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 기하 유리수 무리수
다음의 분수 문제를 풀어보자.
½+⅓
⅓÷2
모르긴 하지만 나이가 든 세대들은 퍼뜩 풀지 못할 것이다. 아득한 옛날에 배운 연산이라 잊어버렸을 것이다. 분수의 더하기는 통분해야 하고, 나누기는 제수의 분자와 분모를 뒤집어야 한다는 기억이 아물아물 날 것이다. 왜 이럴까? 그간 세월이 오래 흘러 기억에서 멀어진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만이 원인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단순히 통분하고, 제수의 분자와 분모를 뒤집어라고만 가르쳤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하는 원리를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체는 가르쳐 주지 않고 작용법만 가르쳐 준 것이다.
자연수를 배우면서, 0 과 음수는 왜 자연수가 아닌지에 대해서도 그 원리를 들은 적이 없다. 자연수는 자연에 존재하는 사물의 개수를 셀 때 쓰이는 수여서, 가장 ‘자연스러운 수’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0, -1 따위는 자연에 있는 사물의 개수를 셀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또 대수, 기하, 유리수, 무리수를 배우면서 그것을 왜 대수, 기하, 유리수, 무리수라고 이름하는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도 그 개념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면 이들 용어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대수(代數)라는 용어는 청나라 수학자 이선란(李善蘭)이 선교사 와일리(Wylie)와 함께 드 모르간(De Morgan)의 책 ‘Elements of Algebra(1835)’를 번역하면서, 수를 연산하는 숫자[數]를 대신[代]한 문자로 연산한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그 이전에는 문자를 사용하여 방정식을 푸는 서양식 해법을 ‘근을 빌려쓰는 방법’이라는 뜻에서 차근법(借根法)이라고 하였다.
대수란 방정식(equation)을 풀기 위해서, 수[數] 대신[代]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학교 때 열심히 풀었던, 1차, 2차 방정식이 대수학 문제의 하나다. y=ax+b와 같이 숫자 대신 문자를 사용하는 식이다.
기하(幾何)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은 홍수로 나일강이 범람한 후에, 헛갈린 토지를 적절하게 재분배하기 위하여 측량이 필요하였다. 이와 같은 토지 측량에 의한 도형의 연구를 기하학의 기원이라고 보고 있다.
기하학은 영어로 geometry라 하는데, geo는 토지를, metry는 측량을 뜻한다. 이집트인이 개발한 이와 같은 도형에 관한 지식은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전파되었다. 그러면 이를 왜 ‘몇 기(幾), 어찌 하(何)’ 두 자를 써 기하(幾何)라 했을까? 기하의 중국음은 지허[jǐhé]다. 이에 대한 답은 양주동의 ‘몇 어찌’라는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선생님, 대체 ‘기하’가 무슨 뜻입니까? ‘몇 어찌’라뇨? 하고 질문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이 기상천외의 질문을 받으시고, 처음에는 선생님을 놀리려는 공연한 시문으로 아셨던지 어디 서 왔느냐, 정말 그 뜻을 모르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곧, 나에게 아무 악의도 없음을 알아 채시고, 그 말의 유래와 뜻을 가르쳐 주셨다. 가로되, 영어의 '지오메트리(측지술)' 를, 중국 명나라 말기의 서광계가 중국어로 옮길 때, 이 말에서 ‘지오(땅)’를 따서 ‘지허’ 라 음역한 것인데, 이를 우리는 우리 한자음을 따라 ‘기하’라 하게 된 것이라고. 알겠느냐?”
지오(geo-)를 지허(幾何)로 음역한 것이지만, 이에는 뜻도 가미되어 있다. 왜냐하면 지허(幾何)는 ‘얼마’란 뜻이다. 나일강의 홍수로 뒤덮인 토지의 ‘얼마’를 측량해서 줄 것인지를 가르는 것이 기하이기 때문이다.
유리수(有理數)는 영어의 rational number를 번역한 말이다. 이성적, 합리적 수라는 뜻이다.
유리수는 수리적으로 표현하면 나눌 수 있는 수 즉 분수 표현이 가능한 수이다. 따라서 유리수란 분수 a/b의 꼴로 나타낼 수 있는 수이다. 유리수인 정수 1, 2, 3도 모두 분수로 나타낼 수가 있다. 곧 1은 1분의 1, 2는 1분의 2, 3은 1분의 3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유리수는 정수와 정수가 아닌 유리수로 나누어진다. 정수는 양수, 0, 음수이고, 정수가 아닌 유리수는 ⅓, 0.54와 같이 소수, 분수를 말한다. 그러니까 유리수는 정수, 소수, 분수다.
그런데 소수에는 순환소수와 무한소수가 있다. ⅓=0.333333…과 같이 소수점 아래의 숫자가 끝없이 반복되는 순환소수와 0.3125437…과 같이 소수점 아래의 숫자가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가 있다. 순환소수는 유리수가 되고 무한소수는 무리수가 된다.
무리수는 실수 가운데 두 정수의 비, 즉 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수를 의미한다.
또 소수점 아래에 0이 아닌 숫자가 무한(無限) 개인 π=3.1415926…, √2=1.41421356…등도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가 된다.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는 분수로 나타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유리수가 아니다.
⅓이라는 숫자는 계속해서, 0.333333.... 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성적인 수 곧 유리수(rational number)가 된다. 우리는 rational하게 그 다음에 오는 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수(無理數)는 이성적이지 않은 수라 하였다. 우리의 이성에 따라, 그 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 유리수는 이성적인 수(rational number)가 되고, 그 다음에 올 숫자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무리수는 비이성적인 수(irrational number)가 된다. 학창 시절에 이런 식으로 자세히 알려주시는 수학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서 우리는 그 원리를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