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兎三窟)”은 ‘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귀족 맹상군(孟嘗君)과 그의 식객 풍훤(馮諼)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은 ‘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뜻으로,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서도 국가나 기업이나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 제2. 제3의 굴(窟), 즉 플랜 B나 플랜 C 같은 대비가 필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 자체로 보면 ‘교활한 토끼는 굴이 세 개다’로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보신을 위해 교활하게 준비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기 때문에 이 말을 전한 사람과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말을 제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아마 이재명 대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검찰에 불려 갈까봐 세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자신과 전혀 무관했던 계양구의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되었고, 또한 욕을 먹든 말든 더민당 대표에 출마해서 대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거야말로 교활한 토끼의 세 개 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 별다른 반향을 남기진 못했지만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교토삼굴’(狡兎三窟) 발언은 신년 정가 화두로 삼을 만하다.
만일에 대비해 굴 세 개를 파놓는 토끼처럼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묘년을 맞아 토끼 지혜에 빗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고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어제 검찰에 출두한 이 대표는 당당했다. 그를 병풍처럼 에워싼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면면, ‘개딸’들 응원전을 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달라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으로 줄줄이 검찰청사에 불려가도 그의 ‘야당 탄압’ ‘사법 쿠데타’ 서사는 탄탄해질 것이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둘 커질 때마다 ‘검찰 개혁’ 전선이 치열했던 것처럼. 이 대표 세력에는 “플랜2, 플랜3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로 정치인 발언이 한가한 조언이거나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불순한 선동쯤으로 들릴 것이다.
문희상의 교토삼굴론은 민주당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말이 ‘윤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뜻이 어느 후보에 있느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라는 얘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 대표 경선에서 ‘김심’ ‘이심’ ‘박심’ ‘문심’ 같은 재임 대통령 의중이 논란거리였지만 이번처럼 요란하고 노골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의도 정치를 내가 얼마나 했다고 무슨 윤핵관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라고 했지만 그걸 믿을 사람은 없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적기 때문에 ‘확실한 우리 편’에 대한 대통령의 욕망이 도드라진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7월 핵심 측근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 보낸 대통령 문자 메시지는 거칠지만 솔직하다.
명실상부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과 손잡고, 권성동 의원이 중도하차한 데는 이런 대통령 속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김 의원은 최근 당내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당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당의 동기화’를 강조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집권 2년 차 윤석열정부가 성과를 내려면 용산과 코드가 맞고 자기 정치를 하지 않는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다. 국회 권력이 없는 절반의 정권 교체로는 성공한 정부도, 정권 재창출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에는 “자기 정치가 앞서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용산의 경고가 담겨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놓은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에 성공할지 회의적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당·청 한 몸 전략은 되풀이됐다.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정부다. 집권 2년 차인 2018년 전대에서 뽑힌 이해찬 대표 일성은 “당과 문재인정부는 공동운명체”였다. 그 이후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등으로 민심이 요동쳤어도 당은 ‘원보이스’였다.
조금이라도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라치면 수뇌부 압박과 ‘문파’ 항의가 쏟아졌다.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고도 이 대표가 공언한 20년 연속 집권은커녕 5년 만에 정권을 내놓은 건 한 몸 전략의 실패다. 주요 패인인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에 당이 굳게 입 닫은 결과다.
이재명 지키기에 올인하는 민주당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여권 인사들이 윤심 논란에는 왜 그렇게 무감한지 모르겠다. 윤심에 밝은 당권 주자를 줄 세운다고 당이 용산과 한 몸처럼 움직일 수는 없다.
국정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민심을 관리하고 대야 협상을 통해 입법 실적을 만들어내는 게 집권 2년 차 여당 대표 몫이기 때문이다. 국민 가슴을 철렁케 하는 고물가, 자산 시장 침체 같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내년 총선 전망은 밝지 않다.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이태원 압사 참사 사태를 끌고 가려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윤심이 아니라 민심에 민감한 여당 대표가 필요한 때다.>세계일보. 황정미 편집인
출처 : 세계일보. [황정미칼럼] ‘윤심’보다 민심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에 출마한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이지만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의 70% 이상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추미애, 조국,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의 숨은 공이라고 얘기합니다.
그 사람들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윤석열을 핍박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정서가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주게 만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결국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낙선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의 소위 윤핵관의 언행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추 아무개 전 법무부장관과 별로 달라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 같습니다. 굴 세 개를 마련하기 보다는 바른 길을 가는 것이 더 떳떳하고 바람직한 일인데도 다들 자기 꾀에 넘어가는 우를 범하니 국민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국민들은 도망갈 굴 세 개를 만드는 교활한 토끼가 아닌 자기 갈 길만 가는 우직한 황소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애써 모른 척하니 그 귀추가 걱정될 뿐입니다.
국민을 떠나서 대통령의 의중만 살핀다면 그들도 필패의 길로 뛰어가는 꼴이 될 것입니다. 지금 더민당의 강성 의원들과 김 털보, 유 사이비 등 때문에 더민당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도 그들과 똑 같은 길을 가고 있나봅니다. 국힘당이 걱정이 아니라 나라가 걱정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