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오면 못다 핀 꽃 한 송이 검붉은 피를 토하고 끝내 알알이 익어 어깨춤 덩실덩실 추리라
삼복 훔친 길쌈 친구 황금빛 오색그림자로 너울 춤 덩실덩실 추리라
귀뚜라미소리 쇠똥구리 내 친구 삼아 긴 밤 하얗게 지세우리라
까만 밤 별빛 찾아 구름사이 흐르는 보름달 보며 행복 가득 채워보리라 ☆★☆★☆★☆★☆★☆★☆★☆★☆★☆★☆★☆★ 가까이 있는 행복
전근표
마음 비우고 맑은 하늘 한번 바라보라 욕심 버리고 높은 산, 깊은 숲 속에 안겨 보라
그 것도 아니면 분노를 누르고 파도가 넘실대는 넓은 바다에 풍덩 빠져라도 보라
한 낱 인고의 피땀이 바람에 날려 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위에 하얀 한 조각 뜬구름 아니던가
칠색 무지개 쫓던 동네 철부지 아이들의 행복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행복도 아주 가까이 있다네 아주 가까이에... ☆★☆★☆★☆★☆★☆★☆★☆★☆★☆★☆★☆★ 가는 세월
전근표
세월 따라 흘러가는 인생사 덧없이 가는 곳은 하나이건만 구름 따라 이는 바람 잠 잘 날 없네
바람 따라 구름 가 듯 희노애락 일장 춘몽인 것을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 있을까 ☆★☆★☆★☆★☆★☆★☆★☆★☆★☆★☆★☆★ 가을 끝 감나무
전근표
금의옥액(金衣玉液)!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황금의 옷을 입혀 주고 그 속에 옥 같은 꿀물을 머금게 한 가을철의 과일 제왕 "감"나무여!
그대가 내 어렸을 적 넓은 잎에 글씨를 쓰게 하고 그대가 내 젊었을 적 온갖 벌레 새의 접근을 막아 좋은 그늘 만들어 주더니 이제 화려한 시절 만나 황금빛 이파리와 주렁주렁 찢어질 듯한 탐스러움으로 기어이 세간을 유혹하고 마는구나
폭염 속에 땡감을 철 들게한 가을 감나무 하늘에서 내려 주신 맛깔스러움을 선물하고 계시는 건가 내 비록 너 같은 삶이 주어지진 않아 황홀한 빛을 자랑하지 못 한다 해도 마지막 까치밥 마저 남기기 애달파 하는 사람들 부끄럽기만 하구나 나 또한 입동지절(入冬之節) 강풍과 한파 속에 꿋꿋이 알몸으로 지낼 자네 같은 사람되고파라
땡감의 허물 벗고 제 모습으로 길가는 사람, 빛을 보는 세상이여 오라
추언 : 보시오! 잘난 인간네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 떨어지게 바라지들 마소 인간지 만사 새옹지마, 진인사 대천명, 공수래 공수거, 탈 쓴사람 할바를 다 해야지 잘난 놈 못난 놈 죽을 때 뭐 갖고 가는 거 봤소 알고 보니 붓타,예수도 감나무. 죽을 때 입는 옷 수의에 호주머니 없다는 걸 알기나 아소 불쌍타 사람들아 말하지 마소... ☆★☆★☆★☆★☆★☆★☆★☆★☆★☆★☆★☆★ 가을 문 여는 소리 전근표
한 여름 밤 불 밝혔든 개똥 불 숨고 리. 리. 리. 리 귀뚜라미 밤새워 운다
찌르륵, 찌르륵 찌르레기 찍, 찍, 찍 굴뚝새와 장단 맞추어
쯔르, 쯔르, 쯔르륵∼ 지빠귀는 또륵 또르르∼ 쇠똥구리 쫒고
딱. 딱. 딱 딱정이와 땅강아지 별빛 그림자 되어 숨바꼭질이다
푸득, 따다닥 딱다개비 날고 툭. 툭. 툭 투드득 떨어지는 도토리
굴밤은 때굴∼때굴 때구루루 윙∼윙 빨간 고추잠자리 떼 들국화 향에 취한 코스모스 하늘가 황금빛 가을 문을 열고 있다 ☆★☆★☆★☆★☆★☆★☆★☆★☆★☆★☆★☆★ 가을 이야기
전근표
삼복 지나 추석 ,추분 언덕 넘었다 뙤약볕 아래 젖은 베 적삼 말리고 헛간 처마 위 누런 호박 덩이 보기도 좋다
오솔길 주변 코스모스 실바람에 고개 흔들며 정겹게 속삭이고 햇님 따라 고개 처든 해바라기 얼굴 새까맣다 묵직한 수수 모가지 장대 높이 치켜 벌서며 발아래 붉은 핏빛의 수액을 뿌리고 있다
솔숲 가운데 우뚝 선 갈참나무 한 그루 산들바람에 우드득~ 득 득, 상수리 밤톨 되어 떨군다
아! 가을 검푸른 융단 논밭, 황금 수의를 입히더니 무지개 빛 잎새 벗어 던지고 농익은 오색 과일로 내 손발을 묶고 내 눈마저 멀게 한다
실개천 주변 들국화 끝내 찬 이슬 털며 짙은 향기로 막혔던 내 코를 뚫고 하늘 높이 날던 고추잠자리 고추 멍석에 친구 삼아 졸고 있다
울퉁불퉁 농토 길, 달리는 경운기 소리, 덜커덩~ 덜컹 그 소리 풍년가 반주였으면 좋으련만...
가을 이야기 들리는 소리 경기 침체, 주가 하락, 고물가 행진 서민의 소리, 주름살도 펴 주었으면 좋겠다. ☆★☆★☆★☆★☆★☆★☆★☆★☆★☆★☆★☆★ 가을 풍경
전근표
가을이 오면 왠지 집 떠난 가족이 찾아와 사립문 비스듬히 열고 반가운 얼굴 내밀 것 같다
가을이 오면 맑은 하늘에 메밀 잠자리 한가롭고 멍석에 널린 빨간 고추가 재채기하고 마루 기둥에 매달린 옥수수 치열히 사열 받는 해병대 같다
가을 들녘은 국화 향기로 취해 있고 해를 닮은 해바라기 알알이 제자리 잡고 있는 이빨들 농부의 빠진 이빨들이 해바라기 얼굴에 박혔다
농부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지은 하늘 밥상 풍성하게 차린다 가을이 오면... ☆★☆★☆★☆★☆★☆★☆★☆★☆★☆★☆★☆★ 가을밤의 서시 전근표 몰래 바람이 서늘하여 열린 창문에 턱 바쳐 세우고 까-만 밤하늘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가까이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정겹고 흐르는 구름사이 별빛이 높다
동구 밖 개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 잠깨어 구름 속 초승달 따다 같이 놀잔다
으스름 달빛에 숨어 가끔씩 얼굴 내미는 희미한 별들 깊은 밤 나를 붙들고 있다
세상 밝은 불 언제 비피랴 ☆★☆★☆★☆★☆★☆★☆★☆★☆★☆★☆★☆★ 감사하는 마음
전근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아주 작은 일에서라도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면 나는 나 위해 족하리라
홀로 비친 내 그림자에게 내 옆 스치는 한 떨기 바람에게도 한 점 부끄럼 없다면 나는 나 위해 더욱 족하리라
오늘 살아 숨쉬며 좋은 하루 맞으니 이 얼마나 좋은고 나, 나를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리라 ☆★☆★☆★☆★☆★☆★☆★☆★☆★☆★☆★☆★ 갤러리 연인
전근표
한적한 시외 길가 갤러리 대통밥 먹다가 어느 덧 주위 어둠이 깔렸다
갤러리 단골 두 연인 조용한 찻 방 찾아 뙤아리 틀고 옳거니 그르거니 인생사 쳐 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몸매는 현모 양처요 목소린 옥구슬이라 귀뚜라미, 여치 마저도 희미한 가로등 무대 삼아 합창을 한다
새벽녘 아기 새 울음소리에 두 연인 총총걸음 풀잎 이슬에 젖은 달빛 그림자 흠뻑 적신다 깜깜한 어둠은 어디 갔는고... ☆★☆★☆★☆★☆★☆★☆★☆★☆★☆★☆★☆★ 갤러리 차 한잔
전근표
한적한 시골 길가 가든 대통밥 맛에 정신 팔리다가 별빛이 밝아서야 찻집을 찾았다
차 향을 앞에 놓고 시시비비 인생사 길을 찾다가 밤 시간 다 놓친다 놓친 밤 찻잔 속에 다시 살아나 멀리 지나간 시간까지 불러들인다 우정을 키우고 사랑의 진액을 돋군다
한잔의 찻잔 속에 우정과 사랑, 인생이 함께 녹아 있다 둘이서 차 한잔 함께 마신다. ☆★☆★☆★☆★☆★☆★☆★☆★☆★☆★☆★☆★ 겨울에 바라는 향기
전근표
봄 향기가 진할까? 여름 향기가 진할까? 가을 향기가 진할까?
아니야 봄보단 여름이 더욱 향기 진할 걸 아카시아, 장미꽃, 진한 꽃 내음 있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여름 보단 봄 향기 더욱 진 할 걸 연두 빛 풀 내음과 향긋한 매화, 진달래꽃 있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가을 향기가 더 더욱 좋을 걸 장마 걷힌 뒷자락에 오색 단풍 불타고 푸른 하늘에 황금빛 들녘 풍성한 과일 향기 있으니까
봄 향기도 좋다 여름 향기도 좋다 가을 향기는 더 더욱 좋다 그러나 겨울 향기는 봄 향기 보다, 여름, 가을 향기 보다 진했음 좋으련만...
가을에 중산층이 무너졌다 중소기업 도산하고, 실업자 늘고 주식 폭락으로 자살자가 늘어났다 선배, 선열들이 쌓은 업적 선진 대열 낙오할까 두렵다
우리는 바란다 봄, 여름, 가을 향기보다 춥고 눈 내리는 겨울 따뜻했으면 좋겠다. ☆★☆★☆★☆★☆★☆★☆★☆★☆★☆★☆★☆★ 고마운 가을비
전근표
온통 회색 빛 하늘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가을비가 고맙다
듬성듬성한 은빛 억새 풀 위에도 늘어진 오색 단풍나무 가지 위에도
밭 두렁 논두렁 노란 콩잎 미처 거두지 못한 볏짚 위에도 촉촉하게 내린다
무성하게 자란 무우잎 배추포기에 목마름 흠뿍 적시어 고맙기만 하다
뙤약볕 시름 짖던 농부님들 밭고랑 사이사이 누비며 넉넉함이 가득 가득이다
빨갛게 익어 높게 매달린 감이 가는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 고향 진안 장터
전근표
튀밥 기계 풀무 질 하시던 할아버지 황색 깃발 흔들며 "귀 막아요!" 휘익~ 휘익 호르라기 소리 요란하다
가무잡잡한 모습의 뻥튀기 아저씨 한 손으로 기계 손잡이를 잡고 푹팟~ 푹팟 누르며 한 손으로는 뻥튀기 과자 하나 집어 지나는 사람마다 내미신다 "하나 잡숴 보세요..."맛 있어요"
되는데로 땅바닥에 벙퍼짐히 주저앉은 아줌마들 한 되빡, 두 되빡 고봉으로 샘을 새며 "값일랑 깎지 마세요" 하소연이다
"떨이, 떨이~ 마지막입니다" "살림에는 눈이 보배요"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생선가게, 과일가게... 여기 저기서 고함 소리다.
찰그락~ 찰그락, 째깍~ 채깍 엿 장수 가위질 장단에, 걸죽한 막걸리 한 잔에, 순대국 한 사발에 뚝배기 사발만큼이나 더 큰 정을 담아 덤 주고 값 깎는, 사람 사는 맛을 나눈다
구렛나루에 삶의 덧 모자 눌러 쓴 고향 사람들 시골 장터 모습이 그립다 정 많고 순박한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서 내 가슴 어느새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 ☆★☆★☆★☆★☆★☆★☆★☆★☆★☆★☆★☆★ 그곳에 가고 싶다 (용담 댐)
전근표
그 곳에 가보고 싶다 금강 상류 시원한 물소리의 옛 이야기 구수한 그곳
저녁놀에 백로가 새끼들 데리고 하늘 길가면서 도란거리는 한가한 이야기 소리 들리는 그곳
어머니의 호미 끝에 묻어 나는 땀방울이 세간을 늘리고 날 詩人까지 밀어 올려준 텃밭이 있는 그 곳 물 속에 깊게, 깊게 잠들어 있는 고향집에 가보고 싶다
어린 꿈이 자랐고 또 꿈을 묻어 놓고 나온 그곳 상전이 벽해 되듯 벽해가 상전 될 날 있으리 아주 먼 훗날이라도 좋다 그 곳에 꼭 가보고 싶다. ☆★☆★☆★☆★☆★☆★☆★☆★☆★☆★☆★☆★ 그곳에 살리라
전근표
작은 宇宙 인간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같은 天 地 人 人間 삶의 인생 극장 연극 배우 춤 노래 기쁨 슬픔 괴로움 병들어 쓰러져 늙어 죽어 간다
사는 동안
눈이 있어 보고 귀가 있어 듣고 코가 있어 입이 있어
손이 있어 발이 있어 걷고 머리가 있어 생각 한다
自然 깊숙히 파헤쳐진 고독 숱한 미움 온갖 상처 쓰라림 온갖 쓰레기 끝내 죄 져 죽은 육신 마저 기뻐 맞는다
그리고 강한 비바람 혹한마저 천둥 번개 마저도 섬기며 감싸주고 포용하며 배려하고 용서하며 사랑한다
난 너를 배신 하지 않으리라 너를 사랑하리라 다짐 하면서도 산과같은 사랑 땅과같은 사랑 자연사랑 노래 부르면서도 내 영원히 너를 배반하고 말았다
오 나의 부족함 미련함 추악함이여 오 너의 천진스러움이여
영원한 生命 목숨 다 하는 한 네게 용서 빌며 천진 난만한 어린이처럼 네 품에 날 있게 한 그 속에 묻혀 영원히 그곳에 살리라 그속에 살리라 ☆★☆★☆★☆★☆★☆★☆★☆★☆★☆★☆★☆★ 그대 부름에(1)
전근표
그대여 어느 곳에 가셨다 이제야 내 마음 찾아 왔나요
무심하다 못해 혹시 날 잊었는가 하면서도 설마 그렇지는 않았겠지
내 맘 못내 기다려 왔던 터라 봄날 꽃향기 머금은 훈풍처럼 다시 찾아온 강남 제비처럼 날 찾아주오 날 불러주오
까만밤 하얗토록 두손 모아 기도하며 먼 훗날 이라도 좋아요 그대 부름을 기다리겠어요 ☆★☆★☆★☆★☆★☆★☆★☆★☆★☆★☆★☆★ 그대 하얀 가슴에 흑장미를 심으려오
전근표
그대 가슴에 그 무엇을 그리려는가 차라리 순백 그대로 이기를 일렀거늘 내가 감내할 수 없는 슬픔과 기쁨, 미움과 사랑도 그대 가슴 닮아 가네
청결하고 순수함이여 잴 수 없는 넓고 깊음이여 잔잔한 호수 위 세찬 파도 인다 해도 항상 머물고 있을 가슴이기에...
수많은 꽃 중에 하나의 들꽃이어도 항상 행복해 할 하얀 가슴이기에 내 영혼 바쳐 진한 향기 가슴 아파 할 흑 장미를 심으렵니다
소낙비 갠 후 동편 하늘에 쌍 무지개 다리 놓고 건너가 그대 하얀 가슴에 흑 장미를 심으려오. ☆★☆★☆★☆★☆★☆★☆★☆★☆★☆★☆★☆★ 그리운 고향 집
전근표
어린 시절 살붙이 부비고 살았던 정든 토담집 시냇물 따라 아낙들 정담 꽃피고 방망이 매질하던 빨래터 있던 그 곳
봉선화, 채송화 화사한 앞마당 우물가에 어머니 정성으로 열병사열 하던 장독대가 있고 두레박 속 수박으로 한 여름 깨쳤던 그 곳
똥 장군 지게 메고 넘어질까 어깨춤 추며 콧노래 희, 노, 애, 락, 삶이 녹아 있던 곳
아침이면 까치 소리 반갑고 삼 짓 날 처마 밑 제비 한 쌍 그리며 새끼 찾는 어미염소와 누렁송아지 뛰놀던 그 곳
진달래꽃 따다 휘영청 밝은 밤에 화전 부치며 그림자 좇아 사랑 나누던 그 곳
초라히 늙어 가는 머릿속 잔영이 소낙비 뒤 풀벌레 소리로 다가와 먼발치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고향집 그리고 있네. ☆★☆★☆★☆★☆★☆★☆★☆★☆★☆★☆★☆★ 그리운 고향 집
전근표
어린 시절 살붙이 부비고 살았던 정든 토담집 시냇물 따라 아낙들 정담 꽃피고 방망이 매질하던 빨래터 있던 그 곳
봉선화, 채송화 화사한 앞마당 우물가에 어머니 정성으로 열병사열 하던 장독대가 있고 두레박 속 수박으로 한 여름 깨쳤던 그 곳
똥 장군 지게 메고 넘어질까 어깨춤 추며 콧노래 희, 노, 애, 락, 삶이 녹아 있던 곳
아침이면 까치 소리 반갑고 삼 짓 날 처마 밑 제비 한 쌍 그리며 새끼 찾는 어미염소와 누렁송아지 뛰놀던 그 곳
진달래꽃 따다 휘영청 밝은 밤에 화전 부치며 그림자 좇아 사랑 나누던 그 곳
초라히 늙어 가는 머릿속 잔영이 소낙비 뒤 풀벌레 소리로 다가와 먼발치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고향집 그리고 있네. ☆★☆★☆★☆★☆★☆★☆★☆★☆★☆★☆★☆★ 그리움
전근표
눈을 뜨고 보니 핸드폰에 짤막한 사연이 와 있었습니다 읽는 순간 가슴이 아파 왔습니다 내내 그 문자를 바라보며 녹아내릴 듯 사무치는 그리움은 찡한 내 두 눈가에 끝내 이슬방울을 맺히게 하였습니다. “그리워요 보고파요 사랑해요” 자주 들려주는 그 사연은 외로운 나에게 천사가 들려주는 희망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 행복합니다 ☆★☆★☆★☆★☆★☆★☆★☆★☆★☆★☆★☆★ 깊어 가는 가을 전근표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하늘 길 따라가는 기러기 떼 그 모습 한 폭의 그림이라
옷 깃 스치는 서늘한 바람 저 멀리 파란 하늘 바다에 하얀 쌍 돛대 깃발 달았다
내리 쬐는 따스한 하얀 햇살 내 가슴 빈창에 들어와 골골이 황금물결 파도를 친다.
높이 매달린 빨간 감나무 아래 돌담길 따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온 몸 휘날리며 나를 감싸고
꽃잎 되어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 이파리 가을비 되어 떠나는 길 못내 아쉬워라
돌 틈 사이 헤집고 귀뚤귀뚤 슬피 우는 귀뚜라미 가는 가을 어서 가라 독촉이다
아~ 아~ 내 코끝에 내 눈가에 가을이! 가을은 영글고 아~ 가을은 깊어만 간다… ☆★☆★☆★☆★☆★☆★☆★☆★☆★☆★☆★☆★ 깊어 가는 가을(1)
전근표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하늘 길 따라 가는 기러기 떼 그 모습 한 폭의 그림이라
옷 깃 스치는 서늘한 바람 저 멀리 파란 하늘 바다에 하얀 쌍 돛대 깃발 달았다.
내리 쬐는 따스한 햇살은 내 가슴 빈 창에 들어와 골골이 황금물결 파도를 친다
빨강 감나무 아래 돌담길 따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온 몸 휘날리며 나를 감싸고
꽃잎 되어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 이파리 떠나는 길 못내 아쉬워라 부스럭부스럭 이별을 속삭인다
돌 틈 사이 헤집고 귀뚤귀뚤 슬피 우는 귀뚜라미 가는 가을 못내 아쉬워라 어서 가라 독촉이다
어머니! 그리도 이 자식이 좋았었나요 잡수시던 입 속 먹물마저 내 입 속에 넣어 주시며 갖은 풍파 온 몸으로 버티셨나요 그렇게 많은 눈물 참으셨나요
어머니! 살아 생전 어머님 뜻 까맣게 잊고 곰 발바닥, 검버섯 피우며 늙으신 어머니 차가운 손 한번 제대로 잡아 드리지 못한 이 몹쓸 자식 무덤 앞에서 눈물이 말랐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립습니다 꿈이라도 생전 모습 한없이 보고 싶습니다 항상 내 어깨 다독거리시며 남 앞에 자식 자랑 일삼으시던 어머니 지금의 내 모습 안아 줄 어머니! 정말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불효자는 말 없이 울고 있습니다. ☆★☆★☆★☆★☆★☆★☆★☆★☆★☆★☆★☆★ 사는 동안에
전근표
우리 사는 동안 햇살 같이 밝기만 바랬었지
그러나 푸르른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갖은 풍파 불던 많은 날들
그나마 지금의 건강한 내 모습 이웃이 있어 감사와 사랑 함께 했지
지난 날 겹겹 산 너머너머 접어 둔 숱한 사연들 그림 책 넘겨보듯 시린 눈이 훑어 애닯다
이제 고통 또한 추억이오 한 자락 그리움이었던 것을
지난 날 부질없이 부풀던 꿈 황혼이 드리운 석양에 강물에 묻혀 함께 가자 하는구나. ☆★☆★☆★☆★☆★☆★☆★☆★☆★☆★☆★☆★ 사랑하고 싶은 사람
전근표
눈감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 시 한 수 읊고 노래하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구름처럼 흘러갑니다
청순하고 풋풋한 내음에 흠뻑 젖어 그녀의 손끝을 느끼지도 못하고 여리디 여린 모습만 숨죽인 채 보았습니다
눈뜨면 사라질까 손놓으면 다시 올까 촉촉이 젖은 그 모습이 나이도 애뜻 함도 다 벗어버리고 마냥 좋아했습니다
나 홀로 숨죽이고 까만 밤 하얗게 지새우며 내 마음 가져간 사람 그 사람 마냥 사랑하고 싶습니다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보고 싶어만 집니다 ☆★☆★☆★☆★☆★☆★☆★☆★☆★☆★☆★☆★ 산사의 봄
전근표
바람 잔잔한 山寺 가는 길목 산자락이 봄빛으로 환하다
밭 둑길 따라 봄 캐는 아낙들 바람에 날리는 웃음 소리가 곱다
날 마중나온 실개천 소리 따라서 찾아간 산사 양지쪽엔 지난 세월이 녹아 봄 햇살이 젖어있다
봄 자락의 산수유 노란손이 어느덧 불혹을 넘어선 내 발목을 꽉 잡고있다 ☆★☆★☆★☆★☆★☆★☆★☆★☆★☆★☆★☆★ 살아가며
전근표
사는 날 햇살 같이 밝기만 바랬었지
자주 물결 일고 마파람도 불던 것을
그나마 좋은 벗들과 함께 했던 은총의 날
겹겹 산 너머 너머 접어 둔 숱한 사연
그림 책 넘겨 보듯 먼 눈으로 훑어 보며
이제는 한 자락 그리움 고통 또한 추억이오
하루가 저무는 시간의 강가에서
수줍었던 연분홍 꿈 부질없이 펼치는데
석양이 강속에 누워 함께 흘러가자고 하네 ☆★☆★☆★☆★☆★☆★☆★☆★☆★☆★☆★☆★ 삶의 길
전근표
한 생명 이 세상 태어났다 나는 누구이며 너는 누구냐
우리 무엇하며 살아왔나 묻고 또 물어보자
자연 속에 살면서 지은 죄 얼마이고 실수 또한 얼마인지 좋은 일은 콧구멍 반만큼
사는 동안 참회로 남은 삶 베풀고 감사하며 사랑할 수 있다면.... 흘러가는 구름처럼 스쳐 가는 바람처럼 ☆★☆★☆★☆★☆★☆★☆★☆★☆★☆★☆★☆★ 상머슴 사연
전근표
울면 엄마 젖 줄까 떼쓰고 재롱떨면 매만져 줄까
잘 한다 칭찬 지나쳐 일등 하려다 상 한번 못 타고 삼천지교 덜 떨어진 이내 생활이 우매야 어쩔꼬 세월 갔구나
일자리 메일라 공염불 중에 혼기 놓친 품팔이 상머슴 자손 줄 끊길라 외국 색시 맞았다
그래도 고맙소 넘부럼 없소 장인 장모 내방 길 있을세라 처자 망부석 된지 오래
내 갈길 어딘지 갈 곳 잃었다. ☆★☆★☆★☆★☆★☆★☆★☆★☆★☆★☆★☆★ 상사화 -꽃무릇
전근표
그리워, 님 그리워 못내 가슴 앓다가 숲 속 숨어 핀 상사화 꽃 시집갈 새색시 얼굴 닮아 핏빛으로 물 들였네
애닯다, 홀로 애닯다 슬픈 부름에 두 손 모으고 무리지어 핀 상사화 군단 족두리 쓰고 오실님 기다리나 돌 틈 초목 아래 붉은 비단 깔았네
그리다, 그리다 긴 목 치켜세운 한줄기 꽃대롱 섪은 님 보내고자 족두리 꽃 풀 섶 시린 이슬에 하얀 눈물짓고 말았네
애당초 못 볼님이면 피지나 말지 홀로 펴 애간장 다 태우고 먼저 떠나는가 뒤따라 찾아 올 푸른 님 어찌하라고…
붉은 꽃잎에 살포시 날아와 앉은 나비 한 마리 바람 따라 흘러가는 슬픈 추억을 훔치고 있다. ☆★☆★☆★☆★☆★☆★☆★☆★☆★☆★☆★☆★ 새만금 新侍島
전근표
팔 십리 길 새만금 방조제 끝 거대한 수 문 하얀 물품이 저 멀리 길다
하늘 바다에 삼봉 하나되어 둥실 떠 있는 신들이 모셔진 섬 달빛 밝아 영월봉이라 했던가
여기 초동들의 환한 미소 어린이는 어른들의 스승이다 보이는 저 마음들 하늘소리 들었다 하늘마음 안 향기를 맡았다
초로에 大覺山 정자 올라
운무 벗은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
눈 아래 있음을 보았다
먼 훗날 새만금
세계의 중심, 대한의 중심으로
신선들이 들려주는
하늘소리, 하늘향기 영원하리라 ☆★☆★☆★☆★☆★☆★☆★☆★☆★☆★☆★☆★ 새벽을 여는 산길
전근표
'꼬끼요, 홰를 치며 장 닭이 새벽을 열면 나는 아내의 잠을 덜어 내지 않게 조심 조심 현관을 빠져 나온다
벌써 바람은 논밭 두렁 이슬을 털고 시냇물 건너와 내 가슴 깊게 파고든다
물안개는 산을 밀어 올리고 산길은 나를 끌어당긴다 내 숨소리에 놀란 산새가 푸드득 잠을 털고 날아 간 자리에 바람이 한참 흔들린다
새벽 향기 속에 산봉우리가 보인다 산 정상은 나를 시험하고 있다 나는 내려가기 위해 올라간다 산은 모든 것을 품어 준다 어느덧 동녘 하늘이 햇살을 품어 올린다
정상의 흙을 밟는 순간 발 아래의 세상이 보인다 저 낮은 자리에 내 자리가 있다 산은 내 자리를 나에게 알려 주고 있다. ☆★☆★☆★☆★☆★☆★☆★☆★☆★☆★☆★☆★ 새아침 신묘 예찬
전근표
하늘의 새 창을 열라 신묘의 태양이 솟으리라 찬란한 너의 빛 백두 천지, 한라 백록을 넘치게 하라 무궁한 5천년 역사 힘이 여기 있다
태양아 높게 솟아라 높게 솟아 뜨거운 빛을 발하라 이글거리는 너의 빛으로 7천만 가슴 가슴을 달구라 분단의 벽을 깨고 지구촌 등불 켜리라
너의 그 찬란함에 너의 그 뜨거움에 위선 된 분열과 모순 덩어리 민초들 풀숲에 잠들게 하라
새아침 신묘의 태양아 맑고 밝은 새 창을 열라 우리 이웃과 함께 희망 펼칠 새 길을 걸으리라 남북의 창에 새 빛 밝힐 수 있다면 하늘 우러러 너를 흠모하며 사랑하리라 영원히 기억할 금수강산 평화의 등불 켜리라 ☆★☆★☆★☆★☆★☆★☆★☆★☆★☆★☆★☆★ 석양바다
첫댓글 화사함으로 가득 찬 꽃자리 펴고
걸러 놓은 막걸리 한 잔 나누며
하늘하늘 춤추는 벌 나비와 함께
우리도 한바탕 신명 굿판 벌려 보세나
그런 신명나는
오월은 갔습니다
안녕이란 말도 없이
누구와도 함께 하고 싶은
심장의 요동침
기다리다
만나는 그 날
환희의 심장은
벌렁벌렁 뛰는 시간입니다
5월의 초대
전근표
강남 갔던 제비
돌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다.
겨우내 회색 빛 산야
진한 연둣빛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가는 봄 뒷자락에
앞산 능선 사이 비추는 보름달
만삭되어 차 오르고
모처럼 내렸던 가뭄 뒤 단비
개구리 엄마 떠내려갈까
울음소리 구슬프기만 하다.
개나리, 매화꽃
진달래, 목련꽃 벌써 잊어 버렸나
나물 캐는 아낙네 대바구니 누가 훔쳤나
봄의 화신 이화, 능금, 복사꽃이
어느새 흩날리는 꽃비 되어 흘러 버렸네.
임이시여!
지고 가시던 짐 잠시 벗고
숨겨둔 임 보러 오듯 살며시 오시구려
그냥 오셔서 잠시 쉬었다 가시구려.
화사함으로 가득 찬 꽃자리 펴고
걸러 놓은 막걸리 한잔 나누며
하늘하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