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상
우옥자
서너 걸음 늦게 수저를 드신 어머니, 식구들이 남긴 국을 마저 드시고 몇 오라기 나물과 마지막 김치 조각까지 차례로 비운 후, 허기진 식사를 달게 마치셨다
“좋고 맛난 것만 먹을 수 있겄냐” 식구들 지청구에도 아랑곳없이 “이 땀 봐라, 모다 귀한 것이여” 곡식 한 톨 푸성귀 한 포기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다던, 어머니의 밥상에 평생 바리때 한 벌 놓여 있었다
밥상에 수저를 놓는 일을 뒤뜰 장독대에 정화수 올리듯 하셨던 어머니, 늘 가족의 끼니를 염려하시던 어머니가 비로소 온전한 상을 받으신 날, 메밥에 꽂힌 어머니의 숟가락이 눈부시게 빛났다
뒤늦은 음복에 목이 메인 밤, 달빛이 흥건했다
어느 모빌리언의 하루
매일 아침, 베개 밑에서 새 한 마리 운다 아득한 연무 속을 날아드는 투명한 그물이 우주선처럼 내려앉고 더듬어 폰을 쥐는 순간 아바타가 울음을 멈춘다
터치! 터치! 어디선가 새들이 날아온다 누군가의 부고, 병원예약, 대출 권유, 달짝지근한 스팸문자 넘치는 메시지들이 군무(群舞)를 추듯 날아든다 지구 저편의 총성과 어느 도시의 축제, 익명의 통곡과 간절한 기도 손짓들이 부르고 답한다 거대한 무리의 새떼들 해일처럼 덮쳐오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공 끝으로 날아간다
폰을 놓고 외출한 날 종일 사각(死角)의 시간을 부유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절룩거린다 우환중인 노모의 급박한 소식, 파랑새처럼 날아올 행운이 비껴가고 세상이 끼리끼리 뻐꾸기를 날릴지도 모른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고립지대, 알 수 없는 타전음이 독수리처럼 하늘을 맴돌고 끊어진 연(鳶)처럼 기억은 좀처럼 조합되지 않았다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한 무리의 새떼가 사이보그 도시로 몰려간 뒤, 저녁마다 죽은 철새들이 강가에 버려지고 있다
* 모빌리언: 『호모 모빌리쿠스』라는 책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휴대폰 사용을 생활화하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인간형을 일컫음
─『시에』 2011년 겨울호
우옥자
충남 서천 출생. 2008년 『다시올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