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여론&정치] 여당, 그래서 총선 이기겠나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입력 2023.03.13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3/13/KHLXKRRZ4ZA3NF563MIIVIVT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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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3‧8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총선 승리’를 다섯번이나 외쳤다. 새 최고위원들도 “총선 승리로 완전한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고 했다. 총선에서 꼭 이겨달라는 지지층의 염원이 간절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뒤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3월 첫째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국민의힘(39%)이 민주당(29%)을 크게 앞섰다. 요즘 ‘이재명발(發) 위기’로 민주당이 죽을 쑤고 있는 정당 지지율만 보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표심(票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갤럽 조사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의 다수 당선과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의 다수 당선 중 어느 쪽에 공감하는가’란 질문엔 ‘정부 견제’ 44%, ‘정부 지원’ 42%였다. 과거 정부 중반에 치러진 선거처럼 내년 총선도 국정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1987년 이후 역대 정부 2~3년 차에 실시된 여섯 차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전적은 2승 4패였다.
갤럽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도 총선에서 정부 견제(48%)가 정부 지원(44%)보다 높았다. 지난달 넥스트리서치 조사도 정부 견제(47%)가 정부 지원(41%)을 앞섰다. 민주당으로선 희망을 가질 만하지만, ‘정부 견제론’에 비해 ‘당 지지율’이 훨씬 낮은 이유를 새겨봐야 한다. 갤럽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론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1%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방탄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을 정부의 국정을 견제할 대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에서 정부 견제(53%)가 정부 지원(35%)을 크게 앞서고, 2030세대도 50% 대 32%로 차이가 큰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당대표 경선에선 중도층과 청년층을 끌어안는 방안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서로 손가락질하며 끝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김기현 대표는 당선 직후 “여당은 야당과 달리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지만 어떤 실력을 갖췄는지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또 “민생을 살려내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겠다”고 했지만 경선에선 민생 관련 정책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없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리스크’가 총선 승리를 보장해줄 것이란 꿈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침체에 빠져 국민의힘과 차이가 계속 커지고 이 대표 퇴진 여론이 들끓는다면 ‘포스트 이재명’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내년 4월 총선은 국정 심판 정서가 강하게 작동하는 시기에 치러진다.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할 경우 국민의힘은 고전할 것이다. 혹시라도 총선 전략이 ‘이재명 리스크’에 기대겠다는 것이라면 위험천만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