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국립공원 종주기
1. 일시 : 2002. 12. 1(일)
2. 등산코스 : 대서문,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청수동암문, 문수봉,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동장대, 위문, 백운대, 위문, 약수암, 대동사, 북한산성 매표소
3. 등산 참석 인원 : 4명(남4)
4. 북한산(北漢山-836.5m) 국립공원 종주기
▣ 산행동기
11월3일 소요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개별산행으로 단체산행을 못하고 있던차에 11월 29일 다음카페 일월산 자유게시판에 하늘님이 진이님으로 부터의 건의사항이라면서 12월1일 북한산종주 제안을 하여
갑작스레 제안을 받은 저는 회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고 산에 가실 분을 모집하였습니다.
▣ 산행기
산행당일 별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한가닥 기대는 했었는데 다른
회원들은 참석을 못했고 항상 산행에 참석해왔던 4명만 참석하였습니다. 구파발역 분수대에서 만나기로 한 08:00시를 하늘님은 감기에 걸린데도 불구하고 전날 19:00부터 취침에 들어가 몸을 추슬리고 07:30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08:15분경에 제가 도착하고 다음 시니, 그 다음으로 진이님이 도착하여 약속시간을 지나 다른분들이 오지 않을것으로 예상하고 바로 산성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북한산성매표소에 도착하니 08:46분 표를 끊고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입구에서 자연탐방로를 출발기점으로 대서문을 향했습니다.
북한산 산행시 항상 지나치던 대서문이었지만 대서문 우측으로 출발하는 길은 생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진이님의 인도로 09:05분경 대서문을 출발하여 의상봉으로 향했습니다.
초반부터 가파른 언덕과 돌길로 인하여 숨이 가빠왔지만 자주 쉬면서
올라가기로 하고 틈틈이 산성쪽을 내려다보면서 올랐습니다. 시니
왈 산에 오르면 뭐가 좋냐고 하길래 전 뭐 뾰족한 대답이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운동? 운동도 마약이라지만 땀 흘린뒤의 쾌감 때문인것도
같았지만 전 "그냥 좋다"라고 대답 했습니다. 시니도 막연히 그냥 산에
오르는걸 좋아하는거 같았습니다.
누군가가 그랬다죠..산이 거기 있으니까 우리는 거기에 오른다고 또
성철스님은 '산은산이요 물은물이로다'라고도 말씀하셨고..
하늘님도 새로 장만하신 휴대폰으로 가끔 사진을 찍고 전 사무실에서
가져간 디지털 카메라로 아침서리 앉은 산성아래를 보며 옛 선조의
맘을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산성은 천혜의 요새같았습니다. 산성을 쌓지 않아도 천연산성이 되어버린 낭떠러지..
원효봉 쪽을 바라보니 큰 석불상이 있는 덕암사가 보입니다.
의상봉에 도착할때쯤 나이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 한분이 반바지차림으로 그 절벽을 뛰어서 내려옵니다.
우리는 서로 눈만 바라보고 그 경이로움과 우리의 나약함에 싱긋이
웃기만 했습니다.
의상봉 도착 바로 전 경관 좋은 곳에 잠시 앉아서 집에서 싸준 귤을 먹고 사진 몇장 촬영한뒤 다시 바위산을 올라가려 했지만 미끄러운 신발탓인지 시니가 바위에 붙어서 어쩔줄을 몰라 합니다. 아래에서 하늘님이 우스워 죽겠다는 듯 웃기만 하고 시니는 발발떨면서 장난아닌
듯 어리광(^^)을 부립니다.
의상봉에 도착하여 기념촬영하고 목도 축입니다. 시니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한마디 합니다. 보기 좋습니다..
의상봉을 넘고 용출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을 차례로 넘으면서 시니는 정말 힘든가 봅니다. 저 건너 문수봉쪽에서는 까마귀소리가 들려옵니다. 고향에도 유난히 까마귀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만 한때
약에 쓴다고 멸종위기까지 간적도 있었는데 보이진 않고 소리만 요란합니다. 저 아래 계곡쪽엔 큰 불상이 아래쪽을 보면서 앉아있습니다.
흡사 설악산의 철불을 북한산에서 보는 느낌입니다. 한폭의 동양화입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봉우리와 산성들...
의상봉 전에 만난 할아버지가 또 보입니다..그새 또 뛰어올라왔나 봅니다. 바위위에서 "호러~~~~~~~~"라고 외칩니다. 우리는 야호라고 외치는데 왜 그러는지 알수없어서 기념촬영 같이 하자 그러고 물었습니다.
그분 말씀이 "저 산아래 올라오는 동료가 있는데 내가 여기있다는 신호야"라고 하더군요
전 연세가 몇이냐고 물었더니 이제 겨우 50살이라 하네요..
시니가 더 이상 못가겠다고 합니다. 진이님의 이제 힘든곳은 다왔다고 하는말에 계속 힘든 산행을 시작했지만 내심 불안했습니다. 포기할까봐..가끔 6-8살된 아이들도 보이고 머리하얀 할아버지도 보입니다. 애들이 보일 때 마다 재들도 올라온다 면서 시니를 한번 보곤 했었습니다. 압력이죠 이를테면..
불광매표소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을 느끼지 못하고 대남문쪽으로 향했습니다. 대남문에 내려오면서 비로소 금방 지나온 봉우리가 문수봉인줄 알았습니다. 철 계단과 자연 돌계단을 지나오면서 너무 좋아서 미쳐 봉우리를 느끼질 못했나 봅니다.
12:25분에 대남문에 도착했습니다.
따뜻한 봄날씨에 꼭 소풍온거 같이 무더기 무더기 모여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저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백운대와 인수봉 우측 산성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들..
"아빠 같이 가"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 아이들과 제 처도 다음에 간단한 산행엔
꼭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제 아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일요일은 정말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만 산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신랑덕에
오늘도 애들과 씨름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산행의
즐거움을 앞지릅니다.
목이 마릅니다. 싸가지고 온 식수가 모자라 중간중간 귤과 배로 목마름을 채웠지만 목만 간지를 뿐입니다. 시원한 물을 벌컥이며 먹고 싶은 맘 간절합니다.
대남문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싸온 김밥을 돌과 신문으로 만든 식탁위에 놓고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다소 허기를 채우고 나서 산성입구에서 사온 막걸리 두병으로 목마름을 해소하였습니다. 술이 아니라 물입니다. 술이 아니라 국입니다.
나 홀로 산행하는 분들도 가끔 눈에 뜁니다. 하늘님이 유난히 북한산을 IMF때부터 나홀로 산행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대남문에서 동장대까지 죽 이어지는 순탄한 산성능선. 모두들 힘드는지 말이 없습니다.
저도 이런생각 저런생각에 제 몸뚱아리를 머리에 맡겨 봅니다.
다소 평탄한 길을 걸으면서 시니도 힘이 나나 봅니다. 젊음이란 역시
좋은거 같습니다. 금방 회복이 되니 말입니다.
14:00 동장대에 도착..동장대는 연말이면 해돋이를 보려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곳입니다. 동해에서 보는거 보다 5분정도 늦게 보인다는군요.
위문에 거의 다다를 쯤 등산로가 병목현상으로 지체가 됩니다.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가벼운 인사말도 주고 받습니다. 인자는 요산요수라더니 모두들 좋게만 보입니다.
기다리면서 백운대를 바라보니 길따라 올라가는 사람들이 꼭 먹이를
나르는 개미 군단처럼 보입니다. 소방헬기가 백운대와 인수봉을 왔다갔다 하면서 산불조심과 실족을 조심하라는 방송을 합니다.
14:35분 위문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뒤 백운대를 올랐습니다. 하산길
등산길이 막힙니다.
쇠 파이프를 꽂아 쇠줄을 이어 상행길 하행길을 만들어놨지만 가끔
외길에선 기다려야 합니다.
15:08분에 태극기가 꽂힌 백운대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838.5m 일월산의 1219m보다는 낮은 산이지만 온통 바위로 된 백운대와 아래쪽에
바라보이는 인수봉..
인수봉에서는 암벽등반하는 일행이 보입니다. 일행중엔 여자도 보이는군요..또 바로아래 백운대 바위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요상한 사람도 보입니다. 범생이들이 보기엔 퍽이나 위험한 행동들이지만 당사자들은 묘한 쾌락을 느낀다고 하죠. 성취감과 쾌락...
백운대에서 간단한 기념촬영후 한바퀴를 돌며 산 아래를 감상합니다.
멀리 한강도 보이고 제가살고 있는 화정동과 서울시내가 다 보이는군요..멀리 도봉산도 보이고.
북한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라는 봉우리땜에 삼각산으로도 불린다는군요.
다시 위문으로 해서 약수암에 도착..물이 많이 줄었습니다. 조금 찝찝하였지만 두컵이나 마시고 산 아래로 향했습니다.
16:30분경 산아래 도착하니 작은 암자에서 나온 여승이 대추차와 솔잎차를 등산객에게 대접합니다.바로옆엔 기도하는 분들이 켜놓은 촛불이 10개정도 피어있습니다. 따뜻한차 정말 맛있게 음미하면서 잘
마셨습니다.
계곡 탐방로로 하산하려 했습니다만 날도 어둑해지고 해서 우리를 잡아끄는 종업원에 못이기는척 금강산장이라는 식당에 도착하여 파전과 순두부찌개에 소주 두병을 흔쾌히 비우고 산행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무려 8시간이 걸리는 산행이었습니다만. 개운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감기에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하늘님 우리를 잘 인도해준 진이님 산행내내 바위를 연인삼아 안고 지내던 시니님께 감사드립니다.
12. 1일 산행하여 12. 6일 산행기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