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김미령 셰프 경동시장 '안동집'평일에도 늘어서는 긴 줄 국수 먹으러 왔어요 엄청난 미식 아니지만 '푸근함' 넘치는 국수 콩가루 사용한 면, 마늘 양념장 속 풀리는 맛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해장으로 ‘딱’이다. 콩을 넣어 고소한 면발과 한우 사골로 우려낸 육수가 속을 감싼다. 이후 새콤한 겉절이를 먹어주면 입이 다시 깔끔해지는 무한 루프(?)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구성이 푸근하다. 1.5인분 정도인 국수량에 기장밥 반공기도 나온다. 고추와 다진 마늘 양념도 있다. 이 모든 게 8000원이다. 미각에 엄청난 기대가 없다면 푸근한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면서 출연 셰프의 업장들도 화제다. 한식에선 ‘이모카세 1호’ 별칭을 쓴 흑수저 김미령 셰프가 유일하게 최후의 8인에 드는 성과를 냈다. 김 셰프는 방송에서 각종 한식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면서 눈길을 모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김 셰프가 만든 요리들이 올라오는 등 여러 시청 후기가 나왔다.
김 셰프는 현재 경동시장에서 ‘안동집 손칼국수’를 운영 중이다. 지난 한글날 휴일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늘어서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기자도 직접 이모카세의 손맛을 느껴보기 위해 웨이팅에 도전해 봤다. 점심시간대가 지나 비교적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평일 오후 3시에 방문했지만 착각이었다. 이날도 50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메인 요리가 국수인지라 회전율은 빨랐다.
매장은 주방을 바 형태의 좌석이 감싼 형태다. 이곳에서 국수를 삶거나 수육을 써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안타깝게 이날 오후 김 셰프는 개인 일정으로 매장에 없었다. 40분 정도를 기다려 드디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메뉴는 간단하다. 손국수, 비빔밥, 배추 전, 부추전 8000원, 수육이 1만 2000원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터라 대표 메뉴인 손국수만 주문해 봤다.
일반 칼국수와의 큰 차이점은 면발이다. 안동집은 밀가루 면발이 아닌 면 반죽의 40%를 콩가루로 사용한다. 이 덕분에 면이 부드럽고 국물에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여기에 얼갈이배추를 고명으로 넣어주는데 면을 배추와 같이 먹는 식감과 맛이 일품이다. 물론 콩을 넣은 면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다. 부드럽다는 것은 그만큼 툭툭 잘 끊어진다는 얘기다.
양념도 독특한 부분이다. 다진 마늘을 추가로 주는데 함께 넣으면 알싸하면서 깊은 맛이 더욱 배가된다.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먹고 나면 가장 생각이 나게 한다. 면을 다 먹으면 기장밥을 말아먹으면 된다. 이때 겉절이 김치를 곁들이면 국물 한 사발을 국물까지 싹 비우게 된다.
흑백요리사 같은 엄청난 ‘미식’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기 좋은 시장 손칼국수 맛이다. 손국수는 일반 손칼국수와 달라 궁금하다면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사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는 장소가 주는 분위기다. 배추를 뒤집는 이모님들의 테크닉을 직접 직관할 수 있다. 허름한 듯 정겨운 모습에 잠시 바빴던 일상도 풀어지는 듯하다.
손칼국수는 지금의 김 셰프를 만든 인생 음식이다. 김 셰프가 어릴 적 어머니는 남편의 사업 부도와 건강 악화로 국수 장사에 나섰다. 이후 어머니까지 건강이 나빠지면서 김 셰프가 대신 국수 장사를 이어받아 생계를 도맡게 됐다. 이후 식당을 키워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손칼국수에는 이런 서사가 녹아있다. 손님들이 안동집에서 더 푸근함을 느끼는 이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