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노릇이더냐?/한암스님

[모이]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냈고 월정사 조실로 계시면서 열반에 드실 때까지
25년 동안 오대산 동구 밖을 나오지 않으셨던 대선사 한암스님(1876～1951)!

 그분의 대중들에 대한 ‘자비심’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될만큼 대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린 사미니, 사미에게도 한없는 자애로움으로 대하셨다고 하는데,
 한번은 경내를 지나시다가 간장을 떠 담는 사미를 보시고는 다가와

 "얘야, 간장은 이렇게 떠야 흘리지 않을 수 있단다.' 하시고는  간장을 흘리지 않고 떠담는 방법을 일러주셨고,
 철없이 순진하기만 한 사미니 하나가 산딸기를 따가지고 와서 내밀고는 시시콜콜 이것저것을 여쭈었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 일일이 답을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오대산에서 사셨던 한 노비구니스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치 부처님을 뵙는 것 같았다는 게 한암스님을 직접  뵌 분들의 한결같은 전언입니다. 
 한암스님에 대한 여러 일화를 들어보면 사람에게는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평등하게 대한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제의 압제 속에서도 도에 대한 푸른 열정을 잃지 않으시고 승속을 가리지 않고 사부대중을 모아

상원사 좁은 방에서 칼잠을 자게 하며 정진을  독려하셨던 수행자!

 선사였으나 수행자라면  참선 외에 염불과 간경과 의식과 가람수호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수시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게 하고 해제철엔 직접 '금강경'을 설하였으며,

수행자가 의식을 집전하지 못하면  위의를 지닐 수 없다며 어산에 능한 스님을 모셔와 의식을 익히게 했던 선사!

수행과 대중외호에 철저했던 오대산의 한 마리 학과 같은 수행자!

  
 그렇듯 품이 넓고 자비로우셨던 한암 노스님께서도 계율을 어기는 일에 대해선 단호하셨다고 합니다.
 얼마 전 만나 뵌 월정사 회주 현해스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상원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민가 두 채가 있었는데, 곡주를 팔았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상원사 선방에서 공부하던 노스님의 상좌 두 사람이 그곳에서 곡주를 좀 마시곤 상원사로

올라왔는데, 무슨 일인지 조실채에 계셔야 할 한암스님께서 한밤중에 마당에 나오셨다가 상좌들과

 마딱뜨렸다고 합니다. 곧, 큰방에 상좌들을 앉혀놓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술을 마셨는가?”

“예, 마셨습니다.”

 상좌들의 이실직고를 듣자마자 한암스님께선 시자에게 일렀다고 합니다.

“회초리를 가져오너라.”

 시자가 가져온 회초리의 단이 가늘자 시자를 꾸짖으며 다시 명하셨다고 합니다.

 “회초리가 왜 이리 가느냐? 더 굵게 만들어오너라.”

 평소에 자비롭고 조용하며 화라고는 결코 내지 않으시던 조실스님께서 그날은 진노하셔서 회초리 한 다발이 다 부러질 때까지 두 사람을 내리쳤다고 합니다. 

 그러시면서 상좌들에게 내리신 말씀!

“이, 나쁜 놈들아!  평생을 공부해도 깨칠까 말까한데...
 술마시고 들어오는 이것이 중노릇이더냐?”

한암 스님 진영.

 지난 일요일 오대산 적멸보궁을 참배하고 한암스님께서 주석하셨던 상원사에 다녀왔습니다.
조사전에 모셔둔 한암스님의 열반사진과 그 곁에  놓인 젊으실 때의 모습을 뵈면서

울컥 가슴에 서러움이 일어났던 것은 한암노스님의 손상좌이신 현해스님께 들은 이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한암노스님께서 쓰신 글을 하나 새로 찾아냈습니다. 당신의 일생을 손수 쓰신 내용인데,

제목이 ‘일생패궐一生敗闕’이었어요. ‘내 일생의 실패작‘이란 뜻입니다.”

앉은 채로 열반에 든 한암 스님의 모습. 

 일평생 산문밖을 나오시지 않고 그렇듯 엄하게 계율을 지니시고 철저하게 수행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말년에 ‘일생을 실패했노라’는 글을 남기셨던 대선사 한암스님의 삶 앞에서

숙연함을 넘어서 한없는 슬픔같은 것이 일어납니다.

 명색이 불자라고 내세우면서도,
‘수행하자’라고 무수히 부르짖으면서도
 곁에 있는 인연조차 사랑으로 보듬지 못하고 분별을 일삼아 상처를 입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보는 일에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정진에 절박함을 잊은 채 적당히 세월을 보내며,

매사에 정밀하지 못한 채 탐진치 굴레속을  끝없이 윤회하고 있는 제게 한암스님께선 이렇게

꾸짖는 듯 하십니다.
 
 “평생을 공부해도 깨칠까 말까한데...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노릇이더냐?”(글/승진행)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Stamatis Spanoudakis-Absences

[이무심이]

오래전에 가보았던 오대산이 오버랩되어 잠시 잠겨봅니다. 좋은자료 고맙습니다. ^^*

[모이]

승진행님이 불교방송일을 하나바여 그래서 좋은글을 마니 올리더라구여 ...나무아미타불

[안종일]

저도 오대산 월정사를 가보았습니다. 인터넷에 등록을 해두었더니 여름수련회 한다고 메일이 오늘 왔군요. 한암스님은 참으로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일제시대나 6.25때도 의연한 대처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압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