 병적 현상을 신드롬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내가 요즘 깊이 빠져 있는 신드롬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스탕달 증후군’이라는 것입니다. [명작이나 명품, 위인, 연예인, 미인 등을 접촉한 후 자아상실, 정서혼란, 의기소침, 피해망상 증세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답니다. 멋진 작품이나, 잘생긴 사람을 보고 난 뒤, 자신의 작품이나, 자신의 애인 혹은 스스로가 외모나 지식이나 정신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어 스스로의 자괴감에 빠지고 자신감을 상실하는 증후군]이랍니다. 그 동안 나는 참 열심히 살았고, 잘 살았다고 자부하면서 살았는데, 참 재미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거나 드라마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엉터리로 살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못 살았다고 자괴감에 빠진 나를 보고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2,000원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로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참으로 사치스럽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고, 감사하며, 기뻐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답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내 처지를 비관하고, 돈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탕달 증후군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황금만능주의가 빚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회 경영학 용어 중에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有閑階級論)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베블런은 이 책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고 꼬집었습니다.
베블런효과는 상류층 소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비 행태로,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값비싼 귀금속류나 고가의 가전제품, 고급 승용차 등은 경제상황이 악화되어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무조건 남의 소비 성향을 좇아 한다는 뜻에서 소비 편승효과라고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소비현상으로,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에서 유래한 속물효과와 비슷하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 사이에 명품 소비 열풍이 일면서 일명 ‘명품 족’으로 불리는 ‘럭셔리제너레이션’(Luxury Generation)도 등장하였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극소수의 상류층 고객만을 상대로 벌이는 마케팅전략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ople) 마케팅 기법도 등장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온갖 위선을 일삼는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고 그들을 통해서 가지게 되는 스탕달 증후군에 걸리지 말고, 또한 베블런 효과에 현혹되지 않고, 하느님만을 경외하고 믿으며, 그 말씀에 따라 살기를 다시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당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편안함과 안락함을 버리시고, 모욕을 당하시고, 가난에 찌들어 사시고, 십자가를 지시고, 처절하게 죽으셨는가를 묵상하면 나의 그러한 자기 비하나 무조건 내 삶이 잘못 된 것이라고 단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그 엄청난 은총과 사랑으로 나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들과, 가장 잘생긴 사람들과, 가장 학식이 높은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기가 죽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내 머리카락의 수까지 모두 세어두신 주님 앞에서 돈이 학식이 조금 많다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잘 생겼다고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닮으려고 허황된 욕심을 부리지는 않고 내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면서 모든 세상을 가진 것 같고, 주님께서 그 맑은 당신의 품안에 빠져 들기를 기다리시는데 애써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우울했던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싶은 것입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