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 책상에 앉으면 剝製된 물소의 머리같이 느껴져 오싹 소름이 끼친는 듯했다. 숨통을 틔우기 위해 옥상으로 나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본다.
사무실에 있는 것이 직원들 업무에 방해가 될까봐 슬그머니 외출하여 골목길 사이사이 끼어있는
식당 , 구멍가게 , 부속상 , 잔술집 등을 두어 바퀴
배회하며 보게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그런데도 나는 바람이 불어야 깡통에서 소리를
내는 논밭에 세우진 허수아비처럼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니 내가 나를 모르니 뜻이 서지 않고 할 일을 찾지 못했다.
여러 직원들은 재미있게 소통하며 어려운 일들을 잘도 처리한다.
그런데 모두 여직원이었다.
허수아비인 나에게 말 붙일 이유도 없다.
내가 도리어 " 이게 어떻게 해서 이리 되지요 " " 오늘 할일이
무엇이지요 " 라고 물어야 했다.
참말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도 해준다.
금상첨하로 모두가 이쁘기까지 하다.
요사이 입사시험에는 외모가 평가 항목에 들어가 있는구나
"ㅇㅇ씨 ! 대학원 진학하세요" 라고 하니
옆 직원이 "대학원 수료했습니다."라고 한다
" 그럼 박사 공부하세요"
이 회사 문화가 " 내가 남보다 잘 난 것이 없으면 남 하는대로 따라만 하면 '이등이지 꼴등은
만들지 않는다 ' 는 것도 잘 안다 "
그런데 그게 안된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는 " 나는 앉을 자격이 없다"라는 自激之心인 줄 모르겠다.
허수아비 생활은 놀고먹는 게다.
커피 잔 비면 커피 타 주고, 때되어 점심 먹자고
하면 복국을 먹던 짜장면을 먹던 따라만
가면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 면한다..
아무 일도 하지않는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
젖어 결국 가슴은 점차 식어만 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지의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쑤신다.
결국 마누라가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어야 했다.
거제지점에서 함께 근무할 때 내가 內侍라고
별명지어 준 놈인 경남지사 ㅇㅇㅇ이
회의 차 왔다.
반가운 마음에 술 한잔 할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총무가 " 저녁 회식자리에 참석하지 말라 " 라고 한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안다. 좋은 분위기에 혹시나 술로 인하여 있을 줄 모르는 내 돌발 행동이
두려운 것이다.
그날 퇴근 시 구멍 가계에서 소주 1병 나발 불고 그 날 사건을 곱씹어 보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가 없다.
본사 정기감사가 온 다는 것을 알고 나름대로
수감에 대비했다
이런 감사는 자잘한 걷치례일 뿐인 것이다.
내가 자재 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로 해결하고자 한 懸案이 따로 있었다,
당시 창고에 근무하는 직원 두 명이 잇달아
암 진단을 받았다.
나는 창고에서 발생하는 粉塵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를 해결하고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본부 건축과에서는 예산을 탓하며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모면했다.
내가 직군은 다르지만 건설소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기에 그들의 행태를 잘 안다.
전 날에 과음한 탓에 감사인에게 말을 심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서류만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현장의 참 모습을 보세요 " 라고 창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 친구가 아직 초짜라 내 진의를 모르고
있는데로 보고한 모양이다.
더 가관인 것은 본부의 대처 방법이었다.
일이 커지는 게 두려워 꼬리를 자르기 위해
내 변명은 한 마디 듣지 않고 징계한 것이다.
오히려 감사인이 이 사실을 알고 나에게
전화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본의가 아닙니다,"
화도 나지 않았다. 내가 이 회사에서 딸 둘을 대학에 보내 주었고
강원도를 비롯하여 충청도, 전라도,제주도,거제도까지 여행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아왔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내 능력껏 내 뜻대로 일을 처리해 본 것이 훨씬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