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대폰 문자를 보낼 줄 몰라 전화번호부 목록도 저장되어 있질 않다. 가족들만 1번부터 10번까지 단축키로 저장되어 살려 쓰고 있다. 유월 셋째 주 토요일이었다. 휴무가 아닌 근무였기에 수업을 두 시간 들어갔다. 토요일 수업을 진행한 반은 다른 요일과 달리 같은 반이다. 2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내 휴대전화에 부재 중 전화가 한 통 와 있었다. 예감에 어느 선배가 한 전화지 싶었다.
쉬는 시간을 틈 타 전화를 넣어보니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도교육청에 전문직으로 있는 선배였다. 올봄 한국교원대학에 올라가 교장자격 연수를 마쳐 놓은 분이었다. 전문직은 주 5일 근무가 정착되어 쉬는 날이었다. 내가 속한 자생연구단체에서 두 달에 한 번씩 갖는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번 4월 모임은 밀양 수산초등학교에서 가졌고 이번은 통영교육지원청에서 갖기로 되어 있었다.
모임 구성원들 대부분 전문직이나 학교 관리자고 나처럼 평교사는 아주 드물다. 회장은 도교육청 직할사업소 원장으로 있는 분이고 이번 모임을 갖는 통영도 교육 수장이 회원으로 있는 곳이다. 내가 운전을 못하는 줄 아는 선배는 나와 동행해 가자고 온 전화였다. 사실 나는 길이 멀다는 구실로 모임에 나가질 않고 어디 산행이나 다녀올 요량이었다.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고 마음을 바꾸었다.
오전 근무 후 곧바로 집으로 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후 선배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나갔다. 선배가 운전을 하질 않고 도교육청 전문직으로 있는 후배 회원이 차를 몰아왔다. 창원을 벗어나기 전에 교장으로 퇴직한 원로 회원 한 분을 더 모셔 네 사람이 동승했다. 우리는 마창대교를 가로질러 통영 방면으로 빠졌다. 운전대를 잡은 후배는 고속도로로 올리질 않고 국도를 달려 고성을 지났다.
통영을 앞둔 휴게소에 잠시 들려 쉬어갔다. 잔잔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학섬휴게소였다. 그 무렵 선배 휴대폰에 먼저 모인 회원으로부터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오후 세 시가 지나고 있어 우리 일행이 조금 늦은 편이었다. 통영교육지원청은 시내 청사를 이전해 통영 관문인 죽림매립지에 있었다. 광도면에서 가까운 죽림은 해변을 매립하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교육지원청 청사는 아파트 단지 속에 있었다. 교육장으로 있는 선배는 아주 소탈한 분이었다. 자신이 교육 수장으로 있었지만 다과 준비도 직원들 손을 일절 빌리질 않았다. 우리 회원들이 삼삼오오 차리고 정리했다. 먼저 온 회원들이 우리를 가다리다 소회의실에서 정기모임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종전에는 아주 빡빡한 독서발표회를 자져오다 근래는 좀 느슨한 친목행사 위주로 시간을 보냈다.
이번 모임부터 집행부에서 별도의 토론을 기획했다. 모임 때마다 주제를 달리한 프로그램이 미리 제시되었다. 최근 학교현장 화두로 오른 ‘컨설팅 장학’이 토론주제였다. 도교육청 전문직으로 있는 선배와 교감자격연수를 받는 후배가 발제를 하고 몇몇 회원들의 질의토론이 이어졌다. 진주에서 밀양에서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온 회원들의 열정이 그대로 담아졌다. 영양가 높은 시간을 보냈다.
1부 행사는 토론회고 2부 행사는 친선배구였다. 교육지원청 청사에서 멀지 않은 죽림초등학교로 이동했다. 지난해까지 그곳 학교 근무하다 올봄 다른 학교로 옮겨간 후배가 학교 사정을 알았다. 홀짝 기수별로 편을 나누어 배구를 했다. 나는 워낙 운동 감각이 둔하기에 금 밖에서 구경만 했다. 그 학교에 근무하는 대학 동기를 만나 반가웠다. 지난해 자격연수를 받아놓고 승진을 앞둔 동기였다.
배구를 마친 뒤 3부 행사는 식사자리였다. 매립지 해안가로 나가니 횟집이 있었다. 이십여 명 회원들이 앉기로 예약된 지리였다. 밑반찬으로 장어를 쪄서 내고 멍게와 해삼이 먼저 나왔다. 생선회를 안주하여 소주를 몇 순배 돌렸다. 운전을 해야 할 분들은 비주류를 자청했다. 볼락구이가 맛깔스러웠다. 창원으로 돌아올 땐 교육장으로 있는 선배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해 세상사 얘기를 좀 나누었다. 1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