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한동일의 『한동일의 공부법』을 읽고)
- 우병녀(월요일 오전반 19주차)-
'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흥행이 되면서 영화의 키팅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 이 말도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가 되었다. 흔히들 ‘현재를 즐겨라’, ‘오늘을 붙잡아라’라고 번역이 되기도 했지만, 라틴어 명구 'Carpe Diem'의 진정한 뜻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일하고 공부한 하루가 주는 즐거움을 맛보라’(p171)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공부는 무엇이고 공부가 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라틴어 수업’을 읽으면서 저자 한동일이라는 사람에게 매료되었던 터라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하게 되었다. 저자 한동일은 바티칸 대법원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930번째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이는 한국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초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라테란대학에서 교회법으로 10개월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가지고도 있다. 우리는 그의 이러한 화려한 이력에만 현혹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이런 성취 뒤에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신을 공부에 가두었는지, 그리고 이 일들을 이루어 내었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공부 철학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1. 자신을 속이지 않고
한동일은 어쩌면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공부만 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그의 공부에 대한 원동력도 역시 결핍에서 비롯된 듯하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늘 집을 떠나고 싶었고, 카톨릭계 고등학교를 다닌 까닭에 자연스럽게 신학교엘 진학하게 된다. 신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로마로 유학을 떠나면서 그는 스스로를 공부를 업으로 삼은 노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공부하는 노동자가 되기로.
책 속에는 여러 번 공부에 몸을 가둔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공부가 몸에 배었다는 말이고, 인이 박히도록 공부했다는 뜻이다.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로, 그것도 이탈리아어와 라틴어까지 익혀가며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야 했으니 그의 공부가 얼마나 치열했을지는 상상이 간다. 그는 머리로 공부하려 들지 말고 몸이 공부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이 좋아 성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남모르는 끊임없는 노력과 반복된 연습, 지독한 자기와의 싸움이 있다. 남은 속일 수 있으나 자신은 속일 수 없다. 콩나물에 꾸준히 물을 주면 물은 다 흘러 버리는 것 같지만, 어느새 콩나물이 훌쩍 자라는 것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2. 정직하게 일하고 공부하라.
작년 주말농장으로 텃밭을 가꾸었다. 남편과 밭에 갈 때면 나는 심겨진 채소를 돌보고 남편이 대체로 물을 주었다. 물뿌리개로 물을 떠다 뿌리는 일이 내게는 힘에 부쳤다. 거리도 꽤나 되고, 밭도 두 고랑이나 되니 물주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물줄 때 마다 내가 하는 말은 “물을 듬뿍 줘야 해요. 뿌리가 젖도록~” 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설렁설렁 겉 땅이 젖도록 물을 한번 휘~ 주고 나면 다 줬단다. 그러면 내가 조금만 흙을 걷어내어 메마른 땅을 보여준다. 물을 줄 때는 듬뿍 줘도 뿌리까지 적시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식물은 다 마르고 만다. 그러다 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며칠을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공부도 그런 것 같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공부의 양이 어느 정도까지 차지 않으면 표가 나지 않는다. 땅을 적시고도 남는 빗물처럼 충분해 졌을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
매일의 습관으로 쌓인 공부가 그 사람의 미래가 된다. 행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된 싱어게인의 30호 가수가 자신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이라고 이렇게 칭찬과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눈물을 보여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쏠린 시선과 관심이 단지 행운만은 아닐 것이다. 그간 자신만의 스타일로 끊임없이 음악을 향한 열정을 쏟아 부은 것이 지금의 환대를 받는 것 아닐까? 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라. 행운은 찾아간다고 오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준비한 자에게 찾아오는 것이니. 정직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공부하라. 행운이 당연한 것이 되도록.
3.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맛보라.
‘오늘을 즐겨라’의 즐기다가 쾌락에 빠지라는 뜻이 아니란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공부를 즐길 수 있을까? 힘들고 괴로운데. 나도 가끔 아이들에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말하곤 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러는 공부를 즐기는 녀석들도 있는 것 같았다. 너무 힘든데,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그 길이 다른 사람은 갈 수 없는 나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면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데,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면.
또한 공부의 목적을 정화하면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위해 공부할 것인가? 단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목적을 찾아서 하는 공부. 그리고 자신의 입학과 취업을 위한 공부를 넘어서서 자기 분야의 실력을 쌓고 그 실력을 사회와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다면 더욱 기쁘지 않을까?
무언가에 몰입하고, 목표한 것을 성취해 내고, 그래서 좀 더 높은 수준의 성숙된 자신을 발견할 때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얼굴을 갖습니다. 무언가를 공부하지 않을 때 인간은 늙어갑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p.300)라고 하고 있다. 공부의 개념이야 다양하게 정의 되겠지만, 나를 성장 혹은 완성으로 이끄는 것은 모두 공부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 모두는 한 단계 나를 성장 시킬 공부 앞에 나를 세우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빛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니. 그래서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공부할 거니까. 'Carpe Diem'
첫댓글 성실함이 늘 부럽고 도전을 주시네요. 요즘 저는 권사님처럼 글을 맛깔스럽게 쓰고 싶습니다. ㅎㅎㅎ
어머낫~ 저는 요즘 목사님 글에 빠져있는걸요~^^ 목사님 글은 철학이 있고, 글쓰기 실력이 탄탄하여 글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