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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백만마국, 그 힘의 실체
①
백만마국 곳곳을 어슬렁거리던 옥검령이 목적하던 곳을 찾아낸 것은 반시진 가량이 흐른 뒤였다.
놀랍게도 그곳은 백만마국의 중앙을 관통하고 있는 호화롭기까지 한 중앙 관도의 좌우에 즐비하게 연이어져 있는 무수한 점포들의 뒤쪽이었다.
점포와 점포 사이의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자 미로처럼 얽힌 소로가 있었는데 그 안의 광경은 정녕 을씨년스럽기 이를데 없었다.
골목의 좌우에는 여기저기 술에 절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폐인들이 보이는가 하면 온통 쓰레기들 투성이였다.
뿐이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보이는 퀭한 눈을 한채 망연히 골목의 담장에 기대앉아 있는 마약중독자들은 물론이고 젖을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해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도 보였다.
골목 밖의 청석대로 주변의 광경이 천당이라면 이곳은 바로 지옥, 그 자체였다.
옥검령은 일견하기에도 끔찍한 빈촌을 깊숙이 들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백만마국이 제아무리 부국이라 해도 모든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줄 수는 없을 것... 과연 이런 곳도 있었구나.'
좌우를 살펴가며 조용히 걸음을 옮기던 옥검령은 일순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 천천히 하세요!"
"헉헉! 가만 있으라니까!"
돌연 그의 귀에 들려 온 괴이한 신음소리가 있었다. 옥검령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서는 실로 해괴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략 이십 세 가량이나 되었을까?
허름하기 그지 없는 단삼을 걸친 여인 한 명이 지금 자신의 두배나 되는 거대한 몸집을 한 비대한 중년인과 뒤엉켜 담장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여인은 단삼을 위로 치켜올린 채 한쪽 다리를 반쯤 들어 벌린 자세로 담장에 기대서 사내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거대한 몸집의 사내는 하의만 벗어내린 채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정사가 시작된 지 이미 오래 전인 듯 얼굴에 땀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옥검령은 차라리 어이가 없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여인은 몸을 파는 창기가 분명했다. 헌데 어떻게 남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에서 태연히 그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뿐이랴!
정신없이 정사에 빠져있던 여인은 옥검령과 눈이 마주치자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며 오히려 아는 체를 하지 않는가!
이때, 사내는 앞에서 공략하는 체위를 바꿔 느닷없이 여인을 돌려 세웠다. 그렇게 되자 여인은 담장을 짚은 채 하체를 내민 자세가 되었는데 그 순간 옥검령의 눈에 번들거리는 애액이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사내는 뒤에서 옥검령이 보고 있다는 것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다시 그녀의 둔부를 뒤에서 두 손으로 잡으며 하체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거대한 물체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여인의 몸속으로 거칠게 넘어들기 시작했다.
'허어......!'
옥검령은 차마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퍼억...!
퍽!
이때, 기이한 음향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대충 삼십여 장 골목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슷!
옥검령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다. 한창 정사에 몰두해 있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옥검령을 바라보고 있던 창기의 눈이 번쩍 뜨여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뭐야! 꽤나 잘생긴 작자이길래 어떻게 한번 유혹해 보려 했는데 귀신이었단 말인가?'
거의 솥뚜껑만한 주먹이었다.
그 거대한 주먹이 지금 갓 십여 세를 넘겼을 성싶은 소년의 얼굴을 마구 강타하고 있었다. 한 명 거구의 대한이 좁은 골목길에서 소년의 목덜미를 한손으로 쥔 채 다른 주먹으로 마구 패고 있었던 것이다.
"내놓지 못하겠느냐!"
"안돼! 차라리 날 죽여!"
소년은 연신 얻어맞으면서도 가슴에 하나의 작은 보따리를 꼬옥 끌어안은 채 놓지 않았다. 풀어진 보따리 사이로 얼핏 구운 오리고기 한쪽이 보였다.
거구대한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련한 놈 같으니! 네놈을 죽이고 빼앗을 수도 있다."
소년이 독기어린 눈으로 거구대한을 노려보았다.
"이건 내 동생들에게 가져다줄 음식이야. 이걸 먹지 못하면 그 아이들은 죽게 돼."
"그 전에 네놈이 죽을 것이다."
휘이잉!
거구대한은 끝내 소년이 음식을 내놓지 않자 죽이려고 작정을 했는지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뻗었다.
소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갔다. 적중되면 소년의 얼굴따위는 단숨에 짓이겨질 것 같은 엄청난 위세였다.
사악!
허나 주먹은 끝내 소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
거구대한이 어리둥절해 하는 눈으로 자신의 주먹이 있던 팔을 내려다 보았다.
없었다.
자신의 주먹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서는 바로 그 순간 분수처럼 핏줄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을 뿐, 그의 주먹은 손목에서부터 깨끗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던 것이다.
"으아아악!"
그제서야 거구대한은 사태를 깨닫고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쉬익!
이 순간 어디선가 한줄기 지풍이 쏘아져 와 거구대한의 팔에 적중했다. 그러자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던 피가 거짓말처럼 멈춰지며 지혈이 되었다.
"약한 소년에게 살의를 품고 휘두르는 그런 주먹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
엄청난 고통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서 있는 거구대한의 뒤쪽에 나타난 인영은 바로 옥검령이었다.
거구대한은 옥검령이 보여준 한수로 미루어 그가 무림의 고수임을 짐작한 듯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옥검령은 그를 무시한 채 소년을 바라보았다.
"괜찮으니?"
"......!"
소년은 대답하지 않은 채 옥검령을 노려 보았다. 그 자신을 구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의와 경계의 빛이 가득 담겨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괜찮으냐고 물었다."
옥검령이 다시 질문을 던지자 소년이 거구대한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반문했다.
"기왕에 손을 댔으면 무엇때문에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나요?"
옥검령은 내심 놀라며 입을 열었다.
"반드시 죽일 필요까지야 없지 않느냐?"
"당신은 지금 날 구해주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뒷처리를 깨끗하게 하지 않아 오히려 날 곤경에 빠뜨렸어요."
"......?"
"대팔은 흉폭하긴 해도 날 죽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까짓 몇대 맞는 건 이제 이력이 나서 아무렇지도 않고요. 그는 내가 끝까지 버티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게 분명한데 이제는 그것도 글렀어요."
"무슨 뜻이냐?"
옥검령의 안색이 굳어졌다. 소년의 말이 어딘가 의미심장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입을 열었다.
"대팔에게는 친구들이 많아요. 모두들 포악한 놈들인데 더러는 무공을 익힌 자도 있어요."
"음......!"
"이제 곧 당신은 죽을 거고 나도 결국은 죽게 될 거예요."
소년의 눈이 문득 음울하게 가라앉았다.
"난 죽는 건 무섭지 않지만 내 동생들은 그놈들에게 잡혀 창기로 팔려갈 거예요."
"네 동생들이 몇살이나 되었느냐?"
"한 아이는 아홉이고 그 밑의 아이는 일곱이에요."
"아홉 살짜리 아이도 창기로 팔아먹는단 말이냐?"
"길러서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나요?"
도대체가 열 살 가량 된 소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옥검령은 소년이 성장하고 있는 환경이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음을 절실히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너는 왜 도망치지 않는 것이냐?"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들에게서 도망치지 못해요. 그리고 내가 이 자리에서 도망치면 그들은 정말로 내 동생들마저 해칠 거예요."
"그렇다면 너는 네 동생들을 위해 고스란히 죽어주겠다는 거냐? 널 죽인 후에도 네 동생들을 괴롭힐 수 있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요. 그게 내 동생들이 당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유일한 희망이니까요."
'으음......!'
옥검령은 내심 침음성을 터트렸다. 그가 접해보지 못했던, 아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처절한 약육강식의 또다른 세계가 여기에도 있었다.
어느 세계에도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 존재했고 약자는 언제나 강자에게 먹히는 것이다.
이때 십여 명이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옥검령은 그 소리를 무시한 채 소년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강한 아이로구나."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비록 씁쓸한 미소이긴 해도 처음으로 소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누구라도 이곳에서 살게 되면 모두 나처럼 독종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 말이 맞구나."
옥검령은 탄식처럼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쐐애액!
이미 거대한 대감도 한 자루가 그의 머리위를 향해 내리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턱!
대감도를 쥐고 있는 대한은 눈이 삼각형으로 찢어진 독살스럽게 생긴 중년인이었다. 그의 옆으로는 지금 십여 명에 달하는 흉폭한 인상의 사내들이 잔뜩 몰려와 서 있었다.
허나 그들 모두 옥검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돌리며 대감도를 맨손으로 잡아내자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을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딜 가나 쓰레기들은 있는 법이지."
스스슷.......
그의 손에 쥐어진 대감도가 저절로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옥검령은 삼매진화를 끌어올려 대감도를 가루로 만들어버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십여 명에 달하는 그들 중에는 삼류에 불과하지만 더러는 무공을 익힌 자도 있었다.
허나 그 뒤에 이어지는 옥검령의 동작을 눈으로 목격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자."
옥검령은 서너 차례 손을 움직인 후 몸을 돌렸다.
소년은 옥검령이 다가와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끄는 것을 보고도 석상처럼 서 있는 그들을 대하고는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머뭇머뭇 옥검령의 손에 이끌려 서너 걸음을 걷던 소년의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떠진 것은 십여 명에 달하는 대한들이 소리도 없이 모두 지면에 무너진 뒤였다.
쿠웅...!
철퍼덕!
그들은 모두 옥검령의 단 일수에 절명했으나 아무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죽은 인물은 없었다.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이 그들을 찾아온 때문이었다.
옥검령이 소년과 함께 간 곳은 소년의 거처였다. 말이 거처이지 그곳은 거의 움막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곳에 두 명의 소녀가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들은 소년에게 이야기를 들은 듯 움막 밖에 서 있는 옥검령을 향해 쪼르르 뛰어나오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오빨 구해준 사람이야? 잘했어. 정말 잘한 짓이야!"
한 소녀가 입을 열자 더욱 어린 꼬마 계집애가 질세라 입을 열었다.
"고마워. 나중에 한 잔 하자구!"
'윽!'
옥검령은 깜짝 놀라 울상을 지었다.
한곁에서 소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애들은 엄마없이 자라는 바람에 이곳 사람들의 말투만 배웠어요. 도대체 여자처럼 말할 줄을 모른다니까요."
옥검령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세 명을 둘러보았다. 비록 지옥 같은 곳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이들 세 명만큼은 가족의 정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백만마국과 중원이 일대 격전을 벌인다면 승리한 쪽도 패자 못지 않게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그의 눈이 주위를 쓸어보았다. 눈에 뜨이는 곳마다 허름한 움막들이 보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들었거나 늙은이, 아니면 보살펴줄 사람이 없는 어린아이들 뿐이었다.
간혹 건장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어딘가 비정상적인 것이 분명했다.
'난세란 비참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또다시 엄청난 수효로 불어날 것이니.'
새삼 그의 가슴 저 아래에서 거대한 웅심(雄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최소한의 희생만으로 이 구룡의 난세를 종식시키겠다는 거대한 야망이기도 했다.
그는 문득 소년을 향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난 중원에서 왔단다. 이곳에 와서 느낀 건데... 모두들 중원침공의 전쟁준비에 들떠 있던데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상대는 이제 갓 십여 세에 불과한 소년이다. 허나 마치 어른을 상대하듯 물어보는 옥검령의 태도는 진지하기 이를데 없었다.
소년은 옥검령이 자신을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물어오자 마음이 뿌듯해진 듯했다.
"흥! 그건 모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 뿐이에요. 싸움을 기피하면 비겁하다고 손가락질들 할까 두려워서 말이에요."
옥검령의 눈이 잔잔히 빛을 뿌렸다.
'어쩌면 이 소년이 알고 있는 게 백만마국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인지도 모른다.'
옥검령은 더욱 정색한 채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모두들 전쟁을 싫어한다는 뜻이냐?"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전쟁을 시작하는 건 단지 권력을 잡고 있는 몇 사람뿐일 거예요. 그들 개인의 야망이나 아니면 내부의 권력다툼을 외부로 발산시키기 위해서 말이에요."
소년답지 않은 냉철한 판단이 아니겠는가.
소년은 자신이 살고 있는 빈민촌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병들거나, 다친 사람들이 아니면 늙거나 너무 어린 사람들이에요. 모두들 자신들을 돌봐 줄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곳으로 밀려난 거예요."
"음......!"
바로 이때 소년과 옥검령의 뒤쪽에서 마치 소년의 말에 보조를 맞추듯 맑은 소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는다면 이곳 같은 지옥에서 생활을 해야 할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생길텐데 누가 진심으로 전쟁을 바라겠어요?"
옥검령은 적지않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십 장 뒤쪽에서 짧은 단삼을 걸치고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십오 세 가량의 소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옥검령이 놀란 이유는 그녀가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십 장 이내로 접근해온 때문이었다.
옥검령은 새삼 소녀를 쓸어 보았다.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단삼에 양갈래로 땋아내린 머리, 눈속에 가득차 있는 장난기 등이 한눈에 보아도 보통 말괄량이 같지가 않았다.
허나 아무리 보아도 옥검령의 이목을 속이고 십 장 이내까지 접근해 올 수 있는 무림의 고수같지는 않았다.
'내가 방심했었던 모양이로군.'
옥검령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을 풀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단삼소녀가 옥검령을 빤히 보며 입을 열었다. 이어 태연히 뒤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쪽에서 대팔이 일행 십여 명이 한꺼번에 죽었다고 난리들인데 혹시 이 사람 짓 아니야?"
"그, 그건...."
소년은 단삼소녀의 말에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소년의 태도를 보고 단삼소녀는 확신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삼소녀는 이내 소년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
"아무튼 너희들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실은 네가 얻어맞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거든."
"고마워요."
소년은 단삼소녀를 누나처럼 따르는 듯 다소곳이 대꾸했다. 그러자 단삼소녀가 다시 휘적휘적 왔던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괜찮은 걸 확인했으니 난 그만 가봐야지. 지금 본국 전체가 중원으로 침공하니 어쩌니 난리들이니 이럴 때는 그저 몸조심해야 한다구."
"예."
"쯧쯧쯧! 도대체 무엇 때문에 힘들게 중원으로 쳐들어가겠다고 그 난리들인지 모르겠다니까! 백성들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내궁 사람들도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다가 전쟁을 하게 된 건지......?"
휘적휘적 저쪽으로 멀어져가며 중얼거리는 단삼소녀의 말에 옥검령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랬단 말이지? 과연 내 예측대로 파사국 백성들은 중원에 대해 호전적이 아니다. 헌데 내궁이라면 바로 백만마국을 말하는 것일텐데 그들도 별로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일까?'
옥검령은 문득 눈을 들어 일백여 장 저쪽에 하나의 산처럼 떠올라 있는 백만마국의 거대한 궁전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자세한 동정을 살피기 위해서라면 저곳으로 잠입해야 한다.'
거대한 백색의 궁.
마치 파사국 전체를 내려다 보는 듯한 위압감을 풍기는 백색의 궁 위로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첫댓글 즐독했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