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 맨발로 걷기
- 안차애
뭘 하며 지내냐는 안부전화에, 친구는
어싱earthing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어 씽?
노래교실 같은 거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맨발로 흙길을 걸어 다니는 거란다
소화에도 좋고 피로회복에도 좋대
너처럼 음주飮酒형 인간에겐 더욱 좋을 거야
하긴,
지구는 46억 년 전부터 맨발로 걷는 중이었지
멈추면 끝장나거나 끝장날 때에야 멈추는
현재진행형 존재
지구는 쉬지 않고 걸었지
쉬지 않고 돌았지
쉴 새 없이 낳고 철썩철썩 엉덩짝께나 두들기며 키웠지
걸으면서 울고 콜록거리고 뿌옇게 마스크를 쓴 채 앓았지
길을 걸었지 누군가 곁에 있다고 느꼈을 때, 라는 옛 가수의 노랫말도 있지만
누군가 곁에 없어도, 걷다보면
곁이 열리고 곁이 스며들고 곁이 웃고, 끝없이 맨발로 걷기
콩벌레처럼 같이 굴러온 거야
곁을 진행형명사라 말해도 될까
지문에 지문을 포개고
물기에 습도를 맞추고
서로의 알갱이와 알갱이를 페로몬처럼 교환했지
모르는 곁과 얼굴 없는 곁이 길이 될 때까지
걷는 자를 곁인 자라고 해도 될까
곁의 리듬, 곁의 체온, 곁의 호흡에 올라타는 자를
오늘의 음유시인이라고 불러도 될까
쉼 없는 맨발의 진행형으로
내가 곁일 때 너의 길 위에서,
ㅡ계간 《시와 경계》(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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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섬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무엇엔가에 얽매여 제자리걸음만 하며 외로워하는 게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람은 '곁'에 누군가를 두려고 합니다
그게 부모일 수도 있고 형제자매일 친구나 애인일 수도 배우자일 수도 있습니다
수년전부터 유행이 되고 있는 '맨발걷기'는 지구를 곁에 두려고 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맨땅을 맨발로 걸음으로써 지구의 기운을 발바닥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단순하게 건강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으로
지구의 리듬, 지구의 체온, 지구의 호흡에 까지 마음이 가 닿지는 않은 듯합니다
'곁을 준다'는 말은 서로의 알갱이와 알갱이를 교환할 수 있을 때 쓸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는 무엇이 현재진행으로 남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