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가운데 으뜸은 역시 하얀 설경이다. 설악산 자락에 있는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마을은 눈부신 설경과 삼한사온이 만들어내는 별미인 황태로 유명하다. 겨울의 멋과 맛을 음미하기 위해 황태마을을 찾았다.
황태마을은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다. 인제읍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30분 정도 더 달리다보면 눈 덮인 내설악의 중심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황태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으면 중앙에 흐르는 북천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볼 일이다. 마을에서 미시령 옛길로 이어지는 이 산책로는 내설악의 비경을 보여주는 인기 트레킹 코스다. 바닥에 쌓인 눈을 밟으며 걷다보면 설악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에 둘러싸인 산촌의 아름다운 모습이 이어진다.
여느 산책로와 다른 점은 겨울만 되면 길옆에 늘어서는 황태덕장이다. 이곳은 남한에서 황태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마을이다.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분단 이후 원산 출신의 사업가 고(故) 김상용씨가 고향과 겨울 날씨가 비슷한 지역을 찾다가 이 마을을 발견했고, 1960년대부터 황태를 말리기 시작했다. 당시 남한에서는 명태를 바싹 말린 북어만 먹었는데, 야외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황태 고유의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알려지며 덕장이 하나둘 생겼다고 한다.
김씨와 함께 덕장을 시작해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최귀철씨(79)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했다.
“속초에서 가져온 명태를 손질해 냇물에 씻은 다음 참나무로 만든 덕에 걸어 말렸어요. 예전에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 30℃ 이하로 내려갈 정도로 추워서 작업이 끝나면 옷이 갑옷처럼 꽁꽁 얼었죠. 나이가 들어 작업은 그만뒀지만 그때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요즘도 찬바람을 쐬면 손발이 쑤셔요.”
지금도 마을에는 991㎡(300평)부터 1만9834㎡(6000평)까지 크고 작은 덕장이 28곳이나 있다. 황태를 만드는 방식은 예전과 같지만 동해에서 명태가 더이상 잡히지 않아 러시아산 동태를 사용한다. 손질이 다 된 동태를 사용하는 덕에 작업은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황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사람의 정성과 자연의 허락이 필요하다.
문봉화 이장(61)은 “황태가 사람 입에 들어가려면 건조·가공 과정에서 30번 이상 손길이 필요하고, 기온·눈 등 하늘의 역할이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한창 건조 중인 황태덕장이 펼쳐진다. 하얀 설산과 눈길 사이에 펼쳐진 덕장은 여느 유명 관광지의 겨울 풍경에 뒤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코끝을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는 덤이다.
배가 출출해질 무렵 황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눈에 띈다. 마을회관 근처에는 마을에서 만든 황태와 황태요리를 파는 식당 10여곳이 모여 있다.
주민들이 추천하는 메뉴는 황태해장국과 황태구이. 황태해장국은 다른 재료 없이 황태포만 넣고 30~40분 푹 우려내 소금으로 맛을 낸다. 기름에 볶지 않아 국물색이 맑고 맛이 시원하다. 황태구이는 양념한 황태포를 1주일 정도 숙성해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매콤한 황태구이를 반찬 삼으면 하얀 쌀밥이 절로 넘어가고, 황태해장국을 들이켜면 추위로 얼었던 몸이 스르르 풀린다.
식당 주변에는 마을의 또 다른 명소 매바위 인공폭포가 있다. 높이가 90m인 인공폭포는 여름엔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인상적이고, 요즘 같은 겨울에는 거대한 얼음이 생겨 빙벽 타기의 명소로 꼽힌다.
굳이 빙벽을 타지 않더라도 인공폭포의 장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숲의 여왕’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자작 속삭임 들으며 자박자박 동화 속 세상으로 …
인제에는 황태마을 외에도 또 다른 겨울 명소가 있다. 바로 늘씬하게 뻗은 하얀 나무줄기가 장관을 이루는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사진)이다. 자작나무는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깊은 산 양지 쪽에서 20m까지 자라는데 흰색의 나무껍질이 아름답다.
원대봉(684m) 능선에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90년대 초반부터 조림되기 시작해 2012년 일반 시민에게 알려졌다. 원래 소나무가 울창했는데, 해충으로 소나무가 고사하자 산림청이 138㏊에 70여만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다.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이 든다. 바닥에 쌓인 눈 위로 곧게 뻗은 아름다운 나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작나무숲이 왜 ‘숲의 여왕’이라고 불리는지 수긍이 간다.
숲은 자작나무 코스(0.9㎞), 치유 코스(1.5㎞), 탐험 코스(1.1㎞)의 산책 코스로 이뤄져 있다. 왕복 7㎞로 2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동절기(12월16일~2018년 1월31일)에는 오후 2시 이후에 입산이 제한되니 방문 전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댓글 약 15년전에 애들과 황태덕장에 가보곤 오늘 처음
사진으로 보는 군요 감사히 보고 갑니다
고맙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