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키스 - 최규리
모든 날이 여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백치가 되는 일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면 물이 열린 곳에서 맹세만큼의 부력으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나는 햇살처럼 떠 있고 세상에는 질문들이 너무 많아
설명할 수 없다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아니, 틀렸어 알고 있어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게 언어야
세상의 입술을 가지는 완벽한 궁리 물컵 안의 얼음으로 백조처럼 날개를 빼앗기는 말 고요한 날을 가지는 완전한 말
아무것도 되살릴 수 없는 하루에 백치로 머무는 흰 달과 죽음에 머물러 있는 나라에서
자, 알고 있음을 버려 논쟁에 맞서기 위해 오로지 당신의 입술을 빼앗는 것
ㅡ계간 《정형시학》(2024, 가을호) ********************************************************************************* 모슨 생명체의 사랑 표현의 시작이 입맞춤입니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사랑한다는 속삭임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겠지만 세상을 사랑한다는 이들의 논쟁은 쉼없이 이어지고 해석이 지나치게 분분합니다 온통 질문이 쏟아지고 그 대답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답찾기도 어려워집니다 그 어떤 평론가도 설명해낼 수 없는 현실이 물속에 잠겨 일렁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설명할 수 없는 질문 투성이잖아요? 수중 키스는 다만 한 모금 숨을 보태줌으로 마무리되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