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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야봉 유람(遊覽)산행 1(140522~24)
-반야봉 산행-
반야봉에 다시 서다 078
2005년부터 연1회 명산순례를 함께 해온 명호부부와 지리산을 다시 찾았다. 첫해 지리산 제일봉(1,915m) 천황봉에서 세석평전까지는 안내했지만, 명호부부가“산나물요리가 일미”라며 권해서 찾은 달궁 계곡의 할머니민박에 숙소를 정하고, 나물향기에 젖어보며 지리산 제2봉(1,732m/제2봉이라 함은 지리적인 높이의 순위가 아니라 산맥의 분기점으로서 중요도를 기준으로 정한 것) 반야봉을 오르리라 했다. 뱀사골에서 화개재로 오르는 코스는 너무 멀었고, 달궁에서 반야봉을 바로 오르는 능선 길은 폐쇄돼, 성삼재→노고단→반야봉을 왕복할 수밖에 없었다.
왕복 17km 정도의 이 코스는 전반적으로 평탄한 능선길이지만, 임걸령 샘터에서 노루목을 거쳐 반야봉에 오르는 2km여의 오르막은 산행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힘들다. 60대 후반에 들어서 최근 몇 년 내리 태어난 어린 손주들을 돌봐주느라 체력이 소진되고 지친 상태의 친구부인으로서 왕복 9시간 반을 걸으며 성공적으로 산행을 마쳤다는 건, 정말 놀랄만하고 고마운 일이다.
지리산은 어느 계절 어느 구간을 타더라도, 그 장쾌함과 아름다움에 젖으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재론이 진부할 것이지만, 노고단에서 반야봉에 이르는 길 내내 만개(滿開)하고 있는 철쭉의 화원(花園)에 묻힐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이미 다 져 버렸을 줄 알았는데, 반야봉 정상으로는 철쭉이 아직 봉오리만 맺혔고 진달래가 남아서 피었으니까! 제철 꽃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4년 후배들과 같은 날 5월23일 지리산을 찾았을 때는 연하봉~천왕봉~중봉일대의 반야봉보다 높은 고지대에서도 철쭉마저 시들어가는 중이었던 걸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지리산과 함께 서울에서 오가는 길에서 들린 길이 더 많은 구경거리를 제공하며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우선 등산이라면 큰 산과 긴 산의 정상과 능선만을 타던 내가 유람객이나 들릴 달궁을 찾은 것도 새로운 맛이었다. 달궁의 천년송과 그 옛날 남원장터까지 가던 깊은 산길(지금은 지리산 둘레길로 조성될 모양이지만)을 둘러보는 것도 새 맛이었다.
시간부족으로 산행코스로는 잡지 못했지만. 귀경길에 조금 올라본 뱀사골의 웅장한 계곡과 풍부한 수량의 계류에 감탄하면서 그 명성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소득이었다. 1979년 신정연휴를 이용해 마천에서 천왕봉을 바로 오르며 지났던 백무동의 비취빛 계류에서 느꼈던 감흥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내 새로운 여행수단 자전거로 <화개재>까지 올라보리라는 생각도 품어본다.
달궁 가는 길에서 생선과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해도(海都) 서천과 군산에 들리면서, 한산모시전시관-서천수산물특화시장-옛날 빵집 이성당을 찾아본 것도 한 구경이었다. 남원 주천면의 육모정과 춘향묘를 지나면서 구룡계곡 둘레 길을 한참 올라보기도 했고 정령치를 넘었다. 이 정령치는 백두대간을 타며 안개 속에 지났었던 옛날((2002년4월6일07시17분)의 기억이 새롭고, 고개 동서편의 업 다운이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사였었는지 느낀 것도 새삼스러웠다. 현대자동차 연구소의 아들이 성능 테스트를 위해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는데, 이런 위험한 난코스에서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니 가슴 한 곳이 언짢아오기도 했다.
귀경길! 마침 장날에다 오는 6월4일 지자체선거의 열풍에 휩싸인 떠들썩한 남원의 장터를 지났다. 순창의 고추장민속마을과 장류박물관을 돌아보고, 고추장도 한 통 샀고, 강천산 군립공원에도 들렸다. 주말의 넘치는 인파에 밀려 등산은 포기하고 초입의 병풍폭포만 보고 돌아서, 오정자 고개 너머 추월산 등산로입구의 긴 난간다리에서 담양호를 전망했다. 담양댐을 지나 읍내로 들어가서는 2008년6월7일 월출산 산행 후에 함께 찾았던 박물관앞 대통밥집에서 점심도 먹었고, 당시는 들리지 않았던 식당앞 대나무박물관도 관람했다. 이 모두 즐거움이다. 그리고 순창에서 담양 사이의 이 길은 올해 4월6일 자전거로 영산강 종주를 마치며 라이딩했던 길인데, 이번에는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니 또 다른 감회가 새롭다.
담양에서 장성호를 거치며 중간의 편백나무 숲을 거쳐보려던 생각은 새로 생긴 길들로 인해 지나친 데다, 해지기 전 귀경 운행을 마치기 위해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농번기 물대기로 수량이 줄어든 장성호도 경관이 시원찮아 그냥 일별하고 주변의 드라이빙은 역시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 점 아쉽지만, 다른 명승지를 묶어서 더 멋진 패키지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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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달궁 가는 길>
서울에서 군산을 향하다 서천IC에서 내리며 갑자기 한산모시마을을 찾으려 생각하고 전시관을 찾았다. 조상들의 모시세공에 들인 정성어린 절차와 노력과 솜씨에 고개를 숙이게 됐다
한산모시 전시관과 모시 전통공방 001 018
중요 무형문화재 방연옥 여사가 들어와 보라고 친절을 베푸시어 012
서천 읍내로 들어가 수산물특화시장을 찾아 점심을 먹고 달궁에서 산나물과 함께 할 생선을 좀 사고, 군산으로 건너가 옛날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 본점에 들려, 굽자마자 금방 품절된 단팥빵은 못 사고 야채 빵과 꽈배기 찹쌀 도넛만, 그리고 옛날 아이스케이크 한 대씩 물고
수산물 특화시장과 주말이면 줄서서도 못 먹는다는 태양이네 021 023
군산의 “이성당”-손님들이 바글바글 026 028
그 옛날 익산에 근무하며 점프하러 군산공항에 드나들 때 이용하던 길을 따라 대야리-익산-전주를 지나 임실-오수를 거쳐 남원으로, 그리고 다시 주천면을 통해 정령치를 오르는 길목에서 육모정과 춘향묘에 들려 후손들에게 진한 사랑의 이야기를 남겨주심에 감사드리고, 그윽한 구룡계곡을 유선대까지만 더듬고 험한 경사의 정령치를 넘는다.
춘향묘와 육모정 030 040
구룡계곡 입구와 정령치 고개의 시작점 045
구룡계곡과 유선대 044 050 056 062
정령치에 올라-휴게소 뒤로 백두대간 길이 이어지지 064
저녁 7시 넘어 달궁 민박마을에 도착, 숙소에서 산나물 일색의 저녁을 배불리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뱀사골 입구방향으로 산책에 나서는데, 오토캠핑장이 여러 곳이고, 마을 앞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청량하다. 산에 오르지 않고 이 계곡물만 벗해도 나름 멋진 산림휴가가 될 것이다.
마을회관 뒤 민박집 입구(우리 차 좌측의 붉은 잎나무 골목) 066
산나물 향기 짙은 저녁상-주 메뉴 <닭개장>에 김치를 비롯해 고사리. 깻잎짠지, 마늘쫑멸치조림, 머우, 신선초, 다래순, 뽕잎, 취나물, 들깨수프, 멸치조림. 부추무침, 두부조림, 오이무침, 두릅나물 등등 068
마을길 야밤 산책 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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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성삼재~노고단~반야봉>
아침 먹고 차로 성삼재로 이동해 노고단으로 오른다. 2곳의 지름길이 있어 노고단고개까지는 2.3km! 휘돌아가는 차도길 보다 1.8km가 절약된다.
노고단 정상 왕복은 생략하고 고개 초소를 출발해 반야봉으로 향하는데 초입부터 선명한 철쭉의 꽃잎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표고 1,507m인 노고단에는 이제 막 철쭉의 개화선이 올라왔다고 했다,
노고단의 허리 돌밭 길을 지나 시야가 트이는 능선으로 나서면서는 철쭉의 화원길이 돼지평전까지 전개된다. 우리 부인들을 비롯해 다른 여성 산객들의 환호성이 도처에서 높아진다. 사진 촬영으로 행선도 더뎌지고.
돼지령이란 표지목을 지나는데 늘 의문이다. <령>이라면서 능선의 좌우로 사람이 넘어 다닐 수 있는 길이 안 보인다. 차라리 이어서 나타나는 안부가 <령>일 텐데 아니란다. 산돼지들이 출몰하는 곳이라서 그렇다는 설명이고 보면 <령>이 아닌 평전이란 이름이 더 맞는 듯싶다.
피아골 갈림 길목을 지나 나타나는 샘물 위치에 임걸령이란 표지목도 있다. 이곳 또한 능선을 넘는 길이 얼른 보이지 않는다. 정작 피아골 갈림 길목을 령이라 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 지도상에는 그 지점에도 임걸령이라 표기돼 있다. 누가 권위 있는 설명을 해 줄 것인지 모르겠다.
길은 임걸령 샘을 지나면서 치솟았다가 잠시 평탄해지고 다시 노루목에서 급히 오르막을 이루며 반야봉을 향한다. 반야봉을 다녀오는 산객들 중에 친구부인에게“노고단에서 여기까지 온 것보다 반야봉까지가 더 힘들다”는 실없는 소리를 한다. 농담이겠지만 가뜩이나 힘들어 하는데 의욕을 상실케 하는 작자이다. 동료들을 안내해 지리산 종주를 수차 다녀본 바로,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란 점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반야봉 정상에 올랐다. 쾌청한 날이었지만 옅은 안개가 시계를 가려 동쪽 천왕봉과 주능선, 서북 만복대 방향 백두대간 길, 숙박하는 달궁 계곡 등의 광경을 조망할 수 없게 하니 몹시 아쉬웠다.
민박집 할머니가 싸준 나물밥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유턴.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로 회귀했다. 산행거리는 총 총 17km. 아침 09시에 출발해 18시30분에 돌아왔으니 9시간 반을 걸었다. 보통 산객들도 힘든 코스인데 평소 산을 잘 다니지 못하는 60대 여성들의 실력으론 대단한 것이다.
그 동안 연1회에 불과했지만 두 친구 부부끼리의 유람산행을 통해 지리산 천황봉-설악산-한라산-월출산-월악산 등지의 산행을 했던 관록이 힘을 발휘해준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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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아침밥상-역시 나물 반찬에 우리가 사간 조기구이가 맛깔스러웠고고 특히 된장국이 진국 중에 진국 001
성삼재를 출발 요도상의 <현 위치에서 반야봉까지> 004 005 007
무넹기의 지름길 데크 난간 길과 노고단대피소 008 011
노고단고개 안내초소의 인증 샷과 간식 타임-부인들은 폰카로 찍어 달래서 딸들에게 전송하느라 바빠
013 014 106
보통 지리산종주 노고단 기점을 출발하면서부터 바로 철쭉 길 017 019
이후는 더욱 환상적인 철쭉화원 026 028 033
돼지령-노고단고개에서 2.1km를 왔고 반야봉까지는 3.4km가 남아 037
피아골 가는 갈림길-반야봉까지는 2.7km 041
강풍에 뿌리째 뽑힌 구상목이 안타까워 043
드문드문 병꽃들도 보여 044
능선 길 바로 옆 1,320m 표고에서 솟아나는 임걸령샘의 샘물은 늘 고마워-이런 풍부한 샘물로 인해 지리산에선 조난의 위험이 덜하지 045 046
표고가 높아질수록 철쭉의 꽃잎도 더욱 투명해져 048 049 050
노루목 직전의 들꽃도 조화로워 053
노루목 3거리-지금부터 좀 고된 1km를 오르면 반야봉 정상 055
지리산공원 젊은 관리직원들이 오래돼 빛바랜 안내간판을 바꾸는 중 056
반야봉 길 가파르고 험하다 해도 이런 꽃길이니 쉬이 오르리 058 059 060
표고가 1,600을 넘어서며 더 오를수록 철쭉은 아직 몽우리 상태이고 철지난 진달래꽃도 남아있으니 역시 여기는 고산(高山)지경 064 066 068
드디어 1,732m 반야봉 정상-기념촬영 070 071
소박한 나물밥 도시락 점심도-정상주를 안 한 게 대견해 073 074
달궁 길이 막힌 반야봉! 또 오긴 힘들 것-2011년5월30일에 와서는 영상에 담아두지 못했던 게 아쉬웠더니~. 이리 다시와 영상으로 남겨 기억에 남겨두게 됐으니 다행 076 079
아쉬운 하산 길로 080 083
철쭉 또한 진달래마냥 즈려밟고 가오리다 084
하산 길에 친구에게 의미 있는 삼도봉을 찍게 해주고 086 087 088
반야봉과 노루목 갈림길로 되돌아가 먼저 보낸 부인들을 뒤쫓아 090
임걸령 샘에서 합류하며 물 한 잔, 오이 한 자루를 094 095
노고단을 바라보는 귀로의 석양 받이 철쭉들이 오전보다 더욱 화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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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푸른 하늘 푸른 잎 105
어느새 노고단 고개 초소로 복귀해 107
돌탑에서의 두 부부 단체 기념촬영을 111
노고단 정상을 뒤로 하고 아쉬운 하산 길에 들어서 113 114 116
내리막 넓은 길 쉬이 편히~성삼재 초소에 안착하다 117 121 125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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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궁으로 복귀하는 길에 자연보호를 위해 음식점들이 폐쇄될 것이라는 깎아 내리막 <심온마을>도 들려보고 127 132
달궁으로 돌아와 민박아주머니가 소개한 하늘정원에서 흑돼지 구이로 반야봉의 성공적인 등정을 축하하는 만찬 후 숙면에 들어가 133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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