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구백열아홉 번째
주홍술잔버섯
최종수 목사님이 숲속을 다니다가 주홍술잔버섯을 발견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와 비슷한 술잔버섯이 있지만, 주홍술잔버섯은 없답니다. 이를 발견한 목사님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그 버섯 술잔으로 술을 마시고 싶어 합니다. “빨간 술잔버섯은 신선들의 술잔일까? 그 잔에 담긴 술은 또 얼마나 고울까? 술을 마시려면 이런 잔으로 마셔야 한다. 붉은 사랑이 불꽃처럼 빨갛게 타오를 것이다. 여기에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한 방울 정도 따라 마시면 영혼이 맑아지지 않을까? 아무래도 숲속 땅 위에 작고 붉은 술잔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신선들이 솔잎에 맺힌 아침이슬 한 방울 스치는 솔바람에 똑 떨어지면 받아 마시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 이슬 한 방울 붉은 술잔에 떨어지자, 하늘에서 붉은 아침햇살도 함께 내려 담긴다.” 김민기는 이미 이승의 사람이 아니지만, 그가 만일 이 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합니다. 그는 참으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가수였지만, 가슴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술이 얼큰해지면 젓가락도 제법 두들길 줄 알았습니다. 그는 연극무대 학전을 운영하면서 자기도 반지하에서 살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몫을 먼저 챙겨주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따뜻한 아침이슬은 분명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은혜를 베풀기 위한 무대입니다. 최 목사님은 아마도 하나님의 은혜를 베풀기 위한 무대에서 발견한 주홍술잔버섯을 보고 간절히 하나님의 은혜를 마시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이슬 한 방울 떨어지자, 하늘에서 붉은, 열정적인 아침햇살이 함께 내려 담긴다고 노래했을 겁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술잔이지만, 목사님의 글만으로도 한 잔 마시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릅니다. 은혜를 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