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불 새끼
할망이 손자와 속닥속닥합니다. 귤껍질을 말리는 중입니다. 손자가 껍질을 뒤집으며 함박풀처럼 웃습니다.
둘이 친한 건 비밀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아들이 입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뭐랜 고릅디과?
응, 군대 갔을 때 혹시 내가 죽게되면 있잖아, 돈을 어디에 또 어디에 숨겨놨는데 나중에 찾아 쓰라고 말 핸.
어머니는 학교가 불타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은행을 이용할 줄 몰랐습니다.
고사리도 꺾어 팔고, 팥도 심어 팥죽을 팔고, 평생 모은 돈을 손자와 공유한 것입니다.
누구도 모르는 금고의 비밀, 저에게도 할머니가 있었지만 이런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호스피스병실에 있습니다. 손자만 반응할 뿐입니다. 손을 잡고 귀에 대고 ‘완’ 하고 말하면 입술이 움직입니다.
‘각시도 옆에 이서’하면서 대화가 이어집니다.
이런 경우도 저는 껍데기, 아들이 태어나자 아들 다음으로 권력 순위가 밀렸습니다.
인계사항이 궁금했습니다.
뭐랜 헙디과?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
아들은 어머니가 숨이 가빴을 때 자식 낳고 잘 살 거라면서, 약속을 지키겠다며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말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들이 병원이라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선물이라면서 웃습니다.
함박풀 같습니다. 재(齋)중에도 기쁜 일입니다. 어머니는 세 불 새끼를 만드셨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나의 신앙입니다.
첫댓글 다섯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했습니다. 손자든 아들이든 다 같은 자식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