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간과제 제출하러 들렀습니다.
동양철학의 기초 중간과제 _2014101277 철학과 서동진
비동양권 사회에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양 문화의 컨텐츠는 무엇이 있을까. 다채로운 식감과 영양적 균형이 훌륭한 전통 고급 식문화, 유려한 곡선의 미와 경량성의 편리함으로 알려진 의복, 서양과 다른 양상으로 발전되고 전개되어온 문명 특유의 철학과 역사, 다양한 공예품들과 정갈한 인테리어. 그들이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독보적인 관심과 인지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무예(武藝)’이다. 물론 세계 각지에서 그 형태가 발견되며 체계화가 이루어졌던 고로, 동양만의 것이라곤 할 수 없지만 동양만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문이다.
무예는 고대로부터 동서고금에 관계없이 꾸준히 행해지고 전승된 인류보편의 문화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는 레슬링의 선조로 손꼽히는 판크라티온(Pankration)이, 로마 제국에서는 너클을 이용한 권투가 흥행했다. 17세기 북아메리카 중부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격한 몸싸움과 개인기가 부각된 원시 라크로스가 원주민 부족들 사이에서 예비 전사들의 자질을 평가하는 스포츠로 이용되었으며, 그리고 18세기 브라질에서는 아프리카계 탈주 노예들이 후손들에게로 자신들이 창시한 카포에이라(Capoeira)를 춤과 함께 전승해주었다. 19세기 런던의 거리에선 험상궂은 신사들과 잔뼈가 굵은 공장 노동자들의 길거리 권투가 끊이질 않았고, 프랑스 선원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배워 온 다양한 실전 무예들은 도시 신사들의 손을 거쳐 사바트(Savate)라는 호신술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듯 무예에 대한 사랑과 각광은 지역과 시대, 민족을 가리지 않는 문화의 한 주축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동양의 무예는 유난히도 무수한 종류, 섬세하고 탄탄하게 정립된 이론적 측면, 해당 인사들의 깊이 있는 전문성 등이 돋보인다. 중국만 해도 북파와 남권을 합쳐 백여 가지 권법이 나뉘고, 일본은 각 유파마다 그 족보와 역사가 세세하며 계승자를 중심으로 보존과 정착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역사가 깊지는 않지만 일본의 도장과 유파 체제를 본떠 합기도, 태권도 등이 새롭게 창시되거나 택견, 씨름 등의 전통 무예들이 체계화되면서 무예가 범국민적인 대중문화이자 개인소양으로 자리 잡았으며, 타이나 캄보디아는 학생부터 죄수까지 열성으로 뛰어들 만큼 전국적인 인기와 사람마다의 전문성이 깊은 종목인 무아이 타이(Muay Thai)를 보유하고 있다.
나는 동양이 타 문화권에서보다 이토록 무예라는 부문에서 독보적으로 선두를 점할 수 있었던 것에는 고유의 사상적 측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은 무예를 대하는 태도와 수용의 자세에서 타 문화권과 차이를 보인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에게는 유흥의 수단이었고, 북미와 중남미 원주민들에겐 구기 종목과 결합된 교육 목적의 모의 전투였으며, 브라질의 탈출 노예들에게는 춤을 가장한 맨손 대항책 강구였다. 영국인들과 프랑스인들에겐 치안이 불완전한 근대 대도시의 골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호신‘기술’이었다. 무예라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인 목적이 있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는 한도 내에서 이용되고 발전되었다.
하지만 동양의 무예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동양의 무예는 실용성 이상으로 자기 수양의 기능을 강조되어있다. 대부분 수련 과정은 단계적인 정신과 신체의 성장을 목표삼은 체계적인 훈련으로 이루어지고, 스스로를 절제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의 성숙을 위한 정신적 수행이 병행되며, 대련에서까지 엄중한 상호 존중과 한 수 배워간다는 겸손의 자세가 기본이다. 동양의 무예는 단순한 대중적 유흥이나 특수한 비무장 전투 기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성실을 기하여 배우고, 옳은 잣대를 두어 쓰며, 겨루는 상대라 하더라도 정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써 전후의 화평을 유지하는 것. 그것은 규정으로 둘러쌓은 판 위의 구도에 동양 특유의 유교적 철학의 특색을 녹여낸 결과이다.
최종적인 경지와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 수양에 치중하며 무예를 그 도구로써 삼음은, 자신의 도(道)를 상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군자(君子)의 자세에 비견된다. 옳은 잣대를 두어 신중하게 사용하며 작은 힘이라도 함부로 경솔히 쓰지 않음은, 양심으로 의(義)를 가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명분론(名分論) 등의 사상적 원칙을 개인에게로 옮겨놓은 듯하다. 힘을 겨루며 타격을 주고받는 상대라 하더라도 진심을 갖춰 존중하고 겸손으로 대함은, 예(禮)를 지켜 타인과의 상존을 이루어 사회의 조화를 도모하고자 했던 유가의 기치를 떠올리게 한다.
동양인들에게 무예를 배우고 익히는 개인과 그 개인들이 마주서서 자웅을 겨루는 공간은 자신들의 사회적 이상을 투영시킬 하나의 틀과 같이 여겨짐과 동시에 그러한 이상을 개인 단위에서 실현해 나갈 부분적 방법론의 하나였다.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엔 지구촌 각지의 무예들이 결합하면서 주짓수(Jiujitsu), 킥복싱 등의 다양한 신종 무술들이 탄생하고 있고, 올림픽 등의 세계 규모의 경기나 독자적인 단체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종목별 세계구급 경기가 해와 달마다 개최된다. 과거보다 더 다양한 게층과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무예를 접하고 그에 관련된 컨텐츠를 즐긴다.
무예는 더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대중적으로 발전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무예가 이러한 긍정적인 방향을 갖게 된 경위에는 문화 컨텐츠화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나는 동양의 여러 무예들이 상업적 컨텐츠화 되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를 걱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금색 메달과 키 큰 트로피에 대한 집념, 지독한 파벌 싸움과 열기가 지나친 국가적, 지역적 경쟁 심리는 본래 동양의 무예들이 지녔던 철학적 특성과 대비된다. 이러한 철학적 특색의 파손은 동양 문화와 전통의 큰 손실이며 보기 안타까운 변질이다. 크고 빠르게 뻗어나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뚤어진 모습으로 굳어져가는 우리 전통과 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동양철학의기초 중간과제 _2014101277 철학과 서동진.hwp
첫댓글 무예라고 할 때의 '예'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찾아보시고요, 쿵푸에 해당하는 한자어가 무엇인지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육예라는 단어도 찾아보세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