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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3196]백거이(白居易)한시 모음 2부 176수
백거이(白居易)한시 모음 1부에 이어서
부서지(府西池)-관아 서편 연못에서-백거이(白居易)
柳無氣力枝先動(류무기력지선동) : 가녀린 버드나무, 가지 먼저 흔들리고
池有波紋冰盡開(지유파문빙진개) : 얼음 풀려 흐른 못물에 파문이 이는구나.
今日不知誰計會(금일부지수계회) : 누가 일 꾸몄는지 오늘은 모르지만
春風春水一時來(춘풍춘수일시내) : 봄바람, 봄물결이 일시에 찾아왔구나.
강루월(江樓月)-강변 누각의 달-백거이(白居易)
嘉陵江曲曲江池(가릉강곡곡강지) : 가릉의 강굽이에 곡강의 연못 있어
明月雖同人別離(명월수동인별리) : 밝은 달은 같은데 사람들만 이별했구나.
一宵光景潛相憶(일소광경잠상억) : 하룻저녁 광경을 잊었다가 기억하니
兩地陰晴遠不知(양지음청원부지) : 두 곳의 흐리고 맑음을 멀어서 모르겠다.
誰料江邊懷我夜(수료강변회아야) : 누가 생각이나 하랴, 나를 생각하는 밤
正當池畔望君時(정당지반망군시) : 그 밤이 못가에서 그대 그리는 바로 이 시간임.
今朝共語方同悔(금조공어방동회) : 오늘 아침 함께 나눈 말들, 후회스러우니
不解多情先寄詩(부해다정선기시) : 다정을 몰라서 내가 먼저 시를 지어 부쳐버렸소.
강상적(江上笛)-강 가의 피리소리-백거이(白居易)
江上何人夜吹笛(강상하인야취적) : 강가에 어떤 사람, 밤에 피리 부니
聲聲似憶故園春(성성사억고원춘) : 소리마다 고향의 옛 봄날을 그리는 듯.
此時聞者堪頭白(차시문자감두백) : 이 시간 듣는 사람, 늙음도 잊으리니
況是多愁少睡人(황시다수소수인) : 근심 많고 잠적은 사람이야 어떠할까.
야심행(夜深行)-깊은 밤, 길 걸으며-백거이(白居易)
百牢關外夜行客(백뇌관외야항객) : 관 외의 모든 집을 밤길 걷는 사람
三殿角頭宵直人(삼전각두소직인) : 삼 전각 꼭대기에서 한밤에 번 서는 사람.
莫道近臣勝遠使(막도근신승원사) : 근신이 원신보다 낫다고 하지 말라
其如同是不閒身(기여동시부한신) : 그들도 이처럼 한가하지 않은 몸이라오.
강안이화(江岸梨花)-강언덕 배꽃-백거이(白居易)
梨花有意綠和葉(이화유의녹화섭) : 배꽃에 정감 있어 푸르기가 나뭇잎 같아
一樹江頭惱殺君(일수강두뇌살군) : 강 가의 배나나무가 그대를 뇌살하는구나.
最似孀閨少年婦(최사상규소년부) : 과부 방, 젊은 아낙과 꼭 같나니
白粧素袖碧紗裙(백장소수벽사군) : 흰 분칠, 흰 소매 그리고 푸른 비단 차마라.
억원구(憶元九)-원씨네 아홉째 아들을 생각하며-백거이(白居易)
渺渺江陵道(묘묘강능도) : 아득하다, 강릉가는 길
相思遠不知(상사원부지) : 그리워도 멀어서 알지 못한다.
近來文卷裏(근내문권리) : 근래의 글들 중에서
半是憶君詩(반시억군시) : 절반은 그대 그리는 시로구나.
병기(病氣)-병 증세-백거이(白居易)
自知氣發每因情(자지기발매인정) : 정 때문에 병나는 것, 나는 알아
情在何由氣得平(정재하유기득평) : 정이 어디 있어야, 병세가 나아지나.
若問病根深與淺(야문병근심여천) : 병 뿌리의 깊음과 엷음 묻는다면
此身應與病齊生(차신응여병제생) : 이 몸은 반드시 병과 함께 살고 싶어라.
야좌(夜坐)-밤에 혼자 앉아-백거이(白居易)
庭前盡日立到夜(정전진일립도야) : 종일토록 뜰 앞에 선채 밤이 되니
燈下有時坐徹明(등하유시좌철명) : 등잔 아래에서 때로는 앉은 채로 날이 밝는다.
此情不語何人會(차정부어하인회) : 이런 내 마음을 말하지 않으니 누가 찾아올까
時復長吁一兩聲(시복장우일량성) : 가끔씩 다시 길게 나오는 한 두 번의 탄식소리.
주와(晝臥)-대낮에 혼자 누워-백거이(白居易)
抱枕無言語(포침무언어) : 말없이 베개를 안고 누우니
空房獨悄然(공방독초연) : 홀로 있는 빈 방이라 처연하구나.
誰知盡日臥(수지진일와) : 누가 알겠는가, 종일 혼자 누워있어도
非病亦非眠(비병역비면) : 병든 것도, 잠자는 것도 아닌 것임을.
유감(有感)-유감스러워-백거이(白居易)
絶絃與斷絲(절현여단사) : 백아의 의리와 맹모의 교훈
猶有却續時(유유각속시) : 여전히 시대를 이어가야 하나.
唯有衷腸斷(유유충장단) : 오직 단장의 슬픔만 있을 뿐
無應續得期(무응속득기) : 이어야 하지만 기약할 수 없구나.
답우문(答友問)-친구의 물음에 답하여-백거이(白居易)
似玉童顔盡(사옥동안진) : 옥 같았던 아이 얼굴 다하고
如霜病鬢新(여상병빈신) : 서리 같은, 병들고 희어진 귀밑머리.
莫驚身頓老(막경신돈노) : 놀라지 말라, 몸 갑자기 늙었다고
心更老於身(심경노어신) : 마음은 몸보다 더욱 쉽게 늙어 가리라.
문충(聞蟲)-벌레소리 들으며-백거이(白居易)
闇蟲喞喞夜緜緜(암충즐즐야면면) : 어디선가 벌레소리, 밤마다 끝없는데
況是秋陰欲雨天(황시추음욕우천) : 어둑한 가을구름에 비 내릴 듯한 날에야.
猶恐愁人暫得睡(유공수인잠득수) : 두려워라, 수심 겨운 사람 잠시 잠들다
聲聲移近臥床前(성성이근와상전) : 벌레소리 가까워 지져, 침상 앞에 눕는다.
한식야유회(寒食夜有懷)-한식날 밤, 감회에 젖어-백거이(白居易)
寒食非長非短夜(한식비장비단야) : 한식날, 길지도 짧지도 않은 밤
春風不熱不寒天(춘풍부열부한천) : 봄바람은 덥지도 춥지도 않도다.
可憐時節堪相憶(가련시절감상억) : 가련하다, 서로가 그리운지 이 시간
何況無燈各早眠(하황무등각조면) : 어찌 등불도 없이 일찍 잠들 수 있나.
야좌(夜坐)-밤에 혼자 앉아-백거이(白居易)
斜月入前楹(사월입전영) : 지는 달빛은 앞 기둥으로 드는데
迢迢夜坐情(초초야좌정) : 아련해지는 밤, 홀로 앉은 내 마음이여.
梧桐上階影(오동상계영) : 오동나무는 섬돌 위로 그림자 지우고
蟋蟀近牀聲(실솔근상성) : 귀뚜라미 다가와 침상 가까이 우는구나.
曙傍窓間至(서방창간지) : 새벽빛 창문 사이로 들어오고
秋從簟上生(추종점상생) : 가을은 대자리 위를 따라 오는구나.
感時因憶事(감시인억사) : 계절을 느끼니 온갖 일들 생각나
不寢到雞鳴(부침도계명) : 잠 들지 못한 채로 새벽닭이 우는구나.
촌거1(村居1)-시골에 살며-백거이(白居易)
田園莽蒼經春早(전원망창경춘조) : 짙푸른 교외, 봄은 일찍 가고
籬落蕭條盡日風(이낙소조진일풍) : 쓸쓸한 울타리에 좋일토록 바람만 분다.
若問經過談笑者(야문경과담소자) : 지나며 담소하는 사람이 물으면
不過田舍白頭翁(부과전사백두옹) : 다만 시골집 사는 백발 늙은이랍니다.
촌거2(村居2)-시골에 살며-백거이(白居易)
門閉仍逢雪(문폐잉봉설) : 문이 닫히면 바로 날리는 눈 맞고
廚寒未起煙(주한미기연) : 차가운 부엌에는 불도 피우지 못한다.
貧家重寥落(빈가중요낙) : 가난한 집안살림 더욱 요락해져서
半爲日高眠(반위일고면) : 반나절이 다 되도록 잠만 자고 있다.
조춘(早春)-이른 봄날-백거이(白居易)
雪散因和氣(설산인화기) : 따뜻한 기운으로 차가운 눈 흩어져
氷開得暖光(빙개득난광) : 얼음이 풀리니 따뜻한 봄빛 비친다.
春銷不得處(춘소부득처) : 봄에 다 녹으면 얻을 곳 없지만
唯有鬢邊霜(유유빈변상) : 오직 귀밑머리에 서리 있을 뿐이어라.
왕소군1(王昭君1)-왕소군-白居易(백거이)
滿面胡沙滿鬢風(만면호사만빈풍) : 얼굴에 가득 오랑캐 모래, 귀밑머리 바람 가득
眉銷殘黛臉銷紅(미소잔대검소홍) : 눈썹에 먹자국, 뺌에는 빨간 연지자국 남았구나.
愁苦辛勤憔悴盡(수고신근초췌진) : 근심과 고통, 고난에 초췌하고 말라버린 몸
如今却似畫圖中(여금각사화도중) : 지금의 모습이, 잘못 그린 그림 속 얼굴 같구나.
왕소군2(王昭君2)-왕소군-白居易(백거이)
漢使却廻憑寄語(한사각회빙기어) : 한나라 사신 돌아와 부치는 말
黃金何時贖蛾眉(황금하시속아미) : 황금으로 어느 때에 미인의 눈썹 되살까.
君王若問妾顔色(군왕야문첩안색) : 임금님 만약 내 안색 물으시면
莫道不如宮裏時(막도부여궁리시) : 대궐에 있을 때보다 못하다 하지 마세요.
야설(夜雪)-밤에 내린 눈-백거이(白居易)
已訝衾枕冷(이아금침랭) : 춥다고 여겼더니 이부자리 차가워
復見窓戶明(부견창호명) : 창문이 밝아옴을 이제 다시 보는구나.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 : 밤이 깊어 눈 많이 내린 것 알겠으니
時聞折竹聲(시문절죽성) : 때때로 대나무 꺾어지는 소리 들린다.
억강남1(憶江南1)-강남을 기억하며-백거이(白居易)
江南好(강남호) : 강남이 좋았더라
風景舊曾諳(풍경구증암) : 그 옛날 풍경 눈에 선하다.
日出江花紅火(일출강화승화) : 일출의 강꽃은 불보다 더 붉고
春來江水綠如藍(춘래강수록여람) : 봄의 강물은 쪽빛 같았더라
能不憶江南(능불억강남) : 어찌 강남 땅을 기억하지 않겠는가.
모별자(母別子)-어머니가 자식을 이별하며-백거이(白居易)
母別子(모별자) : 어미는 자식을 이별하고
子別母(자별모) : 자식은 어머니와 이별하니
白日無光哭聲苦(백일무광곡성고) : 태양도 빛을 잃고 울음소리 처절하다.
關西驃騎大將軍(관서표기대장군) : 관서의 표기 대장군
去年破虜新策勳(거년파로신책훈) : 작년에 오랑캐 격파하고 새로 공을 세워
勅賜金錢二百萬(칙사김전이백만) : 이 백만 량 상금 받아
洛陽迎得如花人(낙양영득여화인) : 낙양에서 꽃 같은 미인을 맞았도다.
新人迎來舊人棄(신인영래구인기) : 새댁을 맞아들이고 옛 아내를 내버리니
掌上蓮花眼中刺(장상연화안중자) : 새댁은 손안의 연꽃, 옛 사람은 눈 안의 가시
迎新棄舊未足悲(영신기구미족비) : 새 각시 얻고서 조강지처 버린 일은 슬프지 않으나
悲在君家留兩兒(비재군가유양아) : 그대 집에 남겨 둔, 두 아들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一始扶行一初坐(일시부행일초좌):한 놈은 이제 걸음마하고, 한 놈은 겨우 혼자 앉는데
坐啼行哭牽人衣(좌제행곡견인의) : 두 아이 울며불며 옷자락에 매달린다
以汝夫婦新婉(이여부부신완) : 그대들 부부 되어 새로 사랑함이
使我母子生別離(사아모자생별리) : 우리 모자를 생이별 시켰도다
不如林中烏與鵲(부여임중오여작) : 우리 신세 숲 속의 까마귀와 까치만도 못하구나.
母不失雛雄伴雌(모부실추웅반자) : 어미 새도 새끼 잃지 않고 암수가 짝을 짓거늘
應似園中桃李樹(응사원중도이수) : 우리 모자는 뜰 안의 복숭아와 오얏 같아
花落隨風子在枝(화락수풍자재지) : 바람에 꽃잎 지고, 열매만 가지에 남았구나.
新人新人聽我語(신인신인청아어) : 새댁이여, 새댁이여! 내 말 좀 들어보소.
洛陽無限紅樓女(낙양무한홍루여) : 낙양 많은 홍루에 미인도 많아
但願將軍重立功(단원장군중입공) : 장군이 다시 한번 무공 세우신다면
更有新人勝於汝(갱유신인승어여) : 다시 너보다 더 예쁜 새댁을 맞으리라
상양인(上陽人)-상양 사람-백거이(白居易)
上陽人上陽人(상양인상양인) : 상양궁의 궁녀여
紅顔暗老白髮新(홍안암노백발신) : 홍안은 이미 늙고 백발만 새로워
綠衣監使守宮門(녹의감사수궁문) : 푸른 옷의 궁지기가 궁문을 지킨다.
一閉上陽多少春(일폐상양다소춘) : 상양궁에 갇힌 세월 그 얼마이던가
玄宗末歲初選入(현종말세초선입) : 현종 말년에 처음 뽑힘에 들어
入時十六今六十(입시십육금육십) : 열여섯에 입궐하여 지금은 육십이라
同時采擇百餘人(동시채택백여인) : 같은 때, 뽑힌 궁녀 백여 명이었으나
零落年深殘此身(영락년심잔차신) : 시들고 늙어 죽어 이 몸만 남았구나.
憶昔呑悲別親族(억석탄비별친족) : 지난 슬픔 삼키며 친척과 이별할 때
扶入車中不敎哭(부입차중부교곡) : 수레에 오르는 나를 잡아주며 울음 달래며
皆云入內便承恩(개운입내편승은):입궐하면 임금의 총애 받으리라 사람들은 말이었다.
臉似芙蓉胸似玉(검사부용흉사옥) : 얼굴은 부용 같고, 젖가슴 옥과 같았는데
未容君王得見面(미용군왕득견면) : 미처 황제의 눈에 들기도 전에
已被楊妃遙側目(이피양비요측목) : 이미 양귀비의 눈 흘김 질투를 받았다
妬令潛配上陽宮(투령잠배상양궁) : 그녀의 질투로 상양궁에 갇히어서
一生遂向空房宿(일생수향공방숙) : 일생을 독수공방으로 지냈었다
宿空房秋夜長(숙공방추야장) : 독수공방하니 가을밤은 길기만 했다
夜長無寐天不明(야장무매천부명) : 밤은 길어 못 이루는 데, 날마저 더디 새었다
耿耿殘燈背壁影(경경잔등배벽영) : 가물거리는 새벽 등잔에 비쳐진 그림자
蕭蕭暗雨打窓聲(소소암우타창성) : 쓸쓸한 밤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春日遲(춘일지) : 봄날은 지루하고 길기도 하다
日遲獨坐天難暮(일지독좌천난모) : 지루하게 홀로 앉은 채로, 날은 저물지 않았다
宮鶯百囀愁厭聞(궁앵백전수염문) : 궁궐 안 꾀꼬리 소리, 수심 겨워 듣기 싫고
梁燕雙栖老休妬(양연쌍서노휴투) : 들보의 짝지은 제비, 늙어서 질투도 않았도다.
鶯歸燕去長悄然(앵귀연거장초연) : 꾀꼬리와 제비가 돌아가니, 오래도록 외로웠고
春往秋來不記年(춘왕추래부기년) : 봄 가고 가을 와도 세월을 기억 못하였다.
唯向深宮望明月(유향심궁망명월) : 오직 깊은 궁궐에서 밝은 달만 바라보며
東西四五百廻圓(동서사오백회원) : 보름달 뜨고 지고, 사 오백 번은 되었었다
今日宮中年最老(금일궁중년최장) : 이제는 궁궐 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大家遙賜尙書號(대가요사상서호) : 천자께서 상서의 호칭을 내리셨다.
小頭鞋履窄衣裳(소두혜이착의상) : 신발 끝이 뾰쪽하고 옷은 좁으며
靑黛點眉眉細長(청대점미미세장) : 푸른 먹으로 그린 눈썹은 가늘고 길어서
外人不見見應笑(외인부견견응소) : 궁궐 밖의 사람이 보면 반드시 웃으리라
天寶末年時世粧(천보말년시세장) : 촌스런 천보 말년의 세태라고이라고 말이요
上陽人苦最多(상양인고최다) : 상양궁의 인생이여, 고생이 너무 심하구나.
少亦苦老亦苦(소역고노역고) : 젊어서도 고생, 늙어서도 고생이로다.
少苦老苦兩如何(소고노고양여하) : 젊어서 고생, 늙어서 고생 이 두 고생을 어찌하나
君不見昔時呂尙美人賦(군부견석시여향미인부) : 그대는 못 보았는가, 옛날 여향의 미인부를
又不見今日上陽宮人白髮歌(우부견금일상양궁인백발가) :
또한 못 보았는가, 오늘날 상양궁인의 백발가를 말일세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모란방(牡丹芳)-모란의 향기-백거이(白居易)
牡丹芳牡丹芳(모단방모단방) : 모란꽃 향기여, 모란꽃 향기여
黃金蘂綻紅玉房(황금예탄홍옥방) : 황금꽃술이 붉은 옥방을 터뜨리니
千片赤英霞爛爛(천편적영하란란) : 천 조각 꽃부리에 노을이 찬란하여라
百枝絳焰燈煌煌(백지강점등황황) : 백 개의 가지에 붉은 점이 등불처럼 찬란하니
照地初開錦繡段(조지초개금수단) : 땅에 비치니 금빛 비단 여러 단이 열리는구나.
當風不結蘭麝囊(당풍불결란사낭) : 바람에 묶지 않은 난초 사향 주머니 같고
仙人琪樹白無色(선인기수백무색) : 신선의 옥나무 깨끗하고 아무 색깔도 없으니
王母桃花小不香(왕모도화소불향) : 서왕모의 복사꽃은 작고도 향기 없도다.
宿露輕盈泛紫艶(숙로경영범자염) : 밤이슬이 가벼이 채서 자주 빛 요염함 넘치고
朝陽照耀生紅光(조양조요생홍광) : 아침 햇빛 비추니 붉은 빛을 내는구나.
紅紫二色間深淺(홍자이색간심천) : 붉음과 자줏빛 깊고 얕음에 차이를 두니
向背萬態隨低昻(향배만태수저앙) : 등을 돌리니 온갖 교태가 아래 위를 따른다.
映葉多情隱羞面(영엽다정은수면) : 잎에 비친 다정함은 부끄러운 얼굴 가리고
臥叢無力含醉粧(와총무력함취장) : 힘없는 듯 누운 꽃떨기 취한 화장을 머금었다
低嬌笑容疑掩口(저교소용의엄구) : 애교 띤 웃는 얼굴 내려 입이 가릴까 하노니
凝思怨人如斷腸(응사원인여단장) : 사람 원망하는 생각이 짙어지니 마음은 애끊는 듯
濃姿貴彩信奇絶(농자귀채신기절) : 농염한 자태와 고귀한 빛이 참으로 기이하니
雜卉亂花無比方(잡훼란화무비방) : 잡된 풀과 어지러운 꽃이 비교할 방법이 없도다.
石竹金錢何細碎(석죽금전하세쇄) : 석죽과 금전화는 어찌하여 가늘게 부서지나
芙蓉芍藥苦尋常(부용작약고심상) : 부용꽃과 작약꽃은 언제나 괴롭구나.
遂使王公與卿相(수사왕공여경상) : 마침내 왕공들과 경사들을 부리어서
游花冠蓋日相望(유화관개일상망) : 기생과 관리들이 매일 서로 바라보겠구나.
痺車軟輿貴公主(비차연여귀공주) : 메추라기 털 수레와 부드러운 수레에 귀족 여자들
香衫細馬豪家郞(향삼세마호가랑) :향기 나는 소매, 날씬한 말은 부호의 아들들이로다.
衛公宅靜閉東院(위공댁정폐동원) : 위공 댁은 고요하여 동쪽 집을 닫았고
西明寺深開北廊(서명사심개북랑) : 서명사 절은 깊어서 북쪽 곁채를 열었도다.
戱蝶雙舞看人久(희접쌍무간인구) : 노는 나비의 쌍쌍춤을 사람들이 본지 오래고
殘鶯一聲春日長(잔앵일성춘일장) : 남은 꾀꼬리 한 소리에 봄날은 길기만 하다
共愁日照芳難駐(공수일조방난주) : 모두가 걱정하는 비춰드는 햇빛에 향기 머물기 어려워
仍張帷幕垂陰凉(잉장유막수음량) : 이에 휘장을 펴서 그늘의 서늘함을 드리운다.
花開花落二十日(화개화락이십일) : 꽃 피고 꽃 떨어지기 이십 일이 되니
一城之人皆若狂(일성지인개약광) : 온 성안 사람들 모두가 미친 듯 행동한다.
三代以還文勝質(삼대이환문승질) : 삼대이래로 도리어 꾸미는 일을 내용보다 좋게 여기니
人心重華不重實(인심중화불중실) : 인심은 화려함 중히 여기고, 내용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重華直至牡丹芳(중화직지모단방) : 화려함을 중요하게 여김은 바로 모란꽃 향기이니
其來有漸非今日(기래유점비금일) : 그것이 내게 천천히 옴은 오늘날의 일이 아니로다.
元和天子憂農桑(원화천자우농상) : 원화 천자는 농사와 뽕나무 일을 걱정하고
恤下動天天降祥(휼하동천천강상) : 아래 사람을 근심하니 하늘을 움직여 상서로움 내리도다.
去歲嘉禾生九穗(거세가화생구수) : 지난해에는 좋은 볍씨가 한 줄기에 아홉 이삭 생산해도
田中寂寞無人至(전중적막무인지) : 오는 사람 아무도 없어 들판의 밭 속에 적막하였다
今年瑞麥分兩岐(금년서맥분량기) : 금년에도 상서로운 보리가 양쪽으로 나누어지니
君心獨喜無人知(군심독희무인지) : 군왕이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함을 아무도 모른다.
無人知可歎息(무인지가탄식) :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니 가히 탄식하리로다.
我願暫求造化力(아원잠구조화력) : 나는 원컨대, 조화옹의 힘을 구하여
減却牡丹妖艶色(감각모단요염색) : 문득 모란의 요염한 색을 줄이고
少廻卿士愛花心(소회경사애화심):높은 벼슬아치들의 꽃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돌려서
同似吾君憂稼穡(동사오군우가색) : 우리 임금님처럼 곡식 심고 추수하는 근심을 함께 하였으면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동파종화1(東坡種花1)-동파에 꽃을 심으며-백거이(白居易)
持錢買花樹(지전매화수) : 돈을 가지고 가서 꽃나무 사와
城東坡上栽(성동파상재) : 성의 동쪽 언덕에 위에 심었다.
但購有花者(단구유화자) : 꽃 피는 나무만을 구입했으나
不限桃杏梅(부한행묘매) : 복사꽃, 살구꽃, 매화꽃에 정하지 않았다.
百果參雜種(백과삼잡종) : 온갖 과실수를 참작하여 심으니
千枝次第開(천지차제개) : 수많은 가지들이 차례로 벌어진다.
天時有早晩(천시유조만) : 자연의 시기는 이르고 늦음이 있고
地力無高低(지력무고저) : 토지의 힘에는 높고 낮음이 있도다.
紅者霞豔豔(홍자하염염) : 붉은 것은 노을처럼 아름답고
白者雪皚皚(백자설애애) : 흰 것은 눈처럼 희고 깨끗하다.
遊蜂逐不去(유봉축부거) : 날아다니는 벌 떼는 쫓아도 달아나지 않고
好鳥亦來栖(호조역내서) : 기뻐하는 새들도 날아와 둥지에 깃든다.
前有長流水(전유장류수) : 앞에는 긴 강이 흐르고
下有小平臺(하유소평대) : 아래에는 작고 평평한 누대가 있다.
時拂臺上石(시불대상석) : 때때로 누대 위의 돌을 들어내고
一擧風前杯(일거풍전배) : 한번씩 바람 앞의 술잔을 들어올린다.
花枝蔭我頭(화지음아두) : 꽃가지는 나의 머리를 덮고
花蕊落我懷(화예낙아회) : 꽃술은 나의 품속에 떨어진다.
獨酌復獨詠(독작복독영) : 혼자 술을 마시고 다시 혼자 시를 읊으니
不覺日平西(부각일평서) : 모르는 사이에 해가 떠서 서쪽에 나란하다.
巴俗不愛花(파속부애화) : 파현의 풍속은 꽃을 좋아하지 않아
竟春無人來(경춘무인내) : 봄이 다하도록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다.
唯此醉太守(유차취태수) : 오직 이 몸, 술 취한 태수만이
盡日不能廻(진일부능회) : 종일토록 돌아갈 줄을 모르는구나.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동파종화2(東坡種花2)-동파에 꽃을 심으며-백거이(白居易)
東坡春向暮(동파춘향모) : 동파에는 봄이 저무는데
樹木今何如(수목금하여) : 나무들은 지금 어떠할까
漠漠花落盡(막막화낙진) : 막막하게 꽃은 다 지고
翳翳葉生初(예예섭생초) : 짙은 잎이 막 생기는 때라
每日領童僕(매일령동복) : 날마다 종아이 거느리고
荷鉏仍決渠(하서잉결거) : 호미 메고 가서 도랑을 턴다.
剗土壅其本(잔토옹기본) : 흙을 긁어 뿌리를 덮어주고
引泉漑其枯(인천개기고) : 샘물 끌어들어 그 마른 곳에 대었다
小樹低數尺(소수저삭척) : 작은 나무도 낮은 것은 몇 자나 되고
大樹長丈餘(대수장장여) : 큰 나무는 긴 것은 한 길도 넘었다
封植來幾時(봉식내기시) : 북돋우고 심고 돌아온 지가 얼마인가
高下齊扶疎(고하제부소) : 높고 낮은 잎이 서로 받쳐 나란하다
養樹旣如此(양수기여차) : 수목 기르기도 이처럼 하거늘
養民亦何殊(양민역하수) : 백성을 위함에도 어찌 다르겠는가.
將欲茂枝葉(장욕무지섭) : 가지와 잎을 무성하게 하려면
必先救根株(필선구근주) : 반드시 먼저 뿌리와 둥치를 보호하라
云何救根株(운하구근주) : 무엇을 일러서 뿌리와 둥치를 보호한다고 하는가.
勸農均賦租(권농균부조) : 농사를 권장함에는 세금을 균둥히 해야 한다
云何茂枝葉(운하무지섭) : 무엇을 일러서 가지와 잎을 무성히 한다고 하는가.
省事寬刑書(생사관형서) : 번잡한 일을 간단히 하고 형벌을 너그럽게 해야 한다
移此爲郡政(이차위군정) : 이것을 그대로 옮겨 고을 행정을 베풀면
庶幾甿俗蘇(서기맹속소) : 백성과 풍속이 살아나는 것을 바랄 수 있으리라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제심양루(題潯陽樓)-심양루에 제하여-백거이(白居易)
常愛陶彭澤(상애도팽택) : 항상 평택령 도연명을 좋아하나니
文思何高玄(문사하고현) : 문장과 생각은 어찌 그리도 높고 깊은가.
又怪韋江州(우괴위강주) : 또한 위강주도 특별하니
詩情亦淸閑(시정역청한) : 그가 지은 시의 정취도 맑고 한가하다.
今朝登此樓(금조등차누) : 오늘 아침 이곳 누각에 올라보니
有以知其然(유이지기연) :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大江寒見底(대강한견저) : 큰 강은 차가운 계절에는 바닥이 드러나며
匡山靑倚天(광산청의천) : 광산은 푸르게도 하늘에 높이 솟았구나.
深夜湓浦月(심야분포월) : 심야에는 포구의 물에는 달이 떠오르고
平旦鑪峯煙(평단로봉연) : 평탄한 향로봉에는 안개가 자욱하도다.
淸輝與靈氣(청휘여령기) : 맑은 빛과 신령한 기운이
日夕供文篇(일석공문편) : 밤낮으로 그들의 글을 짓게 했구나.
我無二人才(아무이인재) : 나에게는 이런 두 사람의 재주가 전혀 없으니
孰爲來其間(숙위내기간) : 누가 그들 사이에 이를 수 있게 하리오.
因高偶成句(인고우성구) : 높은 곳에 올라 우연히 글귀를 지었으니
俯仰愧江山(부앙괴강산) : 하늘을 보고 땅을 보아도니 강산에 부끄럽다.
(白樂天詩集,卷七,閒適三)
증원진(贈元稹)-원진에게-백거이(白居易)
自我從宦遊(자아종환유) : 내가 관리로 다닐 때부터
七年在長安(칠년재장안) : 칠년 동안을 장안에 있었다.
所得惟元君(소득유원군) : 얻은 것은 다만 원진이라는 친구
乃知定交難(내지정교난) : 친구를 선택하는 어려움을 알겠다.
豈無山上苗(개무산상묘) : 어찌 산 위에 묘목이 없겠는가
徑寸無歲寒(경촌무세한) : 산길이 좁아 차가운 해가 없었다.
豈無要津水(개무요진수) : 어찌 긴요한 나루터의 물이 없으랴
咫尺有波瀾(지척유파란) : 가까이에 물결이 있는 것이다.
之子異於是(지자리어시) : 원진은 이러한 사람들과 다르며
久要誓不諼(구요서부훤) : 오랜 세월 동안 맹세코 거짓되지 않았다.
無波古井水(무파고정수) : 파랑이 일지 않는 옛 우물의 물이요
有節秋竹竿(유절추죽간) : 마디처럼 절개 있는 가을 대나무 줄기였다.
一爲同心友(일위동심우) : 한번 마음 같이하는 친구 되니
三及芳歲蘭(삼급방세난) : 삼년이나 향기로운 친구가 되었도다.
花下鞍馬遊(화하안마유) : 꽃나무 아래에서 말 타고 놀며
雪中杯酒歡(설중배주환) : 눈 속에서 잔술을 나누며 기뻐했었다.
衡門相逢迎(형문상봉영) : 형문에서 서로 만나서
不具帶與冠(부구대여관) : 혁대와 의관을 갖추지 않고 허물없었다.
春風日高睡(춘풍일고수) : 봄바람에 해는 높이 떠 잠들고
秋月夜深看(추월야심간) : 가을 달을 밤이 깊어가도록 바라본다.
不爲同登科(부위동등과) : 과거에 같이 등용되지 않았고
不爲同署官(부위동서관) : 같은 관청에서 일하지도 않았었다.
所合在方寸(소합재방촌) : 단합하는 것은 작은 마음속에 있나니
心源無異端(심원무리단) : 마음 속 근원에는 다른 마음 전혀 없도다.
관예맥(觀刈麥)-보리 베기를 보고-백거이(白居易)
田家少閑月(전가소한월) : 농가에 한가한 달은 드물어
五月人倍忙(오월인배망) : 오월에는 사람들이 곱절이나 바쁘다.
夜來南風起(야내남풍기) : 밤이 되면 남풍이 불어오고
小麥覆隴黃(소맥복롱황) : 언덕을 덮고 있는 소맥은 황금빛이라.
婦姑荷簞食(부고하단식) :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음식을 이고
童稚攜壺漿(동치휴호장) : 아이들은 간장병 손에 들고 와서는
相隨餉田去(상수향전거) : 서로 따라와 배불리 먹이고 밭을 떠난다.
丁壯在南岡(정장재남강) : 장정들은 남쪽 언덕에 있고
足蒸暑土氣(족증서토기) : 밭은 뜨거운 흙의 열기에 익어가고
背灼炎天光(배작염천광) : 등은 불꽃같은 햇빛에 타들어 간다.
力盡不知熱(역진부지열) : 힘이 다해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但惜夏日長(단석하일장) : 여름해가 길어도 아쉽기만 하구나.
復有貧婦人(복유빈부인) : 또 어떤 가난한 부인 있는데
抱子在其傍(포자재기방) : 어린 아이 안고서 그 곁에 있다.
右手秉遺穗(우수병유수) : 오른손으로는 떨어진 이삭을 잡고
左臂懸弊筐(좌비현폐광) : 왼쪽 팔뚝에는 헤어진 바구니를 걸치고 있다.
聽其相顧言(청기상고언) : 돌아가서 그들이 나누는 말 들으니
聞者爲悲傷(문자위비상) : 듣는 사람은 슬프고 마음이 상한다.
家田輸稅盡(가전수세진) : 농가에서는 세금으로 실어가 다 없어지고
拾此充飢腸(습차충기장) : 이런 것을 주워서 주린 창자를 채운다 한다.
今我何功德(금아하공덕) : 나는 지금 무슨 공덕이 있어
曾不事農桑(증부사농상) : 농사짓고 누에치지 않았는데도
吏祿三百石(이녹삼백석) : 관리 봉록으로 삼백 석을 받아
歲晏有餘糧(세안유여량) : 한 해가 다 늦도록 남은 곡식이 있구나.
念此私自媿(념차사자괴) : 이런 생각을 하면 스스로 부끄러우니
盡日不能忘(진일부능망) : 종일토록 그 일을 나는 잊을 수가 없구나.
관가(觀稼)-논밭의 벼를 바라보며-백거이(白居易)
世役不我牽(세역부아견) : 세상 일에 나는 이끌리지 않아
身心常自若(신심상자야) : 몸과 마음이 항상 자유로웠도다.
晩出看田畝(만출간전무) : 저녁에 나아가 밭을 보고
閑行旁村落(한항방촌낙) : 촌락 사이를 한가히 걸어보았다.
纍纍繞場稼(유류요장가) : 층층이 쌓인 마당을 둘러 싼 볏단
嘖嘖羣飛雀(책책군비작) : 짹짹거리며 모여서 날아다니는 참새들.
年豐豈獨人(년풍개독인) : 풍년이 어찌 사람들에게만 있겠는가.
禽鳥聲亦樂(금조성역낙) : 새들 소리도 또한 즐겁도다.
田翁逢我喜(전옹봉아희) : 늙은 농부는 나를 만나 기뻐하며
黙起具杯杓(묵기구배표) : 말없이 일어나 함께 술을 마셨다.
斂手笑相延(염수소상연) : 손짓하며 웃으며 서로 불러대며
社酒有殘酌(사주유잔작) : 제삿술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媿茲勤且敬(괴자근차경) : 이러한 부지런함과 공손함에 부끄러워
藜杖爲淹泊(염장위엄박) : 명아주 지팡이 짚고 머뭇거린다.
言動任天眞(언동임천진) : 그의 말과 행동이 천진난만 하여
未覺農人惡(미각농인악) : 농민의 고통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停杯問生事(정배문생사) : 술잔을 멈추고 생활상을 물어보니
夫種妻兒穫(부종처아확) : 남편은 씨 뿌리고 처자는 추수한다.
筋力苦疲勞(근력고피노) : 근력은 고통스럽고 피곤하고
衣食常單薄(의식상단박) : 의식은 항상 간단하고 초라하다.
自慙祿仕者(자참녹사자) : 벼슬하는 것이 저절로 부끄럽나니
曾不營農作(증부영농작) : 농사를 한번도 지어보지 않고
飽食無所勞(포식무소노) : 일 한 것 없으면서 포식하였으니
何殊衛人鶴(하수위인학) : 어찌 일하지 않고 녹만 받은 위인학과 다를까.
조발초성역(早發楚城驛)-초성역을 일찍 떠나며-백거이(白居易)
過雨塵埃滅(과우진애멸) : 지나간 비에 흙먼지 없어지고
沿江道徑平(연강도경평) : 강 따라 난 길은 평탄하기만 하다.
月乘殘夜出(월승잔야출) : 새벽녘 달은 아직 떠있고
人趁早涼行(인진조량항) : 사람은 아침 차가움을 쫓아 걷는다.
寂歷閒唫動(적력한금동) : 적막함이 지나고 한가함이 움직여
冥濛闇思生(명몽암사생) : 고요하고 어둑하여 생각이 떠오른다.
荷塘翻露氣(하당번노기) : 연꽃 핀 연못에 이슬 기운 날아들고
稻壟瀉泉聲(도농사천성) : 논두렁에는 샘물 솟는 소리 들려온다.
宿犬聞鈴起(숙견문령기) : 잠자던 개가 방울소리 듣고 일어나고
栖禽見火驚(서금견화경) : 둥지에 깃던 새는 등불을 보고 놀란다.
曨曨煙樹色(농롱연수색) : 안개에 싸인 나무의 빛이 몽롱하여
十里始天明(십리시천명) : 십리쯤 가서야 비로소 하늘이 밝아온다.
(白樂天詩集,卷十六,律詩)
호정만망잔수(湖亭晩望殘水)-호숫가 정자에서, 마른 물을 바라보며
種樹當前軒(종수당전헌) : 심은 나무가 앞 건물에 닿아
樹高柯葉繁(수고가섭번) : 나무는 높고 가지의 잎은 무성하다.
惜哉遠山色(석재원산색) : 아쉽구나, 먼 산의 산빛이여
隱此蒙籠間(은차몽농간) : 몽롱한 사이에 이를 감추고 있구나.
一朝持斧斤(일조지부근) : 어느 날 아침, 도끼를 들고
手自截其端(수자절기단) : 손으로 그 끝을 잘라내었다.
萬葉落頭上(만섭낙두상) : 수많은 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千峯來面前(천봉내면전) : 천 개의 산봉우리 얼굴 앞에 다가온다.
忽似決雲霧(홀사결운무) :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듯
豁達覩靑天(활달도청천) : 훤하게 푸른 하늘이 바라보인다.
又如所念人(우여소념인) : 또 그리워하는 사람 같고
久別一欸顔(구별일애안) :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가 만나는 얼굴 같았다.
始有淸風至(시유청풍지) : 비로소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稍見飛鳥還(초견비조환) : 날아가는 새가 돌아오는 것이 조금 보였다.
開懷東南望(개회동남망) : 마음을 열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目遠心遼然(목원심료연) : 시야는 멀고, 마음은 요연해진다.
人各有偏好(인각유편호)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치우친 호감이 있어
物莫能兩全(물막능량전) : 사물은 양자를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豈不愛柔條(개부애유조) : 어찌 나무를 좋아하지 않을까 마는
不如見靑山(부여견청산) : 청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만 못하니라.
(白樂天詩集,卷七,閒適三)
절수(截樹)-나뭇가지를 치며-백거이(白居易)
種樹當前軒(종수당전헌) : 심은 나무가 앞 건물에 닿아
樹高柯葉繁(수고가섭번) : 나무는 높고 가지의 잎은 무성하다.
惜哉遠山色(석재원산색) : 아쉽구나, 먼 산의 산빛이여
隱此蒙籠間(은차몽농간) : 몽룡한 사이에 이를 감추고 있구나.
一朝持斧斤(일조지부근) : 어느 날 아침, 도끼를 들고
手自截其端(수자절기단) : 손으로 그 끝을 잘라내었다.
萬葉落頭上(만섭낙두상) : 수많은 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千峯來面前(천봉내면전) : 천 개의 산봉우리 얼굴 앞에 다가온다.
忽似決雲霧(홀사결운무) :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듯
豁達覩靑天(활달도청천) : 훤하게 푸른 하늘이 바라보인다.
又如所念人(우여소념인) : 또 그리워하는 사람 같고
久別一欸顔(구별일애안) :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가 만나는 얼굴 같았다.
始有淸風至(시유청풍지) : 비로소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稍見飛鳥還(초견비조환) : 날아가는 새가 돌아오는 것이 조금 보였다.
開懷東南望(개회동남망) : 마음을 열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目遠心遼然(목원심료연) : 시야는 멀고, 마음은 요연해진다.
人各有偏好(인각유편호)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치우친 호감이 있어
物莫能兩全(물막능량전) : 사물은 양자를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豈不愛柔條(개부애유조) : 어찌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가 마는
不如見靑山(부여견청산) : 청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만 못하니라.
유석문간(遊石門澗)-석문간에서 놀다-백거이(白居易)
石門無舊徑(석문무구경) : 석문에는 묵은 길 없어
披榛訪遺跡(피진방유적) : 덤불을 헤치며 유적을 방문한다.
時逢山水秋(시봉산수추) : 시절은 마침 산수의 가을 만나니
淸輝如古昔(청휘여고석) : 맑은 빛이 옛날과 같았다.
嘗聞慧遠輩(상문혜원배) : 일찍이 들었노라, 혜원의 무리들이
題詩此巖壁(제시차암벽) : 이 암벽에 시를 적어두었다는 말을.
雲覆莓苔封(운복매태봉) : 구름은 해태를 봉하여서
蒼然無處覓(창연무처멱) : 창연하여 장소를 찾을 수 없도다.
蕭疎野生竹(소소야생죽) : 소연히도 들판에 대나무 나있는데
崩剝多年石(붕박다년석) : 무너지고 깎여 오래된 돌이 많았다.
自從東晉後(자종동진후) : 동진 시대 이후부터
無復人遊歷(무복인유력) : 또 다시 돌아보며 구경하는 사람들 없다.
獨有秋澗聲(독유추간성) : 다만 가을 골짝의 물소리만 들리어
潺湲空旦夕(잔원공단석) :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 아침저녁 쓸쓸하다.
보동파(步東坡)-동파 언덕을 밟으며-백거이(白居易)
朝上東坡步(조상동파보) : 아침에 동파 언덕에 올라 보고
夕上東坡步(석상동파보) : 저녁에는 동파에 올라 걸었다.
東坡何所愛(동파하소애) : 동파에서 좋은 것이 무엇일까
愛此新成樹(애차신성수) : 이러한 새로 심은 나무를 좋아한다.
種植當歲初(종식당세초) : 마땅히 그해 초엽에 심은 것이라
滋榮及春暮(자영급춘모) : 크지는 번성이 봄날 저녁까지 미친다.
信意取次栽(신의취차재) : 마음대로 가져다 차려로 심었더니
無行亦無數(무항역무삭) : 줄 무수하고 또 숫자도 무수해졌다.
綠陰斜景轉(녹음사경전) : 푸른 그늘은 비탈진 광경으로 바뀌고
芳氣微風度(방기미풍도) : 향기로운 기운은 미풍에 날아 건너간다.
新葉鳥下來(신섭조하내) : 새로 돋은 잎사귀에는 새들이 내려오고
萎花蝶飛去(위화접비거) : 시든 꽃에는 나비가 날아간다.
閑攜斑竹杖(한휴반죽장) : 때때로 얼룩진 지팡이를 짚고
徐曳黃麻屨(서예황마구) : 누런 삼으로 만든 신을 신고 천천히 걷는다.
欲識往來頻(욕식왕내빈) : 얼마나 오고갔는지 알아보려니
靑苔成白路(청태성백노) : 푸른 이끼가 흰 길이 다 되었구나.
촌거고한(村居苦寒)-시골 생활의 고통-백거이(白居易)
八年十二月(팔년십이월) : 팔년 십이월
五日雪紛紛(오일설분분) : 초닷새 날, 눈이 펄펄 내린다.
竹柏皆凍死(죽백개동사) : 대나무 잣나무 모두 얼어 죽었는데
況彼無衣民(황피무의민) : 하물며, 저 옷 하나 없는 백성들이야.
廻觀村閭間(회관촌려간) : 시골 마을의 집들을 돌아보면
十室八九貧(십실팔구빈) : 십중팔구는 빈곤하구나.
北風利如劍(배풍리여검) : 차가운 북풍은 칼과 같은데
布絮不蔽身(포서부폐신) : 솜옷으로 몸도 가리지 못한다.
唯燒蒿棘火(유소호극화) : 오직 잡초와 잡목을 불사를 뿐
愁坐夜待晨(수좌야대신) : 쓸쓸히 앉아서 밤이 새도록 기다린다.
乃知大寒歲(내지대한세) : 대한이 있는 해임을 알았는데
農者猶苦辛(농자유고신) : 농민들은 여전히 고생이 심하였다.
顧我當此日(고아당차일) : 나를 돌아보면, 이러한 날에는
草堂深掩門(초당심엄문) : 초가집은 깊이 문을 닫아놓고서
裼裘覆絁被(석구복시피) : 갓 옷을 입고 깁 이불을 덮었다.
坐臥有餘溫(좌와유여온) : 앉거나 누워도 온기가 있었고
幸免飢凍苦(행면기동고) : 다행히도 굶어 얼어 죽는 고생을 면하였다.
又無壟畝勤(우무롱무근) : 또 밭에 나가 일도 하지 않았으니
念彼深可愧(념피심가괴) : 그들 농민을 생각하면 매우 부끄러워
自問是何人(자문시하인) : 스스로 내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물어본다.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한석(閒夕)-한가한 저녁에-백거이(白居易)
一聲早蟬發(일성조선발) : 한 가닥 철 이른 매미 소리 들리고
數點新螢度(삭점신형도) : 파란 반딧불 몇 마리가 날아서 지나간다.
蘭釭耿無煙(난강경무연) : 아름다운 등불은 맑아서 연기 하나 없고
筠簟淸有露(균점청유노) : 맑은 대나무 멍석에는 이슬이 맺혀있다.
未歸後房寢(미귀후방침) : 아직 뒷방에 잠자려 돌아가지 못하고
且下前軒步(차하전헌보) : 잠시 동안을 앞마당에 내려가 걸어본다.
斜月入低廊(사월입저낭) : 기우는 달은 행랑 아래로 들고
涼風滿高樹(양풍만고수) : 서늘한 바람은 높은 나무에 가득하다.
放懷常自適(방회상자적) : 회포를 풀어버리니 언제나 여유롭고
遇境多成趣(우경다성취) : 경치를 보면 운치를 느끼는 일이 많도다.
何法使之然(하법사지연) : 어떠한 법이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가
心中無細故(심중무세고) : 마음속에 자잘한 일이 없는 까닭이리라.
(白樂天詩後集,卷二,格詩)
계중조춘(溪中早春)-개울 속에 이른 봄-백거이(白居易)
南山雪未盡(남산설미진) : 남산에는 아직 눈 녹지 않고
陰嶺留殘白(음령류잔백) : 그늘진 고개에는 흰 눈이 남았다.
西澗冰已消(서간빙이소) : 서쪽 개울 얼음은 이미 녹아
春溜含新碧(춘류함신벽) : 봄날의 여울은 새 푸름을 머금었다.
東風來幾日(동풍내기일) : 봄바람은 불어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蟄動萌草拆(칩동맹초탁) : 겨울잠 자는 동물 움직이고 풀은 돋아난다.
潛知陽和功(잠지양화공) : 따뜻한 햇볕의 공덕을 알 수 있나니
一日不虛擲(일일부허척) : 하루도 헛되이 비춰지지 않는구나.
愛此天氣暖(애차천기난) : 이러한 날씨의 따뜻함을 즐기려
來拂溪邊石(내불계변석) : 개울가의 바위 찾아 자리를 털어본다.
一坐欲忘歸(일좌욕망귀) : 한 번 앉아보니 돌아갈 생각 잊는데
暮禽聲嘖嘖(모금성책책) : 석양에 새들은 시끄러이 소리 내어 운다.
蓬蒿隔桑棗(봉호격상조) : 뽕나무와 대추나무 사이에 무성한 쑥
隱映煙火夕(은영연화석) : 저녁에는 연기와 불빛이 은은히 보인다.
歸來問夜飡(귀내문야손) : 집으로 돌아와 야찬이 있는가 물어보니
家人烹薺麥(가인팽제맥) : 집사람은 냉이와 보리를 삶은 것이라 한다.
(白樂天詩集,卷十,感傷二)
증내(贈內)-아내에게-백거이(白居易)
漠漠闇苔新雨地(막막암태신우지) : 새로 비 내린 땅, 막막히 이끼 짙어지고
微微凉露欲秋天(미미량로욕) : 차갑고 잔잔한 이슬이 가을을 재촉한다오.
莫對月明思往事(막대월명사왕사) : 밝은 달 바라보며, 지나간 일 생각하면
損君顔色減君年(손군안색감군년) : 당신 얼굴 축나고, 당신의 목숨만 단축된다오.
모립(暮立)-저물녘에-백거이(白居易)
黃昏獨立佛堂前(황혼독립불당전) : 황혼녘에, 불당 앞에 홀로 서니
滿地槐花滿樹蟬(만지괴화만수선) : 땅에 가득한 홰나무꽃, 나무 가득 매미소리.
大抵四時心總苦(대저사시심총고) : 무릇, 사시사철 마음은 괴로운 법
就中腸斷是秋天(취중장단시) : 마음 속 단장의 아픔, 이것이 가을이로구나.
(白樂天詩集,卷十四,律詩)
진리를 통달한 백락천의 노래-백거이(白居易)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낙천) : 진실에 깨달았다, 나 백락천은
分司東都十三年(분사동도십삼년) : 동도인 낙양에 파견 된지 13년이구나.
七旬纔滿冠已挂(칠순재만관이괘) : 칠순이 되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半祿未及車先懸(반녹미급거선현) : 봉록이 반감되기 전에 벼슬을 그만두었다.
或伴遊客春行樂(혹반유객춘항낙) : 놀이꾼과 짝이 되어 봄에는 행락하고
或隨山僧夜坐禪(혹수산승야좌선) : 혹은 산승 따라 밤에는 좌선 하며
二年忘却問家事(이년망각문가사) : 이년 동안 가정 살림걱정도 잊어버렸다.
門庭多草廚少煙(문정다초주소연) : 뜰에는 잡초 무성하고 부엌에는 불기도 없어
庖童朝告鹽米盡(포동조고염미진) : 머슴아이는 아침에 쌀과 소금 떨어졌다 하고
侍婢暮訴衣裳穿(시비모소의상천) : 저녁에는 계집종이 옷이 떨어졌다 말하는구나.
妻孥不悅甥姪悶(처노부열생질민) : 처자도 좋아하지 않고 조카들도 근심하나
而我醉臥方陶然(이아취와방도연) : 나는 취하여 기분 좋게 누었도다.
起來與爾畫生計(기내여이화생계) : 일어나 그들과 생계대책을 의논하여
薄産處置有後先(박산처치유후선) :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의 선후를 가려 처분한다.
先賣南坊十畝園(선매남방십무원) : 먼저 남쪽의 십 무의 밭을 팔고
次賣東郭五頃田(차매동곽오경전) : 다음에 동곽의 오경 밭을 팔려고 한다.
然後兼賣所居宅(연후겸매소거댁) : 그런 뒤에는 살고 있는 집을 판다면
髣髴獲緡二三千(방불획민이삼천) : 아마도 이삼천 금의 돈이 들어올 것이다.
半與爾充衣食費(반여이충의식비) : 절반은 너희들이 의식비로 충당하고
半與吾供酒肉錢(반여오공주육전) : 나머지 반은 술과 안주 값으로 쓰려고 한다.
吾今已年七十一(오금이년칠십일) : 나는 이미 칠십의 나이가 되었으니
眼昏鬚石頭風眩(안혼수석두풍현) : 눈은 어둡고, 수염은 희고, 정신은 흐리다.
但恐此錢用不盡(단공차전용부진) : 다만 두려운 것은, 이 돈 다 쓰지 못하고
卽先朝露歸夜泉(즉선조노귀야천) : 아침 이슬보다 더 빨리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未歸且住亦不惡(미귀차주역부악) : 죽지 않고 좀더 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니
飢餐樂飮安穩眠(기찬낙음안온면) : 배고프면 먹고, 즐거우면 마시며, 편히 잠 들 수 있다.
死生無可無不可(사생무가무부가) : 죽고 사는 것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라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낙천) : 진리에 달통 하였구나, 달통하였구나, 백락천이여
(白樂天詩後集,卷四,格詩)
장상사(長相思)-끝없는 그리움이여-백거이(白居易)
九月西風興(구월서풍흥) : 구월에 서풍은 불어오고
月冷霜華凝(월냉상화응) : 달빛이 차가워 서리 희게 엉킨다.
思君秋夜長(사군추야장) : 그대 생각에 가을밤은 길기도 하여
一夜魂九升(일야혼구승) : 넋은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올라본다.
二月東風來(이월동풍내) : 이월 동풍이 불어오니
草拆花心開(초탁화심개) : 풀은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난다.
思君春日遲(사군춘일지) : 그대 생각에 봄날은 더디 가고
一夜腸九廻(일야장구회) : 하로 밤에 애간장 아홉 번이나 뒤집힌다.
妾住洛橋北(첩주낙교배) : 저는 낙교의 북쪽에 살았고
君住洛橋南(군주낙교남) : 당신은 낙교 남쪽에 살았었지요.
十五卽相識(십오즉상식) : 열다섯 나이에 서로 알게 되어
今年二十三(금년이십삼) : 금년에 스물세 살이 되었지요.
有如女蘿草(유여녀나초) : 마치 담쟁이덩굴 같은 처지 되어
生在松之側(생재송지측) : 소나무에 기대어 사는 것 같습니다.
蔓短枝苦高(만단지고고) : 줄기가 짧아 가지는 높이 자라기 힘들고
縈廻上不得(영회상부득) : 아무리 타고 오르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人言人有願(인언인유원) : 사람들의 말에 사람에게 소원이 있으면
願至天必成(원지천필성) : 소원이 지극하면 하늘도 반드시 이루어준다지요.
願作遠方獸(원작원방수) : 원하기는, 먼 곳의 비견수가 되어
步步出肩行(보보출견항) : 걸음마다 나란히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願作深山木(원작심산목) : 또 원하기는, 깊은 산에 나무가 되어
枝枝連理生(지지련리생) : 가지마다 이어져 서로 닿아 살 수 있으면 해요.
권주(勸酒)-술을 권하며-백거이(白居易)
勸君一杯君莫辭(권군일배군막사) : 한 잔 술을 권하거니, 사양 말게나
勸君兩杯君莫疑(권군양배군막의) : 두잔 술을 권하니, 그대는 의심하지 말게나.
勸君三杯君始知(권군삼배군시지) : 석잔 권하노니, 그대가 비로소 내 마음 알았구나.
面上今日老昨日(면상금일노작일) : 사람의 얼굴은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고
心中醉時勝醒時(심중취시승성시) : 취한 때 마음속이 깨어 있을 때보다 좋구나.
天地迢迢自長久(천지초초자장구) : 천지는 아득하고 원래부터 장구하고
白ꟙ赤烏相趁走(백토적오상진주) : 흰 토끼 붉은 까마귀 서로 쫓듯 달려간다.
身後堆金拄北斗(신후퇴금주배두) : 죽은 뒤에 북두칠성에 닿을 정도로 황금을 쌓아도
不如生前一樽酒(부여생전일준주) : 살아서 한 통의 술을 마심만 못하리라.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春明門外天欲明(춘명문외천욕명) : 궁성 춘명문 밖의 동 틀 무렵에
喧喧歌哭半死生(훤훤가곡반사생):시끄럽게 노래하고 곡하며 나고 죽음이 절반인 것을.
遊人駐馬出不得(유인주마출부득) :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으니
白輿素車爭路行(백여소거쟁노항) : 흰 색 장의차가 다투어 길을 나가는구나.
歸去來(귀거내) : 돌아가세
頭已白(두이백) : 이미 머리 희어졌으니
典錢將用買酒喫(전전장용매주끽) : 전당포에 돈 빌려서 술을 사서 마셔 버리자꾸나.
(白樂天詩後集,卷一,格詩)
연자루(鷰子樓)-연자루에서-백거이(白居易)
滿窗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 밝은 달빛,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찬 이불, 희미한 등잔불빛 떨치고 잠자리에 든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서리 내린 달밤, 연자루 안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이 가을밤, 홀로 있는 사람에게는 길기만 하다.
위상우조(渭上偶釣)-위수가에서 낚시하며-백거이(白居易)
渭水如鏡色(위수여경색) : 위수의 물은 거울 같아
中有鯉與魴(중유리여방) : 그 속에 잉어와 방어가 산다.
偶持一竿竹(우지일간죽) : 우연히 낚싯대 하나 들고
懸釣在其傍(현조재기방) : 그 강 곁에다 낚시를 놓는다.
微風吹釣絲(미풍취조사) : 바람은 살랑살랑 낚싯줄에 불고
嫋嫋十尺長(뇨뇨십척장) : 열자 긴 낚싯줄은 바람에 하늘거린다.
身雖對魚坐(신수대어좌) : 몸은 비록 고기를 향해 앉았으나
心在無何鄕(심재무하향) : 마음은 무아지경에 놀고 있어라.
昔有白頭人(석유백두인) : 그 옛날에 백발노인 있어
亦釣此渭陽(역조차위양) : 또한 위수의 북쪽에서 낚시하였다.
釣人不釣魚(조인부조어) : 낚시꾼은 고기를 낚지 않았고
七十得文王(칠십득문왕) : 칠십에 문왕을 만났었다.
況我垂釣意(황아수조의) : 하물며 내가 낚시하는 뜻은
人魚亦兼忘(인어역겸망) : 사람도 고기도 다 잊는 것이다.
無機兩不得(무기량부득) : 노리지 않으니 둘 다 잡지 못하고
但弄秋水光(단농추수광) : 다만 가을의 강 빛만 즐기노라.
興盡釣亦罷(흥진조역파) : 흥이 다되면 낚시 마치고
歸來飮我觴(귀내음아상) : 돌아와서 나의 술잔 들이키노라.
해만만(海漫漫)-바다는 출렁이고-백거이(白居易)
海漫漫(해만만) : 바다는 출렁이는데
直下無底旁無邊(직하무저방무변) : 아래는 밑이 없고 사방에는 끝이 없다.
雲濤煙浪最深處(운도연낭최심처) : 구름 낀 파도, 안개 덮인 물결의 가장 깊은 곳
人傳中有三神山(인전중유삼신산) : 사람은 그 속에 삼신산이 있고
山上多生不死藥(산상다생부사약) : 산위에는 불사약이 많이 나는데
服之羽化爲天仙(복지우화위천선) : 먹으면 날개 돋아 하늘 나는 신선이 된다 하네.
秦皇漢武信此語(진황한무신차어) : 진시황과 한무제가 이 말을 믿고
方士年年采藥去(방사년년채약거) : 방사에 명을 내려 해마다 약 캐러 보냈도다.
蓬萊今古但聞名(봉래금고단문명) : 봉래산은 예나 지금이나 이름만 들릴 뿐
烟水茫茫無覓處(연수망망무멱처) : 자욱하고 아득하여 물길 속에 찾을 곳이 없도다.
海漫漫風浩浩(해만만풍호호) : 바다는 출렁이고 바람은 넓게도 부는구나.
眼穿不見蓬萊島(안천부견봉래도) : 눈이 뚫어지게 보아도 봉래섬은 보이지 않고
不見蓬萊不敢歸(부견봉래부감귀) : 봉래섬 찾지 못하면 감히 돌아 올수도 없는데
童男丱女舟中老(동남관녀주중노) : 데려간 소년 소녀도 뱃속에서 늙어버렸다.
徐福文成多誑誕(서복문성다광탄) : 방사인 서복과 문성은 거짓말도 많아
上元太一虛祈禱(상원태일허기도) : 상원부인과 태일성에 드린 기도해도 효과가 없도다.
君看驪山頂上茂陵頭(군간려산정상무능두) : 그대들 보게나, 여산의 꼭대기와 무릉의 머리에
畢竟悲風吹蔓草(필경비풍취만초) : 끝내는 슬픈 바람이 무성한 풀숲에 불어오는구나.
何況玄元聖祖五千言(하황현원성조오천언) : 하물며 어찌한단 말인가, 현원성조 노자의 오천 마디 말에는
不言藥不言仙(부언약부언선) : 선약을 말하지 않았고 신선에 대해도 말하지 않았고
不言白日昇靑天(부언백일승청천):밝은 해가 푸른 하늘에 오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네.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병가중남정한망(病假中南亭閑望)-병가 중에 남정에서 한가히 바라보다
欹枕不視事(의침부시사) : 베개 베고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兩日門掩關(량일문엄관) : 이틀간 문짝에 빗장을 걸었두었다.
始知吏役身(시지리역신) : 이제야 알겠느니, 관리생활이 몸을 부려
不病不得閑(부병부득한) : 병이 나지 않고 한가롭지도 못하다는 것을
閑意不在遠(한의부재원) : 한가로운 마음은 먼 곳에 있지 않고
小亭方丈間(소정방장간) : 이 작은 정자, 한 간의 방 안에 있는 것을
西簷竹梢上(서첨죽초상) : 서쪽 처마 밑, 대나무 가지 위를
坐見太白山(좌견태백산) : 태백산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본다.
遙媿峯上雲(요괴봉상운) : 아득히 부끄러워라, 봉우리 위 구름
對此塵中顔(대차진중안) : 구름을 마주보는 세속에 더렵혀진 내 얼굴이여
자강릉지서주노상작기형제(自江陵之徐州路上作寄兄弟)-백거이(白居易)
강릉의 서주 노상에서 형제들에게 부치다-백거이(白居易)
岐路南將北(기노남장배) : 남과 북으로 갈리는 길에서
離憂弟與兄(리우제여형) : 형제는 해어지는 슬픔을 나누었다.
關河千里別(관하천리별) : 국경과 강 건너 천리 먼 길을
風雪一身行(풍설일신항) : 눈바람 속에서 나 홀로 걸어간다.
夕宿勞鄕夢(석숙노향몽) : 밤잠자리에서는 애써 고향 꿈꾸고
晨裝慘旅情(신장참려정) : 아침 행장에 여행의 고달픔 비참하다
家貧憂後事(가빈우후사) : 집마저 가난해서 뒷일도 걱정스럽고
日短念前程(일단념전정) : 앞길을 생각하니 해는 짧구나.
煙雁翻寒渚(연안번한저) : 안개 속에 기러기는 차가운 물가를 날고
霜烏聚古城(상오취고성) : 서리 맞은 까마귀는 옛 성으로 모여드는구나.
誰憐陟岡者(수련척강자) : 누가 가련하다 하리오, 언덕에 오르는 자가
西楚望南荊(서초망남형) : 서초 땅에서 남형 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강남송북객인빙기서주형제서(江南送北客因憑寄徐州兄弟書)-백거이(白居易)
강남에서 북으로 가는 손님을 전송하며 서주 형제에게 글을 부치다-백거이(白居易)
故園望斷欲何如(고원망단욕하여) : 고향 바라봐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할까
楚水吳山萬里餘(초수오산만리여) : 초나라 강과 오나라 산이 만 리나 되는 것을
今日因君訪兄弟(금일인군방형제) : 오늘 그대로 인하여 형제 찾아보리니
數行鄕淚一封書(삭항향누일봉서) :몇 줄기 고향 찾는 눈물을 한 통의 편지 속에 봉한다.
춘제호상(春題湖上)-봄날 호수 위에서 짓다-백거이(白居易)
湖上春來似畫圖(호상춘내사화도) : 호수 위에 봄이 오니 그림 같은데
亂峯圍繞水平鋪(난봉위요수평포) : 여러 봉우리들 둘러있고 수면은 잔잔하다.
松排山面千里翠(송배산면천리취) : 산에는 소나무, 천리까지 멀리 푸르고
月點波心一顆珠(월점파심일과주) : 물 속에는 달이 한 알의 구슬처럼 떠있다.
碧毯線頭抽早稻(벽담선두추조도) : 푸른 담요 실마리처럼 이삭패는 조생벼
靑羅裙帶展新蒲(청나군대전신포) : 파란 비단 치마 띠 처럼 새로 늘어나는 부들.
未能抛得杭州去(미능포득항주거) : 내가 아직 이곳 항주를 떠나지 못함은
一半勾留是此湖(일반구류시차호) : 반쯤은 이 호수가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와서 술마시는 게 더 좋아라-백거이(白居易)
불여래음주칠수[7](不如來飮酒七首[7])/와서 술마시는 게 더 좋아라
莫入紅塵去(막입홍진거) : 혼탁한 세속에 들지 말라
令人心力勞(영인심력노) : 마음과 정력을 수고롭게 한다.
相爭兩蝸角(상쟁양와각) : 달팽이 두 뿔 위에서 싸운들
所得一牛毛(소득일우모) : 얻는 것은 한 가닥 소털 뿐.
且滅嗔中火(차멸진중화) : 잠시 마음 속 불길 걷고
休磨笑裏刀(휴마소리도) : 웃음 뒤에 칼 갈지 말라.
不如來飮酒(부여래음주) : 함께 와서 술이나 마시며
穩臥醉陶陶(온와취도도) : 편안히 누워 흥건히 취해보자.
(白樂天詩後集,卷十,律詩)
소요영(逍遙詠)-자유로운 삶을 노래함-백거이(白居易)
亦莫戀此身(역막연차신) : 이 육신을 연연하지 말고
亦莫厭此身(역막염차신) : 또한 이 육신을 싫어 말라.
此身可足戀(차신가족련) : 이 몸도 연연할 만하나
萬劫煩惱根(만겁번뇌근) : 만겁 번뇌의 뿌리이다.
此身可足厭(차신가족염) : 이 몸도 싫어할 만하나니
一聚虛空塵(일취허공진) : 한 번 모인 허공의 흙먼지일 뿐.
無戀赤無厭(무연적무염) : 그리움도 싫어함도 없어야
始是逍遙人(시시소요인) : 비로소 곧 자유인이 될 것이니라.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감흥(感興)-마음에 느껴진 것-백거이(白居易)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래유) : 길흉과 화복은 원인이 있어 생기는 것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 깊이 살필지언정 근심하지 말아야 한다.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 불길이 부유한 집을 태우는 것을 보아도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랑복허주) : 풍랑은 빈 배를 뒤집었다는 소리 듣지 못했소.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명예는 사회의 공기인지라 많이 취하지 말고
利是身災合少求(이시신재합소구) : 이익은 몸의 재앙거리니 조금만 탐해야 한다.
雖異匏瓜難不食(수이포과난부식) :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어야 살지만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 적당히 배부르면 일찍 적당히 쉬어야 한다.
(白樂天詩後集,卷十三,律詩)
鶴(학)--白居易(백거이)
人各有所好(인각유소호) :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지만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 만물에는 항상 올바르다는 것은 없다.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 누가 네가 춤 잘 춘다고 말하는가
不如閒立時(부여한립시) : 한가히 서있는 때의 네 모습만 못하다.
(白樂天詩後集,卷一,格詩)
비재행(悲哉行)-슬픔의 노래-백거이(白居易)
悲哉爲儒者(비재위유자) : 슬프구나, 선비 된 자여
力學不知疲(력학부지피) : 피로도 모른 채, 힘써 배웠고
讀書眼欲暗(독서안욕암) : 눈이 침침해지도록 책 읽고
秉筆手生胝(병필수생지) : 손에 굳은 살 지도록 붓을 잡아도
十上方一第(십상방일제) : 열 번 응시해야 간신히 급제한다.
成名常苦遲(성명상고지) : 이름 얻기가 항상 고생스럽고 늦으며
縱有宦達者(종유환달자) : 비록 벼슬길에 오른 사람이라도
兩鬢已成絲(량빈이성사) : 양 귀밑머리는 벌써 백발이 된다.
可憐少壯日(가련소장일) : 가련하다, 젊은 날들이여
適在窮賤時(적재궁천시) : 공핍하고 천한 때를 살다가
丈夫老且病(장부노차병) : 장부가 되어서는 늙고 병들어 버리니
焉用富貴爲(언용부귀위) : 부유하고 귀하게 되는데 무슨 소용이리오.
沈沈朱門宅(침침주문댁) : 깊고 깊은 권문세가 집
中有乳臭兒(중유유취아) : 그 안에 젖비린내 나는 아이
狀貌如婦人(장모여부인) : 외모는 여자들 같이 여리고
光明膏粱肌(광명고량기) : 기름진 음식에 살결은 밝고 빛난다.
手不把書卷(수부파서권) : 손에는 책도 잡아보지 않고
身不擐戎衣(신부환융의) : 몸에는 군복 한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二十襲封爵(이십습봉작) : 나이 이십에 봉록을 세습 받으니
門承勳戚資(문승훈척자) : 가문에서 공훈과 위세를 이어받기 때문이다.
春來日日出(춘내일일출) : 봄이 되면 날마다 나가는데
服御何輕肥(복어하경비) : 복장과 말은 어찌 그리도 가볍고 기름진가.
朝從博徒飮(조종박도음) : 아침에는 노름꾼들과 술 마시고
暮有娼樓期(모유창누기) : 저녁이면 기생집에서 사랑을 나눈다.
平封還酒債(평봉환주채) : 봉토의 수입으로 술 외상 갚아주고
堆金選蛾眉(퇴금선아미) : 황금을 쌓아놓고 미인들을 고른다.
聲色狗馬外(성색구마외) : 노래와 주색잡기 외에는
其餘一無知(기여일무지) : 그 외의 아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山苗與澗松(산묘여간송) : 산 위의 작은 나무, 골짜기의 소나무
地勢隨高卑(지세수고비) : 지세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다
古來無奈何(고내무나하) : 예부터 어찌할 수 없었거늘
非獨君傷悲(비독군상비) : 오직 그대만이 상처받아 슬퍼하는가.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태행로(太行路)-백거이(白居易)
太行之路能摧車(태항지노능최거) : 태행산 험한 길이 수레를 부수어도
若比人心是坦途(야비인심시탄도)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이것은 평탄한 길
巫峽之水能覆舟(무협지수능복주) : 무협의 험한 물길 배를 뒤집어도
若比人心是安流(야비인심시안류)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이것은 편안한 물길
人心好惡苦不常(인심호악고부상) : 사람이 좋아함과 미워함은 일정치 않음이 고민이니
好生毛羽惡生瘡(호생모우악생창) : 좋으면 깃털처럼 감싸주고 미우면 긁어 부스럼내는구나
與君結髮未五載(여군결발미오재) : 그대와 혼인한지 채 오년도 못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개기우녀위삼상) : 견우직녀가 참성과 상성처럼 되기를 바랐겠는가
古稱色衰相棄背(고칭색쇠상기배) : 옛사람 이르기를, “늙어 시들어지면 버림받는다” 했는데
當時美人猶怨悔(당시미인유원회) : 당시의 미인들도 오히려 원망하고 후회했거늘
何況如今鸞鏡中(하황여금난경중) : 하물며 지금처럼 거울 속
妾顔未改君心改(첩안미개군심개) : 내 얼굴 아직도 변치 않았느데 그대 마음 변했는가
爲君薰衣裳(위군훈의상) : 그대 위해 의상에 향수쳐도
君聞蘭麝不馨香(군문난사부형향) : 그대는 난초나 사향의 향내 맡고도 향기롭다하지 않도다
爲君盛容飾(위군성용식) : 그대 위해 화장해도
君看金翠無顔色(군간금취무안색) : 그대는 금이나 비취를 보고도 아무 표정도 없도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重陳(난중진) : 어렵다고 다시 말하기도 어려워라
人生莫作婦人身(인생막작부인신) : 사람으로 태어나서 남의 부인 신세 되지 말라
百年苦樂由他人(백년고낙유타인) : 백년고락이 남에게 달렸도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於山(난어산) : 산길보다 어렵고
險於水(험어수) : 물길보다 험하구나
不獨人間夫與妻(부독인간부여처) : 다만 인간의 부부간에만 그런 것 아니도다
近代君臣亦如此(근대군신역여차) : 근대의 임금과 신하도 이와 같도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左納言(좌납언) : 좌 납언
右內史(우내사) : 우 내사 같은 분들이
朝承恩暮賜死(조승은모사사) : 아침에 임금님 은혜 받았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은 것을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려움이
不在水(부재수) : 물길에 있지 않고
不在山(부재산) : 산길에 있지 않으니
只在人情反覆間(지재인정반복간) : 다만 인덩의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사이에 있도다
자오야제(慈烏夜啼)-백거이(白居易)
자비한 까마귀 밤에 우네-백거이(白居易)
慈烏失其母(자오실기모) : 자애로운 까마귀 어미를 잃고
啞啞吐哀音(아아토애음) : 깍악까악, 슬픈 소리를 토해낸다.
晝夜不飛去(주야부비거) : 밤낮으로 날아 떠나지 않고
經年守故林(경년수고림) : 한 해가 다하도록 옛 숲을 지킨다.
夜夜夜半啼(야야야반제) : 밤마다 밤 깊도록 울음 우니
聞者爲沾襟(문자위첨금) : 듣는 사람은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聲中如告訴(성중여고소) : 울음소리가 호소하는 것 같음은
未盡反哺心(미진반포심) : 부모은혜 다 갚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百鳥豈無母(백조개무모) : 모든 새에게 어찌 어머니 없을까마는
爾獨哀怨深(이독애원심) : 너만 홀로 슬퍼하고 원통함이 깊구나.
應是母慈重(응시모자중) : 자애롭고 소중한 건 어머니 사랑이라
使爾悲不任(사이비부임) : 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하게 하였구나.
昔有吳起者(석유오기자) : 옛날 오기라는 장수 있었는데
母歿喪不臨(모몰상부림) : 제 어미가 죽어도 장례에 오지 않았다.
嗟哉斯徒輩(차재사도배) : 슬프도다! 이런 불효한 무리들이여
其心不如禽(기심부여금) : 그 마음 씀이 새만도 못하구나.
慈烏彼慈烏(자오피자오) : 자비한 까마귀, 저 까마귀여
烏中之曾參(오중지증삼) : 새 중에서도 증참 같은 효자로구나.
절비옹(折臂翁)-팔뚝 부러진 노인-백거이(白居易)
新豐老翁八十八(신풍노옹팔십팔) : 신풍의 늙은이, 나이는 여든 여덟 살
頭鬢眉鬚皆似雪(두빈미수개사설) : 머리털, 눈썹, 수염이 모두 눈처럼 희다.
玄孫扶向店前行(현손부향점전항) : 현손이 부축하여 점포 앞으로 나가는데
左臂憑肩右臂折(좌비빙견우비절) : 왼팔 어깨에 달려있고 오른팔은 꺾여있다.
問翁臂折來幾年(문옹비절내기년) : 팔 부러진 지 몇 년 되는가를 묻고
兼問致折何因緣(겸문치절하인연) : 겸하여 무슨 일로 부러진 것인지도 물었다.
翁云貫屬新豐縣(옹운관속신풍현) : 노인이 이르기를, “나는 본래 신풍 사람인데
生逢聖代無征戰(생봉성대무정전) : 태평성대에 태어나 전쟁이란 없었지요.
慣聽梨園歌管聲(관청리원가관성) : 이원의 자제들이 연주하는 음악소리만 들어와
不識旗槍與弓箭(부식기창여궁전) : 깃발과 창 그리고 활과 살은 알지도 못했었다.
無何天寶大徵兵(무하천보대징병) : 난데없이 천보연간에 크게 징집령이 있어
戶有三丁點一丁(호유삼정점일정) : 집집마다 장정이 셋이면 한 명씩을 뽑았지요.
點得驅將何處去(점득구장하처거) : 뽑은 장정을 몰아다가 어디로 떠나보냈는가.
五月萬里雲南行(오월만리운남항) : 오월에 만 리 먼 운남 땅으로 갔다오.
聞道雲南有瀘水(문도운남유로수) : 운남 땅에는 노수라는 강물이 있다고 들었는데
椒花落時瘴烟起(초화낙시장연기) : 산초꽃이 떨어질 철에는 풍토병이 있다고 하였소.
大軍徒涉水如湯(대군도섭수여탕) : 대군이 맨발로 열탕 같은 물을 건너는데
未過十人二三死(미과십인이삼사) : 다 건너지도 못해서 열이면 두 세 명은 죽었다오.
村南村北哭聲哀(촌남촌배곡성애) : 남촌 북촌에 통곡소리가 너무나 애절했으니
兒別爺娘夫別妻(아별야낭부별처) : 아이는 부모와 헤어지고 남편은 아내와 이별했었소.
皆云前後征蠻者(개운전후정만자):모두들 말하기를, 전후하여 남만 땅으로 전쟁 간 사람
千萬人行無一廻(천만인항무일회):천만 명이 나갔으나 돌아온 사람 하나 없다고 하였소.
是時翁年二十四(시시옹년이십사) : 당시에 노인의 나이는 스물넷 살 청년이었다오.
兵部牒中有名字(병부첩중유명자) : 병부의 명단에 내 이름이 있어
夜深不敢使人知(야심부감사인지) : 밤이 깊어지자 감시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고서는
偸將大石鎚折臂(투장대석추절비) : 몰래 큰 돌을 가지고 내 팔뚝을 쳐서 꺾어버렸다오
張弓簸旗俱不堪(장궁파기구부감) : 활 당기고 깃발 흔드는 일을 모두 못하여
從茲始免征雲南(종자시면정운남):이때부터 비로소 운남 땅으로 원정 가는 일을 면하였소.
骨碎筋傷非不苦(골쇄근상비부고):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상하여 고통스럽지 않으리오 마는
且圖揀退歸鄕土(차도간퇴귀향토):장차 고향으로 물러나 돌아갈 길을 찾아야만 했었다오.
此臂折來六十年(차비절래륙십년) : 팔 부러진 지 이제 예순 한해
一肢雖廢一身全(일지수폐일신전) : 한 팔은 병신이지만 이 한 몸 살아 있소
至今風雨陰寒夜(지금풍우음한야) : 지금까지 비바람 치는 차가운 밤에는
直到天明痛不眠(직도천명통부면) : 날 새도록 아파서 잠들지 못한다오.
痛不眠終不悔(통부면종부회) : 아파서 잠들지 못해도 끝내 후회하는 않는다오.
且喜老身今獨在(차희노신금독재) : 또한 늙도록 혼자 살아남았으니 기쁘다오.
不然當時瀘水頭(부연당시로수두) :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에 노수 머리에서
身死魂孤骨不收(신사혼고골불수) : 몸은 죽고 혼백은 흩날리고 뼈는 뒹굴어
應作雲南望鄕鬼(응작운남망향귀) : 틀림없이 운남의 망향귀신 되어
萬人塚上哭呦呦(만인총상곡유유) : 만인총 무덤 위에서 훌쩍훌쩍 통곡하고 있었으리라
老人言君聽取(노인언군청취) : 노인의 말을 그대는 들어라
君不聞開元宰相宋開府(군부문개원재상송개부) :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개원의 재상 송개부는
不賞邊功防黷武(부상변공방독무) : 변방의 공을 상주지 않고 욕된 전쟁을 막은 것을
又不聞天寶宰相楊國忠(우부문천보재상양국충) : 또 듣지 못했는가, 천보의 재상 양국충이
欲求恩幸立邊功(욕구은행립변공) : 황제의 은총을 얻으려하여 변방의 공을 세웠다는 것을
邊功未立生人怨(변공미립생인원) : 변방의 공을 세우기도 전에 백성의 원망이 생긴 것을
請問新豐折臂翁(청문신풍절비옹) : 신풍의 팔 부러진 노인에게 물어 보았으면 하노라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증내(贈內)-아내에게 드린다-백거이(白居易)
生爲同室親(생위동실친) : 살아서는 한 방에서 사랑하고
死爲同穴塵(사위동혈진) : 죽어서는 한 무덤에 흙이 되리라.
他人尙想勉(타인상상면) : 남들도 그리워하고 노력하거늘
而況我與君(이황아여군) : 하물며 나와 그대는 어떠했겠소.
黔婁固窮士(검루고궁사) : 검루는 정말 가난한 선비였지만
妻賢忘其貧(처현망기빈) : 어진 아내는 그들의 가난함을 잊었고
冀缺一農夫(기결일농부) : 기결은 한낱 농부였으나
妻敬儼如賓(처경엄여빈) : 처는 그를 엄연히 손님처럼 공경했고
陶潛不營生(도잠부영생) : 도연명은 생계도 못 꾸렸으나
翟氏自爨薪(적씨자찬신) : 부인 적씨는 스스로 살림을 꾸렸었고
梁鴻不肯仕(양홍부긍사) : 양홍은 벼슬살이 물리쳤으나
孟光甘布裙(맹광감포군) : 그의 아내 맹광은 베옷에 만족하였소.
君雖不讀書(군수부독서) : 그대 비록 책은 읽지 못해도
此事耳亦聞(차사이역문) : 이런 이야기 귀로 들어 알고 있겠지요.
至此千載後(지차천재후) : 천년 지나 지금에 이르러도
傳是何如人(전시하여인) : 이분들이 어떠한 사람인지 전해졌지요.
人生未死間(인생미사간) : 사람으로 태어나 죽지 않은 한
不能忘其身(부능망기신) : 육신의 존재를 잊을 수는 없겠지요.
所須者衣食(소수자의식) : 쓰이는 것이란 옷 입고 밥 먹는 것이니
不過飽與溫(부과포여온) :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 입는 것에 지나지 않소.
蔬食足充饑(소식족충기) : 거친 나물밥으로 주린 배 채우면 족하지
何必膏梁珍(하필고량진) : 어찌 반드시 기름진 음식이어야 하겠소.
繒絮足禦寒(증서족어한) : 거친 솜옷으로 추위만 막으면 그만이지
何必錦繡文(하필금수문) : 어찌 반드시 비단에 수놓은 옷이 필요하겠소.
君家有貽訓(군가유이훈) : 그대 집안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淸白遺子孫(청백유자손) : 청렴결백을 자손에게 전하라 하였다지요.
我亦貞苦士(아역정고사) : 나 또한 고지식한 선비로서
與君新結婚(여군신결혼) : 그대와 결혼하여 새로 부부 되었소.
庶保貧與素(서보빈여소) : 가난과 소박함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며
偕老同欣欣(해로동흔흔) : 같이 늙어가년서 함께 기쁨을 누리려하오.
촌야(村夜)-시골의 어느날 밤-백거이(白居易)
霜草蒼蒼蟲切切(상초창창충절절) : 서리 맞은 풀 무성하고, 벌레소리 절절한데
村南村北行人絶(촌남촌북행인절) : 마을의 남쪽과 북쪽에 사람의 발길 끊어졌다.
獨出門前望野田(독출문전망야전) : 홀로 문 앞에 나와, 멀리 들밭을 바라보니
月明蕎麥花如雪(월명교맥화여설) : 달빛이 밝아서 메밀밭 메밀꽃이 눈처럼 희다.
지상(池上)-연못 위에서-백거이(白居易)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
偸採白蓮回(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꺾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자취를 감출 것을 잊어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가 한 길을 남겨놓아버렸구나
한단동지야사가(邯鄲冬至夜思家)-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 생각하며-
邯鄲驛裏逢冬至(감단역리봉동지) : 한단역에서 동짓날을 맞아
抱膝燈前影伴身(포슬등전영반신) : 등불 앞에 앉으니 그림자와 짝이 된다.
想得家中夜深坐(상득가중야심좌) : 생각나노니, 고향집에선 밤 깊도록 앉아
還應說著遠行人(환응설착원행인) : 필시 먼 길 떠난 내 이야기 하고 있으리라.
초폄관과망진령(初貶官過望秦嶺)-처음 좌천되어 망진령 고개를 지나며
草草辭家憂後事(초초사가우후사) : 초조히 집 떠나 뒷일을 걱정하며
遲遲去國問前途(지지거국문전도) : 느릿느릿 고향땅 떠나, 갈 길을 물어본다.
望秦嶺上回頭立(망진령상회두립) : 망진령 고개 위에서 머리 돌려 서있으니
無限秋風吹白鬚(무한추풍취백수) : 끝없는 가을바람이 내 흰 수염에 불어온다.
동이십일취억원구(同李十一醉憶元九)-
이씨집 열한 번째 아들과 같이 취하여, 원구를 생각하다-백거이(白居易)
花時同醉破春愁(화시동취파춘수) : 꽃필 때에 같이 취하여, 봄날 시름 떨치고
醉折花枝當酒籌(취절화지당주주) : 취한채로 꽃가지 꺾어 술잔을 헤아려본다.
忽憶故人天際去(홀억고인천제거) : 갑자기 먼 길 떠난 친구가 생각나서
計程今日到梁州(계정금일도양주) : 여정을 헤아려보노니, 오늘은 양주에 닿았을까.
(白樂天詩集,卷十四,律詩)
낙화(落花)-떨어지는 꽃잎을 노래하다-백거이(白居易)
留春春不在(유춘춘부재) : 붙들어도 봄은 머물지 않고
春歸人寂寞(춘귀인적막) : 봄이 돌아가니 사람은 적막하여라.
厭風風不定(염풍풍부정) : 싫어도 바람은 그치지 않고
風起花蕭索(풍기화소삭) : 바람이 불면 꽃잎은 쓸쓸하여라.
유애사(遺愛寺)-유애사에서-백거이(白居易)
弄石臨溪坐(농석임계좌) : 수석을 즐겨 개울가에 앉았다가
尋花繞寺行(심화요사행) : 다시 꽃을 찾아 절을 돌아다닌다.
時時聞鳥語(시시문조어) : 때때로 새 우는 소리 들리고
處處是泉聲(처처시천성) : 여기저기 어디나 샘물소리 들려온다.
부서지(府西池)-관아 서편 연못에서-백거이(白居易)
柳無氣力枝先動(류무기력지선동) : 가녀린 버드나무, 가지 먼저 흔들리고
池有波紋冰盡開(지유파문빙진개) : 얼음 풀려 흐른 못물에 파문이 이는구나.
今日不知誰計會(금일부지수계회) : 누가 일 꾸몄는지 오늘은 모르지만
春風春水一時來(춘풍춘수일시내) : 봄바람, 봄물결이 일시에 찾아왔구나.
강루월(江樓月)-강변 누각의 달-백거이(白居易)
嘉陵江曲曲江池(가릉강곡곡강지) : 가릉의 강굽이에 곡강의 연못 있어
明月雖同人別離(명월수동인별리) : 밝은 달은 같은데 사람들만 이별했구나.
一宵光景潛相憶(일소광경잠상억) : 하룻저녁 광경을 잊었다가 기억하니
兩地陰晴遠不知(양지음청원부지) : 두 곳의 흐리고 맑음을 멀어서 모르겠다.
誰料江邊懷我夜(수료강변회아야) : 누가 생각이나 하랴, 나를 생각하는 밤
正當池畔望君時(정당지반망군시) : 그 밤이 못가에서 그대 그리는 바로 이 시간임.
今朝共語方同悔(금조공어방동회) : 오늘 아침 함께 나눈 말들, 후회스러우니
不解多情先寄詩(부해다정선기시) : 다정을 몰라서 내가 먼저 시를 지어 부쳐버렸소.
강상적(江上笛)-강 가의 피리소리-백거이(白居易)
江上何人夜吹笛(강상하인야취적) : 강가에 어떤 사람, 밤에 피리 부니
聲聲似憶故園春(성성사억고원춘) : 소리마다 고향의 옛 봄날을 그리는 듯.
此時聞者堪頭白(차시문자감두백) : 이 시간 듣는 사람, 늙음도 잊으리니
況是多愁少睡人(황시다수소수인) : 근심 많고 잠적은 사람이야 어떠할까.
야심행(夜深行)-깊은 밤, 길 걸으며-백거이(白居易)
百牢關外夜行客(백뇌관외야항객) : 관 외의 모든 집을 밤길 걷는 사람
三殿角頭宵直人(삼전각두소직인) : 삼 전각 꼭대기에서 한밤에 번 서는 사람.
莫道近臣勝遠使(막도근신승원사) : 근신이 원신보다 낫다고 하지 말라
其如同是不閒身(기여동시부한신) : 그들도 이처럼 한가하지 않은 몸이라오.
강안이화(江岸梨花)-강언덕 배꽃-백거이(白居易)
梨花有意綠和葉(이화유의녹화섭) : 배꽃에 정감 있어 푸르기가 나뭇잎 같아
一樹江頭惱殺君(일수강두뇌살군) : 강 가의 배나나무가 그대를 뇌살하는구나.
最似孀閨少年婦(최사상규소년부) : 과부 방, 젊은 아낙과 꼭 같나니
白粧素袖碧紗裙(백장소수벽사군) : 흰 분칠, 흰 소매 그리고 푸른 비단 차마라.
억원구(憶元九)-원씨네 아홉째 아들을 생각하며-백거이(白居易)
渺渺江陵道(묘묘강능도) : 아득하다, 강릉가는 길
相思遠不知(상사원부지) : 그리워도 멀어서 알지 못한다.
近來文卷裏(근내문권리) : 근래의 글들 중에서
半是憶君詩(반시억군시) : 절반은 그대 그리는 시로구나.
병기(病氣)-병 증세-백거이(白居易)
自知氣發每因情(자지기발매인정) : 정 때문에 병나는 것, 나는 알아
情在何由氣得平(정재하유기득평) : 정이 어디 있어야, 병세가 나아지나.
若問病根深與淺(야문병근심여천) : 병 뿌리의 깊음과 엷음 묻는다면
此身應與病齊生(차신응여병제생) : 이 몸은 반드시 병과 함께 살고 싶어라.
야좌(夜坐)-밤에 혼자 앉아-백거이(白居易)
庭前盡日立到夜(정전진일립도야) : 종일토록 뜰 앞에 선채 밤이 되니
燈下有時坐徹明(등하유시좌철명) : 등잔 아래에서 때로는 앉은 채로 날이 밝는다.
此情不語何人會(차정부어하인회) : 이런 내 마음을 말하지 않으니 누가 찾아올까
時復長吁一兩聲(시복장우일량성) : 가끔씩 다시 길게 나오는 한 두 번의 탄식소리.
주와(晝臥)-대낮에 혼자 누워-백거이(白居易)
抱枕無言語(포침무언어) : 말없이 베개를 안고 누우니
空房獨悄然(공방독초연) : 홀로 있는 빈 방이라 처연하구나.
誰知盡日臥(수지진일와) : 누가 알겠는가, 종일 혼자 누워있어도
非病亦非眠(비병역비면) : 병든 것도, 잠자는 것도 아닌 것임을.
유감(有感)-유감스러워-백거이(白居易)
絶絃與斷絲(절현여단사) : 백아의 의리와 맹모의 교훈
猶有却續時(유유각속시) : 여전히 시대를 이어가야 하나.
唯有衷腸斷(유유충장단) : 오직 단장의 슬픔만 있을 뿐
無應續得期(무응속득기) : 이어야 하지만 기약할 수 없구나.
답우문(答友問)-친구의 물음에 답하여-백거이(白居易)
似玉童顔盡(사옥동안진) : 옥 같았던 아이 얼굴 다하고
如霜病鬢新(여상병빈신) : 서리 같은, 병들고 희어진 귀밑머리.
莫驚身頓老(막경신돈노) : 놀라지 말라, 몸 갑자기 늙었다고
心更老於身(심경노어신) : 마음은 몸보다 더욱 쉽게 늙어 가리라.
문충(聞蟲)-벌레소리 들으며-백거이(白居易)
闇蟲喞喞夜緜緜(암충즐즐야면면) : 어디선가 벌레소리, 밤마다 끝없는데
況是秋陰欲雨天(황시추음욕우천) : 어둑한 가을구름에 비 내릴 듯한 날에야.
猶恐愁人暫得睡(유공수인잠득수) : 두려워라, 수심 겨운 사람 잠시 잠들다
聲聲移近臥床前(성성이근와상전) : 벌레소리 가까워 지져, 침상 앞에 눕는다.
한식야유회(寒食夜有懷)-한식날 밤, 감회에 젖어-백거이(白居易)
寒食非長非短夜(한식비장비단야) : 한식날, 길지도 짧지도 않은 밤
春風不熱不寒天(춘풍부열부한천) : 봄바람은 덥지도 춥지도 않도다.
可憐時節堪相憶(가련시절감상억) : 가련하다, 서로가 그리운지 이 시간
何況無燈各早眠(하황무등각조면) : 어찌 등불도 없이 일찍 잠들 수 있나.
야좌(夜坐)-밤에 혼자 앉아-백거이(白居易)
斜月入前楹(사월입전영) : 지는 달빛은 앞 기둥으로 드는데
迢迢夜坐情(초초야좌정) : 아련해지는 밤, 홀로 앉은 내 마음이여.
梧桐上階影(오동상계영) : 오동나무는 섬돌 위로 그림자 지우고
蟋蟀近牀聲(실솔근상성) : 귀뚜라미 다가와 침상 가까이 우는구나.
曙傍窓間至(서방창간지) : 새벽빛 창문 사이로 들어오고
秋從簟上生(추종점상생) : 가을은 대자리 위를 따라 오는구나.
感時因憶事(감시인억사) : 계절을 느끼니 온갖 일들 생각나
不寢到雞鳴(부침도계명) : 잠 들지 못한 채로 새벽닭이 우는구나.
촌거1(村居1)-시골에 살며-백거이(白居易)
田園莽蒼經春早(전원망창경춘조) : 짙푸른 교외, 봄은 일찍 가고
籬落蕭條盡日風(이낙소조진일풍) : 쓸쓸한 울타리에 좋일토록 바람만 분다.
若問經過談笑者(야문경과담소자) : 지나며 담소하는 사람이 물으면
不過田舍白頭翁(부과전사백두옹) : 다만 시골집 사는 백발 늙은이랍니다.
촌거2(村居2)-시골에 살며-백거이(白居易)
門閉仍逢雪(문폐잉봉설) : 문이 닫히면 바로 날리는 눈 맞고
廚寒未起煙(주한미기연) : 차가운 부엌에는 불도 피우지 못한다.
貧家重寥落(빈가중요낙) : 가난한 집안살림 더욱 요락해져서
半爲日高眠(반위일고면) : 반나절이 다 되도록 잠만 자고 있다.
조춘(早春)-이른 봄날-백거이(白居易)
雪散因和氣(설산인화기) : 따뜻한 기운으로 차가운 눈 흩어져
氷開得暖光(빙개득난광) : 얼음이 풀리니 따뜻한 봄빛 비친다.
春銷不得處(춘소부득처) : 봄에 다 녹으면 얻을 곳 없지만
唯有鬢邊霜(유유빈변상) : 오직 귀밑머리에 서리 있을 뿐이어라.
왕소군1(王昭君1)-왕소군-白居易(백거이)
滿面胡沙滿鬢風(만면호사만빈풍) : 얼굴에 가득 오랑캐 모래, 귀밑머리 바람 가득
眉銷殘黛臉銷紅(미소잔대검소홍) : 눈썹에 먹자국, 뺌에는 빨간 연지자국 남았구나.
愁苦辛勤憔悴盡(수고신근초췌진) : 근심과 고통, 고난에 초췌하고 말라버린 몸
如今却似畫圖中(여금각사화도중) : 지금의 모습이, 잘못 그린 그림 속 얼굴 같구나.
왕소군2(王昭君2)-왕소군-白居易(백거이)
漢使却廻憑寄語(한사각회빙기어) : 한나라 사신 돌아와 부치는 말
黃金何時贖蛾眉(황금하시속아미) : 황금으로 어느 때에 미인의 눈썹 되살까.
君王若問妾顔色(군왕야문첩안색) : 임금님 만약 내 안색 물으시면
莫道不如宮裏時(막도부여궁리시) : 대궐에 있을 때보다 못하다 하지 마세요.
야설(夜雪)-밤에 내린 눈-백거이(白居易)
已訝衾枕冷(이아금침랭) : 춥다고 여겼더니 이부자리 차가워
復見窓戶明(부견창호명) : 창문이 밝아옴을 이제 다시 보는구나.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 : 밤이 깊어 눈 많이 내린 것 알겠으니
時聞折竹聲(시문절죽성) : 때때로 대나무 꺾어지는 소리 들린다.
억강남1(憶江南1)-강남을 기억하며-백거이(白居易)
江南好(강남호) : 강남이 좋았더라
風景舊曾諳(풍경구증암) : 그 옛날 풍경 눈에 선하다.
日出江花紅火(일출강화승화) : 일출의 강꽃은 불보다 더 붉고
春來江水綠如藍(춘래강수록여람) : 봄의 강물은 쪽빛 같았더라
能不憶江南(능불억강남) : 어찌 강남 땅을 기억하지 않겠는가.
모별자(母別子)-어머니가 자식을 이별하며-백거이(白居易)
母別子(모별자) : 어미는 자식을 이별하고
子別母(자별모) : 자식은 어머니와 이별하니
白日無光哭聲苦(백일무광곡성고) : 태양도 빛을 잃고 울음소리 처절하다.
關西驃騎大將軍(관서표기대장군) : 관서의 표기 대장군
去年破虜新策勳(거년파로신책훈) : 작년에 오랑캐 격파하고 새로 공을 세워
勅賜金錢二百萬(칙사김전이백만) : 이 백만 량 상금 받아
洛陽迎得如花人(낙양영득여화인) : 낙양에서 꽃 같은 미인을 맞았도다.
新人迎來舊人棄(신인영래구인기) : 새댁을 맞아들이고 옛 아내를 내버리니
掌上蓮花眼中刺(장상연화안중자) : 새댁은 손안의 연꽃, 옛 사람은 눈 안의 가시
迎新棄舊未足悲(영신기구미족비) : 새 각시 얻고서 조강지처 버린 일은 슬프지 않으나
悲在君家留兩兒(비재군가유양아) : 그대 집에 남겨 둔, 두 아들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一始扶行一初坐(일시부행일초좌):한 놈은 이제 걸음마하고, 한 놈은 겨우 혼자 앉는데
坐啼行哭牽人衣(좌제행곡견인의) : 두 아이 울며불며 옷자락에 매달린다
以汝夫婦新婉(이여부부신완) : 그대들 부부 되어 새로 사랑함이
使我母子生別離(사아모자생별리) : 우리 모자를 생이별 시켰도다
不如林中烏與鵲(부여임중오여작) : 우리 신세 숲 속의 까마귀와 까치만도 못하구나.
母不失雛雄伴雌(모부실추웅반자) : 어미 새도 새끼 잃지 않고 암수가 짝을 짓거늘
應似園中桃李樹(응사원중도이수) : 우리 모자는 뜰 안의 복숭아와 오얏 같아
花落隨風子在枝(화락수풍자재지) : 바람에 꽃잎 지고, 열매만 가지에 남았구나.
新人新人聽我語(신인신인청아어) : 새댁이여, 새댁이여! 내 말 좀 들어보소.
洛陽無限紅樓女(낙양무한홍루여) : 낙양 많은 홍루에 미인도 많아
但願將軍重立功(단원장군중입공) : 장군이 다시 한번 무공 세우신다면
更有新人勝於汝(갱유신인승어여) : 다시 너보다 더 예쁜 새댁을 맞으리라
상양인(上陽人)-상양 사람-백거이(白居易)
上陽人上陽人(상양인상양인) : 상양궁의 궁녀여
紅顔暗老白髮新(홍안암노백발신) : 홍안은 이미 늙고 백발만 새로워
綠衣監使守宮門(녹의감사수궁문) : 푸른 옷의 궁지기가 궁문을 지킨다.
一閉上陽多少春(일폐상양다소춘) : 상양궁에 갇힌 세월 그 얼마이던가
玄宗末歲初選入(현종말세초선입) : 현종 말년에 처음 뽑힘에 들어
入時十六今六十(입시십육금육십) : 열여섯에 입궐하여 지금은 육십이라
同時采擇百餘人(동시채택백여인) : 같은 때, 뽑힌 궁녀 백여 명이었으나
零落年深殘此身(영락년심잔차신) : 시들고 늙어 죽어 이 몸만 남았구나.
憶昔呑悲別親族(억석탄비별친족) : 지난 슬픔 삼키며 친척과 이별할 때
扶入車中不敎哭(부입차중부교곡) : 수레에 오르는 나를 잡아주며 울음 달래며
皆云入內便承恩(개운입내편승은):입궐하면 임금의 총애 받으리라 사람들은 말이었다.
臉似芙蓉胸似玉(검사부용흉사옥) : 얼굴은 부용 같고, 젖가슴 옥과 같았는데
未容君王得見面(미용군왕득견면) : 미처 황제의 눈에 들기도 전에
已被楊妃遙側目(이피양비요측목) : 이미 양귀비의 눈 흘김 질투를 받았다
妬令潛配上陽宮(투령잠배상양궁) : 그녀의 질투로 상양궁에 갇히어서
一生遂向空房宿(일생수향공방숙) : 일생을 독수공방으로 지냈었다
宿空房秋夜長(숙공방추야장) : 독수공방하니 가을밤은 길기만 했다
夜長無寐天不明(야장무매천부명) : 밤은 길어 못 이루는 데, 날마저 더디 새었다
耿耿殘燈背壁影(경경잔등배벽영) : 가물거리는 새벽 등잔에 비쳐진 그림자
蕭蕭暗雨打窓聲(소소암우타창성) : 쓸쓸한 밤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春日遲(춘일지) : 봄날은 지루하고 길기도 하다
日遲獨坐天難暮(일지독좌천난모) : 지루하게 홀로 앉은 채로, 날은 저물지 않았다
宮鶯百囀愁厭聞(궁앵백전수염문) : 궁궐 안 꾀꼬리 소리, 수심 겨워 듣기 싫고
梁燕雙栖老休妬(양연쌍서노휴투) : 들보의 짝지은 제비, 늙어서 질투도 않았도다.
鶯歸燕去長悄然(앵귀연거장초연) : 꾀꼬리와 제비가 돌아가니, 오래도록 외로웠고
春往秋來不記年(춘왕추래부기년) : 봄 가고 가을 와도 세월을 기억 못하였다.
唯向深宮望明月(유향심궁망명월) : 오직 깊은 궁궐에서 밝은 달만 바라보며
東西四五百廻圓(동서사오백회원) : 보름달 뜨고 지고, 사 오백 번은 되었었다
今日宮中年最老(금일궁중년최장) : 이제는 궁궐 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大家遙賜尙書號(대가요사상서호) : 천자께서 상서의 호칭을 내리셨다.
小頭鞋履窄衣裳(소두혜이착의상) : 신발 끝이 뾰쪽하고 옷은 좁으며
靑黛點眉眉細長(청대점미미세장) : 푸른 먹으로 그린 눈썹은 가늘고 길어서
外人不見見應笑(외인부견견응소) : 궁궐 밖의 사람이 보면 반드시 웃으리라
天寶末年時世粧(천보말년시세장) : 촌스런 천보 말년의 세태라고이라고 말이요
上陽人苦最多(상양인고최다) : 상양궁의 인생이여, 고생이 너무 심하구나.
少亦苦老亦苦(소역고노역고) : 젊어서도 고생, 늙어서도 고생이로다.
少苦老苦兩如何(소고노고양여하) : 젊어서 고생, 늙어서 고생 이 두 고생을 어찌하나
君不見昔時呂尙美人賦(군부견석시여향미인부) : 그대는 못 보았는가, 옛날 여향의 미인부를
又不見今日上陽宮人白髮歌(우부견금일상양궁인백발가) :
또한 못 보았는가, 오늘날 상양궁인의 백발가를 말일세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모란방(牡丹芳)-모란의 향기-백거이(白居易)
牡丹芳牡丹芳(모단방모단방) : 모란꽃 향기여, 모란꽃 향기여
黃金蘂綻紅玉房(황금예탄홍옥방) : 황금꽃술이 붉은 옥방을 터뜨리니
千片赤英霞爛爛(천편적영하란란) : 천 조각 꽃부리에 노을이 찬란하여라
百枝絳焰燈煌煌(백지강점등황황) : 백 개의 가지에 붉은 점이 등불처럼 찬란하니
照地初開錦繡段(조지초개금수단) : 땅에 비치니 금빛 비단 여러 단이 열리는구나.
當風不結蘭麝囊(당풍불결란사낭) : 바람에 묶지 않은 난초 사향 주머니 같고
仙人琪樹白無色(선인기수백무색) : 신선의 옥나무 깨끗하고 아무 색깔도 없으니
王母桃花小不香(왕모도화소불향) : 서왕모의 복사꽃은 작고도 향기 없도다.
宿露輕盈泛紫艶(숙로경영범자염) : 밤이슬이 가벼이 채서 자주 빛 요염함 넘치고
朝陽照耀生紅光(조양조요생홍광) : 아침 햇빛 비추니 붉은 빛을 내는구나.
紅紫二色間深淺(홍자이색간심천) : 붉음과 자줏빛 깊고 얕음에 차이를 두니
向背萬態隨低昻(향배만태수저앙) : 등을 돌리니 온갖 교태가 아래 위를 따른다.
映葉多情隱羞面(영엽다정은수면) : 잎에 비친 다정함은 부끄러운 얼굴 가리고
臥叢無力含醉粧(와총무력함취장) : 힘없는 듯 누운 꽃떨기 취한 화장을 머금었다
低嬌笑容疑掩口(저교소용의엄구) : 애교 띤 웃는 얼굴 내려 입이 가릴까 하노니
凝思怨人如斷腸(응사원인여단장) : 사람 원망하는 생각이 짙어지니 마음은 애끊는 듯
濃姿貴彩信奇絶(농자귀채신기절) : 농염한 자태와 고귀한 빛이 참으로 기이하니
雜卉亂花無比方(잡훼란화무비방) : 잡된 풀과 어지러운 꽃이 비교할 방법이 없도다.
石竹金錢何細碎(석죽금전하세쇄) : 석죽과 금전화는 어찌하여 가늘게 부서지나
芙蓉芍藥苦尋常(부용작약고심상) : 부용꽃과 작약꽃은 언제나 괴롭구나.
遂使王公與卿相(수사왕공여경상) : 마침내 왕공들과 경사들을 부리어서
游花冠蓋日相望(유화관개일상망) : 기생과 관리들이 매일 서로 바라보겠구나.
痺車軟輿貴公主(비차연여귀공주) : 메추라기 털 수레와 부드러운 수레에 귀족 여자들
香衫細馬豪家郞(향삼세마호가랑) :향기 나는 소매, 날씬한 말은 부호의 아들들이로다.
衛公宅靜閉東院(위공댁정폐동원) : 위공 댁은 고요하여 동쪽 집을 닫았고
西明寺深開北廊(서명사심개북랑) : 서명사 절은 깊어서 북쪽 곁채를 열었도다.
戱蝶雙舞看人久(희접쌍무간인구) : 노는 나비의 쌍쌍춤을 사람들이 본지 오래고
殘鶯一聲春日長(잔앵일성춘일장) : 남은 꾀꼬리 한 소리에 봄날은 길기만 하다
共愁日照芳難駐(공수일조방난주) : 모두가 걱정하는 비춰드는 햇빛에 향기 머물기 어려워
仍張帷幕垂陰凉(잉장유막수음량) : 이에 휘장을 펴서 그늘의 서늘함을 드리운다.
花開花落二十日(화개화락이십일) : 꽃 피고 꽃 떨어지기 이십 일이 되니
一城之人皆若狂(일성지인개약광) : 온 성안 사람들 모두가 미친 듯 행동한다.
三代以還文勝質(삼대이환문승질) : 삼대이래로 도리어 꾸미는 일을 내용보다 좋게 여기니
人心重華不重實(인심중화불중실) : 인심은 화려함 중히 여기고, 내용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重華直至牡丹芳(중화직지모단방) : 화려함을 중요하게 여김은 바로 모란꽃 향기이니
其來有漸非今日(기래유점비금일) : 그것이 내게 천천히 옴은 오늘날의 일이 아니로다.
元和天子憂農桑(원화천자우농상) : 원화 천자는 농사와 뽕나무 일을 걱정하고
恤下動天天降祥(휼하동천천강상) : 아래 사람을 근심하니 하늘을 움직여 상서로움 내리도다.
去歲嘉禾生九穗(거세가화생구수) : 지난해에는 좋은 볍씨가 한 줄기에 아홉 이삭 생산해도
田中寂寞無人至(전중적막무인지) : 오는 사람 아무도 없어 들판의 밭 속에 적막하였다
今年瑞麥分兩岐(금년서맥분량기) : 금년에도 상서로운 보리가 양쪽으로 나누어지니
君心獨喜無人知(군심독희무인지) : 군왕이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함을 아무도 모른다.
無人知可歎息(무인지가탄식) :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니 가히 탄식하리로다.
我願暫求造化力(아원잠구조화력) : 나는 원컨대, 조화옹의 힘을 구하여
減却牡丹妖艶色(감각모단요염색) : 문득 모란의 요염한 색을 줄이고
少廻卿士愛花心(소회경사애화심):높은 벼슬아치들의 꽃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돌려서
同似吾君憂稼穡(동사오군우가색) : 우리 임금님처럼 곡식 심고 추수하는 근심을 함께 하였으면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동파종화1(東坡種花1)-동파에 꽃을 심으며-백거이(白居易)
持錢買花樹(지전매화수) : 돈을 가지고 가서 꽃나무 사와
城東坡上栽(성동파상재) : 성의 동쪽 언덕에 위에 심었다.
但購有花者(단구유화자) : 꽃 피는 나무만을 구입했으나
不限桃杏梅(부한행묘매) : 복사꽃, 살구꽃, 매화꽃에 정하지 않았다.
百果參雜種(백과삼잡종) : 온갖 과실수를 참작하여 심으니
千枝次第開(천지차제개) : 수많은 가지들이 차례로 벌어진다.
天時有早晩(천시유조만) : 자연의 시기는 이르고 늦음이 있고
地力無高低(지력무고저) : 토지의 힘에는 높고 낮음이 있도다.
紅者霞豔豔(홍자하염염) : 붉은 것은 노을처럼 아름답고
白者雪皚皚(백자설애애) : 흰 것은 눈처럼 희고 깨끗하다.
遊蜂逐不去(유봉축부거) : 날아다니는 벌 떼는 쫓아도 달아나지 않고
好鳥亦來栖(호조역내서) : 기뻐하는 새들도 날아와 둥지에 깃든다.
前有長流水(전유장류수) : 앞에는 긴 강이 흐르고
下有小平臺(하유소평대) : 아래에는 작고 평평한 누대가 있다.
時拂臺上石(시불대상석) : 때때로 누대 위의 돌을 들어내고
一擧風前杯(일거풍전배) : 한번씩 바람 앞의 술잔을 들어올린다.
花枝蔭我頭(화지음아두) : 꽃가지는 나의 머리를 덮고
花蕊落我懷(화예낙아회) : 꽃술은 나의 품속에 떨어진다.
獨酌復獨詠(독작복독영) : 혼자 술을 마시고 다시 혼자 시를 읊으니
不覺日平西(부각일평서) : 모르는 사이에 해가 떠서 서쪽에 나란하다.
巴俗不愛花(파속부애화) : 파현의 풍속은 꽃을 좋아하지 않아
竟春無人來(경춘무인내) : 봄이 다하도록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다.
唯此醉太守(유차취태수) : 오직 이 몸, 술 취한 태수만이
盡日不能廻(진일부능회) : 종일토록 돌아갈 줄을 모르는구나.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동파종화2(東坡種花2)-동파에 꽃을 심으며-백거이(白居易)
東坡春向暮(동파춘향모) : 동파에는 봄이 저무는데
樹木今何如(수목금하여) : 나무들은 지금 어떠할까
漠漠花落盡(막막화낙진) : 막막하게 꽃은 다 지고
翳翳葉生初(예예섭생초) : 짙은 잎이 막 생기는 때라
每日領童僕(매일령동복) : 날마다 종아이 거느리고
荷鉏仍決渠(하서잉결거) : 호미 메고 가서 도랑을 턴다.
剗土壅其本(잔토옹기본) : 흙을 긁어 뿌리를 덮어주고
引泉漑其枯(인천개기고) : 샘물 끌어들어 그 마른 곳에 대었다
小樹低數尺(소수저삭척) : 작은 나무도 낮은 것은 몇 자나 되고
大樹長丈餘(대수장장여) : 큰 나무는 긴 것은 한 길도 넘었다
封植來幾時(봉식내기시) : 북돋우고 심고 돌아온 지가 얼마인가
高下齊扶疎(고하제부소) : 높고 낮은 잎이 서로 받쳐 나란하다
養樹旣如此(양수기여차) : 수목 기르기도 이처럼 하거늘
養民亦何殊(양민역하수) : 백성을 위함에도 어찌 다르겠는가.
將欲茂枝葉(장욕무지섭) : 가지와 잎을 무성하게 하려면
必先救根株(필선구근주) : 반드시 먼저 뿌리와 둥치를 보호하라
云何救根株(운하구근주) : 무엇을 일러서 뿌리와 둥치를 보호한다고 하는가.
勸農均賦租(권농균부조) : 농사를 권장함에는 세금을 균둥히 해야 한다
云何茂枝葉(운하무지섭) : 무엇을 일러서 가지와 잎을 무성히 한다고 하는가.
省事寬刑書(생사관형서) : 번잡한 일을 간단히 하고 형벌을 너그럽게 해야 한다
移此爲郡政(이차위군정) : 이것을 그대로 옮겨 고을 행정을 베풀면
庶幾甿俗蘇(서기맹속소) : 백성과 풍속이 살아나는 것을 바랄 수 있으리라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제심양루(題潯陽樓)-심양루에 제하여-백거이(白居易)
常愛陶彭澤(상애도팽택) : 항상 평택령 도연명을 좋아하나니
文思何高玄(문사하고현) : 문장과 생각은 어찌 그리도 높고 깊은가.
又怪韋江州(우괴위강주) : 또한 위강주도 특별하니
詩情亦淸閑(시정역청한) : 그가 지은 시의 정취도 맑고 한가하다.
今朝登此樓(금조등차누) : 오늘 아침 이곳 누각에 올라보니
有以知其然(유이지기연) :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大江寒見底(대강한견저) : 큰 강은 차가운 계절에는 바닥이 드러나며
匡山靑倚天(광산청의천) : 광산은 푸르게도 하늘에 높이 솟았구나.
深夜湓浦月(심야분포월) : 심야에는 포구의 물에는 달이 떠오르고
平旦鑪峯煙(평단로봉연) : 평탄한 향로봉에는 안개가 자욱하도다.
淸輝與靈氣(청휘여령기) : 맑은 빛과 신령한 기운이
日夕供文篇(일석공문편) : 밤낮으로 그들의 글을 짓게 했구나.
我無二人才(아무이인재) : 나에게는 이런 두 사람의 재주가 전혀 없으니
孰爲來其間(숙위내기간) : 누가 그들 사이에 이를 수 있게 하리오.
因高偶成句(인고우성구) : 높은 곳에 올라 우연히 글귀를 지었으니
俯仰愧江山(부앙괴강산) : 하늘을 보고 땅을 보아도니 강산에 부끄럽다.
(白樂天詩集,卷七,閒適三)
증원진(贈元稹)-원진에게-백거이(白居易)
自我從宦遊(자아종환유) : 내가 관리로 다닐 때부터
七年在長安(칠년재장안) : 칠년 동안을 장안에 있었다.
所得惟元君(소득유원군) : 얻은 것은 다만 원진이라는 친구
乃知定交難(내지정교난) : 친구를 선택하는 어려움을 알겠다.
豈無山上苗(개무산상묘) : 어찌 산 위에 묘목이 없겠는가
徑寸無歲寒(경촌무세한) : 산길이 좁아 차가운 해가 없었다.
豈無要津水(개무요진수) : 어찌 긴요한 나루터의 물이 없으랴
咫尺有波瀾(지척유파란) : 가까이에 물결이 있는 것이다.
之子異於是(지자리어시) : 원진은 이러한 사람들과 다르며
久要誓不諼(구요서부훤) : 오랜 세월 동안 맹세코 거짓되지 않았다.
無波古井水(무파고정수) : 파랑이 일지 않는 옛 우물의 물이요
有節秋竹竿(유절추죽간) : 마디처럼 절개 있는 가을 대나무 줄기였다.
一爲同心友(일위동심우) : 한번 마음 같이하는 친구 되니
三及芳歲蘭(삼급방세난) : 삼년이나 향기로운 친구가 되었도다.
花下鞍馬遊(화하안마유) : 꽃나무 아래에서 말 타고 놀며
雪中杯酒歡(설중배주환) : 눈 속에서 잔술을 나누며 기뻐했었다.
衡門相逢迎(형문상봉영) : 형문에서 서로 만나서
不具帶與冠(부구대여관) : 혁대와 의관을 갖추지 않고 허물없었다.
春風日高睡(춘풍일고수) : 봄바람에 해는 높이 떠 잠들고
秋月夜深看(추월야심간) : 가을 달을 밤이 깊어가도록 바라본다.
不爲同登科(부위동등과) : 과거에 같이 등용되지 않았고
不爲同署官(부위동서관) : 같은 관청에서 일하지도 않았었다.
所合在方寸(소합재방촌) : 단합하는 것은 작은 마음속에 있나니
心源無異端(심원무리단) : 마음 속 근원에는 다른 마음 전혀 없도다.
관예맥(觀刈麥)-보리 베기를 보고-백거이(白居易)
田家少閑月(전가소한월) : 농가에 한가한 달은 드물어
五月人倍忙(오월인배망) : 오월에는 사람들이 곱절이나 바쁘다.
夜來南風起(야내남풍기) : 밤이 되면 남풍이 불어오고
小麥覆隴黃(소맥복롱황) : 언덕을 덮고 있는 소맥은 황금빛이라.
婦姑荷簞食(부고하단식) :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음식을 이고
童稚攜壺漿(동치휴호장) : 아이들은 간장병 손에 들고 와서는
相隨餉田去(상수향전거) : 서로 따라와 배불리 먹이고 밭을 떠난다.
丁壯在南岡(정장재남강) : 장정들은 남쪽 언덕에 있고
足蒸暑土氣(족증서토기) : 밭은 뜨거운 흙의 열기에 익어가고
背灼炎天光(배작염천광) : 등은 불꽃같은 햇빛에 타들어 간다.
力盡不知熱(역진부지열) : 힘이 다해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但惜夏日長(단석하일장) : 여름해가 길어도 아쉽기만 하구나.
復有貧婦人(복유빈부인) : 또 어떤 가난한 부인 있는데
抱子在其傍(포자재기방) : 어린 아이 안고서 그 곁에 있다.
右手秉遺穗(우수병유수) : 오른손으로는 떨어진 이삭을 잡고
左臂懸弊筐(좌비현폐광) : 왼쪽 팔뚝에는 헤어진 바구니를 걸치고 있다.
聽其相顧言(청기상고언) : 돌아가서 그들이 나누는 말 들으니
聞者爲悲傷(문자위비상) : 듣는 사람은 슬프고 마음이 상한다.
家田輸稅盡(가전수세진) : 농가에서는 세금으로 실어가 다 없어지고
拾此充飢腸(습차충기장) : 이런 것을 주워서 주린 창자를 채운다 한다.
今我何功德(금아하공덕) : 나는 지금 무슨 공덕이 있어
曾不事農桑(증부사농상) : 농사짓고 누에치지 않았는데도
吏祿三百石(이녹삼백석) : 관리 봉록으로 삼백 석을 받아
歲晏有餘糧(세안유여량) : 한 해가 다 늦도록 남은 곡식이 있구나.
念此私自媿(념차사자괴) : 이런 생각을 하면 스스로 부끄러우니
盡日不能忘(진일부능망) : 종일토록 그 일을 나는 잊을 수가 없구나.
관가(觀稼)-논밭의 벼를 바라보며-백거이(白居易)
世役不我牽(세역부아견) : 세상 일에 나는 이끌리지 않아
身心常自若(신심상자야) : 몸과 마음이 항상 자유로웠도다.
晩出看田畝(만출간전무) : 저녁에 나아가 밭을 보고
閑行旁村落(한항방촌낙) : 촌락 사이를 한가히 걸어보았다.
纍纍繞場稼(유류요장가) : 층층이 쌓인 마당을 둘러 싼 볏단
嘖嘖羣飛雀(책책군비작) : 짹짹거리며 모여서 날아다니는 참새들.
年豐豈獨人(년풍개독인) : 풍년이 어찌 사람들에게만 있겠는가.
禽鳥聲亦樂(금조성역낙) : 새들 소리도 또한 즐겁도다.
田翁逢我喜(전옹봉아희) : 늙은 농부는 나를 만나 기뻐하며
黙起具杯杓(묵기구배표) : 말없이 일어나 함께 술을 마셨다.
斂手笑相延(염수소상연) : 손짓하며 웃으며 서로 불러대며
社酒有殘酌(사주유잔작) : 제삿술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媿茲勤且敬(괴자근차경) : 이러한 부지런함과 공손함에 부끄러워
藜杖爲淹泊(염장위엄박) : 명아주 지팡이 짚고 머뭇거린다.
言動任天眞(언동임천진) : 그의 말과 행동이 천진난만 하여
未覺農人惡(미각농인악) : 농민의 고통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停杯問生事(정배문생사) : 술잔을 멈추고 생활상을 물어보니
夫種妻兒穫(부종처아확) : 남편은 씨 뿌리고 처자는 추수한다.
筋力苦疲勞(근력고피노) : 근력은 고통스럽고 피곤하고
衣食常單薄(의식상단박) : 의식은 항상 간단하고 초라하다.
自慙祿仕者(자참녹사자) : 벼슬하는 것이 저절로 부끄럽나니
曾不營農作(증부영농작) : 농사를 한번도 지어보지 않고
飽食無所勞(포식무소노) : 일 한 것 없으면서 포식하였으니
何殊衛人鶴(하수위인학) : 어찌 일하지 않고 녹만 받은 위인학과 다를까.
조발초성역(早發楚城驛)-초성역을 일찍 떠나며-백거이(白居易)
過雨塵埃滅(과우진애멸) : 지나간 비에 흙먼지 없어지고
沿江道徑平(연강도경평) : 강 따라 난 길은 평탄하기만 하다.
月乘殘夜出(월승잔야출) : 새벽녘 달은 아직 떠있고
人趁早涼行(인진조량항) : 사람은 아침 차가움을 쫓아 걷는다.
寂歷閒唫動(적력한금동) : 적막함이 지나고 한가함이 움직여
冥濛闇思生(명몽암사생) : 고요하고 어둑하여 생각이 떠오른다.
荷塘翻露氣(하당번노기) : 연꽃 핀 연못에 이슬 기운 날아들고
稻壟瀉泉聲(도농사천성) : 논두렁에는 샘물 솟는 소리 들려온다.
宿犬聞鈴起(숙견문령기) : 잠자던 개가 방울소리 듣고 일어나고
栖禽見火驚(서금견화경) : 둥지에 깃던 새는 등불을 보고 놀란다.
曨曨煙樹色(농롱연수색) : 안개에 싸인 나무의 빛이 몽롱하여
十里始天明(십리시천명) : 십리쯤 가서야 비로소 하늘이 밝아온다.
(白樂天詩集,卷十六,律詩)
호정만망잔수(湖亭晩望殘水)-호숫가 정자에서, 마른 물을 바라보며
種樹當前軒(종수당전헌) : 심은 나무가 앞 건물에 닿아
樹高柯葉繁(수고가섭번) : 나무는 높고 가지의 잎은 무성하다.
惜哉遠山色(석재원산색) : 아쉽구나, 먼 산의 산빛이여
隱此蒙籠間(은차몽농간) : 몽롱한 사이에 이를 감추고 있구나.
一朝持斧斤(일조지부근) : 어느 날 아침, 도끼를 들고
手自截其端(수자절기단) : 손으로 그 끝을 잘라내었다.
萬葉落頭上(만섭낙두상) : 수많은 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千峯來面前(천봉내면전) : 천 개의 산봉우리 얼굴 앞에 다가온다.
忽似決雲霧(홀사결운무) :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듯
豁達覩靑天(활달도청천) : 훤하게 푸른 하늘이 바라보인다.
又如所念人(우여소념인) : 또 그리워하는 사람 같고
久別一欸顔(구별일애안) :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가 만나는 얼굴 같았다.
始有淸風至(시유청풍지) : 비로소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稍見飛鳥還(초견비조환) : 날아가는 새가 돌아오는 것이 조금 보였다.
開懷東南望(개회동남망) : 마음을 열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目遠心遼然(목원심료연) : 시야는 멀고, 마음은 요연해진다.
人各有偏好(인각유편호)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치우친 호감이 있어
物莫能兩全(물막능량전) : 사물은 양자를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豈不愛柔條(개부애유조) : 어찌 나무를 좋아하지 않을까 마는
不如見靑山(부여견청산) : 청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만 못하니라.
(白樂天詩集,卷七,閒適三)
절수(截樹)-나뭇가지를 치며-백거이(白居易)
種樹當前軒(종수당전헌) : 심은 나무가 앞 건물에 닿아
樹高柯葉繁(수고가섭번) : 나무는 높고 가지의 잎은 무성하다.
惜哉遠山色(석재원산색) : 아쉽구나, 먼 산의 산빛이여
隱此蒙籠間(은차몽농간) : 몽룡한 사이에 이를 감추고 있구나.
一朝持斧斤(일조지부근) : 어느 날 아침, 도끼를 들고
手自截其端(수자절기단) : 손으로 그 끝을 잘라내었다.
萬葉落頭上(만섭낙두상) : 수많은 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千峯來面前(천봉내면전) : 천 개의 산봉우리 얼굴 앞에 다가온다.
忽似決雲霧(홀사결운무) :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듯
豁達覩靑天(활달도청천) : 훤하게 푸른 하늘이 바라보인다.
又如所念人(우여소념인) : 또 그리워하는 사람 같고
久別一欸顔(구별일애안) :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가 만나는 얼굴 같았다.
始有淸風至(시유청풍지) : 비로소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稍見飛鳥還(초견비조환) : 날아가는 새가 돌아오는 것이 조금 보였다.
開懷東南望(개회동남망) : 마음을 열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目遠心遼然(목원심료연) : 시야는 멀고, 마음은 요연해진다.
人各有偏好(인각유편호)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치우친 호감이 있어
物莫能兩全(물막능량전) : 사물은 양자를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豈不愛柔條(개부애유조) : 어찌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가 마는
不如見靑山(부여견청산) : 청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만 못하니라.
유석문간(遊石門澗)-석문간에서 놀다-백거이(白居易)
石門無舊徑(석문무구경) : 석문에는 묵은 길 없어
披榛訪遺跡(피진방유적) : 덤불을 헤치며 유적을 방문한다.
時逢山水秋(시봉산수추) : 시절은 마침 산수의 가을 만나니
淸輝如古昔(청휘여고석) : 맑은 빛이 옛날과 같았다.
嘗聞慧遠輩(상문혜원배) : 일찍이 들었노라, 혜원의 무리들이
題詩此巖壁(제시차암벽) : 이 암벽에 시를 적어두었다는 말을.
雲覆莓苔封(운복매태봉) : 구름은 해태를 봉하여서
蒼然無處覓(창연무처멱) : 창연하여 장소를 찾을 수 없도다.
蕭疎野生竹(소소야생죽) : 소연히도 들판에 대나무 나있는데
崩剝多年石(붕박다년석) : 무너지고 깎여 오래된 돌이 많았다.
自從東晉後(자종동진후) : 동진 시대 이후부터
無復人遊歷(무복인유력) : 또 다시 돌아보며 구경하는 사람들 없다.
獨有秋澗聲(독유추간성) : 다만 가을 골짝의 물소리만 들리어
潺湲空旦夕(잔원공단석) :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 아침저녁 쓸쓸하다.
보동파(步東坡)-동파 언덕을 밟으며-백거이(白居易)
朝上東坡步(조상동파보) : 아침에 동파 언덕에 올라 보고
夕上東坡步(석상동파보) : 저녁에는 동파에 올라 걸었다.
東坡何所愛(동파하소애) : 동파에서 좋은 것이 무엇일까
愛此新成樹(애차신성수) : 이러한 새로 심은 나무를 좋아한다.
種植當歲初(종식당세초) : 마땅히 그해 초엽에 심은 것이라
滋榮及春暮(자영급춘모) : 크지는 번성이 봄날 저녁까지 미친다.
信意取次栽(신의취차재) : 마음대로 가져다 차려로 심었더니
無行亦無數(무항역무삭) : 줄 무수하고 또 숫자도 무수해졌다.
綠陰斜景轉(녹음사경전) : 푸른 그늘은 비탈진 광경으로 바뀌고
芳氣微風度(방기미풍도) : 향기로운 기운은 미풍에 날아 건너간다.
新葉鳥下來(신섭조하내) : 새로 돋은 잎사귀에는 새들이 내려오고
萎花蝶飛去(위화접비거) : 시든 꽃에는 나비가 날아간다.
閑攜斑竹杖(한휴반죽장) : 때때로 얼룩진 지팡이를 짚고
徐曳黃麻屨(서예황마구) : 누런 삼으로 만든 신을 신고 천천히 걷는다.
欲識往來頻(욕식왕내빈) : 얼마나 오고갔는지 알아보려니
靑苔成白路(청태성백노) : 푸른 이끼가 흰 길이 다 되었구나.
촌거고한(村居苦寒)-시골 생활의 고통-백거이(白居易)
八年十二月(팔년십이월) : 팔년 십이월
五日雪紛紛(오일설분분) : 초닷새 날, 눈이 펄펄 내린다.
竹柏皆凍死(죽백개동사) : 대나무 잣나무 모두 얼어 죽었는데
況彼無衣民(황피무의민) : 하물며, 저 옷 하나 없는 백성들이야.
廻觀村閭間(회관촌려간) : 시골 마을의 집들을 돌아보면
十室八九貧(십실팔구빈) : 십중팔구는 빈곤하구나.
北風利如劍(배풍리여검) : 차가운 북풍은 칼과 같은데
布絮不蔽身(포서부폐신) : 솜옷으로 몸도 가리지 못한다.
唯燒蒿棘火(유소호극화) : 오직 잡초와 잡목을 불사를 뿐
愁坐夜待晨(수좌야대신) : 쓸쓸히 앉아서 밤이 새도록 기다린다.
乃知大寒歲(내지대한세) : 대한이 있는 해임을 알았는데
農者猶苦辛(농자유고신) : 농민들은 여전히 고생이 심하였다.
顧我當此日(고아당차일) : 나를 돌아보면, 이러한 날에는
草堂深掩門(초당심엄문) : 초가집은 깊이 문을 닫아놓고서
裼裘覆絁被(석구복시피) : 갓 옷을 입고 깁 이불을 덮었다.
坐臥有餘溫(좌와유여온) : 앉거나 누워도 온기가 있었고
幸免飢凍苦(행면기동고) : 다행히도 굶어 얼어 죽는 고생을 면하였다.
又無壟畝勤(우무롱무근) : 또 밭에 나가 일도 하지 않았으니
念彼深可愧(념피심가괴) : 그들 농민을 생각하면 매우 부끄러워
自問是何人(자문시하인) : 스스로 내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물어본다.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한석(閒夕)-한가한 저녁에-백거이(白居易)
一聲早蟬發(일성조선발) : 한 가닥 철 이른 매미 소리 들리고
數點新螢度(삭점신형도) : 파란 반딧불 몇 마리가 날아서 지나간다.
蘭釭耿無煙(난강경무연) : 아름다운 등불은 맑아서 연기 하나 없고
筠簟淸有露(균점청유노) : 맑은 대나무 멍석에는 이슬이 맺혀있다.
未歸後房寢(미귀후방침) : 아직 뒷방에 잠자려 돌아가지 못하고
且下前軒步(차하전헌보) : 잠시 동안을 앞마당에 내려가 걸어본다.
斜月入低廊(사월입저낭) : 기우는 달은 행랑 아래로 들고
涼風滿高樹(양풍만고수) : 서늘한 바람은 높은 나무에 가득하다.
放懷常自適(방회상자적) : 회포를 풀어버리니 언제나 여유롭고
遇境多成趣(우경다성취) : 경치를 보면 운치를 느끼는 일이 많도다.
何法使之然(하법사지연) : 어떠한 법이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가
心中無細故(심중무세고) : 마음속에 자잘한 일이 없는 까닭이리라.
(白樂天詩後集,卷二,格詩)
계중조춘(溪中早春)-개울 속에 이른 봄-백거이(白居易)
南山雪未盡(남산설미진) : 남산에는 아직 눈 녹지 않고
陰嶺留殘白(음령류잔백) : 그늘진 고개에는 흰 눈이 남았다.
西澗冰已消(서간빙이소) : 서쪽 개울 얼음은 이미 녹아
春溜含新碧(춘류함신벽) : 봄날의 여울은 새 푸름을 머금었다.
東風來幾日(동풍내기일) : 봄바람은 불어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蟄動萌草拆(칩동맹초탁) : 겨울잠 자는 동물 움직이고 풀은 돋아난다.
潛知陽和功(잠지양화공) : 따뜻한 햇볕의 공덕을 알 수 있나니
一日不虛擲(일일부허척) : 하루도 헛되이 비춰지지 않는구나.
愛此天氣暖(애차천기난) : 이러한 날씨의 따뜻함을 즐기려
來拂溪邊石(내불계변석) : 개울가의 바위 찾아 자리를 털어본다.
一坐欲忘歸(일좌욕망귀) : 한 번 앉아보니 돌아갈 생각 잊는데
暮禽聲嘖嘖(모금성책책) : 석양에 새들은 시끄러이 소리 내어 운다.
蓬蒿隔桑棗(봉호격상조) : 뽕나무와 대추나무 사이에 무성한 쑥
隱映煙火夕(은영연화석) : 저녁에는 연기와 불빛이 은은히 보인다.
歸來問夜飡(귀내문야손) : 집으로 돌아와 야찬이 있는가 물어보니
家人烹薺麥(가인팽제맥) : 집사람은 냉이와 보리를 삶은 것이라 한다.
(白樂天詩集,卷十,感傷二)
증내(贈內)-아내에게-백거이(白居易)
漠漠闇苔新雨地(막막암태신우지) : 새로 비 내린 땅, 막막히 이끼 짙어지고
微微凉露欲秋天(미미량로욕) : 차갑고 잔잔한 이슬이 가을을 재촉한다오.
莫對月明思往事(막대월명사왕사) : 밝은 달 바라보며, 지나간 일 생각하면
損君顔色減君年(손군안색감군년) : 당신 얼굴 축나고, 당신의 목숨만 단축된다오.
모립(暮立)-저물녘에-백거이(白居易)
黃昏獨立佛堂前(황혼독립불당전) : 황혼녘에, 불당 앞에 홀로 서니
滿地槐花滿樹蟬(만지괴화만수선) : 땅에 가득한 홰나무꽃, 나무 가득 매미소리.
大抵四時心總苦(대저사시심총고) : 무릇, 사시사철 마음은 괴로운 법
就中腸斷是秋天(취중장단시) : 마음 속 단장의 아픔, 이것이 가을이로구나.
(白樂天詩集,卷十四,律詩)
진리를 통달한 백락천의 노래-백거이(白居易)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낙천) : 진실에 깨달았다, 나 백락천은
分司東都十三年(분사동도십삼년) : 동도인 낙양에 파견 된지 13년이구나.
七旬纔滿冠已挂(칠순재만관이괘) : 칠순이 되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半祿未及車先懸(반녹미급거선현) : 봉록이 반감되기 전에 벼슬을 그만두었다.
或伴遊客春行樂(혹반유객춘항낙) : 놀이꾼과 짝이 되어 봄에는 행락하고
或隨山僧夜坐禪(혹수산승야좌선) : 혹은 산승 따라 밤에는 좌선 하며
二年忘却問家事(이년망각문가사) : 이년 동안 가정 살림걱정도 잊어버렸다.
門庭多草廚少煙(문정다초주소연) : 뜰에는 잡초 무성하고 부엌에는 불기도 없어
庖童朝告鹽米盡(포동조고염미진) : 머슴아이는 아침에 쌀과 소금 떨어졌다 하고
侍婢暮訴衣裳穿(시비모소의상천) : 저녁에는 계집종이 옷이 떨어졌다 말하는구나.
妻孥不悅甥姪悶(처노부열생질민) : 처자도 좋아하지 않고 조카들도 근심하나
而我醉臥方陶然(이아취와방도연) : 나는 취하여 기분 좋게 누었도다.
起來與爾畫生計(기내여이화생계) : 일어나 그들과 생계대책을 의논하여
薄産處置有後先(박산처치유후선) :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의 선후를 가려 처분한다.
先賣南坊十畝園(선매남방십무원) : 먼저 남쪽의 십 무의 밭을 팔고
次賣東郭五頃田(차매동곽오경전) : 다음에 동곽의 오경 밭을 팔려고 한다.
然後兼賣所居宅(연후겸매소거댁) : 그런 뒤에는 살고 있는 집을 판다면
髣髴獲緡二三千(방불획민이삼천) : 아마도 이삼천 금의 돈이 들어올 것이다.
半與爾充衣食費(반여이충의식비) : 절반은 너희들이 의식비로 충당하고
半與吾供酒肉錢(반여오공주육전) : 나머지 반은 술과 안주 값으로 쓰려고 한다.
吾今已年七十一(오금이년칠십일) : 나는 이미 칠십의 나이가 되었으니
眼昏鬚石頭風眩(안혼수석두풍현) : 눈은 어둡고, 수염은 희고, 정신은 흐리다.
但恐此錢用不盡(단공차전용부진) : 다만 두려운 것은, 이 돈 다 쓰지 못하고
卽先朝露歸夜泉(즉선조노귀야천) : 아침 이슬보다 더 빨리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未歸且住亦不惡(미귀차주역부악) : 죽지 않고 좀더 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니
飢餐樂飮安穩眠(기찬낙음안온면) : 배고프면 먹고, 즐거우면 마시며, 편히 잠 들 수 있다.
死生無可無不可(사생무가무부가) : 죽고 사는 것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라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낙천) : 진리에 달통 하였구나, 달통하였구나, 백락천이여
(白樂天詩後集,卷四,格詩)
장상사(長相思)-끝없는 그리움이여-백거이(白居易)
九月西風興(구월서풍흥) : 구월에 서풍은 불어오고
月冷霜華凝(월냉상화응) : 달빛이 차가워 서리 희게 엉킨다.
思君秋夜長(사군추야장) : 그대 생각에 가을밤은 길기도 하여
一夜魂九升(일야혼구승) : 넋은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올라본다.
二月東風來(이월동풍내) : 이월 동풍이 불어오니
草拆花心開(초탁화심개) : 풀은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난다.
思君春日遲(사군춘일지) : 그대 생각에 봄날은 더디 가고
一夜腸九廻(일야장구회) : 하로 밤에 애간장 아홉 번이나 뒤집힌다.
妾住洛橋北(첩주낙교배) : 저는 낙교의 북쪽에 살았고
君住洛橋南(군주낙교남) : 당신은 낙교 남쪽에 살았었지요.
十五卽相識(십오즉상식) : 열다섯 나이에 서로 알게 되어
今年二十三(금년이십삼) : 금년에 스물세 살이 되었지요.
有如女蘿草(유여녀나초) : 마치 담쟁이덩굴 같은 처지 되어
生在松之側(생재송지측) : 소나무에 기대어 사는 것 같습니다.
蔓短枝苦高(만단지고고) : 줄기가 짧아 가지는 높이 자라기 힘들고
縈廻上不得(영회상부득) : 아무리 타고 오르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人言人有願(인언인유원) : 사람들의 말에 사람에게 소원이 있으면
願至天必成(원지천필성) : 소원이 지극하면 하늘도 반드시 이루어준다지요.
願作遠方獸(원작원방수) : 원하기는, 먼 곳의 비견수가 되어
步步出肩行(보보출견항) : 걸음마다 나란히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願作深山木(원작심산목) : 또 원하기는, 깊은 산에 나무가 되어
枝枝連理生(지지련리생) : 가지마다 이어져 서로 닿아 살 수 있으면 해요.
권주(勸酒)-술을 권하며-백거이(白居易)
勸君一杯君莫辭(권군일배군막사) : 한 잔 술을 권하거니, 사양 말게나
勸君兩杯君莫疑(권군양배군막의) : 두잔 술을 권하니, 그대는 의심하지 말게나.
勸君三杯君始知(권군삼배군시지) : 석잔 권하노니, 그대가 비로소 내 마음 알았구나.
面上今日老昨日(면상금일노작일) : 사람의 얼굴은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고
心中醉時勝醒時(심중취시승성시) : 취한 때 마음속이 깨어 있을 때보다 좋구나.
天地迢迢自長久(천지초초자장구) : 천지는 아득하고 원래부터 장구하고
白ꟙ赤烏相趁走(백토적오상진주) : 흰 토끼 붉은 까마귀 서로 쫓듯 달려간다.
身後堆金拄北斗(신후퇴금주배두) : 죽은 뒤에 북두칠성에 닿을 정도로 황금을 쌓아도
不如生前一樽酒(부여생전일준주) : 살아서 한 통의 술을 마심만 못하리라.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春明門外天欲明(춘명문외천욕명) : 궁성 춘명문 밖의 동 틀 무렵에
喧喧歌哭半死生(훤훤가곡반사생):시끄럽게 노래하고 곡하며 나고 죽음이 절반인 것을.
遊人駐馬出不得(유인주마출부득) :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으니
白輿素車爭路行(백여소거쟁노항) : 흰 색 장의차가 다투어 길을 나가는구나.
歸去來(귀거내) : 돌아가세
頭已白(두이백) : 이미 머리 희어졌으니
典錢將用買酒喫(전전장용매주끽) : 전당포에 돈 빌려서 술을 사서 마셔 버리자꾸나.
(白樂天詩後集,卷一,格詩)
연자루(鷰子樓)-연자루에서-백거이(白居易)
滿窗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 밝은 달빛,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찬 이불, 희미한 등잔불빛 떨치고 잠자리에 든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서리 내린 달밤, 연자루 안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이 가을밤, 홀로 있는 사람에게는 길기만 하다.
위상우조(渭上偶釣)-위수가에서 낚시하며-백거이(白居易)
渭水如鏡色(위수여경색) : 위수의 물은 거울 같아
中有鯉與魴(중유리여방) : 그 속에 잉어와 방어가 산다.
偶持一竿竹(우지일간죽) : 우연히 낚싯대 하나 들고
懸釣在其傍(현조재기방) : 그 강 곁에다 낚시를 놓는다.
微風吹釣絲(미풍취조사) : 바람은 살랑살랑 낚싯줄에 불고
嫋嫋十尺長(뇨뇨십척장) : 열자 긴 낚싯줄은 바람에 하늘거린다.
身雖對魚坐(신수대어좌) : 몸은 비록 고기를 향해 앉았으나
心在無何鄕(심재무하향) : 마음은 무아지경에 놀고 있어라.
昔有白頭人(석유백두인) : 그 옛날에 백발노인 있어
亦釣此渭陽(역조차위양) : 또한 위수의 북쪽에서 낚시하였다.
釣人不釣魚(조인부조어) : 낚시꾼은 고기를 낚지 않았고
七十得文王(칠십득문왕) : 칠십에 문왕을 만났었다.
況我垂釣意(황아수조의) : 하물며 내가 낚시하는 뜻은
人魚亦兼忘(인어역겸망) : 사람도 고기도 다 잊는 것이다.
無機兩不得(무기량부득) : 노리지 않으니 둘 다 잡지 못하고
但弄秋水光(단농추수광) : 다만 가을의 강 빛만 즐기노라.
興盡釣亦罷(흥진조역파) : 흥이 다되면 낚시 마치고
歸來飮我觴(귀내음아상) : 돌아와서 나의 술잔 들이키노라.
해만만(海漫漫)-바다는 출렁이고-백거이(白居易)
海漫漫(해만만) : 바다는 출렁이는데
直下無底旁無邊(직하무저방무변) : 아래는 밑이 없고 사방에는 끝이 없다.
雲濤煙浪最深處(운도연낭최심처) : 구름 낀 파도, 안개 덮인 물결의 가장 깊은 곳
人傳中有三神山(인전중유삼신산) : 사람은 그 속에 삼신산이 있고
山上多生不死藥(산상다생부사약) : 산위에는 불사약이 많이 나는데
服之羽化爲天仙(복지우화위천선) : 먹으면 날개 돋아 하늘 나는 신선이 된다 하네.
秦皇漢武信此語(진황한무신차어) : 진시황과 한무제가 이 말을 믿고
方士年年采藥去(방사년년채약거) : 방사에 명을 내려 해마다 약 캐러 보냈도다.
蓬萊今古但聞名(봉래금고단문명) : 봉래산은 예나 지금이나 이름만 들릴 뿐
烟水茫茫無覓處(연수망망무멱처) : 자욱하고 아득하여 물길 속에 찾을 곳이 없도다.
海漫漫風浩浩(해만만풍호호) : 바다는 출렁이고 바람은 넓게도 부는구나.
眼穿不見蓬萊島(안천부견봉래도) : 눈이 뚫어지게 보아도 봉래섬은 보이지 않고
不見蓬萊不敢歸(부견봉래부감귀) : 봉래섬 찾지 못하면 감히 돌아 올수도 없는데
童男丱女舟中老(동남관녀주중노) : 데려간 소년 소녀도 뱃속에서 늙어버렸다.
徐福文成多誑誕(서복문성다광탄) : 방사인 서복과 문성은 거짓말도 많아
上元太一虛祈禱(상원태일허기도) : 상원부인과 태일성에 드린 기도해도 효과가 없도다.
君看驪山頂上茂陵頭(군간려산정상무능두) : 그대들 보게나, 여산의 꼭대기와 무릉의 머리에
畢竟悲風吹蔓草(필경비풍취만초) : 끝내는 슬픈 바람이 무성한 풀숲에 불어오는구나.
何況玄元聖祖五千言(하황현원성조오천언) : 하물며 어찌한단 말인가, 현원성조 노자의 오천 마디 말에는
不言藥不言仙(부언약부언선) : 선약을 말하지 않았고 신선에 대해도 말하지 않았고
不言白日昇靑天(부언백일승청천):밝은 해가 푸른 하늘에 오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네.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병가중남정한망(病假中南亭閑望)-병가 중에 남정에서 한가히 바라보다
欹枕不視事(의침부시사) : 베개 베고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兩日門掩關(량일문엄관) : 이틀간 문짝에 빗장을 걸었두었다.
始知吏役身(시지리역신) : 이제야 알겠느니, 관리생활이 몸을 부려
不病不得閑(부병부득한) : 병이 나지 않고 한가롭지도 못하다는 것을
閑意不在遠(한의부재원) : 한가로운 마음은 먼 곳에 있지 않고
小亭方丈間(소정방장간) : 이 작은 정자, 한 간의 방 안에 있는 것을
西簷竹梢上(서첨죽초상) : 서쪽 처마 밑, 대나무 가지 위를
坐見太白山(좌견태백산) : 태백산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본다.
遙媿峯上雲(요괴봉상운) : 아득히 부끄러워라, 봉우리 위 구름
對此塵中顔(대차진중안) : 구름을 마주보는 세속에 더렵혀진 내 얼굴이여
자강릉지서주노상작기형제(自江陵之徐州路上作寄兄弟)-백거이(白居易)
강릉의 서주 노상에서 형제들에게 부치다-백거이(白居易)
岐路南將北(기노남장배) : 남과 북으로 갈리는 길에서
離憂弟與兄(리우제여형) : 형제는 해어지는 슬픔을 나누었다.
關河千里別(관하천리별) : 국경과 강 건너 천리 먼 길을
風雪一身行(풍설일신항) : 눈바람 속에서 나 홀로 걸어간다.
夕宿勞鄕夢(석숙노향몽) : 밤잠자리에서는 애써 고향 꿈꾸고
晨裝慘旅情(신장참려정) : 아침 행장에 여행의 고달픔 비참하다
家貧憂後事(가빈우후사) : 집마저 가난해서 뒷일도 걱정스럽고
日短念前程(일단념전정) : 앞길을 생각하니 해는 짧구나.
煙雁翻寒渚(연안번한저) : 안개 속에 기러기는 차가운 물가를 날고
霜烏聚古城(상오취고성) : 서리 맞은 까마귀는 옛 성으로 모여드는구나.
誰憐陟岡者(수련척강자) : 누가 가련하다 하리오, 언덕에 오르는 자가
西楚望南荊(서초망남형) : 서초 땅에서 남형 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강남송북객인빙기서주형제서(江南送北客因憑寄徐州兄弟書)-백거이(白居易)
강남에서 북으로 가는 손님을 전송하며 서주 형제에게 글을 부치다-백거이(白居易)
故園望斷欲何如(고원망단욕하여) : 고향 바라봐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할까
楚水吳山萬里餘(초수오산만리여) : 초나라 강과 오나라 산이 만 리나 되는 것을
今日因君訪兄弟(금일인군방형제) : 오늘 그대로 인하여 형제 찾아보리니
數行鄕淚一封書(삭항향누일봉서) :몇 줄기 고향 찾는 눈물을 한 통의 편지 속에 봉한다.
춘제호상(春題湖上)-봄날 호수 위에서 짓다-백거이(白居易)
湖上春來似畫圖(호상춘내사화도) : 호수 위에 봄이 오니 그림 같은데
亂峯圍繞水平鋪(난봉위요수평포) : 여러 봉우리들 둘러있고 수면은 잔잔하다.
松排山面千里翠(송배산면천리취) : 산에는 소나무, 천리까지 멀리 푸르고
月點波心一顆珠(월점파심일과주) : 물 속에는 달이 한 알의 구슬처럼 떠있다.
碧毯線頭抽早稻(벽담선두추조도) : 푸른 담요 실마리처럼 이삭패는 조생벼
靑羅裙帶展新蒲(청나군대전신포) : 파란 비단 치마 띠 처럼 새로 늘어나는 부들.
未能抛得杭州去(미능포득항주거) : 내가 아직 이곳 항주를 떠나지 못함은
一半勾留是此湖(일반구류시차호) : 반쯤은 이 호수가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와서 술마시는 게 더 좋아라-백거이(白居易)
불여래음주칠수[7](不如來飮酒七首[7])/와서 술마시는 게 더 좋아라
莫入紅塵去(막입홍진거) : 혼탁한 세속에 들지 말라
令人心力勞(영인심력노) : 마음과 정력을 수고롭게 한다.
相爭兩蝸角(상쟁양와각) : 달팽이 두 뿔 위에서 싸운들
所得一牛毛(소득일우모) : 얻는 것은 한 가닥 소털 뿐.
且滅嗔中火(차멸진중화) : 잠시 마음 속 불길 걷고
休磨笑裏刀(휴마소리도) : 웃음 뒤에 칼 갈지 말라.
不如來飮酒(부여래음주) : 함께 와서 술이나 마시며
穩臥醉陶陶(온와취도도) : 편안히 누워 흥건히 취해보자.
(白樂天詩後集,卷十,律詩)
소요영(逍遙詠)-자유로운 삶을 노래함-백거이(白居易)
亦莫戀此身(역막연차신) : 이 육신을 연연하지 말고
亦莫厭此身(역막염차신) : 또한 이 육신을 싫어 말라.
此身可足戀(차신가족련) : 이 몸도 연연할 만하나
萬劫煩惱根(만겁번뇌근) : 만겁 번뇌의 뿌리이다.
此身可足厭(차신가족염) : 이 몸도 싫어할 만하나니
一聚虛空塵(일취허공진) : 한 번 모인 허공의 흙먼지일 뿐.
無戀赤無厭(무연적무염) : 그리움도 싫어함도 없어야
始是逍遙人(시시소요인) : 비로소 곧 자유인이 될 것이니라.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감흥(感興)-마음에 느껴진 것-백거이(白居易)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래유) : 길흉과 화복은 원인이 있어 생기는 것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 깊이 살필지언정 근심하지 말아야 한다.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 불길이 부유한 집을 태우는 것을 보아도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랑복허주) : 풍랑은 빈 배를 뒤집었다는 소리 듣지 못했소.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명예는 사회의 공기인지라 많이 취하지 말고
利是身災合少求(이시신재합소구) : 이익은 몸의 재앙거리니 조금만 탐해야 한다.
雖異匏瓜難不食(수이포과난부식) :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어야 살지만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 적당히 배부르면 일찍 적당히 쉬어야 한다.
(白樂天詩後集,卷十三,律詩)
鶴(학)--白居易(백거이)
人各有所好(인각유소호) :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지만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 만물에는 항상 올바르다는 것은 없다.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 누가 네가 춤 잘 춘다고 말하는가
不如閒立時(부여한립시) : 한가히 서있는 때의 네 모습만 못하다.
(白樂天詩後集,卷一,格詩)
비재행(悲哉行)-슬픔의 노래-백거이(白居易)
悲哉爲儒者(비재위유자) : 슬프구나, 선비 된 자여
力學不知疲(력학부지피) : 피로도 모른 채, 힘써 배웠고
讀書眼欲暗(독서안욕암) : 눈이 침침해지도록 책 읽고
秉筆手生胝(병필수생지) : 손에 굳은 살 지도록 붓을 잡아도
十上方一第(십상방일제) : 열 번 응시해야 간신히 급제한다.
成名常苦遲(성명상고지) : 이름 얻기가 항상 고생스럽고 늦으며
縱有宦達者(종유환달자) : 비록 벼슬길에 오른 사람이라도
兩鬢已成絲(량빈이성사) : 양 귀밑머리는 벌써 백발이 된다.
可憐少壯日(가련소장일) : 가련하다, 젊은 날들이여
適在窮賤時(적재궁천시) : 공핍하고 천한 때를 살다가
丈夫老且病(장부노차병) : 장부가 되어서는 늙고 병들어 버리니
焉用富貴爲(언용부귀위) : 부유하고 귀하게 되는데 무슨 소용이리오.
沈沈朱門宅(침침주문댁) : 깊고 깊은 권문세가 집
中有乳臭兒(중유유취아) : 그 안에 젖비린내 나는 아이
狀貌如婦人(장모여부인) : 외모는 여자들 같이 여리고
光明膏粱肌(광명고량기) : 기름진 음식에 살결은 밝고 빛난다.
手不把書卷(수부파서권) : 손에는 책도 잡아보지 않고
身不擐戎衣(신부환융의) : 몸에는 군복 한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二十襲封爵(이십습봉작) : 나이 이십에 봉록을 세습 받으니
門承勳戚資(문승훈척자) : 가문에서 공훈과 위세를 이어받기 때문이다.
春來日日出(춘내일일출) : 봄이 되면 날마다 나가는데
服御何輕肥(복어하경비) : 복장과 말은 어찌 그리도 가볍고 기름진가.
朝從博徒飮(조종박도음) : 아침에는 노름꾼들과 술 마시고
暮有娼樓期(모유창누기) : 저녁이면 기생집에서 사랑을 나눈다.
平封還酒債(평봉환주채) : 봉토의 수입으로 술 외상 갚아주고
堆金選蛾眉(퇴금선아미) : 황금을 쌓아놓고 미인들을 고른다.
聲色狗馬外(성색구마외) : 노래와 주색잡기 외에는
其餘一無知(기여일무지) : 그 외의 아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山苗與澗松(산묘여간송) : 산 위의 작은 나무, 골짜기의 소나무
地勢隨高卑(지세수고비) : 지세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다
古來無奈何(고내무나하) : 예부터 어찌할 수 없었거늘
非獨君傷悲(비독군상비) : 오직 그대만이 상처받아 슬퍼하는가.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태행로(太行路)-백거이(白居易)
太行之路能摧車(태항지노능최거) : 태행산 험한 길이 수레를 부수어도
若比人心是坦途(야비인심시탄도)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이것은 평탄한 길
巫峽之水能覆舟(무협지수능복주) : 무협의 험한 물길 배를 뒤집어도
若比人心是安流(야비인심시안류)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이것은 편안한 물길
人心好惡苦不常(인심호악고부상) : 사람이 좋아함과 미워함은 일정치 않음이 고민이니
好生毛羽惡生瘡(호생모우악생창) : 좋으면 깃털처럼 감싸주고 미우면 긁어 부스럼내는구나
與君結髮未五載(여군결발미오재) : 그대와 혼인한지 채 오년도 못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개기우녀위삼상) : 견우직녀가 참성과 상성처럼 되기를 바랐겠는가
古稱色衰相棄背(고칭색쇠상기배) : 옛사람 이르기를, “늙어 시들어지면 버림받는다” 했는데
當時美人猶怨悔(당시미인유원회) : 당시의 미인들도 오히려 원망하고 후회했거늘
何況如今鸞鏡中(하황여금난경중) : 하물며 지금처럼 거울 속
妾顔未改君心改(첩안미개군심개) : 내 얼굴 아직도 변치 않았느데 그대 마음 변했는가
爲君薰衣裳(위군훈의상) : 그대 위해 의상에 향수쳐도
君聞蘭麝不馨香(군문난사부형향) : 그대는 난초나 사향의 향내 맡고도 향기롭다하지 않도다
爲君盛容飾(위군성용식) : 그대 위해 화장해도
君看金翠無顔色(군간금취무안색) : 그대는 금이나 비취를 보고도 아무 표정도 없도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重陳(난중진) : 어렵다고 다시 말하기도 어려워라
人生莫作婦人身(인생막작부인신) : 사람으로 태어나서 남의 부인 신세 되지 말라
百年苦樂由他人(백년고낙유타인) : 백년고락이 남에게 달렸도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於山(난어산) : 산길보다 어렵고
險於水(험어수) : 물길보다 험하구나
不獨人間夫與妻(부독인간부여처) : 다만 인간의 부부간에만 그런 것 아니도다
近代君臣亦如此(근대군신역여차) : 근대의 임금과 신하도 이와 같도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左納言(좌납언) : 좌 납언
右內史(우내사) : 우 내사 같은 분들이
朝承恩暮賜死(조승은모사사) : 아침에 임금님 은혜 받았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은 것을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려움이
不在水(부재수) : 물길에 있지 않고
不在山(부재산) : 산길에 있지 않으니
只在人情反覆間(지재인정반복간) : 다만 인덩의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사이에 있도다
자오야제(慈烏夜啼)-백거이(白居易)
자비한 까마귀 밤에 우네-백거이(白居易)
慈烏失其母(자오실기모) : 자애로운 까마귀 어미를 잃고
啞啞吐哀音(아아토애음) : 깍악까악, 슬픈 소리를 토해낸다.
晝夜不飛去(주야부비거) : 밤낮으로 날아 떠나지 않고
經年守故林(경년수고림) : 한 해가 다하도록 옛 숲을 지킨다.
夜夜夜半啼(야야야반제) : 밤마다 밤 깊도록 울음 우니
聞者爲沾襟(문자위첨금) : 듣는 사람은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聲中如告訴(성중여고소) : 울음소리가 호소하는 것 같음은
未盡反哺心(미진반포심) : 부모은혜 다 갚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百鳥豈無母(백조개무모) : 모든 새에게 어찌 어머니 없을까마는
爾獨哀怨深(이독애원심) : 너만 홀로 슬퍼하고 원통함이 깊구나.
應是母慈重(응시모자중) : 자애롭고 소중한 건 어머니 사랑이라
使爾悲不任(사이비부임) : 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하게 하였구나.
昔有吳起者(석유오기자) : 옛날 오기라는 장수 있었는데
母歿喪不臨(모몰상부림) : 제 어미가 죽어도 장례에 오지 않았다.
嗟哉斯徒輩(차재사도배) : 슬프도다! 이런 불효한 무리들이여
其心不如禽(기심부여금) : 그 마음 씀이 새만도 못하구나.
慈烏彼慈烏(자오피자오) : 자비한 까마귀, 저 까마귀여
烏中之曾參(오중지증삼) : 새 중에서도 증참 같은 효자로구나.
절비옹(折臂翁)-팔뚝 부러진 노인-백거이(白居易)
新豐老翁八十八(신풍노옹팔십팔) : 신풍의 늙은이, 나이는 여든 여덟 살
頭鬢眉鬚皆似雪(두빈미수개사설) : 머리털, 눈썹, 수염이 모두 눈처럼 희다.
玄孫扶向店前行(현손부향점전항) : 현손이 부축하여 점포 앞으로 나가는데
左臂憑肩右臂折(좌비빙견우비절) : 왼팔 어깨에 달려있고 오른팔은 꺾여있다.
問翁臂折來幾年(문옹비절내기년) : 팔 부러진 지 몇 년 되는가를 묻고
兼問致折何因緣(겸문치절하인연) : 겸하여 무슨 일로 부러진 것인지도 물었다.
翁云貫屬新豐縣(옹운관속신풍현) : 노인이 이르기를, “나는 본래 신풍 사람인데
生逢聖代無征戰(생봉성대무정전) : 태평성대에 태어나 전쟁이란 없었지요.
慣聽梨園歌管聲(관청리원가관성) : 이원의 자제들이 연주하는 음악소리만 들어와
不識旗槍與弓箭(부식기창여궁전) : 깃발과 창 그리고 활과 살은 알지도 못했었다.
無何天寶大徵兵(무하천보대징병) : 난데없이 천보연간에 크게 징집령이 있어
戶有三丁點一丁(호유삼정점일정) : 집집마다 장정이 셋이면 한 명씩을 뽑았지요.
點得驅將何處去(점득구장하처거) : 뽑은 장정을 몰아다가 어디로 떠나보냈는가.
五月萬里雲南行(오월만리운남항) : 오월에 만 리 먼 운남 땅으로 갔다오.
聞道雲南有瀘水(문도운남유로수) : 운남 땅에는 노수라는 강물이 있다고 들었는데
椒花落時瘴烟起(초화낙시장연기) : 산초꽃이 떨어질 철에는 풍토병이 있다고 하였소.
大軍徒涉水如湯(대군도섭수여탕) : 대군이 맨발로 열탕 같은 물을 건너는데
未過十人二三死(미과십인이삼사) : 다 건너지도 못해서 열이면 두 세 명은 죽었다오.
村南村北哭聲哀(촌남촌배곡성애) : 남촌 북촌에 통곡소리가 너무나 애절했으니
兒別爺娘夫別妻(아별야낭부별처) : 아이는 부모와 헤어지고 남편은 아내와 이별했었소.
皆云前後征蠻者(개운전후정만자):모두들 말하기를, 전후하여 남만 땅으로 전쟁 간 사람
千萬人行無一廻(천만인항무일회):천만 명이 나갔으나 돌아온 사람 하나 없다고 하였소.
是時翁年二十四(시시옹년이십사) : 당시에 노인의 나이는 스물넷 살 청년이었다오.
兵部牒中有名字(병부첩중유명자) : 병부의 명단에 내 이름이 있어
夜深不敢使人知(야심부감사인지) : 밤이 깊어지자 감시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고서는
偸將大石鎚折臂(투장대석추절비) : 몰래 큰 돌을 가지고 내 팔뚝을 쳐서 꺾어버렸다오
張弓簸旗俱不堪(장궁파기구부감) : 활 당기고 깃발 흔드는 일을 모두 못하여
從茲始免征雲南(종자시면정운남):이때부터 비로소 운남 땅으로 원정 가는 일을 면하였소.
骨碎筋傷非不苦(골쇄근상비부고):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상하여 고통스럽지 않으리오 마는
且圖揀退歸鄕土(차도간퇴귀향토):장차 고향으로 물러나 돌아갈 길을 찾아야만 했었다오.
此臂折來六十年(차비절래륙십년) : 팔 부러진 지 이제 예순 한해
一肢雖廢一身全(일지수폐일신전) : 한 팔은 병신이지만 이 한 몸 살아 있소
至今風雨陰寒夜(지금풍우음한야) : 지금까지 비바람 치는 차가운 밤에는
直到天明痛不眠(직도천명통부면) : 날 새도록 아파서 잠들지 못한다오.
痛不眠終不悔(통부면종부회) : 아파서 잠들지 못해도 끝내 후회하는 않는다오.
且喜老身今獨在(차희노신금독재) : 또한 늙도록 혼자 살아남았으니 기쁘다오.
不然當時瀘水頭(부연당시로수두) :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에 노수 머리에서
身死魂孤骨不收(신사혼고골불수) : 몸은 죽고 혼백은 흩날리고 뼈는 뒹굴어
應作雲南望鄕鬼(응작운남망향귀) : 틀림없이 운남의 망향귀신 되어
萬人塚上哭呦呦(만인총상곡유유) : 만인총 무덤 위에서 훌쩍훌쩍 통곡하고 있었으리라
老人言君聽取(노인언군청취) : 노인의 말을 그대는 들어라
君不聞開元宰相宋開府(군부문개원재상송개부) :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개원의 재상 송개부는
不賞邊功防黷武(부상변공방독무) : 변방의 공을 상주지 않고 욕된 전쟁을 막은 것을
又不聞天寶宰相楊國忠(우부문천보재상양국충) : 또 듣지 못했는가, 천보의 재상 양국충이
欲求恩幸立邊功(욕구은행립변공) : 황제의 은총을 얻으려하여 변방의 공을 세웠다는 것을
邊功未立生人怨(변공미립생인원) : 변방의 공을 세우기도 전에 백성의 원망이 생긴 것을
請問新豐折臂翁(청문신풍절비옹) : 신풍의 팔 부러진 노인에게 물어 보았으면 하노라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증내(贈內)-아내에게 드린다-백거이(白居易)
生爲同室親(생위동실친) : 살아서는 한 방에서 사랑하고
死爲同穴塵(사위동혈진) : 죽어서는 한 무덤에 흙이 되리라.
他人尙想勉(타인상상면) : 남들도 그리워하고 노력하거늘
而況我與君(이황아여군) : 하물며 나와 그대는 어떠했겠소.
黔婁固窮士(검루고궁사) : 검루는 정말 가난한 선비였지만
妻賢忘其貧(처현망기빈) : 어진 아내는 그들의 가난함을 잊었고
冀缺一農夫(기결일농부) : 기결은 한낱 농부였으나
妻敬儼如賓(처경엄여빈) : 처는 그를 엄연히 손님처럼 공경했고
陶潛不營生(도잠부영생) : 도연명은 생계도 못 꾸렸으나
翟氏自爨薪(적씨자찬신) : 부인 적씨는 스스로 살림을 꾸렸었고
梁鴻不肯仕(양홍부긍사) : 양홍은 벼슬살이 물리쳤으나
孟光甘布裙(맹광감포군) : 그의 아내 맹광은 베옷에 만족하였소.
君雖不讀書(군수부독서) : 그대 비록 책은 읽지 못해도
此事耳亦聞(차사이역문) : 이런 이야기 귀로 들어 알고 있겠지요.
至此千載後(지차천재후) : 천년 지나 지금에 이르러도
傳是何如人(전시하여인) : 이분들이 어떠한 사람인지 전해졌지요.
人生未死間(인생미사간) : 사람으로 태어나 죽지 않은 한
不能忘其身(부능망기신) : 육신의 존재를 잊을 수는 없겠지요.
所須者衣食(소수자의식) : 쓰이는 것이란 옷 입고 밥 먹는 것이니
不過飽與溫(부과포여온) :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 입는 것에 지나지 않소.
蔬食足充饑(소식족충기) : 거친 나물밥으로 주린 배 채우면 족하지
何必膏梁珍(하필고량진) : 어찌 반드시 기름진 음식이어야 하겠소.
繒絮足禦寒(증서족어한) : 거친 솜옷으로 추위만 막으면 그만이지
何必錦繡文(하필금수문) : 어찌 반드시 비단에 수놓은 옷이 필요하겠소.
君家有貽訓(군가유이훈) : 그대 집안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淸白遺子孫(청백유자손) : 청렴결백을 자손에게 전하라 하였다지요.
我亦貞苦士(아역정고사) : 나 또한 고지식한 선비로서
與君新結婚(여군신결혼) : 그대와 결혼하여 새로 부부 되었소.
庶保貧與素(서보빈여소) : 가난과 소박함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며
偕老同欣欣(해로동흔흔) : 같이 늙어가년서 함께 기쁨을 누리려하오.
촌야(村夜)-시골의 어느날 밤-백거이(白居易)
霜草蒼蒼蟲切切(상초창창충절절) : 서리 맞은 풀 무성하고, 벌레소리 절절한데
村南村北行人絶(촌남촌북행인절) : 마을의 남쪽과 북쪽에 사람의 발길 끊어졌다.
獨出門前望野田(독출문전망야전) : 홀로 문 앞에 나와, 멀리 들밭을 바라보니
月明蕎麥花如雪(월명교맥화여설) : 달빛이 밝아서 메밀밭 메밀꽃이 눈처럼 희다.
지상(池上)-연못 위에서-백거이(白居易)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
偸採白蓮回(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꺾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자취를 감출 것을 잊어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가 한 길을 남겨놓아버렸구나
한단동지야사가(邯鄲冬至夜思家)-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 생각하며-
邯鄲驛裏逢冬至(감단역리봉동지) : 한단역에서 동짓날을 맞아
抱膝燈前影伴身(포슬등전영반신) : 등불 앞에 앉으니 그림자와 짝이 된다.
想得家中夜深坐(상득가중야심좌) : 생각나노니, 고향집에선 밤 깊도록 앉아
還應說著遠行人(환응설착원행인) : 필시 먼 길 떠난 내 이야기 하고 있으리라.
초폄관과망진령(初貶官過望秦嶺)-처음 좌천되어 망진령 고개를 지나며
草草辭家憂後事(초초사가우후사) : 초조히 집 떠나 뒷일을 걱정하며
遲遲去國問前途(지지거국문전도) : 느릿느릿 고향땅 떠나, 갈 길을 물어본다.
望秦嶺上回頭立(망진령상회두립) : 망진령 고개 위에서 머리 돌려 서있으니
無限秋風吹白鬚(무한추풍취백수) : 끝없는 가을바람이 내 흰 수염에 불어온다.
동이십일취억원구(同李十一醉憶元九)-
이씨집 열한 번째 아들과 같이 취하여, 원구를 생각하다-백거이(白居易)
花時同醉破春愁(화시동취파춘수) : 꽃필 때에 같이 취하여, 봄날 시름 떨치고
醉折花枝當酒籌(취절화지당주주) : 취한채로 꽃가지 꺾어 술잔을 헤아려본다.
忽憶故人天際去(홀억고인천제거) : 갑자기 먼 길 떠난 친구가 생각나서
計程今日到梁州(계정금일도양주) : 여정을 헤아려보노니, 오늘은 양주에 닿았을까.
(白樂天詩集,卷十四,律詩)
낙화(落花)-떨어지는 꽃잎을 노래하다-백거이(白居易)
留春春不在(유춘춘부재) : 붙들어도 봄은 머물지 않고
春歸人寂寞(춘귀인적막) : 봄이 돌아가니 사람은 적막하여라.
厭風風不定(염풍풍부정) : 싫어도 바람은 그치지 않고
風起花蕭索(풍기화소삭) : 바람이 불면 꽃잎은 쓸쓸하여라.
유애사(遺愛寺)-유애사에서-백거이(白居易)
弄石臨溪坐(농석임계좌) : 수석을 즐겨 개울가에 앉았다가
尋花繞寺行(심화요사행) : 다시 꽃을 찾아 절을 돌아다닌다.
時時聞鳥語(시시문조어) : 때때로 새 우는 소리 들리고
處處是泉聲(처처시천성) : 여기저기 어디나 샘물소리 들려온다.
봉구(逢舊)-옛 벗을 만나다-백거이(白居易)
久別偶相逢(구별우상봉) : 오랫동안 떠나있다 우연히 서로 만나
俱疑是夢中(구의시몽중) : 이것이 꿈이라 모두가 의심했노라.
卽今歡樂事(즉금환락사) : 지금은 이렇게 즐거운 일이지만
放盞又成空(방잔우성공) : 술잔 놓으면 다시 허무한 일이 되는 것을.
추사(秋思)-가을 심사-백거이(白居易)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 석양은 타는 불빛보다 붉고
晴空碧勝籃(청공벽승람) : 맑은 하늘은 쪽빛보다 푸르다.
獸形雲不一(수형운불일) : 짐승모양 구름은 일정하지 않고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 굽은 모양이 초승달과 같구나.
雁思來天北(안사래천북) : 기러기 그리움은 하늘 북쪽으로 오고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 다듬잇돌 수심은 강 남쪽에 가득하다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 이러한 쓸쓸한 가을 기분을
未老已深諳(미로이심암) : 늙지도 않아 이미 깊이 알았도다.
욕여원팔복린선유시증(欲與元八卜隣先有是贈)-백거이(白居易)
平生心迹最相親(평생심적최상친) : 평생 마음 쓴 자취로는 가장 서로 친하니
欲隱墻東不爲身(욕은장동불위신) : 동쪽에 은거하기 바라지만, 내 세우진 않았다.
明月好同三徑夜(명월호동삼경야) : 밝은 달이 좋은, 세 줄기 시골 밤 길
綠楊宜作兩家春(녹양의작양가춘) : 푸른 버들 돋아나면, 두 집의 봄을 즐기었다.
每因暫出猶思伴(매인잠출유사반) : 매번 잠시 길 나서도, 친구 생각 간절한데
豈得安居不擇隣(기득안거불택린) : 편안히 살 집 찾았으니 친구 택하지 않겠는가.
何獨終身數相見(하독종신수상견) : 어찌 다만 죽을 때까지 자주 서로 보면서
子孫長作隔墻人(자손장작격장인) : 자손만대 오래도록, 이웃 사람 될 수 있을까.
(白樂天詩集,卷十五,律詩)
신제포구(新製布裘)-새로 지은 옷-백거이(白居易)
桂布白似雪(계포백사설) : 계림의 무명베는 눈처럼 희고
吳綿軟於雲(오면연어운) : 오나라 솜은 구름보다 부드럽다.
布重綿且厚(포중면차후) : 겹으로 펴고 촘촘하고 두터워
爲裘有餘溫(위구유여온) : 옷을 만드니 따뜻한 기운 넘친다.
朝擁坐至暮(조옹좌지모) : 아침에 입어 저녁까지 앉아있고
夜覆眠達晨(야복면달신) : 밤에 덮으면 새벽까지 잠이 든다.
誰知嚴冬月(수지엄동월) : 심한 겨울 추위를 누가 알겠으며
肢體暖如春(지체난여춘) : 몸이 봄날처럼 따뜻하구나.
中夕忽有念(중석홀유념) : 한밤에 문득 생각나면
撫裘起浚巡(무구기준순) : 옷을 어루만지며 일어나 돌아다닌다.
丈夫貴兼濟(장부귀겸제) : 장부는 남을 구제함을 귀하게 여기니
豈獨善一身(기독선일신) : 어찌 내 한 몸만을 좋게 하리오.
安得萬里裘(안득만리구) : 어찌 만 리 먼 곳까지 옷 구하여
蓋裹周四垠(개과주사은) : 사방 이웃을 감싸지 주지 않겠는가.
穩暖皆如我(온난개여아) : 모든 사람 나처럼 따뜻이 하여서
天下無寒人(천하무한인) : 세상에 추위로 떠는 사람 없게 하리라.
전당호춘행(錢塘湖春行)-전당호로 봄 나들이 가다 -백거이(白居易)
孤山寺北賈亭西(고산사북고정서) : 고산사 북쪽, 가정의 서편에는
水面初平雲脚低(수면초평운각저) : 수면이 잔잔해지자 구름이 낮게 깔린다.
幾處早鶯爭暖樹(기처조앵쟁난수) : 몇 곳엔 철 이른 꾀꼬리는 양지쪽 나무 다투고
誰家新燕啄春泥(수가신연탁춘니) : 누구네 집 새 제비인가, 봄 진흙을 쪼는구나.
亂花漸欲迷人眼(난화점욕미인안) : 어지러운 꽃은 점점 사람의 눈을 미혹하려는데
淺草纔能沒馬蹄(천초재능몰마제) : 막 돋아난 풀은 겨우 말발굽을 묻는 정도로 자랐다.
最愛湖東行不足(최애호동행부족) : 가장 좋은 호수 동쪽은 아무리 다녀도 부족하고
綠楊陰裡白沙堤(녹양음리백사제) : 푸른 버드나무 그늘 아래엔 흰 모래 언덕이 뻗혀있다.
(白樂天詩後集,卷五,律詩)
금다(琴茶)-거문고와 차-백거이(白居易)
兀兀寄形群動內(올올기형군동내) : 도도히 내 몸을 군상들 속에서 살아도
陶陶任性一生間(도도임성일생간) : 일생을 만족하며 천성에 맡겨 살아가리라.
自抛官後春多醉(자포관후춘다취) : 스스로 관직을 그만 둔 뒤, 봄이면 자주 취해
不讀書來老更閑(부독서래노갱한) : 책을 읽지 않아 늙어서는 더욱 한가롭구나.
琴裏知聞唯淥水(금리지문유록수) : 거문고 곡조에서는 <녹수가>만 알아들을 뿐이고
茶中故舊是蒙山(차중고구시몽산) : 마시는 차로는 예부터 <몽산차>가 친숙하다.
窮通行止長相伴(궁통행지장상반) : 궁하고 통하며, 행하고 쉬는 일들과 길이 친구하니
誰道吾今無往還(수도오금무왕환) : 누가 말하는가, 지금의 나에게 왕래하는 일 없다고.
모강음(暮江吟)-저문 강가에서-백거이(白居易)
一道殘陽鋪水中(일도잔양포수중) : 한 줄기 석양빛, 물 속으로 퍼지고
半江瑟瑟半江紅(반강슬슬반강홍) : 강물의 반은 바람소리, 또 반은 붉은빛.
可憐九月初三夜(가련구월초삼야) : 구월 초사흘 밤은 아름다워라
露似珍珠月似弓(노사진주월사궁) : 구슬 같은 이슬, 활처럼 굽은 달이여.
석목단화이수[1](惜牧丹花二首[1])-모란꽃을 아쉬워하다-백거이(白居易)
惆愴階前紅牡丹(추창계전홍모란) : 섬돌 앞 붉은 모란을 아쉬워하노니
晩來唯有兩枝殘(만래유유양지잔) : 해지는 저녁에는, 오직 두 가지만 남았구나.
明朝風起應吹盡(명조풍기응취진) : 내일 아침 바람 일면 모두가 불어 날리리니
夜惜衰紅把火看(야석쇠홍파화간) : 지는 꽃잎 아쉬워, 이 밤 불 밝히고 바라본다.
문유십구(問劉十九)-유 십구에게 묻노니-백거이(白居易)
綠螘新醅酒(녹의신배주) : 부글부글 새로 익어가는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 작은 화로에 숯불이 벌겋구나.
晩來天欲雪(만래천욕설) : 저녁에 눈 내릴 것 같은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 우리 술 한 잔 할 수 없을까.
강남우천보악수(江南遇天寶樂叟)-강남에서 천보 연간에 악공을 하던 노인을 만나
白頭病叟泣且言(백두병수읍차언) : 머리 희고 병든 늙은이가 울면서 말하기를
祿山未亂入梨園(록산미란입리원) : 안록산이 난리 전에 이원에 들어가 있었다.
能彈琵琶和法曲(능탄비파화법곡) : 비파를 잘 타고 법곡도 잘 익히어
多在華清隨至尊(다재화청수지존) : 여러 번 화청궁에 있으면서 천자를 모셨다.
是時天下太平久(시시천하태평구) : 이 시절은 태평한 천하가 오래 지속되어
年年十月坐朝元(년년십월좌조원) : 해마다 시월이면 조원각에서 잔치에 갔었다.
千官起居環佩合(천관기거환패합) : 문무백관이 일어서고 앉으면 패옥 소리 나고
萬國會同車馬奔(만국회동차마분) : 온 나라의 사절들이 모여들어 수레와 말이 분주했다.
金鈿照耀石甕寺(금전조요석옹사) : 석옹사엔 여인의 비녀가 번쩍이고
蘭麝薰煮溫湯源(란사훈자온탕원) : 온탕원에 난초향과 사슴향이 피워졌다.
貴妃宛轉侍君側(귀비완전시군측) : 양귀비는 우아하게 움직이며 임금님 모시는데
體弱不勝珠翠繁(체약불승주취번) : 가녀린 몸매는 구슬과 비취의 무게도 감당치 못했다.
冬雪飄搖錦袍暖(동설표요금포난) : 겨울눈이 흩날릴 때는 따뜻한 비단 옷 입고
春風蕩漾霓裳翻(춘풍탕양예상번) : 봄바람 살랑이면 비단 치마폭도 펄럭였다.
歡娛未足燕寇至(환오미족연구지) : 환락에 물리도 않았는데 연 땅의 도둑 떼가 쳐들어와
弓勁馬肥胡語喧(궁경마비호어훤) : 강한 활, 쌀찐 말에 오랑캐의 말들이 소란하다.
豳土人遷避夷狄(빈토인천피이적) : 서울 백성들은 오랑캐 피하여 달아나고
鼎湖龍去哭軒轅(정호룡거곡헌원) : 황제가 서울을 달아나니 헌원황제를 울리었다.
從此漂淪落南土(종차표륜락남토) : 이 때부터 떠돌다가 남쪽 땅에 떨어져
萬人死盡一身存(만인사진일신존) : 만인이 모두 죽고 한 몸만 살아남았다.
秋風江上浪無限(추풍강상랑무한) : 가을바람 부는 강가에는 끝없이 물결만 일고
暮雨舟中酒一樽(모우주중주일준) : 비 내리는 배 안에는 술 한 동이 있었도다.
涸魚久失風波勢(학어구실풍파세) : 마른 못의 물고기는 오랫동안 풍파의 기세를 잃었고
枯草曾沾雨露恩(고초증첨우로은) : 마른 풀도 일찍이 비와 이슬의 은택을 적시었다.
我自秦來君莫問(아자진래군막문) : 내가 서울 장안에서 왔다고 그대는 묻지 말라.
驪山渭水如荒村(려산위수여황촌) : 여산과 위수는 황폐한 마을처럼 되어버렸다오.
新豐樹老籠明月(신풍수로롱명월) : 신풍의 나무는 늙어 밝은 달을 둘러싸고
長生殿闇鎖黃雲(장생전암쇄황운) : 황혼의 구름에 막히어 장생전 닫힌 문 어둑해진다.
紅葉紛紛蓋欹瓦(홍엽분분개의와) : 붉은 나뭇잎은 어지러이 기울어진 기왓장을 덮고
綠苔重重封壞垣(록태중중봉괴원) : 푸른 이끼 겹겹이 무너진 담을 묻어버렸다.
唯有中官作宮使(유유중관작궁사) : 오직 내시인 중관이 궁지기가 되어서
每年寒食一開門(매년한식일개문) : 매년 한식날에 한 번만 문을 열어준다오.
칠덕무(七德舞)-칠덕무-백거이(白居易)
七德舞七德歌(칠덕무칠덕가) : 칠덕무와 칠덕가
傳自武德至元和(전자무덕지원화) : 무덕연간부터 전하여 원화연간에 이르렀다.
元和小臣白居易(원화소신백거역) : 원화연간의 미천한 신하 백거이가
觀舞聽歌知樂意(관무청가지악의) : 춤을 보고 노래를 들어보고 음악의 뜻을 알았고
樂終稽首陳其事(악종계수진기사) : 음악이 끝나자 머리를 조아려 그 일을 진술한다.
太宗十八舉義兵(태종십팔거의병) : 태종 십팔 년 의병을 일으키시어
白旄黃鉞定兩京(백모황월정량경) :흰 쇠꼬리 깃발과 황금 도끼를 들고 두 서울을 평정하고
擒充戮竇四海清(금충륙두사해청) : 왕세충을 사로잡고 두건충을 죽이니, 온 세상이 깨끗해졌다
二十有四功業成(이십유사공업성) : 이십사 세에, 공업을 이루시고
二十有九即帝位(이십유구즉제위) : 이십구 세에, 황제에 오르시고
三十有五致太平(삼십유오치태평) : 삼십오 세에 태평성대 이루셨다.
功成理定何神速(공성리정하신속) : 공업을 이루고 다스림의 안정이 어찌 이렇게 신처럼 빠른가.
速在推心置人腹(속재추심치인복):그 신속함은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남의 뱃속에 넣어주고
亡卒遺骸散帛收(망졸유해산백수):죽은 병사들의 유해를 비단을 나누어주어 수습하게 하고
饑人賣子分金贖(기인매자분금속) : 굶주린 자들이 자식을 팔아버리니, 금을 나누어 주어 되사게 하였다.
魏徵夢見子夜泣(위징몽견자야읍) : 위징을 꿈에서 보고, 자시에 깨어나 눈물을 흘리시고
張謹哀聞辰日哭(장근애문진일곡) : 장근의 죽음을 애처로이 듣자 진일에도 통곡하셨다.
怨女三千放出宮(원녀삼천방출궁) : 원망하는 삼천 명을 놓아주시어 출궁시키고
死囚四百來歸獄(사수사백래귀옥) : 사형수 사백 명을 보내어 감옥으로 돌아오게 하셨다.
剪鬚燒藥賜功臣(전수소약사공신) : 자신의 수염을 잘라 태워, 약을 만들어 공신에게 내려주니
李勣嗚咽思殺身(리적오인사살신) : 이적이라는 사람은 오열하면서 나라에 몸 받칠 것을 생각했다.
含血吮瘡撫戰士(함혈연창무전사) : 피를 머금고 종기를 빨아주시며 전사를 어루만져주니
思摩奮呼乞效死(사마분호걸효사) : 이 사마는 흥분하여 소리치며 죽기를 원했다.
不獨善戰善乘時(불독선전선승시) : 이러한 즉 알았노라, 그는 다만 전쟁을 잘하고 때를 잘 탔을 뿐만 아니라
以心感人人心歸(이심감인인심귀) : 마음으로 사람을 감복시켜 마음을 돌아오게 했음을 말이다.
爾來一百九十載(이래일백구십재) : 그 이후로 일백구십 년이 되어
天下至今歌舞之(천하지금가무지) : 천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를 노래하고 춤추고 있다.
歌七德舞七德(가칠덕무칠덕) : 칠덕을 노래하고, 칠덕을 춤추어보니
聖人有作垂無極(성인유작수무극) : 성인이 지은 것이 있어 전해져 끝이 없도다.
豈徒耀神武(기도요신무) : 어찌 다만 신묘한 무덕만을 빛내고
豈徒夸聖文(기도과성문) : 어찌 한갓 성스러운 글만 과장하려는 것이겠는가.
太宗意在陳王業(태종의재진왕업) : 태종의 뜻은 왕업을 진술하여
王業艱難示子孫(왕업간난시자손) : 왕업의 어려움을 자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태행로(太行路)-태행로-백거이(白居易)
太行之路能摧車(태항지노능최거) : 태행산 험한 길이 수레를 부수어도
若比人心是坦途(야비인심시탄도)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평탄한 길이어라.
巫峽之水能覆舟(무협지수능복주) : 무협의 험한 물길이 배를 뒤집어도
若比人心是安流(야비인심시안류)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편안한 물길이어라.
人心好惡苦不常(인심호악고부상):사람 마음의 좋아함과 싫어함이 일정치 않음이 고민이니
好生毛羽惡生瘡(호생모우악생창) : 좋으면 깃털처럼 감싸주고 싫으면 부스럼 낸다.
與君結髮未五載(여군결발미오재) : 그대와 혼인한지 오년도 못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개기우녀위삼상) : 어찌 견우직녀가 참성과 상성처럼 되기를 바랐겠는가.
古稱色衰相棄背(고칭색쇠상기배) : 옛사람이, “늙고 시들면 버림받는다. 고 했고
當時美人猶怨悔(당시미인유원회) : 당시의 미인들도 여전히 원망하고 후회했었다.
何況如今鸞鏡中(하황여금난경중) : 하물며 지금처럼 거울 속
妾顔未改君心改(첩안미개군심개) : 내 얼굴 아직 변치 않았는데, 당신 마음은 변했다.
爲君薰衣裳(위군훈의상) : 그대 위해 의상에 향수를 뿌렸는데
君聞蘭麝不馨香(군문난사부형향) : 당신은 난초나 사향의 향기를 맡고도 향기롭다 하지 않는다.
爲君盛容飾(위군성용식) : 당신을 위해 화장하였는데도
君看珠翠無顔色(군간주취무안색) :당신은 금이나 비취를 보고도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다.
難重陳(난중진) : 어렵다고 다시 말하기도 어려워라
人生莫作婦人身(인생막작부인신) : 사람으로 태어나서 남의 아내 되지 마라.
百年苦樂由他人(백년고낙유타인) : 백년고락이 남에게 달렸도다.
行路難(항로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於山(난어산) : 산길보다 어렵고
險於水(험어수) : 물길보다 험하도다.
不獨人家夫與妻(부독인간부여처) : 다만 인간의 부부 사이만 그런 것이 아니도다.
近代君臣亦如此(근대군신역여차) : 근대의 임금과 신하의 사이도 이와 같도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左納言右納史(좌납언우납사) : 좌 납언, 우 내사 같은 분들이
朝承恩暮賜死(조승은모사사) : 아침에 임금님 은혜 받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는 것을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의 어려움이
不在水(부재수) : 물길에 있지 않고
不在山(부재산) : 산길에 있지 않으니
只在人情反覆間(지재인정반복간) : 다만 인정의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사이에 있도다.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적의이수1(適意二首1)-기꺼워서-백거이(白居易)
十年為旅客(십년위려객) : 십년을 떠돈 나그네 신세
常有饑寒愁(상유기한수) : 항상 배고프고 춥고 근심스러웠지요.
三年作諫官(삼년작간관) : 삼년간의 간관 노릇
複多尸素羞(복다시소수) : 놀고먹어 부끄러움이 많았지요.
有酒不暇飲(유주불가음) : 술이 생겨도 마실 여가 없고
有山不得游(유산불득유) : 산이 있어도 놀 수도 없었지요.
豈無平生志(기무평생지) : 어찌 평생에 품은 뜻 없으리오 만
拘牽不自由(구견불자유) : 벼슬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했지요.
一朝歸渭上(일조귀위상) : 하루아침에 위수가로 돌아와
泛如不繫舟(범여불계주) :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다녔지요.
置心世事外(치심세사외) : 마음을 세상 밖 일에 두어
無喜亦無憂(무희역무우) : 기쁜 일도 없었고, 슬픈 일도 없었지요.
終日一蔬食(종일일소식) : 종일토록 나물밥 한 가지에
終年一布裘(종년일포구) : 일년이 끝나도록 베옷만 입었었지요.
寒來彌懶放(한래미라방) : 추위가 오면 더욱 나태해지고
數日一梳頭(수일일소두) : 몇 일만에야 하번 빗질 했었지요.
朝睡足始起(조수족시기) : 아침까지 실컷 자고야 일어나고
夜酌醉即休(야작취즉휴) : 밤에는 취하도록 마셔야 그만 두었지요.
人心不過適(인심불과적) : 사람의 마음은 편한 게 최고인데
適外複何求(적외복하구) : 마음 편한 것 외에 또 무엇을 바라겠어요.
하일(夏日)-어느 여름날-백거이(白居易)
東窗晚無熱(동창만무열) : 동쪽 창문은 저녁이라 덥지 않고
北戶涼有風(북호량유풍) : 북쪽 문에는 써늘히 바람이 불어온다.
盡日坐複臥(진일좌복와) : 종일토록 앉았다가 다시 누워서
不離一室中(불리일실중) : 방 안을 떠나지 않았다.
中心本無繫(중심본무계) :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얽매임이 없어
亦與出門同(역여출문동) : 또한 함께 문 밖으로 나와 친구 되었소.
(白樂天詩集,卷六,閒適二)
매탄옹(賣炭翁)-숯 파는 노인
賣炭翁(매탄옹) : 숯 파는 노인이여
伐薪燒炭南山中(벌신소탄남산중) : 남산 안에 땔나무 캐어서 숲을 굽는다.
滿面塵灰煙火色(만면진회연화색) : 얼굴에 재가 가득, 연기에 그은 얼굴빛
兩?蒼蒼十指黑(량빈창창십지흑) : 두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하고 열 두 손가락은 숯검덩이로다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 숯 팔아 벌은 돈 쓰는 곳이 어디일까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 몸에 걸치는 옷, 입에 먹는 식량일세.
可憐身上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 가련하구나, 몸에 걸친 옷은 홑옷뿐이라네
心憂炭賤願天寒(심우탄천원천한) : 마음 속으로 숯값 내릴까 걱정하여 날씨 추워지기를 바란다네.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 밤에 성 밖에는 눈이 한 자나 내려
曉駕炭車輾?轍(효가탄차전빙철) : 새벽에 숯 수레 끌고 얼음으로 간 바퀴자국
牛困人饑日已高(우곤인기일이고) : 해는 이미 높이 올라 소는 지치고 사람도 배가 고파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헐) : 시장 남문 밖 진흙 구덩이에세 쉬고 있다네.
翩翩兩騎來是誰(편편량기래시수) : 펄렁펄렁 두 말 타고 오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 노란 옷 입은 환관과, 흰옷 입은 소년이구나.
手把文書口稱敕(수파문서구칭칙) : 문서를 손에 들고 입으로 칙령이다 일컬으며
廻車叱牛牽向北(회차질우견향북) : 수레를 돌리고 소를 채찍질하여 북쪽으로 끌고 간다.
一車炭(일차탄) : 한 수레에 가득한 숯
重千余斤(천여근) : 무게가 천여 근이나 되는 데
官使驅將惜不得(관사구장석불득) : 관리들이 몰아가니 장차 아까워도 어찌하지 못하네.
半匹紅紗一丈綾(반필홍사일장릉) : 반 필 붉은 비단과 열자의 능필을
系向牛頭充炭直(계향우두충탄직) :소머리에 걸어주고 숯 값으로 친다네.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두릉수(杜陵叟)-두릉의 노인
杜陵叟(두릉수) : 두릉의 노인은
杜陵居(두릉거) :두름에 산다네.
歲種薄田一頃余(세종박전일경여) :해마다 척박한 밭 일경 남짓에 씨를 뿌린다네
三月無雨旱風起(삼월무우한풍기) : 삼월에는 비 아내리고 이른 바람 불어오니
麥苗不秀多黃死(맥묘불수다황사) : 보리 묘목 패지 않고 누렇게 죽은 것 많다네.
九月降霜秋早寒(구월강상추조한) : 구월에 서리내려 가을날씨 일찍 추워지더니
禾穗未熟皆青干(화수미숙개청간) : 벼 이삭 익지 않고 모두파랗게 말랐다네.
長吏明知不申破(장리명지불신파) : 장리는 잘 알고 있지만 벼 농사 망친 것 알리지 않고
急斂暴徵求考課(급렴폭징구고과) : 심하게 세금 거두어 고과 성적만 올리네.
典桑賣地納官租(전상매지납관조) : 뽕나무 잡히고 땅을 팔아 세금을 물어서
明年衣食將何如(명년의식장하여) : 내년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剝我身上帛(박아신상백) : 내 몸의 비단 옷 벗기고
奪我口中粟(탈아구중속) : 내 입 속의 밤까지 빼앗아 가네.
虐人害物即豺狼(학인해물즉시랑) : 사람을 괴롭히고 물건 해치는 것은 승냥이와 이리니
何必鉤爪鋸牙食人肉(하필구조거아식인육) : 어찌 반드시 갈고리 발톱과 톱같은 이빨로만 사람 고기를 먹을까
不知何人奏皇帝(불지하인주황제) : 누가 왕제에게 알렸는지 몰라도
帝心惻隱知人弊(제심측은지인폐) : 황제의 마음이 측은지심으로 벡성의 피해를 아셨다네.
白麻紙上書德音(백마지상서덕음) : 백마지 위에 후덕한 말씀 적으셔서
京畿盡放今年稅(경기진방금년세) : 경기 지방 금년 세금은 탕감한다 하셨다네.
昨日裡胥方到門(작일리서방도문) : 어제야 아전들이 문 앞에 당도하여
手持敕牒榜鄉村(수지칙첩방향촌) : 칙첩을 손에 들고 고을에 방을 부쳤다네.
十家租稅九家畢(십가조세구가필) : 열 집 조세에 아홉 집이 이미 다 바쳤으니
虛受吾君蠲免恩(허수오군견면은) : 우리 임금 면제의 은혜 헛되이 받았다네.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서량기(西涼伎)-서량 땅의 광대
西涼伎(서량기) : 서량 놀이
假面胡人假獅子(가면호인가사자) : 가면 쓴 오랑캐, 가면 쓴 사나이
刻木為頭絲作尾(각목위두사작미) : 나무 깎아 머리 삼고, 실로 꼬리 만들었네.
金鍍眼睛銀貼齒(금도안정은첩치) : 금으로 눈알 칠하고 은으로 이빨 붙이고
奮迅毛衣擺雙耳(분신모의파쌍이) : 털옷을 빨리 털고 두 귀를 흔들어대네.
如從流沙來萬裡(여종류사래만리) : 마치 유사지방에서 만리나 멀리서 온 듯이
紫髯深目兩胡兒(자염심목량호아) : 자주빛 수염에 깊은 눈알을 한 두 오랑캐 놈
鼓舞跳粱前致辭(고무도량전치사) : 북치며 날뛰듯 춤추고서 앞으로 나와 말하네,
應似涼州未陷日(응사량주미함일) : 아주 꼭 같도다, 양주가 함락되기 전 날
安西都護進來時(안서도호진래시) : 안서 도호가 진상하던 때와 같아요.
須臾운得新消息(수유운득신소식) : 잠시 후에 새소식을 전하기를
安西路絕歸不得(안서로절귀불득) : 안서 길은 끊어져 돌아가지 못한다네요 하니
泣向獅子涕雙垂(읍향사자체쌍수) : 울면서 사자를 향하는데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네.
涼州陷沒知不知(량주함몰지불지) : 양주가 함락된 것 아느냐 모르느냐
獅子回頭向西望(사자회두향서망) : 사자는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며
哀吼一聲觀者悲(애후일성관자비) : 서럽게 한 소리로 울부짖으니 보는 사람도 슬퍼하네.
貞元邊將愛此曲(정원변장애차곡) : 정원 연간 국경의 장군들은 이 노래를 좋아하여
醉坐笑看看不足(취좌소간간불족) : 취하여 앉아 웃으면서 보고 또 보고 하였다네.
享賓犒士宴三軍(향빈호사연삼군) : 손님과 군사를 청하여 삼군에게 잔치를 벌이니
獅子胡兒長在目(사자호아장재목) : 사자와 오량캐 언제나 눈 앞에 보인다네.
有一征夫年七十(유일정부년칠십) : 나이 칠십 된 늙고 병사 나타나
見弄涼州低面泣(견롱량주저면읍) : 서량놀이를 보고 얼굴을 숙이고 울었다네.
泣罷斂手白將軍(읍파렴수백장군) : 울고 나서 손을 잡고 장군에게 이뢰기를
主憂臣辱昔所聞(주우신욕석소문) : 임금의 근심은 신하의 치욕이라 전에 저는 들었습니다.
自從天寶兵戈起(자종천보병과기) : 천보연간부터 전쟁이 일어나
犬戎日夜吞西鄙(견융일야탄서비) : 오량캐들이 밤낮으로 서부 구석진 곳을 병탄하여
涼州陷來四十年(량주함래사십년) : 양주가 함락된 지 이미 사십 년이고
河隴侵將七千裡(하롱침장칠천리) : 하롱이 침략당한 것이 칠천 리나 됩니다.
平時安西萬裡疆(평시안서만리강) : 평화롭던 시절 안서는 만 리나 되는 우리의 영토
今日邊防在鳳翔(금일변방재봉상) : 지금은 국경지바이 봉상이 되어있습니다
緣邊空屯十萬卒(연변공둔십만졸) : 변경에 헛되이 주둔한 십만 병사들
飽食溫衣閒過日(포식온의한과일) : 배불리 머고 따뜻이 입으며 한가로이 세월만 보냅니다.
遺民腸斷在涼州(유민장단재량주) : 단장의 고통 받는 백성은 지금 양주에 버려져 있는데도
將卒相看無意收(장졸상간무의수) : 장군과 병사들은 보기만 하고 수복할 뜻이 없습니다
天子每思長痛惜(천자매사장통석) : 천자께서 생각 때마다 오랫동안 괴롭고 안타깝게 여기시니
將軍欲說合慚羞(장군욕설합참수) : 장군께서 말씀 오리고 싶으나 부끄러울 것입니다
奈何仍看西涼伎(내하잉간서량기) : 어찌하여 그냥 서량의 놀이만 구경하시면서
取笑資歡無所愧(취소자환무소괴) : 웃고 기뻐하기만 하시니 부끄러움도 없습니까.
縱無智力未能收(종무지력미능수) : 설령 지혜와 능력이 없어 수복하지 못하시더라도
忍取西涼弄為戲(인취서량롱위희) :차마 서량놀이를 하여 장난삼아 놀이로 할 수 있습니까.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買花(매화)-꽃을 사는구나-白居易(백거이)
帝城春欲暮(제성춘욕모) : 장안에 봄 저물어 가는데
喧喧車馬度(훤훤차마도) : 마차들이 요란하게 지나간다.
共道牡丹時(공도모단시) : 모란이 철이라고 이야기하며
相隨買花去(상수매화거) : 줄지어 모란꽃을 사가지고 간다.
貴賤無常價(귀천무상가) : 품질에 따라 정해진 가격 없고
酬直看花數(수직간화수) : 꽃송이 수에 따라 값이 정해진다.
灼灼百朶紅(작작백타홍) : 불타는 듯 붉은 꽃 백송이
戔戔五束素(전전오속소) : 자잘한 다섯 묶음 꽃다발들
上張幄幕庇(상장악막비) : 위에는 천막을 펴 꽃 가려주고
旁織笆籬護(방직파리호) : 옆에는 울타리로 막는구나.
水灑復泥封(수쇄부니봉) : 물을 뿌리고, 흙으로 북돋우어
移來色如故(이래색여고) : 옮겨와 심어도 빛깔은 그대로다.
家家習爲俗(가가습위속) : 집집마다 유행하는 풍속이 되어서
人人迷不悟(인인미부오) : 사람마다 정신없이 깨닫지 못한다.
有一田舍翁(유일전사옹) : 어떤 시골 늙은이
偶來買花處(우래매화처) : 우연히 꽃 파는 곳에 왔다가
低頭獨長歎(저두독장탄) : 고개 숙여 혼자 길게 탄식하니
此歎無人喩(차탄무인유) : 이러한 탄식을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
一叢深色花(일총심색화) : 한 떨기 짙은 꽃송이
十戶中人賦(십호중인부) : 열가구 중농가의 세금과 같음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立碑(입비)-비석을 세우는 일에 대하여-白居易(백거이)
勳德旣下衰(훈덕기하쇠) : 공적과 덕행이 미미하면
文章亦陵夷(문장역릉이) : 그것을 기록한 글도 그것에 맞아야지.
但見山中石(단견산중석) : 산속에 있는 돌덩이로 보았던 것을
立作路旁碑(립작로방비) : 길가에 비석으로 세운단다.
銘勳悉太公(명훈실태공) : 새긴 공적은 모두가 태공처럼 높고
敍德皆仲尼(서덕개중니) : 적은 내용은 공자 같은 덕행이란다.
復以多爲貴(부이다위귀) : 또 글자가 많아야 좋다고 여기고
千言直萬貲(천언직만자) : 많은 돈을 들여서 일천자를 새긴단다.
爲文彼何人(위문피하인) : 비문을 지은 자는 누구일까
想見下筆時(상견하필시) : 생각해 보니, 비문을 지을 때
但欲愚者悅(단욕우자열) : 어리석은 자들의 기쁨만 생각해 지었단다.
不思賢者嗤(부사현자치) : 현자들의 비웃음은 생각지 못했으니
豈獨賢者嗤(기독현자치) : 어찌 현자들만 비웃으리오.
仍傳後代疑(잉전후대의) : 후대까지 전해지며 의심을 사리라
古石蒼苔字(고석창태자) : 오래된 돌에 푸른 이끼 낀 글자들이
安知是愧詞(안지시괴사) : 어찌 부끄러운 말뜻을 알겠는가.
我聞望江縣(아문망강현) : 내가 들으니, 망강현의 현령은
麴令撫惸嫠(국령무경리) : 외로운 백성들을 위로하였단다.
在官有仁政(재관유인정) : 관리로 있을 때에 어진 정치 베풀었으나
名不聞京師(명부문경사) : 그 명성이 서울에는 들리지 않았단다.
身歿欲歸葬(신몰욕귀장) : 죽은 후 고향에 장사지내려 했으나
百姓遮路岐(백성차로기) : 백성들이 그 길을 가로막았단다.
攀轅不得歸(반원부득귀) : 수레 끌채를 잡고 가지 못하게 만류하니
留葬此江湄(류장차강미) : 망강 강변에 그를 장사지냈단다.
至今道其名(지금도기명) : 지금도 그의 이름을 부르면
男女涕皆垂(남녀체개수) : 남자와 여자들 모두가 눈물 흘린다.
無人立碑碣(무인립비갈) : 비석을 세운 사람 아무도 없어도
唯有邑人知(유유읍인지) : 고을 사람들은 그의 공덕을 다 알고 있단다.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江南旱(강남한)-강남의 가뭄-白居易(백거이)
意氣驕滿路(의기교만로) : 기세는 교만하게 길가에 넘치고
鞍馬光照塵(안마광조진) : 눈부신 말안장은 먼지조차 비추는구나
借問何爲者(차문하위자) : 저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니
人稱是內臣(인칭시내신) : 황제의 측근이라 대답하네
朱紱皆大夫(주불개대부) : 붉은 인끈을 한 자는 대부이고
紫綏或將軍(자수혹장군) : 자주색 인끈을 한 자는 혹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과부군중연) : 으시대며 군중 연회 가면서
走馬去如雲(주마거여운) : 말을 타고 구름처럼 간다
罇罍溢九醞(준뢰일구온) : 술잔엔 숙성된 좋은 술이 넘치고
水陸羅八珍(수륙라팔진) : 상에는 팔 진마가 가득하구나
果擘洞庭橘(과벽동정귤) : 동정호의 귤을 차리고
膾切天池鱗(회절천지린) : 천지의 회를 썰어놓았구나
食飽心自若(식포심자약) : 배불리 먹고나니 마음 편해지고
酒酣氣益振(주감기익진) : 취기가 오르니 기세가 더해지는구나
是歲江南旱(시세강남한) : 올해도 강남에는 가뭄이 들어
衢州人食人(구주인식인) : 구주에서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데
貧家女(빈가녀)-가난한 집안의 여자-白居易(백거이)
天下無正聲(천하무정성) : 천하에 바른 음악 없으니
悅耳卽爲娛(열이즉위오) : 듣기 좋으면 기쁜다 여긴다네
人間無正色(인간무정색) : 세상에 바른 용모 없으니
悅目卽爲姝(열목즉위주) : 보기 좋으면 예쁜다 여긴다네
顔色非相遠(안색비상원) : 용모는 별 차이 없지만
貧富則有殊(빈부칙유수) : 빈부는 차이가 있다네
貧爲時所棄(빈위시소기) : 가난하면 세상에 버림 받고
富爲時所趨(부위시소추) : 부유하면 세상이 따르게 된다네
紅樓富家女(홍루부가녀) : 붉은 누각의 부잣집 딸
金縷繡羅襦(김루수라유) : 금실로 수놓은 옷 입는다네
見人不斂手(견인부렴수) : 사람을 보고도 못 본척
嬌癡二八初(교치이팔초) : 순진한 열여섯 어린 나이인데도
母兄未開口(모형미개구) : 오빠가 말 꺼내지 않아도
已嫁不須臾(이가부수유) : 시집가는 건 문제 없으리라
綠窗貧家女(록창빈가녀) : 무색 창가의 가난한 집 딸
寂寞二十餘(적막이십여) : 쓸쓸히 보낸지 이십여년이구나
荊釵不直錢(형채부직전) : 가시나무 비녀는 일푼도 안되고
衣上無直珠(의상무직주) : 옷에는 값진 구슬 하나도 없도다
幾廻人欲聘(기회인욕빙) : 몇 번이고 폐백을 보내려도
臨日又蜘躕(림일우지주) : 기일이 되면 또다시 머뭇거리고
主人會良媒(주인회량매) : 주인은 중매장이 불러놓고
置酒滿玉壺(치주만옥호) : 옥호리병에 술을 가득 채운다
四座且勿飮(사좌차물음) : 사람들아 잠시 마시지 말고서
聽我歌兩途(청아가량도) : 나의 노래 두 가지 들어보소서
富家女易嫁(부가녀역가) : 부잣집 딸은 시집가기 쉬워
嫁早輕其夫(가조경기부) : 일찍 시집가도 남편 무시하고
貧家女難嫁(빈가녀난가) : 가난한집 딸은 시집가기 어려워
嫁晩孝於姑(가만효어고) : 늦게 가도 시부모께 효도한다오
聞君欲娶婦(문군욕취부) : 그대 장가가려 한다는데
娶婦意何如(취부의하여) : 어떤 아내를 얻고 싶은지
議婚(의혼)-혼인을 의논하다-白居易(백거이)
天下無正聲(천하무정성) : 세상에 바른 음악 없어
悅耳卽爲娛(열이즉위오) : 듣기만 좋으면 즐겁다 하네.
人間無正色(인간무정색) : 세상에 바른 용모 없어
悅目卽爲姝(열목즉위주) : 보기만 좋으면 예쁘다 하네.
顔色非相遠(안색비상원) : 얼굴 모양 별 차이 없지만
貧富則有殊(빈부칙유수) : 가난하고 부유함에 차이 있다네.
貧爲時所棄(빈위시소기) : 가난하면 세상사람에게 버림받고
富爲時所趨(부위시소추) : 부유하면 세상사람들이 따르게 된다네.
紅樓富家女(홍루부가녀) : 붉은 누각 있는 부잣집 딸
金縷繡羅襦(김루수라유) : 금실로 수놓은 옷만 입는다네.
見人不斂手(견인부렴수) : 사람을 보고도 인사도 하지 않고
嬌癡二八初(교치이팔초) : 순진한 열여섯 어린 나이인데도
母兄未開口(모형미개구) : 엄마와 오빠는 말도 꺼내지 않아
已嫁不須臾(이가부수유) : 시집가는 건 시간문제이리라
綠窗貧家女(록창빈가녀) : 녹색 창가의 가난한 집 딸
寂寞二十餘(적막이십여) : 쓸쓸히 보낸 지 이십여 년이지만
荊釵不直錢(형채부직전) : 가시나무 비녀는 값도 안나가고
衣上無直珠(의상무직주) : 옷에는 값진 보석 하나도 없도다.
幾廻人欲聘(기회인욕빙) : 몇 번이고 폐백을 보내려 해도
臨日又蜘躕(림일우지주) : 기일이 되면 또다시 머뭇거린다네.
主人會良媒(주인회량매) : 주인은 중매장이 불러놓고
置酒滿玉壺(치주만옥호) : 옥호리병에 술을 가득 채운다네.
四座且勿飮(사좌차물음) : 사람들아 잠깐 마시기 중지하고
聽我歌兩途(청아가량도) : 나의 노래 두 가지 들어보소서.
富家女易嫁(부가녀역가) : 부잣집 딸은 시집가기 쉽고
嫁早輕其夫(가조경기부) : 일찍 시집가도 남편 무시하고
貧家女難嫁(빈가녀난가) : 가난한집 딸은 시집가기 어렵지만
嫁晩孝於姑(가만효어고) : 늦게 가도 시부모께 효도한다오.
聞君欲娶婦(문군욕취부) : 그대에 묻노니 장가들 때엔
娶婦意何如(취부의하여) : 신부를 구할 때, 어떤 신부 생각하는가.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輕肥(경비)-가벼운 옷과 살찐 말들-白居易(백거이)
意氣驕滿路(의기교만로) : 기세의 교만함, 길에 가득하고
鞍馬光照塵(안마광조진) : 말안장의 광채, 먼지조차 훤하게 비춘다.
借問何爲者(차문하위자) : 잠시 저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니
人稱是內臣(인칭시내신) : 사람들 그들은 황제의 측근이라 대답하였네.
朱紱皆大夫(주불개대부) : 붉은 인끈을 한 자는 모두가 대부이고
紫綏或將軍(자수혹장군) : 자주색 인끈을 한 자는 아마도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과부군중연) : 자랑하며 군중 연회 찾아다니며
走馬去如雲(주마거여운) : 말을 달려 구름처럼 몰려다닌다.
罇罍溢九醞(준뢰일구온) : 술잔엔 잘 익은 좋은 술이 넘치고
水陸羅八珍(수륙라팔진) : 바다에도 땅에도 팔진미 늘려있구나.
果擘洞庭橘(과벽동정귤) : 과일로는 동정호의 귤을 차리고
膾切天池鱗(회절천지린) : 천지의 회감을 썰어놓았구나.
食飽心自若(식포심자약) : 배불리 먹고 나니 마음 절로 편해지고
酒酣氣益振(주감기익진) : 술기운 오르니 기세가 더해지는구나.
是歲江南旱(시세강남한) : 올해도 강남에는 가뭄이 들어
衢州人食人(구주인식인) : 구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데.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傷宅(상택)-저택을 보고 마음상하다-白居易(백거이)
誰家起甲第(수가기갑제) : 누구 집이 저렇게도 좋은가
朱門大道邊(주문대도변) : 붉고 큰 대문은 대로변에 있다
豊屋中櫛比(풍옥중즐비) : 우람한 지붕은 안으로 즐비하고
高牆外廻環(고장외회환) : 높은 담장은 밖으로 둘러싸있구나
纍纍六七堂(류류육칠당) : 겹겹이 솟아있는 예닐곱 채 집들
棟宇相連延(동우상련연) : 마룻대와 처마는 줄줄이 이어있다
一堂費百萬(일당비백만) : 집 한 채에 백만금이나 되고
鬱鬱起靑煙(울울기청연) : 가득히 푸른 연기 피어오른다.
洞房溫且淸(동방온차청) : 안방은 따뜻하고도 시원하고
寒暑不能干(한서부능간) : 추위나 더위가 침범하지 못한다.
高堂虛且逈(고당허차형) : 높은 집은 넓고도 앞이 탁 트여
坐臥見南山(좌와견남산) : 앉아도 누워도 남산이 다 보인다.
繞廊紫藤架(요랑자등가) : 행랑을 두른 자주색 등나무 시렁 있고
夾砌紅藥欄(협체홍약란) : 섬돌을 끼고 있는 작약 울타리도 보인다.
攀枝摘櫻桃(반지적앵도) : 가지를 휘어잡고 앵두를 따고
帶花移牡丹(대화이모단) : 꽃 있는채로 이식된 모란꽃도 보인다.
主人此中坐(주인차중좌) : 주인은 이 안에 앉아 있는데
十載爲大官(십재위대관) : 십년동안 대관고작을 지냈다네.
廚有臭敗肉(주유취패육) : 부엌에는 썩어 냄새 나는 고기가 있고
庫有貫朽錢(고유관후전) : 창고에는 녹슨 돈이 가득하다네.
誰能將我語(수능장아어) : 누가 자기 말로 말할 수 있겠는가
問爾骨肉間(문이골육간) : 묻노니, 너희 가까운 친척 중에서도
豈無窮賤者(기무궁천자) : 어찌 곤궁한 자들이 없겠으며
忍不救饑寒(인부구기한) : 가난과 추위를 어찌 구제해주지 않겠는가.
如何奉一身(여하봉일신) : 어찌하여 네 한 몸만 봉양하고
直欲保千年(직욕보천년) : 천년토록 누리려고 하는가.
不見馬家宅(부견마가택)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마씨 일가가
今作奉誠園(금작봉성원) : 지금은 봉성원으로 되어 있는 것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五絃(오현)-오현-白居易(백거이)
淸歌且罷唱(청가차파창) : 맑은 노랫소리 잠시 멈추고
紅袂亦停舞(홍몌역정무) : 붉은 소맷자락 춤도 멈추어라.
趙叟抱五絃(조수포오현) : 늙은 어르신 조옹이 오현금 가져와
宛轉當胸撫(완전당흉무) : 둥그렇게 가슴에 안고 연주한다.
大聲麤若散(대성추약산) : 강한 음은 흩어질 듯 거칠고
颯颯風和雨(삽삽풍화우) : 쓸쓸히 부는 바람 비바람 소리 같구나.
小聲細欲絶(소성세욕절) : 약한 소리은 끊어질 듯 가늘고
切切鬼神語(절절귀신어) : 애절한 귀신의 속삭임 같구나.
又如鵲報喜(우여작보희) : 또 까치의 기쁜 소리 같다가도
轉作猿啼苦(전작원제고) : 원숭이의 고통 소리로 바뀌는 것 같아라.
十指無定音(십지무정음) : 열손가락에 정해진 음 없고
顚倒宮徵羽(전도궁치우) : 음률이 어지럽게 뒤바뀌는구나.
坐客聞此聲(좌객문차성) : 초대받은 손님들 이 소리 듣고
形神若無主(형신약무주) : 넋은 주인을 잃어 버린 듯 하다.
行客聞此聲(행객문차성) : 길 가는 나그네 그 소리를 듣고
駐足不能擧(주족불능거) : 능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구나.
嗟嗟俗人耳(차차속인이) : 아아, 세상 속된 사람의 귀는
好今不好古(호금불호고) : 옛것은 좋아하지 않고 지금 것만 좋아하니
所以綠窗琴(소이녹창금) : 그래서 녹색 창가의 오현금에는
日日生塵土(일일생진토) : 날마다 말마다 흙먼지만 쌓이는구나.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歌舞(가무)-그들만의 노래, 그들만의 춤-백거이(白居易)
秦城歲云暮(진성세운모) : 서울에 해 저문다 하는데
大雪滿皇州(대설만황주) : 성 안에는 큰 눈이 내린다.
雪中退朝者(설중퇴조자) : 눈 내리는데 퇴궐하는 사람들
朱紫盡公侯(주자진공후) : 홍색 자주색 옷, 모두가 고관들
貴有風雪興(귀유풍설흥) : 귀족에게는 눈과 바람에도 흥취 있고
富無饑寒憂(부무기한우) : 부자들은 춥고 배고픔일 전혀 없구나.
所營唯第宅(소영유제택) : 하는 일이란 오로지 저택에 사는 것
所務在追遊(소무재추유) : 힘쓰는 일이란 향락을 구하는 일이다.
朱門車馬客(주문거마객) : 붉은 대문에는 마차 탄 손님들
紅燭歌舞樓(홍촉가무루) : 등불 밝혀놓고 노래하고 춤추는 누각
歡酣促密坐(환감촉밀좌) : 환락에 도취되어 가까이 다가앉고
醉暖脫重裘(취난탈중구) : 취기 오르자, 열기에 겹 가죽옷 벗어버린다.
秋官爲主人(추관위주인) : 추관이 주인인데
廷尉居上頭(정위거상두) : 정위가 상좌에 앉았다
日中爲樂飮(일중위락음) : 대낮부터 음주를 즐기어
夜半不能休(야반불능휴) : 밤이 깊어도 그칠줄 모른다.
豈知閿鄕獄(기지문향옥) : 어찌 알까, 문향 감옥의 일들
中有凍死囚(중유동사수) : 그 곳에서 얼어 죽는 죄수가 있음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不致仕(불치사)-물러나지 않는 관리들-白居易(백거이)
七十而致仕(칠십이치사) : 일흔이면 관직에서 물러나라
禮法有明文(례법유명문) : 예법에 분명히 적혀 있도다.
何乃貪榮者(하내탐영자) : 어찌하여 영화를 탐하는 자들은
斯言如不聞(사언여불문) : 이 말을 못 들은 척 하는구나.
可憐八九十(가련팔구십) : 가련하다, 팔구십 살이 다 되어
齒墮雙眸昏(치타쌍모혼) : 이 빠지고 두 눈동자 흐려져도
朝露貪名利(조로탐명리) : 아침 이슬 처지로도 명예와 이익 탐하고
夕陽憂子孫(석양우자손) : 지는 해 처지에서 자손을 근심하는구나.
掛冠顧翠緌(괘관고취유) : 걸어둔 관끈을 돌아보고
懸車惜朱輪(현거석주륜) : 매어둔 수레 바퀴 아까워한다.
金章腰不勝(금장요불승) : 허리에 찬, 금 인장 무게도 감당 못하여
傴僂入宮門(구루입군문) : 곱사등이 모습으로 입궐한다네.
誰不愛富貴(수불애부귀) : 누가 부귀를 싫어하고
誰不戀君恩(수불련군은) : 임금의 은총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年高須告老(년고수고로) : 늙으면 마땅히 늙음을 고하고
名遂合退身(명수합퇴신) : 명예를 얻었으면 물러나야 마땅하네.
少時共嗤誚(소시공치초) : 젊을 때는 같이 비웃어 놓고
晩歲多因循(만세다인순) : 늙어서는 대부분 악습을 따른다.
賢哉漢二疏(현재한이소) : 어질구나, 한의 소광과 소수여
彼獨是何人(피독시하인) : 그들은 곧 어떠한 사람이었던가.
寂寞東門路(적막동문로) : 적막하다, 동문 밖 길이여
無人繼去塵(무인계거진) : 아무도 속된 풍속 없애지 못하다니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早秋獨夜(조추독야)-초가을 외로운 밤에 -白居易(백거이)
井梧凉葉動(정오량엽동) : 우물가 오동나무, 서늘한 잎 나부끼고
隣杵秋聲發(인저추성발) : 이웃집 다듬질은 가을 소리를 낸다.
獨向簷下眠(독향첨하면) : 홀로 처마 향해 잠들어 있다가
覺來半牀月(각래반상월) : 깨어보니 평상에는 달빛이 반쯤 들었다.
商山路有感(상산로유감)-상산 가는 길에-白居易(백거이)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은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身歸(육년금시귀) : 육년 지나 이제야 이몸 돌아왔구나.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거의 태반이 옛 주인들이 아니었다.
연시시유수(燕詩示劉叟)-제비른 노래한 시를 유노인에게 보이l며
梁上有雙燕(양상유쌍연) : 들보 위에 한 쌍의 제비 있어
翩翩雄與雄(편편웅여웅) : 펄럭펄럭 암수가 함께 나는구나.
銜泥兩椽間(함니양연간) : 흙 물어다 두 서까래 사이에 집 지어
一巢生四兄(일소생사형) : 한 둥지에 네 형제가 살았다.
四兒日夜長(사아일야장) : 네 마리 새끼 밤낮으로 자라는데
索食聲孜孜(색식성자자) : 먹이 달라고 서로가 짹짹거린다.
靑蟲不易捕(청충불이포) : 푸른 벌레 쉽게 잡을 수 없어
黃口無飽期(황구무포기) : 새끼들은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다.
嘴爪雖欲弊(취조수욕폐) : 부리와 발톱이 다 닳아져도
心力不知疲(심력부지피) : 마음의 힘으로 피곤한 줄 몰랐다.
須臾十來往(수유십래왕) : 잠깐 동안에도 열 번을 왕래하는 것은
猶恐巢中饑(유공소중기) : 둥지의 새끼가 굶주릴까 걱정되어서라.
辛勤三十日(신근삼십일) : 고생하고 부지런히 보낸 삼십 일에
母瘦雛漸肥(모수추점비) : 어미는 야위고 새끼는 저점 비대해졌다.
喃喃敎言語(남남교언어) : 지저귀며 말을 가르쳐주고
一一刷毛衣(일일쇄모의) : 하나하나 털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一旦羽翼成(일단우익성) : 어느 날 아침에 날개가 생기니
引上庭樹枝(인상정수지) : 뜰의 나무의 가지 위로 끌어 올렸다.
擧翅不回顧(거시불회고) : 날개를 펴고 돌아보지도 않고.
隨風四散飛(수풍사산비) : 바람 따라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 버렸다.
雌雄空中鳴(자웅공중명) : 암수 한 쌍의 어미 새가 공중에서 울면서
聲盡呼不歸(성진호불귀) : 소리가 다하도록 불러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卻入空巢裏(각입공소리) : 문득 빈 둥지 속에 들어와
啁啾終夜悲(조추종야비) : 찍찍 짹짹 밤새도록 슬피 울었다.
燕燕爾勿悲(연연이물비) : 제비여, 제비여, 슬퍼 말아라.
爾當返自思(이당반자사) : 너희들도 마땅히 돌이켜 스스로 생각 봐라.
思爾爲雛目(사이위추목) : 너희를 생각해보면, 너희도 새끼 되어서
高飛背母時(고비배모시) : 공중 높이 날아가 버리고 어버이를 때를
當時父母念(당시부모념) : 당시의 아버지 어머니의 심정을
今日爾應知(금일이응지) : 오늘에야 너희도 반드시 알 것이니라.
초당초성우제동벽(草堂初成偶題東壁)-초당이 처음 지어져 동쪽 벽에 쓰다
日高眠足猶慵起(일고면족유용기) : 해 높이 돋도록 잠자도 늦어 일어나고
小閣重衾不怕寒(소각중금불파한) : 초당의 두꺼운 이불로 추위를 몰랐다.
遺愛寺鐘欹枕聽(유애사종의침청) : 유애사 종소리, 베개머리에서 듣고
香爐蜂雪撥簾看(향로봉설발렴간) : 향로봉 눈, 발 걷고 바라본다.
匡廬便是逃名地(광여편시도명지) : 광려 땅은 곧 숨어살기 좋은 곳
司馬仍爲送老官(사마잉위송노관) : 사마의 벼슬이 내 노년 벼슬살이로다.
心泰身寧是歸處(심태신녕시귀처) : 마음과 몸 편안하면 내 살 곳인데
故鄕何獨在長安(고향하독재장안) : 고향이 어찌 서울에만 있어야 하는가.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고원의 풀을 시로 읊어 송별하다
離離原上草(이리원상초) : 무성한 언덕 위의 들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 한 해에 한 번씩 나고 시든다.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 들불에 타도 다 하지 않고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 봄바람이 불면 또 자라난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 멀리 뻗힌 풀은 오래된 길을 덮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 맑은 풀빛은 거친 옛 성터에 어린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 다시 그대를 보내어 전송하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 우거진 풀처럼 이별의 마음 가득하다.
숙장정역(宿樟亭驛)-장정역에 묵으며-백거이(白居易)
夜半樟亭驛(야반장정역) : 밤 깊은 장정역에는
愁人起望鄕(수인기망향) : 수심 겨운 사람 일어나 고향 바라본다.
月明何所見(월명하소견) : 밝은 달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湖水白茫茫(호수백망망) : 호수에 가득한 물은 희고도 망망하구나.
야우(夜雨)-밤비-백거이(白居易)
早蛩啼復歇(조공제복헐) : 철 이른 귀뚜라미 울다 그치고
殘燈滅又明(잔등멸우명) : 아물거리는 등불 꺼졌다 밝아진다.
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 : 창 너머로 밤비가 내렸는가
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 : 파초에 먼저 듣는 소리 들려온다.
지창(池窓)-못가 창문에서-백거이白居易
池晩蓮芳謝(지만연방사) : 연꽃 향기 이우는 연못가의 저녁
窓秋竹意深(창추죽의심) : 창밖은 가을이라, 대나무도 유정하다
更無人作伴(갱무인작반) : 친구 삼을 사람도 다시 아무도 없어
唯對一彈琴(유대일탄금) : 오직 거문고 하나만을 마주하고 있다.
속고시십수[2](續古詩十首[2])-속고시십수2-백거이(白居易)
掩淚別鄕里(엄누별향리) : 눈물을 가리고 고향을 떠나
飄颻將遠行(표요장원항) : 쓸쓸히 장차 먼 곳으로 가려네
茫茫綠野中(망망녹야중) : 아득하고 푸른 들판 속
春盡孤客情(춘진고객정) : 봄도 다 지난 외로운 나그네 심정
驅馬上丘隴(구마상구롱) : 말을 몰아 언덕을 오르니
高低路不平(고저노부평) : 높고 낮아 길은 평탄치 않도다
風吹棠梨花(풍취당리화) : 바람이 해당화와 배꽃에 불고
啼鳥時一聲(제조시일성) : 때때로 새들도 울어댄다
古墓何代人(고묘하대인) : 이 옛무덤은 어느 시대 사람의 무덤인지
不知姓與名(부지성여명) : 그 성명도 알지 못 하겠네
化作路傍土(화작노방토) : 길가의 한 줌 흙으로 변하여
年年春草生(년년춘초생) : 해마다 봄풀만 돋아나는구나
感彼忽自悟(감피홀자오) : 이에 느껴워 문득 저절로 생각나네
今我何營營(금아하영영) :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만망(晩望)-백거이(白居易)
저물녘에 -백거이(白居易)
江城寒角動(강성한각동) : 강 언덕에 차가운 피리소리 들려오고
沙州夕鳥還(사주석조환) : 모래섬에 저녁 새 둥지 찾아 돌아온다.
獨在高亭上(독재고정상) : 나 혼자 높은 정자에 올라
西南望遠山(서남망원산) : 서남쪽으로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본다.
상산노유감(商山路有感)-백거이(白居易)
상산가는 길에-백거이(白居易)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은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身歸(육년금시귀) : 육년 지나 이제야 이 몸 돌아왔구나.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거의 태반이 옛 주인들이 아니었다.
(白樂天詩集,卷十八,律詩)
商山路有感(상산노유감)-白居易(백거이)
상산 길을 걸으며-白居易(백거이)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始歸(육년금시귀) : 육년 만에 이제야 비로소 돌아온다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이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태반이 옛 주인이 아니라니
지상1(池上1)-백거이(白居易)
연못에서-백거이
山僧對棋坐(산승대기좌) : 산에서 스님이 바둑판에 앉아있고
局上竹陰淸(국상죽음청) : 바둑판 위로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映竹無人見(영죽무인견) : 대나무 그림자 비치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時聞下子聲(시문하자성) : 때때로 바둑 두는 소리만 들린다
지상2(池上2)-백거이(白居易)
연못에서-백거이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가며
偸採白蓮廻(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캐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캔 자취를 감출 줄 몰라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 한 가닥 길을 남겨놓았다.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白居易(백거이)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권학문
有田不耕倉廩虛(유전불경창름허) : 밭이 있어도 경작하지 않으면 창고가 비고
有書不敎子孫愚(유서불교자손우) :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다.
倉廩虛兮歲月乏(창름허혜세월핍) : 창고가 비면 세월이 궁핍해지고
子孫愚兮禮義疎(자손우혜예의소) : 자손이 어리석으면 예의가 소홀해진다.
若惟不耕與不敎(약유불경여불교) : 만약에 다만 경작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으면
是乃父兄之過歟(시내부형지과여) : 이것은 바로 부형의 잘못인 것이리라.
(古文眞寶,前集,一卷)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백거이(白居易)
몽득과 술 사 마시며 후일을 기약하며-백거이(白居易)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 늙어서 누가 능히 술값을 아끼랴.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두) : 우리 일만 전으로 술 한 말 사서
相看七十缺三年(상간칠십결삼년) : 돌아보면 우리 나이 일흔에 세살 모자란다네.
閑微雅令窮經史(한미아령궁경사) : 한가로이 경전과 역사책 뒤져서
醉聽淸吟勝管絃(취청청음승관현) : 취하여 듣는 그대 노래 관현악보다 좋구나.
更待菊黃家醞熟(갱대국황가온숙) : 게다가 국화꽃 노래지고 국화주는 익는데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 그대와 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여보자.
춘제호상(春題湖上)-백거이(白居易)
호수에서 봄날 시를 짓다-백거이
湖上春來似圖畵(호상춘래사도화) : 호수 위에 봄 그림인듯하고
亂峰園繞水平鋪(난봉원요수평포) : 여기저기 봉우리 에워싸고 물은 잔잔하다
松排山面千重翠(송배산면천중취) : 소나무는 산면에 늘어서 천 겹 비취색을 이루고
月點波心一顆珠(월점파심일과주) : 달은 물결 속, 한 알 구슬로 박혀 있네
碧毯線頭抽早稻(벽담선두추조도) : 파란 담요 같은 논가엔 뽑아 놓은 듯한 벼
靑羅裙帶展新蒲(청라군대전신포) : 푸른 비단 허리띠 같은 것은 새로 돋은 창포라네
未能抛得杭州去(미능포득항주거) : 나는 아직 항주를 버리고 떠날 수 없으니
一半勾留是此湖(일반구류시차호) : 반쯤은 이 호수가 나를 붙잡은 것이라네
후궁사(後宮詞)-백거이(白居易)
후궁사-백거이(白居易)
후궁사(後宮詞)/후궁사
淚濕羅巾夢不成(누습나건몽불성) : 비단 수건 눈물 젖고 잠은 오지 않고
夜深前殿按歌聲(야심전전안가성) : 깊은 밤, 앞 궁궐에서 박자 맞춘 노랫소리.
紅顔未老恩先斷(홍안미노은선단) : 늙지 않은 홍안에 임금 사랑 끊어져
斜倚薰籠坐到明(사의훈농좌도명) : 향료 상자에 기대어 날 새도록 앉아있다.
(白樂天詩集,卷十八,律詩)
학(鶴)-백거이(白居易)
학-백거이
人有各所好(인유각소호) :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고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 사물에는 원래 항상 옳은 것은 없느니라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不如閑立時(불여한입시) :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백거이(白居易)
대림사 복숭꽃-백거이(白居易)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 : 인간세상 4월은 꽃다운 풀이 다 지는데
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 : 산사의 복숭아꽃은 이제야 활짝 피었구나.
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 : 가버린 봄 찾을 곳 없어 길이 탄식했는데
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내) :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곳에 왔소.
문류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772-846)
유십구에게 물어본다-백거이(白居易;772-846)
綠蟻新배酒,(녹의신배주), 거품 부글부글 이는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노). 작은 화로에 붉게 단 뚝배기
晩來天欲雪,(만내천욕설), 저녁이 되어 눈 내리려는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능히 술 한 잔 나눌 이 없는가
백거이(白居易)한시 모음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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