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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공헌하는 인재 육성, 정선전씨 필구公 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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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welcome everybody) 스크랩 관상과 성형수술
한강의 언덕 추천 0 조회 32 16.07.04 10: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관상과 성형수술

번역문
   상(相:얼굴, 용모 또는 관상)은 습관에 따라 변하고, 형세는 상(相)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형국(形局)1)이니 유년(流年)2)이니 등의 설을 주장하는 것은 망령된 짓이다. 아주 어린아이가 배를 땅에 대고 엉금엉금 길 적에 그 용모를 보면 예쁠 뿐이다. 하지만 그가 장성해서는 무리가 나누어지게 되는데, 무리가 나누어짐으로써 습관이 달라지고, 습관이 달라짐으로써 상도 이에 따라 변하게 된다. (중략)
   세상에 진실로 재주와 덕을 지니고서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 그것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상에 그 허물을 돌린다. 그러나 상을 따지지 않고 이 사람을 우대했더라면 재상이 되었을 것이다. 또 이해에 밝고 귀천을 살폈는데도 종신토록 곤궁한 사람 역시 상에 허물을 돌린다. 이 또한 상을 따지지 않고 이 사람에게 밑천을 대주었더라면 의돈(?頓)3)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사는 곳은 기질을 변화시키고, 음식 섭취는 신체를 변화시키며, 부귀는 뜻을 음란하게 하고, 걱정거리는 마음을 슬프게 하여 아침에는 무성하다가 저녁에는 시들게 된 사람도 있고, 예전에는 초췌했다가 지금에는 살쪄 기름진 사람도 있게 되니, 상이 어찌 일정한 것이겠는가. 사서인(士庶人)이 상을 믿으면 일자리를 잃고, 경대부(卿大夫)가 상을 믿으면 친구를 잃으며, 임금이 상을 믿으면 신하를 잃게 된다.

 

1) 형국(形局) : 관상에서 얼굴의 생김새를 이르는 말.

2) 유년(流年) : 한평생의 운수를 해마다 풀어 놓은 사주.

3) 의돈(?頓): 중국 춘추시대에 목축업으로 큰돈을 번 부자.

원문
相因習而變,勢因相而成,其爲形局流年之說者,妄也。?穉之蒲服也,觀其貌,夭夭已矣。?其長而徒分焉,徒分而習岐,習岐而相以之變。世固有懷才抱德,?窮而不見施者,咎於相,有能舍其相而寵之者,則亦宰相焉已矣。有明於利害,察於貴賤,而終身困?者,咎於相,有能舍其相而予之資,則亦?頓焉已矣。況乎居足以移氣,養足以移體,富貴淫其志,憂患戚其心,有朝榮而夕槁者,有昔之悴憔而今之?潤者,相烏乎定哉?士庶人信相則失其業,卿大夫信相則失其友,國君信相則失其臣。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권11 「상론(相論)」

해설
   ‘서로 상(相)’ 자의 본래 의미는 ‘살펴보다[省視]’이다. 이 글자가 ‘본다’와 밀접히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부수가 ‘나무 목(木)’이 아닌 ‘눈 목(目)’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설문해자』는 ‘相’을 ‘눈으로 상대방을 본다[按目接物]’라고 풀었다. 굳이 나무 목(木)자를 넣은 것은 ‘지상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나무만한 게 없다[地可觀者 莫可觀於木]’는 『주역』의 글귀에서 유추할 수 있다. 여기에서 뜻이 확대되어 ‘이것과 저것이 만나는 것’을 상(相)이라고 했으니, ‘서로’, ‘돕다’ 등의 훈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상(相)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얼굴이나 용모라는 뜻이다. 그것은 사람을 만날 때 맨 먼저 보는 게 얼굴이어서 그럴 것이다. 사람의 외모를 상징하는 얼굴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 결정판은 얼굴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관상술이다. 전통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관상술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미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얼굴의 상이 그 사람의 운수를 결정한다는 관상술에도 반대한다. 그는 사람에게 고정된 상은 없다고 말한다. 어떻게 습관을 붙이느냐에 따라 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얼굴의 생김새로 판단하지 말고 고유의 재능을 찾아내 길러준다면 관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

 

    앞서 고려의 문인 이규보도 「이상한 관상쟁이의 대답[異相者對]」이라는 글에서 다산과 같은 논지를 펼쳤다. 이규보는 이 글에서, 관상서(觀相書)를 읽지 않고 재래의 관상술도 따르지 않았으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상법으로 관상을 보는 관상쟁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예컨대, 시각장애인을 보고는 “눈이 밝군”이라 하고, 잘 뛰는 사람에게는 “절뚝거려서 걸음을 못 걷겠군”이라고 전혀 반대로 말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 찾아가 물은 이규보에게 관상쟁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눈먼 자는 담박(淡泊)하여 욕심이 없고 감촉이 없어 온몸이 욕(辱)을 멀리하여 어진 이와 깨달은 이보다 낫기 때문에 ‘밝은 이’라 하였소. 대개 민첩하면 날램을 숭상하고, 날래면 뭇 사람을 능멸하는데,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혹은 자객(刺客)이 되고 혹은 간당(姦黨)의 수령이 되어, 끝내 법관에게 잡히고 옥졸의 감시를 받으며 발에는 차꼬를 차고 목에는 칼을 씌웠으니 도망치고자 한들 어찌 달아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절뚝거려 못 걷겠다’ 한 것이요.”

 

    이규보와 정약용의 관상 이야기는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당시 세태에 대한 비판이지만,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현대인의 외모 집착증에 대한 경종으로 읽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강도가 유별나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성형수술 비율이 1위라고 한다. 쌍꺼풀 수술은 기본이고 코 성형, 눈매, 지방 이식수술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하는 추세이다. 이것은 남에게 잘 보이려는 외모집착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자본주의가 얼굴까지 상품화하면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겉모습, 즉 상(相)으로 타인에게 비춰진다. 그러나 그 상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얼굴이나 용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것으로 사람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자 같은 성인도 제자 담대멸명(澹臺滅明)이 얼굴이 심하게 얽은 것을 보고는 재능이 모자랄 것이라 예단했다가 그의 행실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외모를 능력으로 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외모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성실·공감·배려 등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풍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다산의 말처럼 개인의 습관이나 노력에 따라 관상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상(相)은 습관에 따라 변한다”는 다산의 언명은 “40세가 지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과 상통한다. 상(相)은 단순한 얼굴 거죽이 아니라 그 사람됨이 용모를 통해 밖으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조운찬
글쓴이조운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장

- 경향신문 편집국 문화부장과 문화에디터, 베이징특파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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