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 유람(遊覽)산행 2(140522~24)
-뱀사골/강천산 유람-
뱀사골에서 049
2005년부터 연1회 명산순례를 함께 해온 명호부부와 지리산을 다시 찾았다. 첫해 지리산 제일봉(1,915m) 천황봉에서 세석평전까지는 안내했지만, 명호부부가“산나물요리가 일미”라며 권해서 찾은 달궁 계곡의 할머니민박에 숙소를 정하고, 나물향기에 젖어보며 지리산 제2봉(1,732m/제2봉이라 함은 지리적인 높이의 순위가 아니라 산맥의 분기점으로서 중요도를 기준으로 정한 것) 반야봉을 오르리라 했다. 뱀사골에서 화개재로 오르는 코스는 너무 멀었고, 달궁에서 반야봉을 바로 오르는 능선 길은 폐쇄돼, 성삼재→노고단→반야봉을 왕복할 수밖에 없었다.
왕복 17km 정도의 이 코스는 전반적으로 평탄한 능선길이지만, 임걸령 샘터에서 노루목을 거쳐 반야봉에 오르는 2km여의 오르막은 산행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힘들다. 60대 후반에 들어서 최근 몇 년 내리 태어난 어린 손주들을 돌봐주느라 체력이 소진되고 지친 상태의 친구부인으로서 왕복 9시간 반을 걸으며 성공적으로 산행을 마쳤다는 건, 정말 놀랄만하고 고마운 일이다.
지리산은 어느 계절 어느 구간을 타더라도, 그 장쾌함과 아름다움에 젖으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재론이 진부할 것이지만, 노고단에서 반야봉에 이르는 길 내내 만개(滿開)하고 있는 철쭉의 화원(花園)에 묻힐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이미 다 져 버렸을 줄 알았는데, 반야봉 정상으로는 철쭉이 아직 봉오리만 맺혔고 진달래가 남아서 피었으니까! 제철 꽃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4년 후배들과 같은 날 5월23일 지리산을 찾았을 때는 연하봉~천왕봉~중봉일대의 반야봉보다 높은 고지대에서도 철쭉마저 시들어가는 중이었던 걸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지리산과 함께 서울에서 오가는 길에서 들린 길이 더 많은 구경거리를 제공하며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우선 등산이라면 큰 산과 긴 산의 정상과 능선만을 타던 내가 유람객이나 들릴 달궁을 찾은 것도 새로운 맛이었다. 달궁의 천년송과 그 옛날 남원장터까지 가던 깊은 산길(지금은 지리산 둘레길로 조성될 모양이지만)을 둘러보는 것도 새 맛이었다.
시간부족으로 산행코스로는 잡지 못했지만. 귀경길에 조금 올라본 뱀사골의 웅장한 계곡과 풍부한 수량의 계류에 감탄하면서 그 명성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소득이었다. 1979년 신정연휴를 이용해 마천에서 천왕봉을 바로 오르며 지났던 백무동의 비취빛 계류에서 느꼈던 감흥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내 새로운 여행수단 자전거로 <화개재>까지 올라보리라는 생각도 품어본다.
달궁 가는 길에서 생선과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해도(海都) 서천과 군산에 들리면서, 한산모시전시관-서천수산물특화시장-옛날 빵집 이성당을 찾아본 것도 한 구경이었다. 남원 주천면의 육모정과 춘향묘를 지나면서 구룡계곡 둘레 길을 한참 올라보기도 했고 정령치를 넘었다. 이 정령치는 백두대간을 타며 안개 속에 지났었던 옛날((2002년4월6일07시17분)의 기억이 새롭고, 고개 동서편의 업 다운이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사였었는지 느낀 것도 새삼스러웠다. 현대자동차 연구소의 아들이 성능 테스트를 위해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는데, 이런 위험한 난코스에서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니 가슴 한 곳이 언짢아오기도 했다.
귀경길! 마침 장날에다 오는 6월4일 지자체선거의 열풍에 휩싸인 떠들썩한 남원의 장터를 지났다. 순창의 고추장민속마을과 장류박물관을 돌아보고, 고추장도 한 통 샀고, 강천산 군립공원에도 들렸다. 주말의 넘치는 인파에 밀려 등산은 포기하고 초입의 병풍폭포만 보고 돌아서, 오정자 고개 너머 추월산 등산로입구의 긴 난간다리에서 담양호를 전망했다. 담양댐을 지나 읍내로 들어가서는 2008년6월7일 월출산 산행 후에 함께 찾았던 박물관앞 대통밥집에서 점심도 먹었고, 당시는 들리지 않았던 식당앞 대나무박물관도 관람했다. 이 모두 즐거움이다. 그리고 순창에서 담양 사이의 이 길은 올해 4월6일 자전거로 영산강 종주를 마치며 라이딩했던 길인데, 이번에는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니 또 다른 감회가 새롭다.
담양에서 장성호를 거치며 중간의 편백나무 숲을 거쳐보려던 생각은 새로 생긴 길들로 인해 지나친 데다, 해지기 전 귀경 운행을 마치기 위해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농번기 물대기로 수량이 줄어든 장성호도 경관이 시원찮아 그냥 일별하고 주변의 드라이빙은 역시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 점 아쉽지만, 다른 명승지를 묶어서 더 멋진 패키지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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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4일 뱀사골~강천산~담양호~장성호>
달궁을 떠나는 아침! 마을의 자랑인 천년송을 찾아보고 그리로 이어지는 옛 장터길을 산책했다. 천년송은 아직도 가지가 무성하고 싱싱해 삼국시대 이전 삼한시대 마한의 왕이 심었다는 설화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달궁에서 남원장터까지 걸어 다녔다는 옛 장터 길은, 골짜기로 들어서 정령치를 큰고리봉으로 넘고 고기리3거리와 내기3거리를 거쳐 구룡계곡 길로 해서, 주천면을 지나 남원까지 다녀오는데, 새벽 4시에 떠나면 저녁 9시에다 돌아오게 돼 17시간이나 걸린다니, 참으로 대단한 옛 조상들의 끈기와 인내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 길을 트래킹하려고 일단의 산행객들이 마을길로 들어섰고, 배낭무장이 단단한 40대 초반의 두 젊은이(?)도 마을회관 옆에 차를 두고 뱀사골을 통해 반야봉을 오를 채비를 한다.
달궁을 떠나 들어가본 뱀사골은 화개재 방향으로 열린 차도가 좁고 벼랑길이어서 안전을 위해선 삼가는 게 좋을 듯했다. 석실판매장에 차를 두고 난간으로 이어지는 와운길로 차도가 끝나는 오룡대까지만 다녀왔지만, 규모가 웅장한 뱀사골의 느낌은 강렬했다. 돌아나오는 반선매표소 탐방안내소 주차장엔 서서히 주말 등산객과 관광객들의 차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산내면에서 인월방향으로 들어서자 여러 대의 버스에서 바래봉이나 서룡-삼봉산쯤을 오를 것으로 보이는 등산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월에서 운봉 일대는 가로수 이팝나무의 흰 꽃들이 담백하다.
사고가 많아 인상이 좋지 않은 88고속도로를 피해 국도주행을 고집하자니 남원 시내를 통과하게 됐고, 마침 장날에다 6.4선거운동이 한창인 읍내의 떠들썩한 정경은 인간사 삶의 생생한 장면을 보는 것이어서 좋았다.
인월에서 운봉을 향하는 길의 황산대첩비지를 간과한 것이 아쉽다. 운봉에서 남원을 잇는 여운재를 넘으면서도 역시 백두대간을 타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고, 남원에서 순창으로 넘는 제법 길고 높은 고개 <비홍재>가 이름도 멋져 인상에 남는다. 언젠가는 자전거로 한 번 넘어보고 싶은 코스다.
순창으로 들어서자, 4월6일 영산강 자전거 종주를 마치고 전주행 버스에 오르던 터미널과 이정표로 삼았던 경찰서를 지나고 옥천교 건너 강천산으로 우회전하는 길목의 전통고추장민속마을과 장류박물관에 들린다, 고추장민속마을이 이처럼 크고 점포마다 고래 등 한식 요정 집 같은 멋을 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수많은 멋진 고추장 집에서 어느 곳을 가봐야 하는 건지 그게 사실 문제였다. 그러니 입소문이 중요하고, <성가정식품점 담가>라는 천주교교우의 집이 믿음이 가서 고추장 1통을 기념으로 산다. 장류박물관에 들어가서, 삼국시대부터 흔적을 보인 배달민족의 반찬원자재 콩의 위력, 장의 정성과 지혜를 새삼 가슴 깊이 자랑스레 담아보았다.
강천제를 지나 강천산에 이른다. 중간에 몇 군데 끊어지지만 메타스퀘이어 가로수의 신록이 싱그럽다. 본격적인 등산은 어렵더라도 강천사까지 들어가 정상까지만 다녀오는 5시간미만의 등산을 계획했지만, 미어터지는 주말의 관광 등산인파에 질렸다. 이래선 강천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래도 인상에 남는 병풍폭포를 보는 것으로 발길을 돌린다, 느낌은 춘천길 강촌에서 들어서는 구곡폭포를 다녀온 정도의 것이었다.
오정자 고개를 넘어 들어설 가맛골 용소는 생략한다. 4월6일 자전거로 달리면서 감탄했었던 하얀 벚꽃의 도열이 없는 이 길은 너무나 평범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추월산 등산로 입구의 긴 담양호 난간다리가 멀리서도 아름다워 보여 발기를 멈추고 걸어본다. 흐린 시계에도 추월산과 담양호의 높고 넓게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숨은 비경 호반 길의 끝 담양댐에 내려 한 숨 돌린 후 담양으로 들어선다. 반가운 죽녹원을 지나 대통밥으로 유명한 <박물관앞집>에서 추억에 잠겨 그전만 못해 보이는 점심을 들고, 맞은 편 대나무박물관에 들려 전시관도 둘러보고 죽제 참빗과 포크, 편백나무 도마를 기념으로 산 뒤, 장성호를 거쳐 백양IC에서 귀경 길 호남고속도에 오른다. 2014년 5월 하순 지리산 달궁~반야봉의 유람산행이 마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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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묵은 할머니민박집-살구나무 장독대와 수돗간이 정겹다 001 002
옛 장터길 산책에 나서 천년송을 뵙는다 005 007 010 015 016
떠나기 전 달궁마을을 돌아본다. 달궁교에서 보는 중심통-마을회관 뒤로 내차와 머물렀던 민박집,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만복대 026 030 029
오늘 조반도 나물식단-엄나무순이 등장해 일미를 자랑해 032
할머니! 잘 쉬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034
부인들에게도 천년송을 보여주고 달궁을 떠나 039 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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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로 들어서 055 059
석실판매장에서 내려 계곡을 탐방하며 감탄을 047
굽이치는 계류와 집채 만한바위들(사진에선 작게 보이지만)이 압권 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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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에서 남원을 넘는 백두대간길 여운재 063
장날의 남원-지방선거 운동으로 읍내는 차길이 번번히 막혀 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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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의 전통고추장 민속마을-기념으로 찹쌀고추장 1통을 066 067 070
민속마을 전경과 길 건너 장류박물관 071 072
조상들의 지혜가 새록새록 살아나는 장 담그기 문화 073 075
위트 넘치는 고추 칸과 수련의 정적 076 081 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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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 가는 길의 메타스퀘이어 길 083
강천산 계곡으로 들어서 막걸리 한 잔과 병풍폭포 감상을 086 087 090
담양호에 들어서 추월산 입구 난간다리를 걸어봐 102 104 106 110
담양댐에서 다시 추월산을 보지만 시야가 흐려 111 113
담양 대통밥 식당에서 점심-길 건너가 대나무 박물관 119 120 121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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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를 전망하고 떠나하면서 2014 반야봉 유람이여 바이! 125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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