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를르 태양 아래 하루 14시간의 그림 노동을 지탱해 준 것은 그가 마시던 독주 앙셍트.
오렌지와 자주. 불 타는 진노랑색과 아찔한 녹색으로 거친듯 영혼을 담아 내던 고흐가 남긴 일백점의 유화와 8백점의 데생중에 생전 팔린 그림은 달랑 400프랑짜리 `붉은 포도밭` 하나 뿐 이었다.
이야기를 우리네 역사 속의 그림쟁이로 돌려 보면 우리에게도 반 고흐가 있으니 이름하여 `최북`아니겠나. 조선 숙종때 태어나 영조때까지 살다 갔다던 최북. 하루 막걸리 대여섯되는 족히 밥 먹듯 하였단다.
가난했던 그가 하루종일 산수화를 그렸던 노동을 술과 바꿔 먹고 살았단다. 늘 이취중이었던 그의 광기가 고흐를 능가 한다면 무릇 광기의 근저엔 박카스가 은밀하게 도사려 있었을것이다.
아무튼 어느 양반의 트집 잡는 헛소리에 쪽팔리게 굴기 싫어 제손으로 한쪽 눈을 시원하게 피 질질 흘리게 푸욱 찔러버린 광기의 사나이 쇠북도 동네북도 아닌 최북 인 것이다.
일본말이겠만, 나도 최북 같이 '곤조'있는 사내들을 좋아한다. 그리 못 살지만 ᆢ앗쌀한ᆢ그런 사내들이 나는 좋다. 담백하고 멋있다. 싸구려 똥술 쳐 마시고 콩팥 칠팥 깽자 깽자 말 걸고 넘어지는 지저분한 놈들은 정말 싫다. 친구 사이나 모임가면 꼭 있기 마련인 손톱 밑에 가시 같이 아픈 나부랑이들이 있다. "태강즉절" 단단하것 같지만 낭창낭창한 회초리로 한대치면 금방 부러진다는 뜻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뜻이 같은 하얀 쌀밥 같은 두세 명만 곁에 있어도 깔끔하고 담백한 인생을 살다 갈 수 있을 우리들의 나잇대다
최북의 그림은 허허롭고 솔직하다. 그러나 반고흐가 소더비 경매시장에서 상종가를 칠 때, 노래나 영화로 환생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쪽쪽 받고 있지만 우리의 최북은 교과서 조차에도 발견할 수 없다.
최북은 열흘 굶다 그림 한점 술 바꿔 먹은 어느해 겨울 홑 껍데기 적삼 하나 입은 채로 얼어 죽은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광기가 소외된 예술 작품에서 번뜩이는 정신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첫댓글 최북같은 꼿꼿하고 오기있는 사람이 그리운 날입니다.
멋진 글입니다 ^^
므찐
두분을
아름다이 표현하셨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