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遺于仲文(유우중문)―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 (신책구천문) 천문에 통한 신비로운 계책 妙算窮地理 (묘산궁지리) 지리를 꿰뚫은 미묘한 헤아림. 戰勝功旣高 (전승공기고) 이미 싸움에 이겨 이름 높았거니 知足願云止 (지족원운지) 만족할 줄 알아 그만 그치시게나. * 궁구(窮究) : 속 깊이 연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연구.
2. 秋夜雨中(추야우중)―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
秋風惟苦吟 (추풍유고음)가을바람에 읊는 간절한 시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세상 길에 알아주는 이 드물고.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한밤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등불 앞엔 만리로 달리는 마음.
3.樂道吟(락도음)―李資玄(이자현)
家住碧山岑 (가주벽산잠) 내 집은 푸른 산봉우리 從來有寶琴 (종래유보금) 보배로운 거문고 이전부터 있어 不妨彈一曲 (불방탄일곡) 언제고 한 가락 탈 수 있지만 祗是少知音 (지시소지음) 이 소리 아는 사람 드물 뿐. * 知音 : 소리를 앎. 즉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 있음. 최치원(崔治遠)의 시에 나왔음.
4. 下第贈登第(하제증등제)―南村 李公遂(남촌 이공수)
白日明金榜 (백일명금방) 태양에 빛나는 금방 靑雲起草廬 (청운기초려) 초가에 피어나는 푸른 꿈. 那知廣寒桂 (나지광한계) 누가 알리 달나라 계수나무에 尙有一枝餘 (상유일지여) 한가지 여유 있음을 * 下第 : 과거에 떨어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거는 괘. 草廬 : 시골의 초가집. 廣寒 : 달나라 궁전인 광한전. 尙有 : 아직도 ~이 있다.
5. 東宮春帖(동궁춘첩)―金富軾(김부식)
曙色明樓角 (서색명루각) 처마에서 밝아지는 새벽 春風着柳梢 (춘풍착유초) 버들가지에 붙는 춘풍. 鷄人初報曉 (계인초보효) 순라군은 새벽을 알리는데 己向寢門朝 (기향침문조) 나는 안방으로 향하고. * 東宮 : 세자궁. 春帖 : 봄에 써 부치는 시. 樓角 : 다락. 鷄人 : 순라군. 寢門 : 안방문.
6. 山庄雨夜(산장우야)―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 (작야송당우)어젯밤 송당의 비 溪聲一枕西 (계성일침서)서쪽 시냇물소리 베개삼고. 平明看庭樹 (평명간정수)새벽녘 바라보는 뜰 앞 나무에 宿鳥未離棲 (숙조미리서)자던 새는 아직도 둥우리. * 平明 : 밝음이 평정될 무렵. 새벽녘. 해가 뜰 때. 알기 쉽고 분명함.
7. 題天尋院壁(제천심원벽)―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待客客未到 (대객객미도)기다려도 오지 않는 손님 尋僧僧亦無 (심승승역무)찾아도 또한 스님도 없고. 惟餘林外鳥 (유여임외조)오직 저 숲 밖에 새들만 款款勸提壺 (관관권제호)술병 들라 권하네.
8. 山居(산거)―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春去花猶在 (춘거화유재)봄은 가도 꽃은 있고 天晴谷自陰 (천청곡자음)하늘은 개어도 그늘지는 골짜기. 杜鵑啼白晝 (두견제백주)한낮에 소쩍새 우니 始覺卜居深 (시각복거심)사는 곳 깊기도 하여라. * 卜居 : 살 만한 곳을 점침.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삶.
9. 詠井中月(영정중월)―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스님이 달빛을 탐내 幷汲一甁中 (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지.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비로소 깨달았으리 절에 돌아와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병이 기울자 달도 또한 공인 것을...
10. 四快(사쾌)―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大旱逢甘雨 (대한봉감우) 오랜 가뭄 뒤 단비 他鄕見故人 (타향견고인)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 洞房華燭夜 (동방화촉야) 신방에 화촉이 타는 밤 金榜掛長名 (금방괘장명) 급제하여 나붙는 귀한 이름은 * 洞房 : 신혼 방. 故人 : 고향 사람.
11. 江村夜興(강촌야흥)―任 奎(임 규)
月黑鳥飛渚 (월흑조비저)새가 물가로 나르는 어두운 밤 烟沈江自波 (연침강자파)연기에 잠긴 강은 스스로 물결치고. 漁舟何處宿 (어주하처숙)고기잡이의 배는 어디서 자는가 漠漠一聲歌 (막막일성가)아득히 한 가락의 노래여.
12. 普德窟(보덕굴)―益齋 李齊賢(익제 이제현)
陰風生岩谷 (음풍생암곡)굴속에서 나오는 축축한 바람 溪水深更綠 (계수심갱록)푸르러 더욱 깊은 시냇물. 倚杖望層巓 (의장망층전)지팡이 의지하여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飛簷駕雲來 (비첨가운래)구름이 와 머무는 높은 처마.
13. 偶吟(우음)―崔承老(최승노)
有田誰布穀 (유전수포곡)밭엔 뻐꾸기 소리 無酒可提壺 (무주가제호)빈 병 갖고 술 사러가네. 山鳥何心緖 (산조하심서)산새는 무슨 심사로 逢春謾自呼 (봉춘만자호)봄만 오면 부질없이 우짖나.
14. 示諸子(시제자)―去塵/貞肅 趙仁規(거진/정숙 조인규)
事君當盡忠 (사군당진충) 임금 섬김에 극진한 충성 遇物當至誠 (우물당지성) 사람 만나면 지극한 정성. 願言勤夙夜 (원언근숙야) 원컨데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無忝爾所生 (무첨이소생) 삶을 욕되게 하지 말아야지. * 諸子 : 그대들. 제군.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부르는 제 이인칭(第二人稱). 愚物 : 물건을 만남. 사람을 대함. 願言 : 바라건대. 원컨대. 言은 조자(助字). 夙夜 :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忝 : 더럽힘. 욕되게 함.
15. 雨荷(우하)―拙翁 崔 瀣(졸옹 최 해)
胡椒八百斛 (호초팔백곡) 후추 팔백 섬 千載笑其愚 (천재소기우) 천년 어리석음 비웃고. 如何碧玉斗 (여하벽옥두) 푸른 구슬의 말로 어찌하여 竟日量明珠 (경일량명주) 종일 동안 명주를 되기만 하는고.
16. 江口(강구)―雪谷 鄭 誧(설곡 정 포)
移舟逢急雨 (이주봉급우)배를 돌리다 만난 소나기 倚檻望歸雲 (의함망귀운)난간에 기대 가는 구름 바라보고. 海濶疑無地 (해활의무지)바다가 멀고 넓어서 땅이 없나 했더니 山明喜有村 (산명희유촌)산이 밝아지자 반갑게도 마을이 있네.
17. 夜行(야행)―咸承慶(함승경)
晴曉日將出 (청효일장출) 맑은 이 새벽 해가 뜨려는가' 雲霞光陸離 (운하광육리) 구름 놀 빛이 눈 부시는구나 江山更奇絶 (강산갱기절) 이 강산 새삼 뛰어났건만 老子不能詩 (노자불능시) 이 늙은이는 시를 쓸수 없다네.
18. 漢浦弄月(한포농월)―牧隱 李 穡(목은 이 색)
日落沙逾白 (일락사유백)해 지면 더욱 하얀 모래 雲移水更淸 (운이수갱청)구름 걷히니 새롭게 맑아지는 물. 高人弄明月 (고인농명월)시인은 이 밤 달과 노니는데 只欠紫鸞笙 (지흠자란생)다만 피리소리 없구나. * 弄月 : 달구경을 함. 高人 : 풍류객. 紫鸞笙 : 악기 이름.
19. 春興(춘흥)―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아 夜中未有聲 (야중미유성)밤들어도 소리 없는 비. 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논 녹아 시냇물 불어나니 草芽多少生 (초아다소생)새싹 제법 돋아났겠네. * 雪盡 : 눈이 녹아 사라짐. 多少生 : 많이 돋아났을 것이다.
20. 村居(촌거)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赤葉明村逕 (적엽명촌거) 산길 밝히는 단풍잎 淸泉漱石根 (청천수석근) 바위를 씻는 맑은 샘. 地僻車馬少 (지벽거마소) 두메 산골엔 오가는 사람 없고 山氣自黃昏 (산기자황혼) 산 기운에 날은 절로 저무네. * 赤葉 : 단풍. 村逕 : 시골 길. 車馬少 : 사람의 왕래가 적음.
21. 卽事(즉사)―冶隱 吉 再(야은 길 재)
盥水淸泉冷 (관수청천냉) 손 씻는 샘물 얼음처럼 차고 臨身茂樹高 (임신무수고) 높기도 한 마주한 나무. 冠童來問字 (관동래문자) 와서 글 배우는 아이 聊可與逍遙 (요가여소요) 겨우 함께 노닐 수 있네. * 盥水 : 대야 물. 손을 씻음. 冠童 : 글 배우러 오는 사람. 聊可 : 애오라지. 가히.
22. 絶句(절구)―趙仁璧(조인벽)
蝶翅勳名薄 (접시훈명박) 공과 명예는 나비의 엷은 날개 龍腦富貴輕 (용뇌부귀경) 부함도 귀함도 가볍기는 용의 머리. 萬事驚秋夢 (만사경추몽) 가을 꿈인 듯 놀라는 모든 일 東窓海月明 (동창해월명) 동창에는 바다의 달이 밝고.
23. 詠柳(영유)―三峰 鄭道傳(삼봉 정도전)
含烟偏裊裊 (함연편뇨뇨) 연기를 머금고 간드러지더니 帶雨更依依 (대우경의의) 비 맞아 더욱 싱그럽고. 無限江南樹 (무한강남수) 강남의 나무 하 많은데 東風特地吹 (동풍특지취) 유달리 부는 동쪽 바람.
24.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獨谷 成石磷(독곡 성석린)
一萬二千峯 (일만이천봉) 일만 이천 봉 高低自不同 (고저자부동) 제각기 높고 낮네. 君看日輪上 (군간일륜상) 그대 보라 해 오를 때 高處最先紅 (고처최선홍)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나니.
25. 偶題(우제)―泰齋 柳方善(태재 유방선)
結茆仍補屋 (결묘잉보옥) 집은 띠를 엮어 깁고 種竹故爲籬 (종죽고위리) 울을 삼아 심은 대. 多少山中味 (다소산중미) 약간의 이 산중 맛 年年獨自知 (연년독자지) 해마다 혼자서만 아느니.
26. 次子剛韻(차자강운)―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關門一室淸 (관문일실청) 문을 닫은 고요한 방 烏几淨橫經 (오궤정횡경) 까만 책상에 놓인 경전. 纖月入林影 (섬월입림영) 초승달은 숲에 들어 그림자 지고 孤燈終夜明 (고등종야명) 밤새껏 밝혀주는 외로운 등불.
27. 題僧軸(제승축)―讓寧大君 李 禔(양녕대군 이 식)
山霞朝作飯 (산하조작반) 산 노을로 아침밥 짓고 蘿月夜爲燈 (나월야위등) 담장이 넌출의 달로 등불 삼아. 獨宿孤庵下 (독숙고암하)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 惟存塔一層 (유존탑일층) 한 층만 남은 저 탑.
28. 文殊臺(문수대)―孝寧大君 李 補(효령대군 이 보)
仙人王子晉 (선인왕자진) 신선 왕자진이 於此何年游 (어차하년유) 여기서 그 언제 노닐었나. 臺空鶴已去 (대공학이거) 학은 이미 떠나고 대만 비어 片月今千秋 (편월금천추) 이제 천년의 조각달뿐.
29. 睡起(수기)―四佳 徐居正(사가 서거정)
簾影依依轉 (염영의의전) 희미하게 옮겨가는 발 그림자 荷香續續來 (하향속속래) 연이어 스며오는 연꽃 향기. 夢回孤枕上 (몽회고침상) 외로운 베개의 꿈에서 깨어나니 桐葉雨聲催 (동엽우성최) 빗소리 재촉하는 오동잎.
30. 寄君實(기군실)―月山大君 李 婷(월산대군 이 정)
旅館殘燈曉 (여관잔등효) 가물가물 여관집 새벽 등불 孤城細雨秋 (고성세우추) 추적추적 외로운 성에 가을비. 思君意不盡 (사군의부진) 끝없는 그대 생각에 千里大江流 (천리대강류) 천리 긴 강만 흘러 가누나.
31. 伯牙(백아)―容耳 申 沆(용이 신 항)
我自彈吾琴 (아자탄오금) 내 거문고를 타거니 不必求賞音 (불필구상음) 꼭 알아주지 않아도 되리. 鍾期亦何物 (종기역하물) 종자기 또한 그 어떤 물건이라서 强辨絃上心 (강변현상심) 굳이 줄 속의 그 마음을 밝혔는고. * 伯牙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이 소리를 잘 알아들었음. 鍾期 : 종자기(鍾子期)를 말 함.
32. 卽事(즉사)―冲庵 金 淨(충암 김 정)
落日臨荒野 (낙일임황야)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내리고 寒鴉下晩村 (한아하만촌) 저녁 마을에 모이는 겨울 까마귀. 空林烟火冷 (공림연화랭) 빈 숲 속 밥 짓는 차가운 연기에 白屋掩柴門 (백옥엄시문) 사립문을 닫는 초가집.
33. 浪吟(랑음)―三可, 碪岩 朴遂良(삼가, 침암 박수량)
口耳聾啞久 (구이롱아구) 오래도록 귀머거리 장님 猶餘兩眼存 (유여양안존) 오히려 남아있는 두 눈. 紛紛世上事 (분분세상사)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세상 能見不能言 (능견불능언)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34. 山中書事(산중서사)―溪山處士 吳 慶(계산처사 오 경)
雨過雲山濕 (우과운산습) 비 지나가니 젖는 구름 산 泉鳴石竇寒 (천명석두한) 샘물 소리에 차가운 돌구멍. 秋風紅葉路 (추풍홍엽로) 가을바람이 이는 붉은 낙엽 길에 僧踏夕陽還 (승답석양환) 저녁 빛을 밟고 돌아오는 외로운 중.
35. 辛德優席上書此示意(신덕우석상서차시의)―太眞 高 淳(태진 고 순)
小閣春風靜 (소각춘풍정) 봄바람 고요한 작은 누각에 淸談總有餘 (청담총유여) 모두 넉넉한 맑은 이야기. 聾人無一味 (농인무일미) 아무런 흥도 없는 이 귀머거리 垂首獨看書 (수수독간서) 고개 숙여 홀로 책을 보네.
36. 大興洞(대흥동)―花潭 徐敬德(화담 서경덕)
紅樹暎山屛 (홍수영산병) 산 병풍을 비추는 붉은 단풍 碧溪瀉潭鏡 (벽계사담경) 연못에 쏟아지는 파란 시내. 行吟玉界中 (행음옥계중) 옥 같은 세계 거닐며 읊조리니 陡覺心淸淨 (두각심청정)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37. 道峰寺(도봉사)―長吟亭 羅 湜(장음정 나 식)
曲曲溪回複 (곡곡계회복) 굽이굽이 돌고 도는 시내 登登路屈盤 (등등로굴반) 꼬불꼬불 오르고 오른 길. 黃昏方到寺 (황혼방도사) 황혼에야 비로소 절에 이르니 淸磬落雲端 (청경락운단) 구름 끝에 떨어지는 맑은 경쇠 소리.
38. 偶吟(우음)―南冥 曺 植(남명 조 식)
人之愛正士 (인지애정사) 올곧은 선비 사랑하기는 好虎皮相似 (호호피상사) 좋아하는 호랑이 가죽 같아. 生前欲殺之 (생전욕살지) 살아서는 죽이려 하다가도 死後方稱美 (사후방칭미) 죽고 나면 바야흐로 칭찬하는 것.
39. 題冲庵詩卷(제충암시권)―河西 金麟厚(하서 김인후)
來從何處來 (내종하처래) 오기는 어디서 오며 去向何處去 (거향하처거) 가기는 어디로 가는고 去來無定蹤 (거래무정종) 오고 감에 일정한 자취 없는 것 悠悠百年計 (유유백년계) 아득하여라 백년의 계획.
40. 詠梅(영매)―板谷 成允諧(판곡 성윤해)
梅花莫嫌小 (매화막혐소) 매화꽃이 작다고 싫어하랴 花小風味長 (화소풍미장) 꽃은 작아도 깊은 풍미. 乍見竹外影 (사견죽외영) 대숲 밖에서 잠깐 보는 그 그림자 時聞月下香 (시문월하향) 때론 달 아래서 맡는 그 향기.
41. 舟過楮子島(주과저자도)―北窓 鄭 磏(북창 정 렴)
孤烟橫古渡 (고연횡고도) 옛 나루엔 외로운 저녁연기 寒日下遙山 (한일하요산) 먼 산에 내리는 겨울 해. 一棹歸來晩 (일도귀래만) 해 저물어 거룻배로 돌아오니 招提杳靄間 (초제묘애간) 아득히 놀 속에 절이 있고. * 招提 : 관부(官府)에서 사액(賜額)한 절.
42. 絶句(절구)―淸蓮 李後白(청련 이후백)
細雨迷歸路 (세우미귀로) 가녀린 비에 돌아갈 길 잃고 騎驢十里風 (기려십리풍) 나귀 타고 헤치는 십리 바람. 野梅隨處發 (야매수처발) 곳마다 피어있는 들 매화 魂斷暗香中 (혼단암향중) 그윽한 그 향기에 넋을 끊나니.
43.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霽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 (정색황위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天姿白亦奇 (천자백역기)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世人看自別 (세인간자별)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均是傲霜枝 (균시오상지) 다 같이 업신여기는 서리.
44. 宜月亭(의월정)―松江 鄭 澈(송강 정 철)
白嶽連天起 (백악연천기) 하늘에 닿아 일어나는 백악 城川入海流 (성천입해류) 바다로 흘러드는 성천. 年年芳草路 (연년방초로) 해마다 향기로운 풀 길 따라 人渡夕陽橋 (인도석양교) 석양의 다리 건너는 사람들.
45. 秋夜(추야)―松江 鄭 澈(송강 정 철)
蕭蕭落葉聲 (소소락엽성) 나뭇잎 떨어지는 소소한 소리에 錯認爲疎雨 (착인위소우) 성긴 비인 줄 알고. 呼童出門看 (호동출문간) 아이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 하네.
46. 山中(산중)―栗谷 李 珥(율곡 이 이)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약을 캐다가 문득 잃어버린 길은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천 봉우리 가을 잎 속.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스님이 물길어 돌아가니 林末茶烟起 (임말다연기) 수풀 끝에서 일어나는 차 연기.
47. 南溪暮泛(남계모범)―龜峰 宋翼弼(귀봉 송익필)
迷花歸棹晩 (미화귀도만) 꽃에 정신 잃어 늦게 돌린 배 待月下灘遲 (대월하탄지) 달을 기다리느라 여울에서 내려가기 더디었지. 醉裏猶垂釣 (취리유수조) 술에 취해 낚시질을 하나니 舟移夢不移 (주이몽불이) 배는 옮겨가도 꿈은 바뀌지 않네.
48. 偶吟(우음)―雲谷 宋翰弼(운곡 송한필)
花開昨日雨 (화개작일우) 어제는 내리는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은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네.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가여워라 이 봄의 일들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바람과 비속에서 가고 또 오누나.
49. 無題(무제)―坡谷 李誠中(파곡 이성중)
紗窓近雪月 (사창근설월) 눈 위의 달에 가까운 비단 창가 滅燭延淸暉 (멸촉연청휘) 촛불만 가물가물 빛을 늘이고. 珍重一杯酒 (진중일배주) 맛좋은 한잔의 술 夜闌人未歸 (야란인미귀) 밤이 깊어도 그 사람은 아니 오네.
50. 聞笛(문적)―古玉 鄭 碏(고옥 정 작)
遠遠沙上人 (원원사상인) 멀리 모래밭 위의 사람 初疑雙白鷺 (초의쌍백로) 처음에는 짝 지은 해오리인가 했느니. 臨風忽橫笛 (임풍홀횡적) 피리소리 갑자기 바람결에 일어나 寥亮江天暮 (요량강천모) 저문 강 하늘에 울려 퍼지고.
51. 謝柳監司永詢(사유감사영순)―竹閣 李光友(죽각 이광우)
杖履追隨地 (장리추수지) 땅을 쫓아 따르는 지팡이와 신 淸溪空自流 (청계공자류) 맑은 시내만이 부질없이 흐르는데. 當時眞面目 (당시진면목) 그 때의 참된 모습이여 方丈聳千秋 (방장용천추) 오래도록 높이 솟은 방장산.
52. 在海鎭營中(재해진영중)―汝諧 李舜臣(여해 이순신)
水國秋光暮 (수국추광모) 가을빛이 저문 물나라 驚寒雁陣高 (경한안진고)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 높이 날고 憂心轉輾夜 (우심전전야) 엎치락뒤치락 나라 걱정하는 밤 殘月照弓刀 (잔월조궁도) 새벽달만이 궁도를 비추고.
53. 有歎(유탄)―止叔 尹 渟(지숙 윤 정)
幣屣堯天下 (폐사요천하) 헤어진 짚신은 요임금의 천하요 淸風有許由 (청풍유허유) 맑은 바람에 허유 있었지. 分內無棄物 (분내무기물) 분수 안에 버릴 것 없나니 獨契自家牛 (독계자가우) 혼자 자기 집 소 몰고 가네. * 堯 : 고대 제왕의 이름. 명군(名君)․성군(聖君)의 뜻으로 쓰임. 許由 : 요(堯) 임금 때의 현사(賢士).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양여하려 했으나 거절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음.
54. 山寺(산사)―白湖 林 悌(백호 임 제)
半夜林僧宿 (반야임승숙) 스님도 잠든 이 한밤 重雲濕草衣 (중운습초의) 옷자락을 적시는 무거운 구름. 岩扉開晩日 (암비개만일) 황혼에 바위 사립을 여니 棲鳥始驚飛 (서조시경비) 잠든 새들 놀라 날고.
55. 弘慶寺(홍경사)―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秋草前朝寺 (추초전조사) 지난 조정의 절엔 가을 풀 殘碑學士文 (잔비학사문) 남은 비에는 학사의 글. 千年有流水 (천년유류수) 천년동안 물만 흐르는데 落日見歸雲 (낙일견귀운) 지는 햇살에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56. 題僧軸(제승축)―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智異雙溪勝 (지리쌍계승) 지리산에 뛰어난 쌍계사 金剛萬瀑奇 (금강만폭기) 금강산엔 기이한 만폭동. 名山身未到 (명산신미도) 가보지 못한 명산이지만 每賦送僧詩 (매부송승시) 때마다 스님 송별하는 시를 짓네.
57. 山寺(산사)―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寺在白雲中 (사재백운중) 흰 구름 속에 있는 절 白雲僧不掃 (백운승불소) 스님은 그 흰 구름 쓸지 않고. 客來門始開 (객래문시개) 비로소 손님이 와 문을 여니 萬壑松花老 (만학송화노) 늙어버린 온 골짝의 솔 꽃.
58. 回舟(회주)―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宿鷺下秋沙 (숙로하추사) 자던 해오라기 모래밭에 내리고 晩蟬鳴江樹 (만선명강수) 강가 나무에서 우는 저녁 매미. 回舟白蘋風 (회주백빈풍)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夢落西潭雨 (몽락서담우) 서쪽 연못 빗발에 떨어지는 꿈.
59. 松都懷古(송도회고)―草樓 權 韐(초루 권 겹)
雪月前朝色 (설월전조색) 눈의 달빛은 전조의 빛깔 寒鍾故國聲 (한종고국성)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南樓愁獨立 (남루수독립) 남루에 시름하며 홀로 섰으니 殘郭曉雲生 (잔곽효운생) 허물어진 성곽에 이는 새벽 구름.
60. 老馬(노마)―楊浦 崔 澱(양포 최 전)
老馬枕松根 (노마침송근) 솔뿌리 베고 누운 늙은 저 말 夢行千里路 (몽행천리로) 꿈속에 달린 천리 길. 秋風落葉聲 (추풍락엽성)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 소리에 驚起斜陽暮 (경기사양모) 놀라 깨아니니 어느새 저무는 해.
61. 江夜(강야)―五山 車天輅(오산 차천로)
夜靜魚登釣 (야정어등조) 고요한 밤 고기는 낚이고 波淺月滿舟 (파천월만주) 물결은 얕고 배에 가득한 달 빛. 一聲南去雁 (일성남거안)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 啼送海山秋 (제송해산추) 울어 보내는 바다 산의 가을이여.
* (朝鮮 前期(조선 전기)
62. 全州懷古(전주회고)―陽村 權 近(양촌 권 근)
巨鎭分南北 (거진분남북) 산성은 남북으로 나뉘는데 完山最古奇 (완산최고기) 완산이 가장 빼어났네. 千峰鐘王氣 (천봉종왕기) 천 봉우리 기운 모아 一代啓鴻基 (일대계홍기) 큰 터전 열었느니. * 巨鎭 : 큰 산성(山城). 鴻基 : 왕궁의 터.
63. 題壁(제벽)―猿亭 崔壽峸(원정 최수성)
水澤魚龍國 (수택어룡국) 못은 어룡의 나라 山林鳥獸家 (산림조수가) 숲은 새 짐승의 집. 孤舟明月在 (고주명월재) 외로운 배에 달 밝은데 何處是生涯 (하처시생애) 어느 곳에서 한평생을. * 魚龍國 : 고기와 용이 노는 곳.
64. 天王峰(천왕봉)―南溟 曺 植(남명 조 식)
請看千石鐘 (청간천석종) 천 석이나 되는 종 非大扣無聲 (비대구무성) 크게 쳐야 소리 나는데. 萬古天王峯 (만고천왕봉) 만고의 저 천왕봉 天鳴猶不鳴 (천명유불명) 하늘이 쳐도 울리지 않으리. * 大扣 : 큰 종채로 치다. 千石 : 부피의 단위. 섬. 무게의 단위. 一石= 10斗.=120斤. 天鳴 : 하늘이 울리는 것.
65. 聖心泉(성심천)―忠齋 崔淑生(충재 최숙생)
何以醒我心 (하이성아심) 내 마음 어찌 맑게 할까 澄泉皎如玉 (징천교여옥) 샘물은 구슬처럼 맑아라. 坐石風動裙 (좌석풍동군) 돌에 앉으니 옷깃 펄럭 挹流月盈掬 (읍류월영국) 물을 뜨니 손바닥에 가득한 달. * 動裙 : 치마를 움직임. 月盈掬 : 달이 두 손에 뜬 물에 비침.
66. 山中秋雨(산중추우)―村隱 劉希慶(촌은 유희경)
白露下秋空 (백로하추공)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山中桂花發 (산중계화발) 산중에 계수나무 꽃 피고. 折得最高枝 (절득최고지) 높은 가지 꺾어 歸來伴明月 (귀래반명월) 밝은 달 짝하여 돌아오네. * 折得 : 꺾어 들고. 伴明月 : 밝은 달을 짝하여.
67. 紫霞洞(자하동)―君受 河偉量(군수 하위량)
松花金粉落 (송화금분락) 소나무 꽃은 금빛가루 春澗玉聲寒 (춘간옥성한) 봄 시내는 차가운 옥소리 盤石客來坐 (반석객래좌) 나그네 와서 앉은 그 반석은 仙人舊有壇 (선인구유단) 옛날에 신선이 있었던 단. * 紫霞 : 신선이 사는 곳에 떠돈다는 자줏빛 운기(雲氣).
68. 山居(산거)―竹庵 許景胤(죽암 허경윤)
柴扉尨亂吠 (시비방란폐) 삽살개 사립문에서 짖어대는데 窓外白雲迷 (창외백운미) 창밖에 헤매는 흰 구름. 石徑人誰至 (석경인수지) 올 이 없는 이 돌길 春林鳥自啼 (춘림조자제) 봄 숲에선 새만이 지저귀네.
69. 遺懷(유회)―蓮峰 李基卨(연봉 이기설)
窓外連宵雨 (창외연소우) 창밖엔 연이은 밤비 庭邊木葉空 (정변목엽공) 나뭇잎도 다 져 텅 빈 뜰. 騷人驚起晏 (소인경기안) 시인은 놀라 일어나 長嘯倚西風 (장소의서풍) 길게 읊조리며 기대보는 가을 바람.
70. 過古寺(과고사)―淸虛 休 靜(청허 휴 정)
花落僧長閉 (화락승장폐) 꽃이 지니 스님은 문을 닫고 春尋客不歸 (춘심객불귀) 봄 찾는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르네. 風搖巢鶴影 (풍요소학영) 바람은 둥지의 학 그림자 흔들고 雲濕坐禪衣 (운습좌선의) 구름은 좌선하는 옷을 적시네. * 春尋 : 화전놀이.
71.題畵(제화)―林光澤(임광택)
白頭蒼面叟 (백두창면수) 하얀 머리 푸른 얼굴 노인 倚樹午眠閒 (의수오면한) 나무에 기대 한가로운 낮잠. 夢亦非塵界 (몽역비진계) 꿈 또한 속세 아니니 靑山綠水間 (청산녹수간) 파란 산 푸른 물 사일레라. * 蒼面叟 : 창백한 얼굴의 노인. 塵界 : 속세.
72. 題畵障(제화장)―西坰 柳 根(서경 유 근)
日暖花如錦 (일난화여풍) 꽃이 비단 같은 따스한 날씨 風輕柳拂絲 (풍경유불사) 버들가지 실로 나부끼는 가벼운 바람. 尋訪應有意 (심방응유의) 찾아온 뜻 응당 있을지니 童子抱琴隨 (동자포금수) 아이야 거문고 안고 따르렴.
낱말풀이 / 柳拂絲 : 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림. 應有意 : 응당히 생각이 있음.
73. 山行(산행)―雪峯 姜柏年(설봉 강백년)
十里無人響 (십리무인향) 사람 소리 없는 십리 山空春鳥啼 (산공춘조제) 빈 산엔 봄 새 소리. 逢僧問前路 (봉승문전로) 스님 만나 앞 길 묻고서 僧去路還迷 (승거로환미) 스님 떠나니 다시 길 잃고. * 人響 : 사람의 말소리.
74. 與諸義士相別(여제의사상별)―元讓 崔孝一(원양 최효일)
壯氣連天鬱 (장기연천울) 무성히 하늘에 이어진 장한 기운 精忠貫日明 (정충관일명) 참된 충성은 해를 꿰뚫어 밝은데. 男兒一掬淚 (남아일국루) 사나이 이 한 움큼의 눈물이 不獨爲今行 (부독위금행) 어찌 이 걸음 때문이랴.
75. 途中(도중)―霞谷 尹 堦(하곡 윤 계)
日暮朔風起 (일모삭풍기) 해 저무니 북쪽 바람이 일고 天寒行路難 (천한행로난) 길을 가기 어려운 추운 날씨 白烟生凍樹 (백연생동수) 흰 연기는 언 나무에서 나는데 山店雪中看 (산점설중간) 눈 속에 보이는 산 가게.
76. 金剛山(금강산)―尤庵 宋時熱(우암 송시열)
山與雲俱白 (산여운구백) 산과 구름 함께 희니 雲山不辯容 (운산불변용) 구름과 산 구별할 수 없는데. 雲歸山獨立 (운귀산독립) 구름 가고 산 홀로 서니 一萬二千峰 (일만이천봉) 일만 이천 봉우리. * 雲山 : 구름이 산에 덮여있음.
77. 遊山寺(유산사)―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紫陌三年客 (자맥삼년객) 자줏빛 두렁에 삼 년 나그네 靑山一老僧 (청산일노승) 푸른 산 어느 늙으신 스님. 相逢談笑處 (상봉담소처) 서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데 蘿月不懸燈 (나월불현등) 덩굴에 걸린 달이 등불. * 蘿月 : 댕댕이 덩굴에 걸쳐있는 달. 不懸燈 : 등불을 켜서 달 필요가 없음.
78. 夜坐(야좌)―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谷靜無人跡 (곡정무인적) 사람의 자취 없어 고요한 골짝 庭空有月痕 (정공유월흔) 빈 뜰엔 달 흔적만. 忽聞山犬吠 (홀문산견폐) 문득 개 짖는 소리는 沽酒客敲門 (고주객고문) 술 사려는 나그네가 문을 두드림이라.
79. 藥山東臺(약산동대)―草盧 李惟齋(초노 이유재)
藥石千年在 (약석천년재) 약 바위 천 년 있고 晴江萬里長 (청강만리장) 맑은 강 만리로 길구나. 出門一大笑 (출문일대소) 문을 나와 한번 큰 웃음 獨立倚斜陽 (독립의사양) 홀로 서서 지는 해에 기댄다. * 藥石 : 약산의 바위.
80. 題畵(제화)―龜石 金得臣(구석 김득신)
古木寒煙裏 (고목한연리) 찬 연기 속에 늙은 나무 秋山白雲邊 (추산백운변) 흰 구름 가엔 가을 산. 暮江風浪起 (모강풍랑기) 풍랑 일어나는 저녁 강에 漁子急回船 (어자급회선) 서둘러 뱃머리 돌리는 어부여. * 漁子 : 어부.
81. 詠菊(영국)―高徵厚(고징후)
微草幽貞趣미 (초유정취) 작은 풀 그윽하고 곧아 正猶君子人 (정유군자인) 바로 군자 같아라. 斯人不可見 (사인불가견)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徒與物相親 (도여물상친)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 幽貞趣 : 그윽하고 곧은 정취. 徒與物 : 한갓 풀인 국화와 더불어. 君子 :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관직이 높은 사람.
82. 盆梅(분매)―滄溪 林 泳(창계 임 영)
白玉堂中樹 (백옥당중수) 백옥당에 매화나무 開花近客杯 (개화근객배) 꽃 피어 손님 술잔에 가깝구나. 滿天風雪裏 (만천풍설리) 하늘 가득 눈바람 속인데 何處得夫來 (하처득부래) 어디서 얻어 왔느뇨. * 近客杯 : 나그네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놓여 있음.
83. 題墨竹後(제묵죽후)―鄭 敍(정 서)
閑餘弄筆硯한 (여농필연) 한가로이 붓을 놀리어 寫作一竿竹 (사작일간죽) 대나무 하나 그렸지. 時於壁上間 (시어벽상간) 벽에 걸어 때때로 보니 幽恣故不俗 (유자고불속) 그윽한 모습 속되지 않구나. * 幽恣 : 그윽한 모습.
84. 三淸洞(삼청동)―巷東 金富賢(항동 김부현)
溪上離離草 (계상리리초) 시냇가에 흩어진 풀 侵人坐處生 (침인좌처생) 사람 앉을 자리에도 돋아났네. 不知衣露濕 (부지의로습) 옷이 이슬에 젖는 줄 모르고 猶自聽溪聲 (유자청계성) 태연히 시내 물소리만 듣네.
85. 山氣(산기)―眉叟 許 穆(미수 허 목)
(一) 陽阿春氣早 (양아춘기조) 봄기운 이른 따뜻한 언덕 山鳥自相親 (산조자상친) 산새들 서로 사랑. 物我兩忘處 (물아양망처) 자연과 나 깃들 곳 잊어 始覺百獸馴 (시각백수순) 비로소 알겠네 뭇 짐승 순치 되었음을.
(二) 空堦鳥雀下 (공계조작하) 참새 내리는 빈 섬돌 無事晝掩門 (무사주엄문) 일도 없어 낮에 문 닫고. 靜中觀物理 (정중관물리) 고요히 살펴보는 만물 이치 居室一乾坤 (거실일건곤) 살고있는 방이 하나의 건곤이라. * 섬돌계(堦 : 階)
86. 流頭(유두)―金錫龜(김석구)
提壺來郭外 (제호래곽외) 술병 들고 성밖 나오니 佳節是流頭 (가절시유두) 좋은 시절 유두라. 閒臥松陰夕 (한와송음석) 한가로이 솔 그늘에 누우니 淸風不讓秋 (청풍불양추) 바람은 맑은 가을. * 提壺 : 술병을 옆에 참. 流頭 : 음력 6월 보름날.
87. 月夜(월야)―林瑞珪(임서규)
琴罷雲侵壁 (금파운침벽) 거문고 소리 끝나니 벽엔 구름 詩成月滿軒 (시성월만헌) 시를 짓고 나니 처마엔 달. 夢回天已曙 (몽회천이서) 꿈 깨어난 새벽 窓外衆禽喧 (창외중금훤) 창밖에는 온갖 새소리. * 衆禽喧 : 온갖 새들이 지저귐.
88. 遊安心寺(유안심사)―冲 徽(충 휘)
夜雨朝來歇 (야우조래헐) 밤비 개인 아침 靑霞濕落花 (청하습낙화) 꽃을 적시는 푸른 안개. 山僧留歸客 (산승유귀객) 스님은 나그네 붙들고 手自煮新茶 (수자자신다) 손수 차를 달이네. * 靑霞 :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手自 : 손수.
89. 夜景(야경)―竹泉 金鎭圭(죽천 김진규)
輕雲華月吐 (경운화월토)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芳樹澹烟沈 (방수담연침)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夜久孤村靜 (야구고촌정)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淸泉響竹林 (청천향죽림)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고.
90. 采蓮曲(채련곡)―玄黙 洪萬宗(현묵 홍만종)
彼美采蓮女 (피미채련여) 연밥 따는 아름다운 저 처녀 繫舟橫塘渚 (계주횡당저) 물가에 배를 매어두고. 羞見馬上郞 (계주횡당저) 말 위의 사나이가 부끄러워 笑入荷花去 (소입하화거) 연꽃 속으로 웃으면서 들어가네.
91. 楓溪夜逢士敬(풍계야봉사경)―老稼齋 金昌業(노가재 김창업)
靑林坐來暝 (청림좌래명) 어둠이 찾아온 푸른 숲 속에 앉아 獨自對蒼峰 (독자대창봉) 나 홀로 마주한 파란 산. 先君一片月 (선군일편월) 한 조각달이 그대보다 먼저 來掛檻前松 (래괘함전송) 난간 앞 소나무로 와 걸렸네. * 난간(檻)
92. 瀑布(폭포)―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白雪掛終古 (백설괘종고) 옛날부터 하얀 눈을 걸고 驚雷殷一壑 (경뇌은일학) 온 골짝을 놀라게 하는 천둥소리. 晩來更淸壯 (만래갱청장) 저녁이 되니 더욱 맑고 장해 高峰秋雨落 (고봉추우락) 높은 봉우리에서 떨어지는 가을비.
93. 楓岩靜齋秋詞(풍암정재추사)―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霜葉自深淺 (상엽자심천) 저절로 깊고얕은 단풍잎 總看成錦樹 (총간성금수) 바라보니 모두가 비단 나무 虛齋坐忘言 (허재좌망언) 빈 서재에 말 을 잊고 앉아 葉上聽疎雨 (엽상청소우) 나뭇잎 위 성긴 빗소리 듣네.
94. 訪眉叟宗丈(방미수종장)―蘭谷 許時亨(난곡 허시형)
相尋闍崛西 (상심사굴서) 서쪽으로 선생을 찾아가 深燈風雨夕 (심등풍우석) 비바람 저녁 등불에 깊은 밤. 牀頭一樹梅 (상두일수매) 평상 위의 한 떨기 매화는 含情若挽客 (함정약만객) 나그네를 붙드는 듯 정을 머금고. * 선생께서 산다는 지사굴(闍崛) 眉叟 : 허목(許穆)의 자(字). 闍崛 : 지사굴산(秪闍崛山). 인도(印度)에 있다는 산(山) 이름. 여기서는 미수(眉叟) 선생이 있는 곳. 宗丈 : 어른.
95. 東郊(동교)―涬甫 申熙溟(행보 신희명)
樹擁疑無路 (수옹의무로) 숲이 우거져 길이 없나 했는데 山開忽有村 (산개홀유촌) 산이 열리자 문득 보이는 마을. 田翁眠藉草 (전옹면자초) 풀을 깔고 잠든 농부 淸夢繞平原 (청몽요평원) 맑은 그 꿈 넓은 들을 둘러싸네.
96. 紫陌春雨(자맥춘우)―癯溪 朴景夏(구계 박경하)
東風紫陌來 (동풍자맥래) 서울 거리에 샛바람 불면 興與春雲聚 (흥여춘운취) 봄 구름과 함께 모여드는 흥을. 醉臥酒爐邊 (취와주로변) 술 화로 가에 취해 누우면 衣沾杏花雨 )의첨행화우) 내 옷은 살구꽃 비에 젖고. * 모여드네(聚).젖네(沾) * 紫陌 : 서울 거리. 東風 : 샛바람.
97. 詠庭前梨樹(영정전이수)―聽灘 韓翼恒(청탄 한익항)
一室淸如水 (일실청여수) 물과 같이 맑은 온 집안 簷端樹自交 (첨단수자교) 처마 끝엔 서로 얽힌 나뭇가지. 夜闌人不寐 (야란인불매) 늦도록 잠 못 이루는 밤 明月在花梢 (명월재화초) 밝은 달만 꽃가지에 걸려있고.
98. 和金稷山(화김직산)―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朱欄俯綠池 (주란부록지) 푸른 못을 굽어보는 붉은 난간에 日照幽蘭靜 (일조유란정) 해 비치니 고요한 난초. 中有鼓琴人 (중유고금인) 그 가운데 거문고 타는 사람 欹巾坐花影 (의건좌화영) 기울어진 두건으로 꽃 그늘에 앉았네.
99. 磧川寺過方丈英禪師(적천사과방장영선사)―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掃石臨流水 (소석임유수) 흐르는 물가에 돌을 쓸며 問師何處來 (문사하처래) 스님 어디서 오시느냐고 師言無所住 (사언무소주) 머무는 데 없이 偶與白雲回 (우여백운회) 흰 구름과 짝하여 다닌다고.」 * 方丈 : 화상(和尙). 국사(國師) 등의 높은 중의 처소. 또는 주지(住持).
100. 無題(무제)―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백조서개온)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孤跫響獨哀 (고공향독애) 홀로 슬픈 귀뚜라미 소리. 片雲依石在 (편운의석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孤月照鄕來 (고월조향래)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101. 牧笛(목적)―息山 李萬敷(식산 이만부)
短髮尺餘兒 (단발척여아) 한 자 남짓 짧은 머리 아이 大牛能自領 (대우능자령) 그 큰 소를 넉넉히 부리네. 晩郊留一聲 (만교유일성) 저문 들에 한 소리 남겨 두고 渡水入山影 (도수입산영) 시내 건너 산그늘로 들어가네.
102. 江行(강행)―聖齋 李匡呂(성재 이광려)
湖村收宿雨 (호촌수숙우) 오랜 비가 걷힌 호수 마을에 波色澹淸晨 (파색담청신) 물결도 고요한 맑은 새벽. 岸岸蓬底濕 (안안봉저습) 언덕마다 쑥대 밑이 젖고 沙上不見人 (사상불견인) 사람도 안 보이는 모래밭. * 맑네(澹). .
103. 田翁(전옹)―東溪 李英輔(동계 이영보)
輟耕山落日 (철경산락일) 밭 갈기를 마치자 산의 해 저물어 林逕驅牛去 (임경구우거) 소 몰고 가는 숲 속 오솔길. 遙野望家門 (요야망가문) 먼 들에서 집의 문을 바라보니 烟生喬木處 (연생교목처) 교목 있는 곳에서 이는 저녁 연기.
104. 田家(전가)―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婦坐搯兒頭 (부좌도아두) 앉아서 아이 머리 다독이는 아낙 翁傴掃牛圈 (옹구소우권) 구부리고 외양간 치는 늙은이. 庭堆田螺殼 (정퇴전라각) 뜰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廚遺野蒜本 (주유야산본) 부엌에는 마늘 줄기 흩어져있고.
105. 民山(민산)―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遠山暮色來 (원산모색래) 먼 산에 저녁 빛이 오니 前路行人少 (전로행인소) 다니는 사람도 드문 앞길 村機猶織聲 (촌기유직성) 마을에서는 아직도 베 짜는 소리 西窓有餘照 (서창유여조) 서쪽 창엔 석양이 남아 있고.
106. 牧童(목동)―茂佰 柳東陽(무백 유동양)
驅牛赤脚童 (구우적각동) 소를 모는 맨발의 아이 滿載秋山色 (만재추산색) 가득 실은 가을 산 빛. 叱叱搔蓬頭 (질질소봉두) 머리 긁으며 소를 모는 소리 長歌歸月夕 (장가귀월석) 긴 노래로 저녁달에 돌아오네. * 소를(牛) 모는(驅) 다리의(脚) 흐트러진(蓬) 머리(頭) 긁으며(搔) 혀를 차며(叱) 꾸짖는 소리(叱)
107. 失題(실제)―雲巢子 金可基(운소자 김가기)
大醉長安酒(대취장안주) 장안주에 많이 취해 狂歌日暮還(광가일모환) 저녘 무렵 미친듯 노래부르며 돌아왔다. 蓬壺多俗物(봉호다속물) 봉래산에도 속물이 많기에 遊戱且人間(유희차인간) 인간 세상에서 유희하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