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학생들은 의대 약대로, 인문계는 로스쿨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던 공무원이 고물가 상황에서 낮은 급여와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이후 고용 불안을 겪지 않는 동시에 높은 연봉을 받길 원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전문직이 되기 위해 로스쿨로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인문계뿐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 대학생과 공시생, 직장인 등을 가리지 않고 대거 로스쿨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로스쿨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직보다 보수 높고 기업보다 안정됐다는 이유로 역대급으로 지원이 몰리고 있는 겁니다. 올해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지원자는 1만7360명으로 지난해(1만4620명)보다 18.7% 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5년 전보더 65%나 늘어난겁니다. 특히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줄면서 행정고시나 7급 공무원 공채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등을 준비했던 공시생들이 로스쿨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을 지른게 바로 또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가 야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죠. 수능킬러문항때문에 혼쭐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야간 로스쿨에 직장인 수요가 많아서 연구용역을 하고 있고, 관련단체가 검토하고 있다고 했죠.
공시생들도 시험에 투자한 시간과 공무원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을 비교해 보니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로스쿨 준비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5급 행정고시로 공무원증을 받느니 전문직이 되겠다는 겁니다. 매년 1만 명대를 기록했던 행정고시 응시자 수는 2021년 1만2038명, 지난해 1만495명에 이어 올해 9044명까지 줄며 2년 만에 25%나 줄었습니다.
반면에 리트 응시자 수는 매년 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로스쿨 정원이 2100명가량으로 고정돼 있는데 응시자 수가 늘면서 경쟁률도 매년 높아져 지난해는 응시자 중 합격률이 17%까지 떨어졌습니다.
리트(LEET) 응시자 수가 매년 응시율이 90% 안팎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23일 치러지는 리트 응시자 수도 1만5000명 안팎으로 지난해(1만3193명)보다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싼 학비와 높은 진입장벽같은 현재 로스쿨의 문제도 큽니다.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442만4000원이나 됩니다. 3년동안 학비와 생활비로 최소 5000만원 이상이 있어야 맘 편하게 도전할 수 있는 수치죠.
그렇다고해도 합격만 한다면야 모르겠지만 로스쿨 입학생은 거의 20대 초중반에 몰려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바로 로스쿨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올해 로스쿨 입학생 중 절반(47.1%) 가량이 23~25세였다. 32~34세는 3.3%, 35세 이상은 1.9%에 불과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은 법대에 가고싶어도 다 사라진 것 아니나며 울상이지만 아직도 법학과는 있습니다. 순위를 한 번 볼까요? 이 순위는 이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학과 대학순위 1위는 숙명여자대학교입니다. 법학과 대학순위 2위는 동국대학교. 국민대학교 숭실대 홍익대 순입니다. 2023학년도 기준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대학은 가천대학교 법학과 지역균형전형의 34.4:1이었습니다. 반대로 경쟁률이 가장 낮은 대학은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로 5.2:1.
법학과에서 로스쿨로 진학하는 비율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실제로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이 100명 중 평균 15명 합격하고 있는데, 로스쿨 입시에서 필요한 스펙이 높기도 하고, 졸업생들이 로스쿨이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학은 어디에서든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학문이기 때문에, 법학과를 졸업하면 다양한 진로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법학과를 졸업한 후 로스쿨에 진학을 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이 되는게 정석이고, 행정고시나 외교관 시험을 치뤄서 고급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확률도 높죠. 법학 전공자들이 진출하는 자격시험에는 변호사, 법무사, 변리사, 손해사정인, 공인노무사, 보험사정인, 감정평가사,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같은 유망한 전문직종들이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도 법학 관련 과목이 많아서 법학과 출신자들에게 유리합니다. 경찰공무원, 교정직공무원, 보호관찰직 공무원과 같이 치안과 교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분야입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법률 관련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일반 기업의 인사, 노무부서, 총무부서, 기획부서같은 곳에서도 법학과 출신들을 환영하기 때문에 진로선택 폭이 큰 편입니다. 계약법, 물권법, 민사집행법의 기초를 갖추고 있는 법학과 출신자들은 은행이나 증권회사, 보험회사같은 금융기업으로 취업할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