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위해서라면 (양곤서신-228호 230627)
‘사명’이라는 말은 위임자로부터 받은 특정한 일 혹은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는 위임자이신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특별한 사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자입니다(마 28:19~20). 며칠 전 제가 살고 있는 빌라 직원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습니다. 저희가 매달 동사무소에 거주신고를 하는데, 이제 매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전체주의 국가(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이런 건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미얀마는 군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데, 권력 정점에 있는 자의 말 한마디에 의해 국민들의 삶이 좌지우지 되고 있는 현실을 봅니다. 미얀마에서 외국인인 저는 4중으로 정부의 감시하에 살고 있습니다. 비자 받을 때 한 번, 1년에 한 번씩 이민국에 외국인등록증 갱신, 미얀마 입국할 때마다 24시간 이내에 구청 이민국에 거주신고, 마지막으로 매주 동사무소에 거주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얀마에서 살기가 점점 싫어지려고 합니다.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명을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사명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치겠노라는 사람도 있다는데, 겨우 몇 가지 불편하다고 사명을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아무튼 그만큼 지금 미얀마 상황이 외국인에게도 좋지 못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급공무원들이 외국인들을 더 감시하고 싶어서 그러겠습니까? 전혀 아니죠. 권력층에 있는 자들이 저들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감시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전처럼 제게 맡겨진 사명을 위해 살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 및 양곤서신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변함없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 미얀마는 6월부터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어 매일 몇 차례씩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관리하고 있는 쭌껄레교회 마당이 온통 빗물로 가득해서 사람들의 출입이 힘든 지경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도 이번 주부터 장마철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여러분 모두 장마철에 건강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미얀마 경제가 너무 좋지 않다보니 연일 환율이 올라 현지인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저희 외국인들이야 나쁠 게 없지만, 환율인상은 곧 물가인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전과 비교해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미얀마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유는 민주화를 위한 소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멀지 않아 선거가 있게 되면 저들의 열망이 선거의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 시기가 복음을 전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다 보니 이전보다 교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가 싶습니다.
1. 가족근황. 6월부터 비가 내리면서 날씨는 시원해졌습니다. 아울러 사람들이 에어컨 사용이나 선풍기 사용을 줄이다 보니 전기사정도 지난 3~5월에 비해 나아졌습니다. 이곳 선교사들의 삶이 날씨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게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현실은 그렇습니다. 지난 3~5월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더웠고, 사람들이 에어컨과 선풍기를 많이 쓰다 보니 전기 공급량이 딸려 잦은 정전으로 무더위 속에 사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저는 대체로 건강하게 지내지만, 아내가 요즘 피부 알레르기로 며칠째 고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몰라 제대로 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리라 생각하며 속히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울이와 동우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가게를 하는데 한국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선전하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경이는 자기 일에 충실하지만 제주도 경기에 따라 일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한 가 봅니다.
2. 사역현황. 지난 5월 31일, 2023년 2학기 수업을 시작하였고, 9월 말까지 이어집니다. 2학기라 신입생을 안 받으려고 했으나, 신학과에 한해서 신입생을 받았고 9명이 왔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느 대학처럼 단순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주말을 제외하고는 학교 내에서만 지내야 하고, 아침 5시 반부터 새벽기도회에 반드시 참석해야만 합니다. 즉, 공부뿐만 아니라 경건훈련을 겪어야 하고, 인격훈련 및 도덕적으로도 변화와 개선이 있어야 하는 아주 타이트(tight)한 학교생활입니다. 이렇게 신학과 4년 과정을 마치게 되면 사역현장으로 파송 받기에 학교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특히 나쁜 습관을 고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가 봅니다. 술, 담배, 꿍(입에 넣어 씹으면 마취성분이 있어 기분이 좋아지고, 졸음이 사라진다고 해서 일반인뿐만 아니라 특히 운전자들이 많이 이용함) 이들 3가지는 우리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 입학 전에 습관적으로 하던 것들을 하루아침에 끊기가 어려워 이것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소수 있습니다.
이번 2학기의 슬로건은 “Say thanks”입니다. 세상에 미얀마 사람들처럼 수줍어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들을 습관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미얀마 사람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수년 동안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연습했고,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학생들이 인사를 곧장 잘 합니다. 이제 “감사합니다”로 옮겨 왔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은 늘 가슴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하지 못합니다. 우리 학교 출신 사역자 한 사람이 얼마 전 결혼을 하였는데, 동료 선교사가 100만짯(한화 약 50만원)을 부조했습니다. 결혼식 마치고 와서 만났는데 감사 표현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부조금을 준 것이 아니지만, 아무런 말이 없으니, 다음부터는 그에게 뭔가 주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자가 하나님에게 감사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주 자주 습관적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표현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더 큰 은혜를 베풀지 않을까요? 저는 학생들이 몸에 베기까지 위의 3가지를 표현하도록 교육시키고자 합니다.
이제 서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지난 달 특별서신에서 양곤서신 일부 수신자님들을 대상으로 후원을 요청했었습니다. 요즘 미얀마가 너무 어렵다 보니 도와야 할 사람들이 많아 저의 지출이 이전보다도 늘어나서 여러분들께 후원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몇몇 분들이 정기후원을 하시겠다고 했고, 또 몇 분이 선교헌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기존에 후원을 하고 계시는 교회와 개인들에게도 늘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학교 사무실에 있으면 이따금씩 학생들이 찾아와 학교 내 근로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은 근로하고 용돈을 달라는 거죠. 한 명 두 명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벌써 10명 넘게 매달 용돈(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양곤에 살고 계시는 교민 한 분이 6월분 10명 전체용돈에 해당하는 헌금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함께 미얀마 선교를 위해 애써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영육간의 복으로 충만하기를 기도하며 이만 줄입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손한락/안미숙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미얀마를 복음화 시킬 마음으로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 산하 47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수들의 학문의 질 향상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도록. 아울러 개설된 M. Div. 과정이 잘 운영되도록 (연중 동일).
4. 수년 내로 남자기숙사 신축과 현지인 교수사택(빌라형 8세대) 건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도록 (장기 기도제목).
5. 우기에 교수 학생 모두가 건강하게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미얀마 사람들은 대개 우기에 질병에 취약합니다.
6.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생들이 생활고에 시달림 없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7. 작년에 완성한 미션홀, 준공검사를 순조롭게 받을 수 있도록. 미얀마에서는 준공검사 이전에라도 건물을 사용합니다.
8. 학교 풋살장이 인근 주민들의 교제의 장소가 되고, 학교가 이웃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9. 온 가족의 건강과 바울이와 동우의 가게가 주님께서 함께 해주셔서 형통하고, 하경이의 앞길을 주님께서 인도해주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