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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실리콘밸리뱅크(SVB) 본부 모습./로이터 뉴스1
총자산 276조원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단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해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SVB가 18억달러 손실을 봤다는 공시를 내자마자 그 소식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실리콘밸리에 삽시간에 퍼졌고, 예금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돈을 인출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55조원이 빠져나갔다. 결국 SVB는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상태가 돼 금융 당국이 바로 다음 날 폐쇄를 결정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현금을 일정 비율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한다. 평소에는 그 정도 현금으로도 충분하지만 ‘신뢰 위기’를 겪으면 불안해진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려고 몰려드는 뱅크런이 발생한다. 그러면 멀쩡한 금융회사도 순식간에 파산 위기로 내몰린다.
예금자들이 은행에 직접 가서 은행 영업시간에 돈을 인출해야 하는 시절에는 뱅크런도 며칠 또는 몇 주 걸렸다. 지금은 예금자들이 휴대폰으로 즉각 돈을 빼버리니 하루 만에 그 큰 은행이 망했다. 이를 ‘조용한 뱅크런’ 또는 ‘디지털 뱅크런’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대규모 뱅크런을 경험했다. 부동산 PF 부실로 영업 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뿐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들까지 뱅크런이 발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뱅크런으로 시작됐다.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이 사람들의 불안감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되면서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다른 금융회사에도 몰려가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뱅크런으로 대형 금융기관이 줄줄이 무너졌다.
휴대폰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이나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휴대폰 뱅크런’으로 은행이 망하는 것도 순식간인 시대가 됐다. 전통적 예금 보호 장치가 무력해질 수도 있다. 휴대폰 뱅크런은 특정 금융기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순식간에 퍼지면서 금융 위기로 비화하는 폭발력도 크다. 사상 최대 뱅크런이 가장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 우리 금융 당국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