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게 - 문병란
내가 지치고 피로 했을 때
여름이여, 너는 머언 항구에서 돌아와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와 같은 그리움으로
피로에 지친 내 육신을 두들겨
천둥 번개로 내 영혼을 일깨우며
그대 불멸의 뜨거운 입술로
내 빈 갈망의 목마른 잔에
그대 소나기의 연정 가득 채워다오.
그리고 여름이여, 창백한 도시의 빛깔을
푸른 바다의 물감으로 새로이 칠하고
지치고 창백한 일상의 언어들에
장밋빛 생기를 부어 주는 사육제의 시간..
넘치는 바다의 그라스에
냉맥주 보다 시원한
우유빛 새벽의 나체를 포옹하게 해다오.
지금은 오전 일곱시
제도와 의무를 반란하는 새벽
시민 조세지역을 탈출하는 한 사내의
우범 가능성 위험한 금요일을 위하여
바다로 향한 국도의 끝에 서서
이글거리는 7월의 태양에 입맞추게 해다오.
대지는 오랜 갈망의 커다란 술잔
쩍쩍 금이 간 긴 가뭄의 논바닥에
천둥 번개 소나기의 격정으로 두들겨
오래 막힌 봇물들 뚝을 넘게 하고
여름이여, 그대는 부끄러운 입술처럼 다가와서
예절을 지운 곳에 사랑을 창조하고
허위와 위선의 가면을 벗겨 버리고
우리들의 고독한 체온을
탐스런 복숭아, 깨물고만 싶은
싱그러운 포도의 액으로 빚어다오.
왈츠를 연주하는 파도는
해변을 피아노 삼아
4분의 3박자로 휘파람을 불며 깨어지고
갈매기는 외로운 무용수
아찔한 파도타기
신명나는 날갯짓은
수평선 너머의 태풍을 아랑 곳 않는다.
여름이여, 내 연인처럼 와서
어느날 새벽 장밋빛 꿈을 찢으며
문명을 거부하는 야성의 손길로
원시림의 오솔길로 인도해다오
너의 억센 팔에 안겨
뱃사람처럼 껄걸 웃으며
고래의 길로 가는 7월 어느 날
원시림으로 가는 새벽 위에서
그대의 싱싱한 가슴을 포옹하게 해다오
감람빛 바다의 입술에 입맞추게 해다오
오오 내 사랑하는 여름이여!
* 8월 마중 - 윤보영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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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하루 도 즐거움이 가득하시고 더위에 건강챙기는 휴일 보내세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