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람이 결국 먹지 못해서 죽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살려고 억지로라도 먹으려고 하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제 생각이 틀렸음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도저히 입이 쓰고 입맛이 없어서 잘 먹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조금 먹는 것도 약을 먹기 위해서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수요일에 일하러 밭에 나갔습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입니다. 원래 저 혼자 했는데 집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둘 이 비닐 씌우는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조금하고 쉬고를 반복했습니다. 집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마치고 수업을 간 다음에 저 혼자 조금씩 마무리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한 시간보다 앉아서 쉬는 시간이 더 많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만하고 들어올까 하다가 계획했던 것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좀 더 버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힘이 드는 것이 아니라 힘이 조금씩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앉아 쉬면서 신세한탄 하듯 한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셨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분 좋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수요일이라 수요성서 읽기를 마치고 밥을 먹는데 조금 입맛이 돌아왔음을 느꼈습니다. 집사람이 식당에서 갈비탕을 사왔는데 밥은 먹지 않고 한 그릇을 가볍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처음 편하게 잠을 잤습니다.
어제도 태안으로 시장을 보러 가는데 갑자기 배가 고팠습니다. 마침 로터리를 지나고 있어서 중국집에 가서 점심 먹자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면서 차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김병도 권사님 가정을 만났습니다. 감사하게도 맛있는 점심을 대접받았습니다. 서서히 먹을 복이 회복되지 싶었습니다. 늦은 오후엔 함길자 집사님이 낙지를 사 가지고 오셔서 잠시 담소를 나눴습니다. 여전히 입맛은 옛날 같지 않지만 이것저것 먹는 종류와 양을 늘여가고 있습니다. 속히 회복돼서 제게 맡겨진 직무를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