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연초부터 취임 3년을 맞는 2월25일 사이, 적절한 시기에 나름대로의 평가와 내 진로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해서 국민에게 발표하려고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30일 북한생 산행발언록 속에 담겨져 있는 구상은 뭘까?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열린당을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당을 탈당할 가능성은 산행발언 이전에도 몇 차례 추축해 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한나라당에 제안한 연정구상이 무산되면서 또 다른 카드의 하나로 거론된 적이 있다. 지난 10.26 재선거 이전에도 거국내각과 탈당 카드는 언제나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해온 것이다.
"남은 내 임기에 대한 이야기" "내 진로에 대해" "정파적 이해 관계나 표를 떠나서" 등 등, 노 대통령의 산행어록 속에는 탈당과 거국내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가 짙게 풍긴다.
특히 산행 하루전 열린당 주요인사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의 발언과 연결짓을때 더욱 더 탈당과 거국내각 구상이 확실해 보인다.
"정동영장관과 김근태 장권의 열린당 복귀는 본인들이 맘대로 하라" 그리고 "이해찬 총리하고는 계속 정치를 하고 싶다"는 청와대 만찬발언록에는 엄청난 의미가 함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근태 장관이나 정동영 장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것을 표현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장관의 임명권자가 김 장관이나 정 장관의 거취에 대해 "본인들이 알아서 맘대로 하라"고 했으니 이제 더 이상 김 장관이나 정 장관 문제는 신경 안쓴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열린당에 대한 애정도 급격히 식어 버린을 것을 알 수가 있다.
더욱 이 과정에서 "이해찬 총리하고는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고 한 것은 이를 뒷 받침한다. 정 장관이나 김 장관하고는 정치를 계속 할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상대적 해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연정 무산 이후 거론된 노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구성 특히, 민주당과 민노당을 포함한 소연정 구상이 연말을 기해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편 노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 구상은 새로운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될 확률이 높다.
내년초 정식으로 출범할 가칭 ´국민중심당´과 민주당이 이미 서로에게 연대나 연합, 합당가능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 구상은 민주당을 또 다시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탈당하고 이해찬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구성을 제청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국내각 구성의 직접적인 책임이 상당부분 총리에게 넘겨질 수 있지만 국민중심 신당을 지렛대로 재기를 모색하려는 한화갑 대표의 민주당은 다시 한번 혼란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특정 원내외 인사를 거국내각 구성에 차출할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거듭되는 실정으로 각종 재보선에서 따가운 국민적 심판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서 추진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 따라서 혼자의 결심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탈당이나 거국내각구성 그리고 극단적인 임기단축 밖에 없는 셈이다.
"정치는 당이 중심이 돼서 하라, 정동영 김근태 장관의 당 복귀는 본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이해찬 총리하고는 계속 정치를 하고 싶다. 내 남은 임기와 진로에 대해 그리고 정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미래를 위한 구상을 밝히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 속에서 탈당과 거국내각이 무르익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