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 Elements and 9 Standards of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는 효과적 의사소통, 창의적 문제해결, 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영역들에 두루 적용되는 복합적인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그 근간에 있어서는 하나의 공통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적인 뿌리의 핵심에는“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9기준” 이 놓여 있으며, 이 9요소와 9기준이 비판적 사고 능력 계발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이론의 틀위에서 비판적 사고의 적용 영역을 꾸준히 넓혀 온 리차드 폴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길은 ‘메타인지’ 의 영역에서 좋은 사고의 모형이나 기준을 참조하여 그것을 증진시키는 것을 의식적으로 목표하는 것을 통해서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 비판적사고는 어떤 주제나 내용 또는 문제에 관한 사고의 양태이다. 그 속에서 사고 속에 내재한 구조들을 숙련시키고 그것들에 지적 기준을 부과함으로써 자신의 사고의 질을 증진시킨다.”1)
폴이 여기서 말하고 있는 사고의 양태 내지 구조가 바로 사고의 9요소이고, 지적 기준이 바로 사고의 9기준인 것이다.
1) Paul, R., Fisher, A. and Nosich, G. (1993) Workshop on Critical Thinking Strategies. Foundation for Critical Thinking, Sonoma State University, CA. p.4.
예컨대, 의사소통을 할 때, 의사 제공자와 수용자가 서로서로 의사소통의 목적이 무엇인지, 현안 문제(논제)가 무엇인지, 결론(주장)이 무엇인지, 전제(근거)가 무엇이고 숨은 전제가 없는지, 중심 개념 이 무엇인지, 사용되고 있는 경험적 정보가 무엇이고 논의를 위해 도입되어야 할 경험적 정보가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함축(귀결)이 무엇인지, 논의의 관점이 무엇인지, 논의의 맥락이 무엇인지(사고의 9요소) 등을 고려하여 의사를 제공하고 수용한다면, 더욱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의사가 분명하고 정확하고 명료한지, 적절하고 중요하고 논리적인지, 심층적이고 다각적이고 충분한 것인지(사고의 9기준)를 반성적으로 음미하며 의사를 제공하고 수용한다면,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비판적 사고의 9요소에 집중함으로써, 순전히 연상적이고 미숙련된 사고로부터 개념화되고 조직화된 사고로 보다 용이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9요소들은 함께 작용하면서, 사고를 모양짓고 또 이성의 사용을 위한 일반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이 요소들이 효과적 의사소통, 창의적 문제해결, 합리적 의사결정 등에 필요한 사고력의 주요 핵심을 이루며, 이 사고의 9요소들을 9가지의 적절한 보편적인 지적 기준들에 맞춰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이 바로 훌륭한 비판적 사고 능력인 것이다.
이제 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9기준을 하나씩 보다 더 상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Ⅰ. 비판적 사고의 9요소
사고의 9요소
문제 (question at issue)
결론 (conclusion)
목적 (purpose)
개념 (concept)
전제 (presupposition)
관점 (point of view)
정보 (information)
함축(implication)
맥락 (context)
“비판적 사고의 9요소들”은 위 표와 같다.
이 9개의 요소를 한꺼번에 고려하면 번잡하므로 위의 요소들을 유사한 성격의 요소끼리 3개씩 묶어 다음과 같 은 우선 순위에 따라 단계별로 살펴보자.
- 1. 논증의 단계 : 결론, 전제, 함축 - 2. 분석의 단계 : 문제, 개념, 정보 - 3. 변증의 단계 : 목적, 관점, 맥락
각 단계는 비판적 사고의 3범주인 분석, 논증, 변증에 상응한다.
즉, 문제, 개념, 정보는 분석에 상응하며,
결론, 전제, 함축은 논증에 상응하며,
목적, 관점, 맥락은 변증에 상응한다.
분석적 사고가 논증적 사고보다는 더 기초적인 사고이기는 하지만, 논증적 사고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고이므로 논증적 사고를 먼저 다루기로 하자.
1. 논증의 단계
논증의 단계에서 꼭 생각해야 할 사고의 요소들은 결론, 전제, 함축의 3개이다. 여기서는 글을 읽거나 쓸 때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하기로 하자.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읽기나 쓰기와 같은 의사소통 맥락이 아닌 문제 해결, 의사 결정의 맥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1) 결론(conclusion)과 추론(inference)
논증은 전제와 결론으로 구성되는데, 결론은 보통 주장의 역할을 하며 전제는 그 주장에 대한 정당화 근거의 역할을 한다. 글 속에 암묵적으로 내포되어있는 함축과는 달리 결론은 보통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추론의 결과로 결론이 얻어진다. 추론은 전제로부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 단계들을 밟는 과정이다 : “이것이 그러하기 때문에 저것 또한 그렇다(혹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또는“이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저것이다.”결국, 추론은 논증과 마찬가지로 전제와 결론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추론에서 결론은 주장의 역할을 하며, 전제(premise)는 그 주장에 대한 정당화의 근거가 된다.2)
추론에 있는“결함”은 우리가 하는 사고에 있어 문제발생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추론/결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하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 추론이 건전한가? 어떤 경우에 추론은 합당하고 적절한 추론의 기준들을 만족시키는가? 여러분이 하고 있는 추론은 정당화 가능한가? 여러분이 이끌어낸 결론은 분명한가?
여러분은 심도있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가 아니면 사소하고 피상적인 결론에 집착하고 있는가?
여러분이 이끌어낸 결론은 일관적인가?
예 :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나쁜 제도이다. <= 추론
=> 결론(주장) : 민주주의는 나쁜 제도이다. => (명시적) 전제 :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는 제도이다. => (생략된) 전제 :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는 제도는 나쁜 제도이다.
2) 일반적으로 추론과 논증을 같은 것으로 생각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생각 속에서 진행된 추론이 일상언어로 표현되면 그것이 논증이 된다. 즉, 추론은 심리적 활동이나 논증은 일상언어적 활동이다. 그리고 추론은 보통 전제로부터 결론의 방향으로 진행되나, 논증은 보통 결론(주장)으로부터 전제(정당화 근거)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2) 전제(presupposition, premise), 가정(assumption)
모든 사고는 어디에선가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고 어떤 출발점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학자들은 “가정”(assumptions)이나“전제”(presuppositions)라고 부른다. 이 가정이나 전제에 결함이 있다면 여러분의 사고에도 그 결함이 이어진다. 따라서 글을 읽거나 쓸 때, 여러분이 적절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전제를 인식하고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한다.
전제는 분명하게 진술될 수도 있고 불분명하게 진술될 수도 있고 생략될 수도 있다. 분명하게 진술된 전제를 ‘명시적 전제’, 불분명하게 진술된 전제를 ‘암묵적 전제’ 혹은 ‘숨은 전제’, 너무 자명하다고 생각하여 생략한 전제를 ‘생략된 전제’ 라고 부른다.
‘ 생략된 전제’ 는 간략하게 ‘전제’ 라고도 불리며, 보통 전제 찾기 문제에서 찾는 전제는 ‘명시적 전제’ 가 아니라 ‘생략된 전제’ 또는 ‘숨은 전제’ 이다. 전제는, 그것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생략되어 있든, 정당화 가능할 수도 있고 정당화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전제는 핵심적일 수도 있고 관계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관적일 수도 있고 모순적일 수도 있다.
예 : 철수는 미국에서 1년 간 살다 왔으니 영어를 잘할거야. => (생략된) 전제 : 미국에서 1년 간 살다온 사람은 대부분 영어를 잘한다. => (명시적) 전제 : 철수는 미국에서 살다 왔다. => 결론 : 철수는 영어를 잘할 것이다.
(3) 함축(implication)과 귀결(consequence)
결론이 보통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남에 반해, 함축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3)
함축은 글 속에 암묵적으로 내포되어 있으므로, 독자가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 글의 행간을 읽으라는 것도 바로 함축을 생각하라는 말인 것이다.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사고를 멈추든 상관없이 사고는 언제나 더 나아간 함축과 귀결을 갖게 될 것이다.4)
사고가 전개되어감에 따라, 어떤 함축들이 사고로부터 논리적으로 따라 나올 것이다. 우리가 하는 사고의 함축 또는 귀결에 포함되어 있는“결함”은 문제발생의 원천이 될 수가 있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때 우리는 사고의 함축과 귀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는 함축을 추리해내는 적절한 기준들과 사고가 그런 기준들을 만족시키는 정도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들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고의 함축들을 밝혀냄에 있어 우리는 과연 의미있고 현실적인 함축들을 밝혀냈는가? 아니면 중요하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함축들에 갇혀 있는가? 필자는 그의 견해에서 나오는 함축들을 충분히 분명하고 명료하게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언명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하여야 할 점은 함축이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므로 함축이 분명한가 또는 명료한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암시적 또는 우회적으로 표현된 것 또한 분명함/애매성과 명료성/모호성의 여부를 따질 수 있다.
예 : (박찬호 선수에게“이번 한국 시리즈는 현대팀과 SK팀 중 어느 팀이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기지요. => 함축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요. (사적인 비밀 얘기를 하면서) 지금 창문이 열려 있다. => 함축 : 목소리가 크면 남이 들을 수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함축 : 아무도 안 듣는 데서라도 말조심해야 한다.
3) 여러분수준에서는 함축을 ‘생략된 결론’ 이라고 생각하여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생략된 결론’ 은 모든 전제가 대부분 구비된 상태에서 결론만 생략되어 그 추론의 골격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경우를 말하나, 함축은 결론뿐 아니라 전제들도 많이 생략되어 그 추론의 골격를 쉽게 잡아낼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함축’을 명시적 결론까지도 포괄하는 넓은 외연을 갖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4)‘ 함축’ 과 ‘귀결’ 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용어이다.“ A가 B를 함축한다”는 것은 “B가 A의 귀결이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A의 함축은 B이다”라는 말과“A의 귀결은 B이다”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2. 분석의 단계
분석의 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고의 요소는 현안문제, 개념, 정보의 3가지이다.
(1) 현안 문제(question at issue), 풀어야 할 문제(problem to solve)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려고 할 때마다, 거기에는 적어도 하나의 현안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쓰는 일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현안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식화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때 주목해야 할 것은 문제가 분명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정식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언급하고 있는 문제가 중요한 것인지, 대답될 만한 것인지, 여러분이 문제해결을 위한 요건들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 개념(concept) : 사고의 개념적 차원 모든 비판적 사고에는 어떤 개념(concept)이 사용된다. 이런 개념들은 우리의 사고 속에 암묵적으로 들어있는 어떤 이론과 원리(principles), 공리(axioms) 그리고 규칙(rules)을 포함한다.
사고에 사용된 개념에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는 곧 사고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론과 규칙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충분한지 피상적인지 반성해야만 한다.
여러분이 사고과정에서 사용하는 개념은 분명한 것인가? 여러분이 사용한 개념은 현안 문제에 적절한가? 여러분이 사용한 원리는 여러분의 관점에 경도되어 있지는 않은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3) 정보(information) : 사고의 경험적 차원 비판적 사고를 할 때면, 거기에는 생각의 대상이되는 ‘자료들’ 이 있다. 그것은 곧 사고가 근거하는 경험, 증거, 관찰 내용 등이다. 이러한 경험적 자료들이 부적절하거나 잘못되었을 때, 여러분의 사고도 잘못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사고에 필요한 경험적 자료들이 적절하게 제공되었는지, 그리고 그 자료들이 분명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자료는 적절한가? 그 정보는 여러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가? 그것은 일관되게 적용되었는가 아니면 여러분이 자신의 관점에 맞게 왜곡하였는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3. 변증의 단계
변증의 단계란, 하고 있는 생각이 너무 틀에 박혀있다는 느낌이 들 때 요구되는 사고의 단계이다.
변증의 단계에서는 목적, 관점, 맥락이라는 사고의 3요소들을 추가적으로 이해하고 사고활동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 목적(purpose), 목표(goal)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또는 어떤 필요를 채우기 위한 어떤 목표를 향해 사고한다. 훌륭한 사고가 되지 못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는 사고의 목표가 적당하지 않다는 데에 있는 경우이다. 가령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든가 다른 목표와 모순적이라든가 또는 목표가 어떤 방식으로 혼란되고 뒤섞여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 사고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목표가 중요하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할 때나 남의 생각을 이해할 때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반드시 적절한 지적 기준들에 맞게 목적 차원을 잘 다루고 있는지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을 검토하는 물음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
여러분의 목적은 분명한가? 여러분이 밝힌 목적은 중요한가 아니면 사소한가, 그것도 아니면 그 사이의 어떤 중간치인가? 여러분이 밝힌 목적은 현실적인가? 그것은 성취 가능한 목표인가?
여러분의 전체적인 목표는 그 글의 큰 틀의 진행과정 속에 녹아 있는가? 그 목표는 바뀌고 있는가 아니면 계속적으로 일관적으로 유지되는가? 여러분은 모순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2) 관점(point of view), 준거틀(frame of reference), 지평(perspective) 사고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관점이나 준거틀 내에서 사고한다. 관점이나 준거틀에서 드러나는 어떠한 결함도 사고에 있어서 문젯거리의 가능한 원천이다. 관점이 너무 좁고 편협한 것일 수도 있고, 잘못되었거나 오도된 유비 혹은 은유에 기반해 있을 수도 있고, 모순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또 관점이 제한되어 있거나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여러분의 사고는 관점과 관련하여 상당한 정도로 적절한 기준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여러분의 관점은 넓고 유연하고 공정할 수도 있으며, 여러분의 관점이 분명하게 진술되고 일관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분이 언제 기준들을 만족시켰고, 언제 만족시키지 못했는지 모두 지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맥락(context), 배경(background) 맥락과 관련하여 고려할 사항들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지금 창문이 열려있다”는 말은 맥락에 따라“우리가 하는 말을 남들이 들을 수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날씨가 서늘하니 창문을 닫으라”는 말일 수도 있다. 특히 글쓰기에서는 독자와 같은 요소들이 맥락의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된다.
Ⅱ. 비판적 사고의 9기준
비판적 사고의 요소들과 함께 우리는 비판적 사고의 기준들도 알아야 한다.
사고의 요소들과 사고의 기준들은 어떻게 다른가? 사고의 요소들은, 생각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것, 즉 내용적인 측면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쉽다. 한편 사고의 기준들은, 그러한 내용들이 어떠해야 하는가, 즉 내용들이 어떤 모습을 띠어야 더 좋고 더 나은가 하는 것을 가리킨다. 달리 말해서 좀더 형식적인 요소라고 해도 되고, 혹은 생각의 평가기준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정리하자면 사고의 요소는“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에서의 그‘무엇’에 해당되고, 사고의 기준은“그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서의 그 ‘어떻게’ 에 해당된다. 여러분이 알아야 할 사고의 9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 9가지 기준들도 너무 많아 번잡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역시 논증의 단계, 분석의 단계, 변증의 단계에 의거하여 각각 우선 순위별로 3개씩을 골라내 살펴보자.
분석의 단계가 논증의 단계보다는 더 기초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논증의 단계가 가장 중심적인 뼈대의 역할을 하는 단계이므로 논증의 단계를 먼저 다루기로 하자.
- 1. 논증의 단계 : 적절성, 중요성, 논리성 - 2. 분석의 단계 : 분명함, 정확성, 명료성 - 3. 변증의 단계 : 다각성, 심층성, 충분함
1. 논증의 단계
논증의 단계에서는 전제와 결론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즉, 좋은 논증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와 결론의 관계는 적절해야 하며, 중요한 연결고리로 맺어져 있어야 하며, 또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증에 있어 적절성과 중요성과 논리성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인인 것이다.
(1) 적절성(relevance) 진술이 적절하다는 것은 그 진술이 현안 문제 거리와 잘 관련되어 있고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적절하게 사고하는 것은 논점이 일탈되지 않고 제 궤도에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적절하지 못한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윤리)한 과목을 위해 토· 일요일만 빼고는 하루에 1시간씩 매일 꼬박 투자를 하였는데, 점수가 80점이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점수를 주는 선생님은 학생이 그 과목 공부에 몇 시간을 투자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시험이나 과제물 등 학생이 제공한 결과물의 질을 평가하여 점수를 부과할 뿐이다. 따라서 점수와 그 과목 공부에 투여한 시간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보다 적절한 진술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윤리)한 과목을 위해 토·일요일만 빼고는 하루에 1시간씩 매일 꼬박 투자를 하였는데, 점수가 80점이나왔다는 것은 내가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 중요성(importance, significance) 우리가 어떤 쟁점과 관련하여 사고할 때, 우리는 사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가장 중요한 개념들을 고려하려고 한다. 여러 개념들이 문제에 적절하다고 해서 그 개념들이 모두 똑같은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그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훌륭한 사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리고 종종 우리는 문제를 피상적인 견지에서만 생각함으로써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3) 논리성(logicalness) 우리가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 우리는 다양한 사고들을 어떤 질서에 맞게 정리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결합된 사고들이 상호 지지하고 있으며 결합을 통해 유의미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그 사고의 결합이 상호 지지하고 있지 않고 모순적일 때, 혹은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때, 그 사고는 논리적이지 않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상반되는 믿음들을 종종 지니고 있어, 인간 생활과 사고에 있어 비일관성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2. 분석의 단계
(1) 분명함(clarity) 분명함은 9가지 기준들 중에서 가장 본원적인 기준으로 애매성(ambiguity)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진술이 분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이 정확한지, 명료한지, 적절한지 조차도 결정할 수 없다. 어떤 진술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 막연하여 이해하기 어렵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가령, “한국의 교육제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은 불분명하다. 이러한 질문은 너무 막연하여 무엇을 묻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보다 분명한 질문의 한 예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 학생들에게는 직업적 업무와 일상생활에서의 의사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텐데, 학생들에게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철수는 나의 숭배자이다”,“ 복지 제도는 썩어가고 있다”와 같은 진술들도 분명하지 못한 예들이 될 수있다. 그것은 철수가 내가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말인지 철수가 나를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말인지 불분명하고, 또 복지 제도 자체가 개악이 되고 있다는 것인지 복지 제도의 운용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인지(또는 둘 다 잘못되고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정확성(accuracy) 정확하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실제에 맞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거짓이 아니고 맞는 말이라는 뜻이다. 분명하기는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 대부분의 개들은 150Kg이 넘게 나간다.”
이 진술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는 있으나, 참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기술을 제대로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3) 명료성(precision) 명료성은 모호성(vagueness)의 반대 개념으로, 명료하다는 것은 어떤 진술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하고 정확하기는 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진술의 예는다음과 같다.
“ 철구는과체중이다.”
이진술에는 과체중의 정도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항상 명료한 진술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친구와 헤어질 때,“ 곧 또 만나자”라고 말한다. 이 말은, 불명료한 진술임에 틀림없으나, 불명 료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적절히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3. 변증의 단계
(1) 다각성(breadth, 폭넓음) 어떤 사고는 폭넓지 못할 수가 있는데, 가령, 문제가 지니고 있는 한 가지 면에 대한 깊은 통찰만 보여주는 보수적 관점이나 진보적 관점에서 나온 논변이 그러하다. 우리가 적절한 모든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할 때, 우리는 넓게(다각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대안적인 견해를 생각해보고, 반대 입장에 서보는 것이 넓게 사고하는 것이다. 넓은 사고를 방해하는 것은 제한된 교육, 자기가 속한 집단이 본래적으로 우월하다는 편견, 자연적인 이기심, 자기기만, 지적 오만 등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서 성차별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때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깊이 따지는 것은 폭넓지 못한 사고를 보여주는 예가 된다. 반대로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그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관점, 혹은 기타의 여러 관점들에서 다양하게 논의하면 폭넓은 사고를 하는 것이 된다.
(2) 심층성(depth, 깊이) 깊이(심도 있게) 사고한다는 것은 쟁점이나 문젯거리를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표피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 그 안에 내재된 복잡성을 파악해내고 지적으로 책임 있는 신중한 방식으로 그 복잡성을 다룬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는 깊이를 결여한 경우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청소년들의 흡연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물었을 때, 여러분이 그저“담배를 피워서는 절대 안 된다고 청소년들에게 주지시켜야지요.”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슬로건은 분명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고 적절하다. 하지만, 그것은 복잡한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깊이를 결여한 것이다. 왜냐하면 청소년 흡연 문제는 사회적, 교육적, 의학적 측면, 예컨대 입시로 인한 청소년 스트레스 해소문제 및 흡연의 중독성의 문제 등등이 고려됨으로써 깊이 있게 다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충분함(enough, sufficiency, completeness) 우리가 어떤 쟁점과 관련하여 사고할 때, 쟁점과 관련된 필요한 사항들을 목적과 요구에 적절하도록 철저히 고려하였는가? 어떤 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고가 그 문제를 목적에 충실하도록 철저히 추리했을때, 그리고 필요한 요소들을 적절히 모두 다 고려했을 때,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사고는 영역 전이적인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맥락에서는 영역 전이적인 사고에까지 이르러야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사고를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사고가 정당화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위의 9가지 지적 기준들이 모두 만족될 때 우리는 정당화 가능성의 기준을 만족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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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의 9요소를 이용한 공학적 사례 분석
사례 1 :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 (한송엽,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교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지구상에는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태양에너지, 수력에너지, 풍력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등 많은 종류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에너지가 전부 균형 있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의 편리성과 경제성 때문에 현재는 화석연료인 석유와 원자력연료인 우라늄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인구의 급증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여 오늘날 지구상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석유의 사용은 많은 CO2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이에 따른 기상이변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유럽의 폭염, 북극 빙하의 해빙, 우리나라의 폭우 등이 그 사례들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석유자원의 유한성과 편재성이다. 현재의 속도로 석유를 사용하면 석유자원은 앞으로 50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리고 석유자원은 중동, 미국 등 몇개국에 편재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 간의 정치적,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고 때로는 석유가격이 급등하여 세계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다. ’70년대 초의 석유파동과 끊이지 않는 중동 분쟁은 좋은 사례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여 석유의 사용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의 바람직한 특성은 환경 공해가 적고, 가채 량이 풍부하며, 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에너지로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이 있다.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1시간에 지구에 입사하는 에너지의 양이 현재 전 세계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태양광 에너지는 태양전지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어 사용되는데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 약 60만km2의 수광 면적이 필요하다. 각국별로 수광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사막을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 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에너지 생산가격이 현재의 상용 에너지보다 비싸다는 결점이 있다.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 석유자원의 유한성과 지구온난화 효과가 초래할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은 필연적이다. 인류의 영원한 생존을 위하여 UN이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선진국이 공동으로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에너지를 전 세계가 합리적으로 나누어 이용할 때 국가 간에 에너지로 인한 분쟁이 줄고 인류의 삶이 향상될 것이다.
(1) 이 지문의 주요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가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공해가 적고 자원이 풍부하며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2) 핵심 질문들은 무엇인가? 석유의 가채 량이 정말로 50년인가?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의 새로운 에너지는 공해가 적은가? 새로운 에너지의 가격은 상용에너지 가격의 몇 배나 되는가? 태양광, 태양열 에너지는 구름이 끼거나 야간에는 이용할 수 없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3) 이 지문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석유의 가채 매장량이 50년이다. 석유는 온실가스를 발생한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에너지는 공해가 적다.
(4) 핵심 결론은 무엇인가? 신 에너지의 개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불가결의 문제이다.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사막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협력하여 신에너지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발생된 전기에너지를 각 나라가 적절한 비율로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
(5) 이 지문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지구온난화가 생기는 원인, 중동지역의 정치적 분쟁 원인, 태양광에너지의 이용 방법, 태양열에너지의 이용 방법, 풍력에너지의 이용 방법
(6) 저자의 사고에 깔려있는 중요 가정은 무엇인가? 석유의 가채 매장량이 50년 이내에 고갈된다. 석유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CO2 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여 인류의 종말을 가져 올 수도 있다.
(7) 이 추론의 중요 함축은 무엇인가? 석탄이나 천연가스의 사용도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 우라늄의 이용도 지구에 방사능 오염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에너지의 사용을 줄여 나가야한다.
(8) 이 지문의 주요 관점은 무엇인가?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세계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에너지문제를 해결하자. 에너토피아가 건설되면 인류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국가 간의 분쟁도 줄어들 것이다.
(9) 이 지문의 맥락은 무엇인가? 국가 간에 에너지로 인한 분쟁을 줄이고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에너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쓴 글이다.
기획 : 정상준 편집간사
대한토목학회
THE MAGAZINE OF THE KORE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The 9 Elements and 9 Standards of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는 효과적 의사소통, 창의적 문제해결, 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영역들에 두루 적용되는 복합적인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그 근간에 있어서는 하나의 공통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적인 뿌리의 핵심에는“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9기준” 이 놓여 있으며, 이 9요소와 9기준이 비판적 사고 능력 계발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이론의 틀위에서 비판적 사고의 적용 영역을 꾸준히 넓혀 온 리차드 폴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길은 ‘메타인지’ 의 영역에서 좋은 사고의 모형이나 기준을 참조하여 그것을 증진시키는 것을 의식적으로 목표하는 것을 통해서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 비판적사고는 어떤 주제나 내용 또는 문제에 관한 사고의 양태이다. 그 속에서 사고 속에 내재한 구조들을 숙련시키고 그것들에 지적 기준을 부과함으로써 자신의 사고의 질을 증진시킨다.”1)
폴이 여기서 말하고 있는 사고의 양태 내지 구조가 바로 사고의 9요소이고, 지적 기준이 바로 사고의 9기준인 것이다.
1) Paul, R., Fisher, A. and Nosich, G. (1993) Workshop on Critical Thinking Strategies. Foundation for Critical Thinking, Sonoma State University, CA. p.4.
예컨대, 의사소통을 할 때, 의사 제공자와 수용자가 서로서로 의사소통의 목적이 무엇인지, 현안 문제(논제)가 무엇인지, 결론(주장)이 무엇인지, 전제(근거)가 무엇이고 숨은 전제가 없는지, 중심 개념 이 무엇인지, 사용되고 있는 경험적 정보가 무엇이고 논의를 위해 도입되어야 할 경험적 정보가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함축(귀결)이 무엇인지, 논의의 관점이 무엇인지, 논의의 맥락이 무엇인지(사고의 9요소) 등을 고려하여 의사를 제공하고 수용한다면, 더욱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의사가 분명하고 정확하고 명료한지, 적절하고 중요하고 논리적인지, 심층적이고 다각적이고 충분한 것인지(사고의 9기준)를 반성적으로 음미하며 의사를 제공하고 수용한다면,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비판적 사고의 9요소에 집중함으로써, 순전히 연상적이고 미숙련된 사고로부터 개념화되고 조직화된 사고로 보다 용이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9요소들은 함께 작용하면서, 사고를 모양짓고 또 이성의 사용을 위한 일반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이 요소들이 효과적 의사소통, 창의적 문제해결, 합리적 의사결정 등에 필요한 사고력의 주요 핵심을 이루며, 이 사고의 9요소들을 9가지의 적절한 보편적인 지적 기준들에 맞춰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이 바로 훌륭한 비판적 사고 능력인 것이다.
이제 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9기준을 하나씩 보다 더 상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Ⅰ. 비판적 사고의 9요소
사고의 9요소
문제 (question at issue)
결론 (conclusion)
목적 (purpose)
개념 (concept)
전제 (presupposition)
관점 (point of view)
정보 (information)
함축(implication)
맥락 (context)
“비판적 사고의 9요소들”은 위 표와 같다.
이 9개의 요소를 한꺼번에 고려하면 번잡하므로 위의 요소들을 유사한 성격의 요소끼리 3개씩 묶어 다음과 같 은 우선 순위에 따라 단계별로 살펴보자.
- 1. 논증의 단계 : 결론, 전제, 함축 - 2. 분석의 단계 : 문제, 개념, 정보 - 3. 변증의 단계 : 목적, 관점, 맥락
각 단계는 비판적 사고의 3범주인 분석, 논증, 변증에 상응한다.
즉, 문제, 개념, 정보는 분석에 상응하며,
결론, 전제, 함축은 논증에 상응하며,
목적, 관점, 맥락은 변증에 상응한다.
분석적 사고가 논증적 사고보다는 더 기초적인 사고이기는 하지만, 논증적 사고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고이므로 논증적 사고를 먼저 다루기로 하자.
1. 논증의 단계
논증의 단계에서 꼭 생각해야 할 사고의 요소들은 결론, 전제, 함축의 3개이다. 여기서는 글을 읽거나 쓸 때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하기로 하자.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읽기나 쓰기와 같은 의사소통 맥락이 아닌 문제 해결, 의사 결정의 맥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1) 결론(conclusion)과 추론(inference)
논증은 전제와 결론으로 구성되는데, 결론은 보통 주장의 역할을 하며 전제는 그 주장에 대한 정당화 근거의 역할을 한다. 글 속에 암묵적으로 내포되어있는 함축과는 달리 결론은 보통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추론의 결과로 결론이 얻어진다. 추론은 전제로부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 단계들을 밟는 과정이다 : “이것이 그러하기 때문에 저것 또한 그렇다(혹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또는“이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저것이다.”결국, 추론은 논증과 마찬가지로 전제와 결론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추론에서 결론은 주장의 역할을 하며, 전제(premise)는 그 주장에 대한 정당화의 근거가 된다.2)
추론에 있는“결함”은 우리가 하는 사고에 있어 문제발생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추론/결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하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 추론이 건전한가? 어떤 경우에 추론은 합당하고 적절한 추론의 기준들을 만족시키는가? 여러분이 하고 있는 추론은 정당화 가능한가? 여러분이 이끌어낸 결론은 분명한가?
여러분은 심도있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가 아니면 사소하고 피상적인 결론에 집착하고 있는가?
여러분이 이끌어낸 결론은 일관적인가?
예 :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나쁜 제도이다. <= 추론
=> 결론(주장) : 민주주의는 나쁜 제도이다. => (명시적) 전제 :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는 제도이다. => (생략된) 전제 :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는 제도는 나쁜 제도이다.
2) 일반적으로 추론과 논증을 같은 것으로 생각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생각 속에서 진행된 추론이 일상언어로 표현되면 그것이 논증이 된다. 즉, 추론은 심리적 활동이나 논증은 일상언어적 활동이다. 그리고 추론은 보통 전제로부터 결론의 방향으로 진행되나, 논증은 보통 결론(주장)으로부터 전제(정당화 근거)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2) 전제(presupposition, premise), 가정(assumption)
모든 사고는 어디에선가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고 어떤 출발점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학자들은 “가정”(assumptions)이나“전제”(presuppositions)라고 부른다. 이 가정이나 전제에 결함이 있다면 여러분의 사고에도 그 결함이 이어진다. 따라서 글을 읽거나 쓸 때, 여러분이 적절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전제를 인식하고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한다.
전제는 분명하게 진술될 수도 있고 불분명하게 진술될 수도 있고 생략될 수도 있다. 분명하게 진술된 전제를 ‘명시적 전제’, 불분명하게 진술된 전제를 ‘암묵적 전제’ 혹은 ‘숨은 전제’, 너무 자명하다고 생각하여 생략한 전제를 ‘생략된 전제’ 라고 부른다.
‘ 생략된 전제’ 는 간략하게 ‘전제’ 라고도 불리며, 보통 전제 찾기 문제에서 찾는 전제는 ‘명시적 전제’ 가 아니라 ‘생략된 전제’ 또는 ‘숨은 전제’ 이다. 전제는, 그것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생략되어 있든, 정당화 가능할 수도 있고 정당화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전제는 핵심적일 수도 있고 관계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관적일 수도 있고 모순적일 수도 있다.
예 : 철수는 미국에서 1년 간 살다 왔으니 영어를 잘할거야. => (생략된) 전제 : 미국에서 1년 간 살다온 사람은 대부분 영어를 잘한다. => (명시적) 전제 : 철수는 미국에서 살다 왔다. => 결론 : 철수는 영어를 잘할 것이다.
(3) 함축(implication)과 귀결(consequence)
결론이 보통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남에 반해, 함축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3)
함축은 글 속에 암묵적으로 내포되어 있으므로, 독자가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 글의 행간을 읽으라는 것도 바로 함축을 생각하라는 말인 것이다.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사고를 멈추든 상관없이 사고는 언제나 더 나아간 함축과 귀결을 갖게 될 것이다.4)
사고가 전개되어감에 따라, 어떤 함축들이 사고로부터 논리적으로 따라 나올 것이다. 우리가 하는 사고의 함축 또는 귀결에 포함되어 있는“결함”은 문제발생의 원천이 될 수가 있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때 우리는 사고의 함축과 귀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는 함축을 추리해내는 적절한 기준들과 사고가 그런 기준들을 만족시키는 정도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들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고의 함축들을 밝혀냄에 있어 우리는 과연 의미있고 현실적인 함축들을 밝혀냈는가? 아니면 중요하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함축들에 갇혀 있는가? 필자는 그의 견해에서 나오는 함축들을 충분히 분명하고 명료하게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언명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하여야 할 점은 함축이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므로 함축이 분명한가 또는 명료한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암시적 또는 우회적으로 표현된 것 또한 분명함/애매성과 명료성/모호성의 여부를 따질 수 있다.
예 : (박찬호 선수에게“이번 한국 시리즈는 현대팀과 SK팀 중 어느 팀이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기지요. => 함축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요. (사적인 비밀 얘기를 하면서) 지금 창문이 열려 있다. => 함축 : 목소리가 크면 남이 들을 수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함축 : 아무도 안 듣는 데서라도 말조심해야 한다.
3) 여러분수준에서는 함축을 ‘생략된 결론’ 이라고 생각하여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생략된 결론’ 은 모든 전제가 대부분 구비된 상태에서 결론만 생략되어 그 추론의 골격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경우를 말하나, 함축은 결론뿐 아니라 전제들도 많이 생략되어 그 추론의 골격를 쉽게 잡아낼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함축’을 명시적 결론까지도 포괄하는 넓은 외연을 갖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4)‘ 함축’ 과 ‘귀결’ 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용어이다.“ A가 B를 함축한다”는 것은 “B가 A의 귀결이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A의 함축은 B이다”라는 말과“A의 귀결은 B이다”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2. 분석의 단계
분석의 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고의 요소는 현안문제, 개념, 정보의 3가지이다.
(1) 현안 문제(question at issue), 풀어야 할 문제(problem to solve)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려고 할 때마다, 거기에는 적어도 하나의 현안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쓰는 일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현안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식화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때 주목해야 할 것은 문제가 분명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정식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언급하고 있는 문제가 중요한 것인지, 대답될 만한 것인지, 여러분이 문제해결을 위한 요건들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 개념(concept) : 사고의 개념적 차원 모든 비판적 사고에는 어떤 개념(concept)이 사용된다. 이런 개념들은 우리의 사고 속에 암묵적으로 들어있는 어떤 이론과 원리(principles), 공리(axioms) 그리고 규칙(rules)을 포함한다.
사고에 사용된 개념에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는 곧 사고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론과 규칙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충분한지 피상적인지 반성해야만 한다.
여러분이 사고과정에서 사용하는 개념은 분명한 것인가? 여러분이 사용한 개념은 현안 문제에 적절한가? 여러분이 사용한 원리는 여러분의 관점에 경도되어 있지는 않은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3) 정보(information) : 사고의 경험적 차원 비판적 사고를 할 때면, 거기에는 생각의 대상이되는 ‘자료들’ 이 있다. 그것은 곧 사고가 근거하는 경험, 증거, 관찰 내용 등이다. 이러한 경험적 자료들이 부적절하거나 잘못되었을 때, 여러분의 사고도 잘못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사고에 필요한 경험적 자료들이 적절하게 제공되었는지, 그리고 그 자료들이 분명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자료는 적절한가? 그 정보는 여러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가? 그것은 일관되게 적용되었는가 아니면 여러분이 자신의 관점에 맞게 왜곡하였는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3. 변증의 단계
변증의 단계란, 하고 있는 생각이 너무 틀에 박혀있다는 느낌이 들 때 요구되는 사고의 단계이다.
변증의 단계에서는 목적, 관점, 맥락이라는 사고의 3요소들을 추가적으로 이해하고 사고활동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 목적(purpose), 목표(goal)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또는 어떤 필요를 채우기 위한 어떤 목표를 향해 사고한다. 훌륭한 사고가 되지 못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는 사고의 목표가 적당하지 않다는 데에 있는 경우이다. 가령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든가 다른 목표와 모순적이라든가 또는 목표가 어떤 방식으로 혼란되고 뒤섞여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 사고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목표가 중요하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할 때나 남의 생각을 이해할 때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반드시 적절한 지적 기준들에 맞게 목적 차원을 잘 다루고 있는지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을 검토하는 물음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
여러분의 목적은 분명한가? 여러분이 밝힌 목적은 중요한가 아니면 사소한가, 그것도 아니면 그 사이의 어떤 중간치인가? 여러분이 밝힌 목적은 현실적인가? 그것은 성취 가능한 목표인가?
여러분의 전체적인 목표는 그 글의 큰 틀의 진행과정 속에 녹아 있는가? 그 목표는 바뀌고 있는가 아니면 계속적으로 일관적으로 유지되는가? 여러분은 모순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2) 관점(point of view), 준거틀(frame of reference), 지평(perspective) 사고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관점이나 준거틀 내에서 사고한다. 관점이나 준거틀에서 드러나는 어떠한 결함도 사고에 있어서 문젯거리의 가능한 원천이다. 관점이 너무 좁고 편협한 것일 수도 있고, 잘못되었거나 오도된 유비 혹은 은유에 기반해 있을 수도 있고, 모순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또 관점이 제한되어 있거나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여러분의 사고는 관점과 관련하여 상당한 정도로 적절한 기준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여러분의 관점은 넓고 유연하고 공정할 수도 있으며, 여러분의 관점이 분명하게 진술되고 일관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분이 언제 기준들을 만족시켰고, 언제 만족시키지 못했는지 모두 지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맥락(context), 배경(background) 맥락과 관련하여 고려할 사항들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지금 창문이 열려있다”는 말은 맥락에 따라“우리가 하는 말을 남들이 들을 수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날씨가 서늘하니 창문을 닫으라”는 말일 수도 있다. 특히 글쓰기에서는 독자와 같은 요소들이 맥락의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된다.
Ⅱ. 비판적 사고의 9기준
비판적 사고의 요소들과 함께 우리는 비판적 사고의 기준들도 알아야 한다.
사고의 요소들과 사고의 기준들은 어떻게 다른가? 사고의 요소들은, 생각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것, 즉 내용적인 측면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쉽다. 한편 사고의 기준들은, 그러한 내용들이 어떠해야 하는가, 즉 내용들이 어떤 모습을 띠어야 더 좋고 더 나은가 하는 것을 가리킨다. 달리 말해서 좀더 형식적인 요소라고 해도 되고, 혹은 생각의 평가기준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정리하자면 사고의 요소는“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에서의 그‘무엇’에 해당되고, 사고의 기준은“그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서의 그 ‘어떻게’ 에 해당된다. 여러분이 알아야 할 사고의 9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 9가지 기준들도 너무 많아 번잡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역시 논증의 단계, 분석의 단계, 변증의 단계에 의거하여 각각 우선 순위별로 3개씩을 골라내 살펴보자.
분석의 단계가 논증의 단계보다는 더 기초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논증의 단계가 가장 중심적인 뼈대의 역할을 하는 단계이므로 논증의 단계를 먼저 다루기로 하자.
- 1. 논증의 단계 : 적절성, 중요성, 논리성 - 2. 분석의 단계 : 분명함, 정확성, 명료성 - 3. 변증의 단계 : 다각성, 심층성, 충분함
1. 논증의 단계
논증의 단계에서는 전제와 결론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즉, 좋은 논증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와 결론의 관계는 적절해야 하며, 중요한 연결고리로 맺어져 있어야 하며, 또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증에 있어 적절성과 중요성과 논리성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인인 것이다.
(1) 적절성(relevance) 진술이 적절하다는 것은 그 진술이 현안 문제 거리와 잘 관련되어 있고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적절하게 사고하는 것은 논점이 일탈되지 않고 제 궤도에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적절하지 못한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윤리)한 과목을 위해 토· 일요일만 빼고는 하루에 1시간씩 매일 꼬박 투자를 하였는데, 점수가 80점이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점수를 주는 선생님은 학생이 그 과목 공부에 몇 시간을 투자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시험이나 과제물 등 학생이 제공한 결과물의 질을 평가하여 점수를 부과할 뿐이다. 따라서 점수와 그 과목 공부에 투여한 시간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보다 적절한 진술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윤리)한 과목을 위해 토·일요일만 빼고는 하루에 1시간씩 매일 꼬박 투자를 하였는데, 점수가 80점이나왔다는 것은 내가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 중요성(importance, significance) 우리가 어떤 쟁점과 관련하여 사고할 때, 우리는 사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가장 중요한 개념들을 고려하려고 한다. 여러 개념들이 문제에 적절하다고 해서 그 개념들이 모두 똑같은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그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훌륭한 사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리고 종종 우리는 문제를 피상적인 견지에서만 생각함으로써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3) 논리성(logicalness) 우리가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 우리는 다양한 사고들을 어떤 질서에 맞게 정리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결합된 사고들이 상호 지지하고 있으며 결합을 통해 유의미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그 사고의 결합이 상호 지지하고 있지 않고 모순적일 때, 혹은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때, 그 사고는 논리적이지 않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상반되는 믿음들을 종종 지니고 있어, 인간 생활과 사고에 있어 비일관성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2. 분석의 단계
(1) 분명함(clarity) 분명함은 9가지 기준들 중에서 가장 본원적인 기준으로 애매성(ambiguity)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진술이 분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이 정확한지, 명료한지, 적절한지 조차도 결정할 수 없다. 어떤 진술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 막연하여 이해하기 어렵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가령, “한국의 교육제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은 불분명하다. 이러한 질문은 너무 막연하여 무엇을 묻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보다 분명한 질문의 한 예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 학생들에게는 직업적 업무와 일상생활에서의 의사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텐데, 학생들에게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철수는 나의 숭배자이다”,“ 복지 제도는 썩어가고 있다”와 같은 진술들도 분명하지 못한 예들이 될 수있다. 그것은 철수가 내가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말인지 철수가 나를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말인지 불분명하고, 또 복지 제도 자체가 개악이 되고 있다는 것인지 복지 제도의 운용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인지(또는 둘 다 잘못되고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정확성(accuracy) 정확하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실제에 맞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거짓이 아니고 맞는 말이라는 뜻이다. 분명하기는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 대부분의 개들은 150Kg이 넘게 나간다.”
이 진술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는 있으나, 참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기술을 제대로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3) 명료성(precision) 명료성은 모호성(vagueness)의 반대 개념으로, 명료하다는 것은 어떤 진술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하고 정확하기는 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진술의 예는다음과 같다.
“ 철구는과체중이다.”
이진술에는 과체중의 정도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항상 명료한 진술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친구와 헤어질 때,“ 곧 또 만나자”라고 말한다. 이 말은, 불명료한 진술임에 틀림없으나, 불명 료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적절히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3. 변증의 단계
(1) 다각성(breadth, 폭넓음) 어떤 사고는 폭넓지 못할 수가 있는데, 가령, 문제가 지니고 있는 한 가지 면에 대한 깊은 통찰만 보여주는 보수적 관점이나 진보적 관점에서 나온 논변이 그러하다. 우리가 적절한 모든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할 때, 우리는 넓게(다각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대안적인 견해를 생각해보고, 반대 입장에 서보는 것이 넓게 사고하는 것이다. 넓은 사고를 방해하는 것은 제한된 교육, 자기가 속한 집단이 본래적으로 우월하다는 편견, 자연적인 이기심, 자기기만, 지적 오만 등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서 성차별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때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깊이 따지는 것은 폭넓지 못한 사고를 보여주는 예가 된다. 반대로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그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관점, 혹은 기타의 여러 관점들에서 다양하게 논의하면 폭넓은 사고를 하는 것이 된다.
(2) 심층성(depth, 깊이) 깊이(심도 있게) 사고한다는 것은 쟁점이나 문젯거리를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표피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 그 안에 내재된 복잡성을 파악해내고 지적으로 책임 있는 신중한 방식으로 그 복잡성을 다룬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는 깊이를 결여한 경우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청소년들의 흡연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물었을 때, 여러분이 그저“담배를 피워서는 절대 안 된다고 청소년들에게 주지시켜야지요.”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슬로건은 분명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고 적절하다. 하지만, 그것은 복잡한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깊이를 결여한 것이다. 왜냐하면 청소년 흡연 문제는 사회적, 교육적, 의학적 측면, 예컨대 입시로 인한 청소년 스트레스 해소문제 및 흡연의 중독성의 문제 등등이 고려됨으로써 깊이 있게 다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충분함(enough, sufficiency, completeness) 우리가 어떤 쟁점과 관련하여 사고할 때, 쟁점과 관련된 필요한 사항들을 목적과 요구에 적절하도록 철저히 고려하였는가? 어떤 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고가 그 문제를 목적에 충실하도록 철저히 추리했을때, 그리고 필요한 요소들을 적절히 모두 다 고려했을 때,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사고는 영역 전이적인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맥락에서는 영역 전이적인 사고에까지 이르러야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사고를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사고가 정당화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위의 9가지 지적 기준들이 모두 만족될 때 우리는 정당화 가능성의 기준을 만족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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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의 9요소를 이용한 공학적 사례 분석
사례 1 :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 (한송엽,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교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지구상에는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태양에너지, 수력에너지, 풍력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등 많은 종류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에너지가 전부 균형 있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의 편리성과 경제성 때문에 현재는 화석연료인 석유와 원자력연료인 우라늄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인구의 급증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여 오늘날 지구상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석유의 사용은 많은 CO2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이에 따른 기상이변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유럽의 폭염, 북극 빙하의 해빙, 우리나라의 폭우 등이 그 사례들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석유자원의 유한성과 편재성이다. 현재의 속도로 석유를 사용하면 석유자원은 앞으로 50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리고 석유자원은 중동, 미국 등 몇개국에 편재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 간의 정치적,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고 때로는 석유가격이 급등하여 세계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다. ’70년대 초의 석유파동과 끊이지 않는 중동 분쟁은 좋은 사례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여 석유의 사용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의 바람직한 특성은 환경 공해가 적고, 가채 량이 풍부하며, 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에너지로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이 있다.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1시간에 지구에 입사하는 에너지의 양이 현재 전 세계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태양광 에너지는 태양전지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어 사용되는데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 약 60만km2의 수광 면적이 필요하다. 각국별로 수광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사막을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 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에너지 생산가격이 현재의 상용 에너지보다 비싸다는 결점이 있다.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 석유자원의 유한성과 지구온난화 효과가 초래할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은 필연적이다. 인류의 영원한 생존을 위하여 UN이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선진국이 공동으로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에너지를 전 세계가 합리적으로 나누어 이용할 때 국가 간에 에너지로 인한 분쟁이 줄고 인류의 삶이 향상될 것이다.
(1) 이 지문의 주요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가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공해가 적고 자원이 풍부하며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2) 핵심 질문들은 무엇인가? 석유의 가채 량이 정말로 50년인가?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의 새로운 에너지는 공해가 적은가? 새로운 에너지의 가격은 상용에너지 가격의 몇 배나 되는가? 태양광, 태양열 에너지는 구름이 끼거나 야간에는 이용할 수 없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3) 이 지문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석유의 가채 매장량이 50년이다. 석유는 온실가스를 발생한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에너지는 공해가 적다.
(4) 핵심 결론은 무엇인가? 신 에너지의 개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불가결의 문제이다.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사막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협력하여 신에너지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발생된 전기에너지를 각 나라가 적절한 비율로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
(5) 이 지문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지구온난화가 생기는 원인, 중동지역의 정치적 분쟁 원인, 태양광에너지의 이용 방법, 태양열에너지의 이용 방법, 풍력에너지의 이용 방법
(6) 저자의 사고에 깔려있는 중요 가정은 무엇인가? 석유의 가채 매장량이 50년 이내에 고갈된다. 석유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CO2 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여 인류의 종말을 가져 올 수도 있다.
(7) 이 추론의 중요 함축은 무엇인가? 석탄이나 천연가스의 사용도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 우라늄의 이용도 지구에 방사능 오염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에너지의 사용을 줄여 나가야한다.
(8) 이 지문의 주요 관점은 무엇인가?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세계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에너지문제를 해결하자. 에너토피아가 건설되면 인류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국가 간의 분쟁도 줄어들 것이다.
(9) 이 지문의 맥락은 무엇인가? 국가 간에 에너지로 인한 분쟁을 줄이고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에너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쓴 글이다.
기획 : 정상준 편집간사
대한토목학회
THE MAGAZINE OF THE KOREAN SOCIETY OF CIVIL ENGIN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